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 :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띵 시리즈 10
배순탁 지음 / 세미콜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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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은 제목을 보고 책을 고르는 편이다. 제목이 책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편이긴 하다. 그래도 선택에 확신을 갖기 위해 작가도 보고, 목차도 본다. 가끔은 출판사가 책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이 책은 전적으로 작가의 이름이 책을 선택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음악을 좋아한다. 혼자 있는 경우엔 거의 항상 음악을 틀어 놓는 편이다. 출근을 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도 음악을 트는 것이다. 팝을 가장 많이 듣는 편이긴 하지만, 가끔은 가요를 듣기도 하고, 쇼미더머니 시즌엔 힙합 위주로 듣기도 한다. 최근엔 남무성님의 신간을 읽으면서 재즈를 듣고 있다. 집에서 아이들과 있는 경우엔 주로 동요를 듣긴 하지만, 그마저도 간헐적이다. 혼자 출퇴근하거나 운전 시간이 길때면 라디오만 듣는다. 운 좋게도 오후 6시 이후에 혼자 운전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무조건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청취한다. 무조건이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을때면 작가의 이름을 한번씩은 듣게 되었다. 배순탁. 그 프로그램의 작가 이름이고 이 책의 저자다. 임진모님과 함께 배철수 형님(<배철수의 음악캠프>의 모든 남성 청취자들의 나이와는 상관없이 배철수님은 형님이다)에게 항상 꾸사리(?)를 먹는 1인이 배순탁 작가다. 들을 때마다 배철수 형님의 멘트에 배순탁 작가의 이름이 한 번은 등장한다. 오늘은 안 나오나 싶으면 엔딩멘트(프로그램 참여자 소개 때)로라도 언급이 되니, 내 말이 맞긴 할 거다. 그래서 알게 된 이름이지만 어느 순간 TV에서도 간간히 모습이 나오는 걸 보면 유명하긴 한 것 같다(난 TV를 잘 보지 않아서 어떤 프로에 등장했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어쨌든 그 낯익은 이름만으로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건 아마도 <배철수의 음악캠프> 영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 라디오 프로그램의 작가가 배순탁님 혼자는 아니다. 그리고 디제이의 모든 멘트가 다 작가의 대본으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선곡되는 노래들이 내 취향 저격인 것도 아니다. 특별히 선호하는 장르도 있고, 좋아하는 음악들도 많지만, 앞서 말했듯이 난 그냥 모든 음악들을 좋아한다. 그럼에도 난 그 라디오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그건 아마도 배순탁 작가가 이 책에서 말했듯이, 디제이가 큰 몫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한 디제이의 역할에 대해서 100% 배순탁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


  뭐 음악과 라디오. 책 선택에 큰 영향을 줬으니 라디오 이야기는 이 정도로만. 이 책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다. 그것도 평양냉면. 먹어본 기억은 있다. 책에도 나오는 봉피양으로 기억된다. 갈비를 먹고난 후 후식으로 먹었던 기억이 난다. 나도 면 음식을 좋아한다. 라면, 냉면, 쌀국수, 국수 등. 뜨거운 국물에 말려 나오는 면 음식을 기본적으로 참 좋아한다. 국밥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걸 보면, 기본적으로 국물이 있는 음식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봉피양에서 먹었던 냉면은 달랐다. 나중에야 냉면이 다 같은 냉면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같은 음식이라도 지역색이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평양냉면도 그런 지역색인줄 알았다. 이렇게 다른 냉면들과 결이 다를 줄이야. 책을 읽은 후에야, 내가 간 봉피양(봉피양은 지방에도 있다)이 책에 등장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체인점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레시피를 사용하기에 셰프에 따른 편차가 크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냥 나에게 평양냉면은 맞지 않은 면요리일 뿐이었다. 그렇게 처음 이후 평양냉면을 만난 기억은 없다. 아니 그 후에 만날 기회가 있었어도 아마 선택을 하지 않았던것 같다.


  가을쯤에 <멜로가 체질>이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앞서 말했듯이 난 TV를 잘 보지 않는다. 좀 지난 드라마였지만, 어느 짤방이 너무 인상깊어서 찾아 보게된 드라마였다. 드라마는 너무 재미있었다. 그 드라마에도 평양냉면이 중요한 에피소드로 등장한다. 이 책의 부제와도 맞는 장면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드라마가 생각났고, 드라마에 이어 이 책의 부제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오로지 작가의 이름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한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 이 책의 제목과 부제도 크게 한 몫을 한 것이었다. 나에게 그때의 미각이 떠오르게 했으며, 다시금 평양냉면을 선택해 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이라 그랬던 거야. 다시 도전해보면 너도 괜찮아질거야. 니가 평양냉면을 제외한 모든 면요리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제외된 음식이 없이 모든 면요리를 좋아하는 것이 될거야.' 이렇게 이야기를 거는 듯한 느낌이랄까.


