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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 PDE
이혜경 지음 / 북레시피 / 2026년 9월
평점 :
<처방 PDE> 치밀한 심리 지배 실험

정신의학과 의사 수현은 상담자 선영과의 대화에서 처음엔 남편의 주폭에 집중하도록 한다. 모든 건 남편의 잘못이며, 폭력의 상황에서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고. 남편이 가해자고 선영이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놓는다.
선영이 남편을 잃고 다시 상담을 받을 땐, 남편의 자상했던 과거를 조명한다. 그가 술을 마시고 폭력을 행하는 사람으로 변하게 된 이유에 주목하며. 수현은 선영의 침묵과 인내가 남편을 그렇게 만들었을 거라 프레이밍 한다. 그녀에게 죄책감의 씨앗을 심어 놓고는 서서히 그녀의 믿음을 깨고 재정의하여 스스로 파멸하도록 만든다.
그렇게 그의 심리 지배 실험(PDE)은 성공적으로 끝난 듯 보였다.
선영의 작품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4부 중 1부가 끝나자마자 '엄청나다'라고 생각했다. 강박적으로 두 글자로 통일한 소제목에서도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궁금해지는’ 호기심이 일었다. 심리를 조종하는 과정은 느리고 다정하지만 위화감이 느껴졌으며, 짜 맞춘 듯 설계자의 의도대로 환자의 믿음이 바뀔 땐 범죄 현장을 목도한 기분이었다.
앞서 말한 ‘실험의 성공’ 이후부터는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전개된다. 갑자기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반전되며 끝까지 몰입하도록 만든다.
오직 '말'만으로 사람을 조종하는 '가스라이팅'이라는 개념은 그 자체로도 이미 추악하다. 그러나 범죄에 이용되는 순간 결과는 처참해진다. 책 소개에서 봤듯, 법적·윤리적 사각지대에서는 이를 어떻게 입증하고 단죄할 것인가.
독특한 소재와 생각이 남는 작가의 첫 작품이 너무 흥미로워서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