전자책을 하나 구입했었다. 출퇴근 시간 한 손에 쥐고 책을 읽어 손목에 무리가 왔었기 때문에 전자책이 그 치유책이 될 수 있을 것 갔았기 때문이다. 어느 뷰어를 사용해서 읽을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한 온라인 서점에서 제공하는 전자책을 구매해 아이폰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참 편안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내가 사용하는 아이폰의 화면이 작아 전자책을 읽기 어려운 것 같아 주변 사람들이 들고 있는 1인치, 2인치 큰 화면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그 큰 화면으로 검색과 게임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보고 아직 전자책의 시대가 오려면 멀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300페이지 분량의 책이 600페이지로 훌쩍 늘어나 버리는 책을 집중력있게 읽으려면 뷰어가 변하던가, 전자책이 변해야 한다. 이미 휴대폰 제조사, 전자책 유통사에서 전자책을 쉽게 보기 위한 노력이 있어 왔지만 아직 국내에선 컨텐츠의 변화를 찾기 어려웠다. 이미 싱가폴에는 마이크로 노벨이라는 장르가 전자책에 맞춰서 유행하고 있고 하이쿠라는 일본시는 전자책에 적합한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국내에선 그런 컨텐츠를 찾기 어려웠다. 짧은 시간 안에 스마트폰으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다가 눈에 들어 온 것은 리디북스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서울 시>였다.

서울 시는 보통 4줄이다. 시 형식의 엉뚱한 4문장을 읽고 나서 제목을 보면 공감을 이끌어 내는 엉뚱함이 신선하다. 광고의 카피를 보는 것처럼 쉽고 기발하게 읽힌다. 때로는 그 엉뚱함이 지나쳐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너무 무난해서 기발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전자책 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저자에게 경외심이 들기도 했다. 

리디북스에서 연구를 하는 마음으로 <서울 시>를 꾸준히 읽다가 종이책으로 나온 책을 받아들었다. 받자마자 만화책을 보는 속도로 휘리릭 1시간만에 전부 읽을 수 있었다. 전자책으로는 기발함과 엉뚱함이 느껴졌지만 종이책을 읽었을 때는 맛이 덜 했다. 이미 한 번 읽었던 내용이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순간의 공감 외에 더 깊은 감상을 느끼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종이책에 기대하는 것이 많은 내 욕심에 저자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저자의 재기발랄함만으로는 부족했던 것 같다. '남는게 없네.'라며 책을 덮으며 내뱉었던 혼잣말이 내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책은 고매한 정신활동이며 독자의 감상과 감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고전적인 책의 이미지를 쫓고 있는 아날로그 세대가 어울리지 않는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서울 시>는 재미있었다. 그 이상의 감상을 기대하는 것은 내 욕심이었다. 전자책에 최적화되어 있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무겁게 읽으려 했던 내 실수였다. 아마 저자의 의도도 재미와 공감, 그 이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가오는 전자책 시장에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는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마 그 부분이 아닌가 싶다. 실제 무게가 또는 내용의 무게가 무거운 책보다 가벼운 책이 전자책에 더 어울린다는 것 같다. 욕심이 많았기 때문인지 <서울 시> 종이책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나는 저자에게 조그만 경외심 같은 것을 느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린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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