  책은 재밌다. 평양냉면만 등장하지 않고, 냉면과 관련되는 음악들, 사회 이야기들을 저자가 맛깔나게 적어놓고 있다. 약간은 시니컬해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이든 다른 생각이든 간에, 저자가 소신있게 표현하는 것들이 마음에 들었다. 난 나와 맞지 않는 생각들이라도 두루뭉술한 주장보다는 확실한 표현들이 좋다. 자신의 호불호가 모든 사람들과 맞을 수는 없다. 두루뭉술하게 모두에게 맞추기 보다는 다소 이견들이 있더라도 자신의 호불호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사람들과 그 생각들을 좋아하고 존중한다. 평양냉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음식일 것이다. 그런 음식에 대해 소신을 갖고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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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 × 생각의 힘 EBS 지식채널e 시리즈
지식채널ⓔ 제작팀 지음 / EBS BOOKS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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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에 관한 책인줄 알았다. 그래서 구입을 했던 것 같다. TV를 잘 보지 않는다. 잘 보지 않는 TV를 켜 놓고선 EBS를 보는 일이란, 그다기 흔치 않는 경우다. 지금도 방송이 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이 책을 보니 여전히 방송 중인 것 같다), 예전에 채널을 돌리다 가끔 EBS에서 하는 지식채널을 본 기억이 있다. 아주 짧은 다큐 형식의, 그렇지만 무겁지 않고, 광고 느낌으로 신선함을 주었던 느낌을 갖고 있다. 그 방송과 관련이 있는 잭인 줄은 읽은 다음에야 떠올렸다. 여튼 제목과 첫 챕터만 보고선 독서를 통해 생각의 힘을 기르는 것에 대한 책인 줄 알았다.


  가장 먼저 제목에 끌렸다. 그리곤 목차를 봤는데, 시작이 '나는 읽어야 산다'였다.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뭐, 나 스스로가 그 정도로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낯 부끄러운 말이겠지만, 그 말은 나의 바람을 담고 있기도 했다. 읽는 걸 좋아하고, 남는 시간엔 그저 읽기만 하고픈 요즘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이책은 나의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읽기, 쓰기, 사유, 질문으로 구성된 책은 4개의 과정을 거쳐 생각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이야기하고 있다. 모두가 이어져 있지만, 각각 따로 떼어 '생각'으로 귀결시킬 수도 있다. 즉, 읽은 후에 쓰고, 생각한 다음 질문으로 생각에 이르러도 되지만, 읽기와 생각, 쓰면서 생각, 사유는 곧 생각, 질문으로 이어지는 생각처럼 각각 떼어 놓아도 된다는 것이다.


  각 챕터는 EBS 방송분으로 시작되는 듯 하다. 하나의 주제로 방송이 이어진 것은 아닌것 같다(방송분 날짜를 보면, 시간 순은 아니다). 방송분에 제작팀의 이야기가 더해지는 형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각종 기사나 설문 조사, 유명인들의 말이나 다른 저서들을 참조하여 생각이 갖는 힘을 설명한다. 특히나 요즘처럼 인터넷 시대와 코로나 시대가 글 속에서 반영되어 있어서, 낡지 않은 시선을 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래되었다고 다 낡은 것은 아니겠지만, 뭔가 더 집중이 된다고 해야 하나. 생각의 힘은 미래로 뻗게 마련인가 보다.


  이 책보다 앞서 구입한 <기억하는 인간>도 있다.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같은 시리즈의 책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 책을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그 책 또한 기대가 된다. 역시 시간만 되면 읽기만 하고픈 요즘이다.

한 세대가 공통의 독서 경험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교양과 담론, 정서적 공감이 사라져가고 있다. 다변화된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독서 경험이 다양해져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다양해진 것은 취미와 관계일 뿐, 책 읽기는 뒷전인 게 현실이다. - P31

소설가 김영하는 소설 읽기는 ‘헤맴’이라고 말한다. "내가 경험한 미로와 타인이 경험한 미로는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가 얻는 것은 고유한 헤맴, 유일무이한 감정적 경험이다. 이것은 교환이 불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가치 있다." - P57

"우리는 잘 모르는 것을 가장 굳게 믿는다.
하지만 판단의 주체도 판단의 대상도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더 나을 때가 많다." - P108

"인생은 뒤돌아볼 때 비로소 이해되지만
우리는 앞을 향해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 키에르케고르
- P136

기대한 대로 진행되지 않아도 우리는 앞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저마다의 삶 속에서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매일 그들 앞에 펼쳐질 낯선 풍경….

당신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요?
- P167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Paul Valery의 말이다. 그런데 이 말 앞에는 한 단어가 더 있었다. 바로 ‘용기를 내어’이다. 즉, 생각하는 대로 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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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시나리오 - 불확실성을 기회로 만드는 4가지 투자전략
오건영 지음 / 페이지2(page2)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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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면서 많은 책들을 읽어 나가고 있다. 만나게 되는 책들 모두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아니,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이렇게 좋은 책을 만나게 되면 기분이 좋다. 배우는 게 많다. 맞다. 저자의 말처럼 휘발성이 강한 지식들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확인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새롭게 배우는 시간이었고, 그런 가르침을 주는 책이었다.


