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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섹시해지는 인문학 지도 - 막힘없는 상식을 위한 14개의 교양 노선도
뤼크 드 브라방데르.안 미콜라이자크 지음, 이세진 옮김 / 더퀘스트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오늘 만나 볼 책은 보스턴컨설팅 그룹 파리사무소 수석고문인 뤼크 드 브라방데르의 "뇌가 섹시해지는 인문학지도"입니다.
교양과 지식의 천국 프랑스에서는, 인문학 상식을 배울 때 제일 먼저 생각과 지식의 경계부터 없앤다고 하는데요, 이는 컨버전스, 융합의 시대에 걸맞은 교양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흐름에 부합하는 인문학 책으로, 저자는 특이하게도 지하철 노선도를 개념들의 도시에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인문학 지도로 이용하였습니다. 왜 지하철 노선도여야 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다음처럼 다섯가지 이유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째, 철학도 과학 못지않게 유용하고 중요하고 없어서는 안 될 학문이라는 데 있다.
둘째, 학문의 분야에선 딱 떨어지는 경계가 없으므로 서로 교차되고 연결되는 대중교통망으로
표현하기 좋다.
셋째, 주제들을 연결하는 가교가 주제 자체만큼 중요하다.
넷째, 형식도 토대만큼 중요하다.
다섯째, 교통망이라는 아이디어를 도입한 덕분에 처음과 끝을 규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런식으로 파리의 교통 지도가 철학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이 되었고, 철학적 사유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보여주고 싶은 바람으로 14개의 노선도가 그려졌습니다.


노선도는 철학적 접근을 목적으로 만들어졌기에 역 이름은 대부분 철학자 이름을 따왔고, 각 노선을 떠받치는 주제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1호선 철학'은 도시를 동서로 가로지르며 사유의 거인들, 융합의 영웅들, 추상의 귀재들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2호선 모델'은 플라톤의 동굴에 어른대는 그림자를 동굴에 갇힌 자들이 실재로 착각하고
살아가는 비유를 통해 청학에 끌고 들어온 모델이라는 개념에 관해 설명합니다.
'3호선 체계'는 철학적 체계를 최초로 제시한 아리스토텔레스를 만날 수 있으며,
'4호선 지각'은 감각과 다른가의 의문으로 시작하여 현상학이라는 대안적 접근을 배우며,
'5호선 논리학'은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나온 추론의 형식화를 살펴봅니다.
'6호선 언어'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노선으로 '언어가 없으면 사유도 없다'는 주제하에 관련
철학자들의 공헌을 충분히 살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7호선 심리학'에서는 철학의 역사의 10분의 1밖에 되지않았으나 위대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로
인해 등장 가능했던 역사를 다룹니다.
'8호선 인식론'은 가장 중요한 노선중 하나로 인간을 앎으로 인도하는 길이 그렇듯 긴 노선이며,
'9호선 기술'은 빅데이터, MOOC, 클라우드 등 해마다 선보이는 새로운 개념과 도구들을 다룹니다.
'10호선 혁신'에서는 전통에 수정을 가하고 개혁을 밀고 나가는 현실을 바꾸는 혁신에 대해 논하며
'11호선 창의성'은 창의성 개념에 대해 설명합니다.
'12호선 미래학'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래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그들의 사유방법들을 다루며,
'13호선 윤리학'에서는 사유의 기술에 집중하고 있으며,
'14호선 유머'에서는 짧은 역으로 인간 고유의 속성인 웃음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이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노선을 하나 골라 살펴보겠습니다. '12호선 미래학'입니다.



고대그리스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정통 철학자들은 대개 미래라는 주제를 시간과 시간성에 대한 광범위한 문제의식 안에서 다루었지만, 저자는 미래에 대한 예측과 자신을 미래에 투사하는 능력이라는 측면을 살펴봅니다.
우선 노선도를 보겠습니다.


익숙한 철학자 이름의 역도 있지만 생소한 이름의 역도 보입니다.
예측에 대한 원초적인 인간의 욕구는 아리스토텔레스 처럼 '과학은 원인을 안다'는 전제하에 이미 일어난 사건들을 바탕으로 장차 일어날 사건들을 합당하게 추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반면 데이비트 흄은 경험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미래를 예언한 사람들도 있었는데요, 우리에게도 예언자로 이미 익숙한 노스트라다무스는 점성술사이자 약제사였고 주로 권력자들의 곁에서 신탁을 전달하는 신관의 전통에 따른 인물이었습니다. 문학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이상향의 이야기로 예언이나 예측과 무관하게 미래의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될 수 있을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등의 생각의 단초가 되었습니다.미래학은 예언문학과 공상과학 문학과도 비슷한 데가 있어 공상과학 소설의 대가 쥘 베른은 시나리오 방법론을 활용하는 모든 이들의 귀감이 될 만 합니다.
연관성이 없을거 같이 보이는 철학자간에 또 철학자가 아닌 인물들도 미래학이라는 주제하에 그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 참 재미있습니다.
모든 노선도들마다 각 노선도가 가지고 있는 주제하에 다양한 인물들과 그 인물들의 사상이 때론 같은 방향으로 또 때론 반대방향으로 연결되고 대립되는, 그야말로 지하철 노선도 같은 복잡하고 다양한 연결을 책을 통해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저자의 의도대로 경계가 없는 역들의 조합, 노선도 간의 연결을 따라다니다 보면, 어느새 어렵게만 느껴지던 철학적 사고에 조금은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철학을 처음 접하는 청소년들이나 철학에 다가가고 싶은 이들에게 즐겁고 재미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