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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가 뿔났다! ㅣ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47
이미지 지음, 이경석 그림 / 시공주니어 / 2014년 2월
평점 :

전쟁 영화 속 람보가 총알을 가로질러맨 것처럼
바나나와 간장을 매고 주머니엔 새총까지..그것도 모자라
언제든 출동해 찌를 준비가 된 꿀벌 한 마리까지 들고서
전봇대 뒤에서 양재수 문구점을 기웃거리는 아이는
왜 이러고 있는 걸까요?
이 아이의 이름은 민재.
지금 양재수문구점 사장인 양씨아저씨를 어떻게 혼내줄까 궁리중이랍니다.
표지 그림만 보면 민재는 동네 어른들이 혀를 내두를 악동처럼 보입니다만
이것은 민재의 상상일 뿐이랍니다.
실제의 민재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 괜한 오해를 받아도
내 잘못이 아니라고 당당히 말하지못하는 소심한 아이거든요.
왕재수란 별명으로 불리는 동네 문구점 아저씨에게 사사건건 당하는 민재의 사정을 아는
단짝친구 상우와 어떻게 문구점 아저씨를 혼내줄까 상상해본 모습이랍니다.
상가 체육대회를 하던 날 민재에게 복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어요.
상우와 키득거리며 상상하던 복수의 방법 중 하나를 써볼 기회가요.
근데 복수를 제대로 해보기도 전 민재에게 위기가 먼저 닥쳤어요.
며칠전 꿈 속에서 외팔이 무사와 레슬러가 되어 만났던 때처럼
상우네 치킨 쿠폰 때문에 참여하기로 한 닭싸움대회에서
문구점 왕재수 아저씨와 붙게 되었거든요.
민재는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간신히 누르고
꿈 속에서 외팔이 무사가 레슬러를 물리쳤을 때처럼
민재는 가진 용기를 모두 끄집어내어 닭싸움으로 왕재수 아저씨를 쓰러뜨렸어요.
시원한 얼음물을 마신 것처럼 온몸이 짜릿해지고 맺혔던 가슴이 뻥 뚫리면서
억울한 것은 억울하다고, 내 잘못이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민재의 몸 속에 솟아났나봐요.
민재가 억울한 일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된 걸 보면 말이에요.

억울한 일을 당해도 아니라고 말하지못하는 민재는
특별히 소심한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또다른 모습이기도 한 거같아요.
먼저 시비를 건 것도 아닌데 형이나 동생과 다투고 야단맞고
옆 짝꿍이 물어봐서 대답했을 뿐인데 떠들었다고 선생님께 혼나면서도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못했던 억울했던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있었을 거에요.
특히 이런 말 못하는 억울함들은 또래관계에서보다
민재와 문구점 아저씨와의 관계처럼 어른들과의 관계에서 더 많이 생깁니다.
많은 어른들이 문구점 아저씨처럼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무시하거나
억울함을 당당하게 얘기하는 아이에게 버릇없다는 둥 더 혼을 내기도 하니깐요.
그런 아이들에게 민재의 상상은 민재만의 상상이 아닐 거에요.
역시 민재처럼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지만
나만의 방법으로 복수하는 상상들을 해보곤 했을 테니깐요.
민재가 문구점 아저씨를 닭싸움에서 쓰러뜨리고
문구점 아저씨가 간장 콜라를 마시고 떼구르르 구르는 모습에서
온몸이 짜릿해지고 맺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통쾌함을 함께 느끼지않았을까요?
자신의 이야기를 억울함을 들어주기보다 무시하는 어른들에게
한 방 날리는 또다른 자신의 모습인 민재를 응원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