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와 함께한 산책
벤 섀턱 지음,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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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을 산책하는 것만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힘들었던 길고 험한 장마를 지나 불볕더위가 한창인 요즘입니다. 슁숭생숭한 마음에 찾아온 여름은 일하고 시간이 날때마다 걷고 책을 읽으며 보내고 있어요. 이번에 읽은 <소로와 함께한 산책>은 더운 여름에 편안함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낡은 침대에 누워 있는 내 귀에 바람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두 다리는 낮의 태양 때문에 아직도 불타고 있었고 두 발에서 심장이 뛰고 있는 것 같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닥친 행운 덕분에 눈부시게 행복하고 따뜻했다. 오직 걷겠다는 충동만 있었을 뿐 아무런 계획도 없었던 내가 그날 그곳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게 된 것이다.

p33

<소로와 함께한 산책>은 소로의 <윌든> 루소의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을 한꺼번에 읽는듯 저자는 그들의 시선을 따라갑니다. 여섯번의 여정을 이야기합니다. 그 시선이 참 평화로워서 책을 읽다보면 뒤숭숭한 마음에 위로를 받기도 하고 스트레스의 일상이 잠시나마 잊혀지기도 합니다.

걷기와 산책이 주는 힘이 책을 통해 소스란히 느껴집니다. 누구나 살면서 상실감이 없는 사람은 없을것이고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도 없을겁니다. 그럴때 <소로와 함께한 산책>은 자연과 마주하게 하고 마음의 위로와 치유는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고 어릴적의 기억도 하나씩 꺼내져 집니다.

헨리는 이곳에서 보낸 시간에 대해 이렇게 기록했다. '나는 적개심 넘치는 구름에 파묻혀 있었기에 뭐 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내가 서 있는 곳으로 바람이 불어와 밝은 빛을 보여주었다.'

p83

<소로와 함께한 산책>은 산책하는 여정마다 자연이 주는 위대함이 느껴지고 겁이 나기도 합니다. 그 자연에서 받는 고통과 위로가 함께 공존한다는게 또한 자연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여러분은 생각해야할때.. 기분이 울적하거나.. 할때는 주로 무엇을 하시나요? 저는 주로 많이 걷고 산책하고 운동을 하는편입니다. <소로와 함께한 산책>을 읽으면서 제가 못느끼고 있었던 편안함이 어쩌면 이런이유에서였겠구나 공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 걸어야하는 이유가 생깁니다. <소로와 함께한 산책>을 읽는 동안은 주로 걷고나서 차한잔 마시며 책을 읽곤했는데요 그래서인지 더 저자와 함께 하는듯했습니다.

내가 헨리의 일기를 읽으며 배운것이 하나 있다면, 계절과 기분에 상관없이 집 밖으로 나서면 늘 무언가를 얻는다는 것이다.

각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들이 <소로와 함께한 산책>을 더 풍부하게 해줍니다. <소로와 함께한 산책>은 어느 날씨든 책한권 들고 나가고 싶을때 딱 들고나가기 좋은 책입니다. 그 곳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함께 산책하고 있는듯해서 또 좋습니다. 책의 부피도 크지 않아서 들고 나서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았거든요.

<산책>에는 걷기에 대한 은유로 흠잡을 데 없는 단락이 있다. '어디로 걸을지 결정하는 일이 어째서 때때로 그토록 어려운 것일까? 자연에는 미묘한 자성이 존재하므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그것에 굴복한다면 올바른 길로 인도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어느 길로 걷는가는 우리에게 무관한 문제가 아니다. 올바른 길은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부주의함과 어리석음으로 잘못된 길로 가기 쉽다. 우리는 실제 세상에서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그 길로 기꺼이 나설 것인데, 그 발걸음이 바로 내적이며 이상적인 세상에서 우리가 떠나고자 하는 길에 대한 완벽한 상징이다. 가끔 방향을 선택하는 일이 힘든때가 물론 있는데 이는 우리 머릿속에 그 길이 분명히 존재하지 않기때문이다.' 걸으면서 마찬가지로 살면서도, 우리는 각자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므로 다른길들은 포기해야 한다.

p175

<소로와 함께한 산책>을 읽으며 깨달음을 얻습니다. 누구나 한번 쯤은 겪게되는 내면의 상실감과 고통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저는 요즘 선택과 집중에 대한 생각을 하고 제가 하려는 고민과도 맞물려서 마치 저에게 조언을 해주고있는듯 합니다. 누구나 살면서 고민이 없을수 없으니 슬기롭게 지혜롭게 그 결정의 순간을 잘 선택하고 집중해야할텐데요. 걷기, 산책은 그런 결정의 순간에 꼭 도움이 되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소로와 함께한 산책>은 여러권의 책을 읽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산책을 통해 만나는 사람을 통해서 그리고 작가의 시선을 통해서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여러 이야기와 작가의 시선을 통해서 느끼고 치유합니다.

다른사람의 인생과 비교하는 삶이 아닌 내가 선택한 삶을 살며 그 속에 늘 걷기와 함께 합니다.

무의식이 느슨해져 잠들지 못하는 밤이 무서웠던 적이 있다. 지금 나는 밤을 사랑한다. 집에 포근히 안긴 느낌, 하늘이 푸른 껍질을 벗고 태곳적 빛줄기를 보여주는 밤을 사랑한다. 나는 이제 불면의 밤과 내면의 불안을 피하고 싶지 않다. 별들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강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그리고 습지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나를 둘러싼 세상은 늘 거기 있었고 내가 준비가 되면 보아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준비가 되면 보아주길 기다리고 잇었다. 그리고 내가 준비가 되면 보아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준비가 되었을때 세상은 오직 아름답게만 보였다. 자연은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드러낼 필요가 없다. 늦은 팔월의 강에서 소용돌이치는 반딧불이는 나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가장 낮은 땅에 서 있을 때도, 고도는 높아진다. 나는 그릇을 집어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p286

깊어가는 여름에 시원한 계곡이든 휴양지든 혹은 집에서든 쉬면서 편안하게 읽어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어디에서 읽든지 자연속에서 읽는듯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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