  투자의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난 이렇게 해서 돈 벌었다가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 금융 상황에 대한 시각을 제시해서 좋았다. 단순히 투자 방법을 운용해서 투자를 이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경제 현상을 읽어 투자를 해 나가는 것이다. 기술은 무엇인가 행동할 때 필요한 것이다. 기술을 사용하기에 앞서 결정을 하고 선택을 해야 한다. 그 결정과 선택에 필요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담겨 있는 내용들에 대한 설명도 친절하다. 친절을 넘어 너무 세세해서 지루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상세하다. 금리, 환율, 채권에 대해 앞서 말한 친절한 설명으로 이해를 돕는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경제 상황을 풀어낸다. 지금은 좀 상황이 많이 변하긴 했지만 오래 지속되어 온 저물가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원인들로 설명을 이어간다.


  당연히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시나리오를 제시한 점이다. 성장과 물가의 높고 낮음으로 4사분면을 만들어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친절한 설명들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지금은 다양한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다. 책이 나오고 시간이 좀 지나면 재테크 관련 서적들은 좀 밀릴 수도 있다. 그래도 이 책은 괜찮다. 이런 시나리오 분석은 언제고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친절하게 이어진 설명들은 언제고 항상 알아두어야 할 금융과 경제 지식들이다.

 

  그래서 이 책이 좋았다. 두고 두고 읽을 수 있는 책을 발견했다. 아니 두고 두고 휘발되지 않는 지식으로 만들기 위해 꾸준히 계속 읽어야 하는 책이다. 아.. 참고로 리커버보다는 원래 커버가 더 마음에 든다. 커버도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였었는데, 리커버가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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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눈꽃 에디션)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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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별. 같은 의미를 지닌 여러 단어들이 있었을 것 같다. 대표적으로 '이별'이 떠오른다. 그런데 같은 의미의 다른 단어들과 다르게 '작별'이라는 단어만의 느낌은, 뭐랄까, 상실의 느낌이 덜한 것 같다. 그래서일까. 무언가 헤어짐의 표현인데, 작별이라는 단어의 느낌이 주는 강도가 덜 했다. 더군다나 작별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나. 헤어지는 아쉬움이 없는 제목이다. 그래서 제목이 좋았고, 끌렸다.


  역사에 관심이 많지 않은 탓도 있지만, 지나간 일보다는 앞으로의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에 대해 관심이 많을리 없다. 6.25도 그렇고, 5.18도 그렇고,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제주도 4.3 사건도 그렇고 말이다. 이 숫자들에 부여되어 있는 의미들에 대해 생각을 해 본 적이 얼마나 있을까. 과거에 의해 만들어진 나라도, 기억해야 할 시대의 아픔도, 모두 내 일이 아니었기에 그냥 지나쳐온 이야기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소설은 소설로만 읽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이야기 속 병원 등장부터 몸은 얼어 붙기 시작했다. 절단을 봉합하는 병원이었지만, 내 몸의 어딘가가 절단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얼어 붙기 보다는 몸이 꼬이는 느낌이다. 무언가의 불편함이 몸을 지배했다. 어서 빨리 읽고 지나가고 싶었다. 제주도의 이야기에서는 정말 몸이 추웠다. 빨리 읽으며 지나갈 수도 없었다. 인터넷 검색창을 띄워 '제주 4.3'을 검색했다.


  이야기에는 빌런이 등장한다. 그 빌런들이 잘못되길 바라며 이야기가 전개되고, 빌런이 잘못되면 좋은 결말로, 반대의 결말이라면 역시 세상은 그렇지, 라고 하며 어떻게든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다. 그런데 빌런이 등장하지 않는다. 아프고 힘든 마음을 풀 수 있는 대상이 없다. 그래서 더 이야기의 진행이 더 힘들고 어려웠던 것 같다. 누구를 미워해야 하는 것인가. 누구도 미워하지 말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 아프고 힘든 것들은 그냥 모두 내가 감당해야 하는 것인가. 왜?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먹먹했다. 그리고 막막했다. 뻗쳐 나가는 생각들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일지 가늠하기 힘들어 막막했다. 작별을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바뀌지 않을 것들을 붙잡고 고통 속에 남아 있는 것이 현명할 것일까. 작별하지 않는 것일까. 작별해서는 안되는 것일까. 내 몸의 반응은 아마도 작별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일 것이다. 기억해야 한다고, 관심을 놓으면 안된다고 말하는 것일 것이다.


  코로나로 힘든 세상이다. 초기에 형성된 집단면역의 기준을 조과한 백신 접종자들이 나와도, 바이러스는 변이되어 나아간다. 사회는 분열되기 쉬운 상황이다. 한쪽으로 피해의 원인을 몰아가기 어렵지 않다. 다수는 소수에게 폭력을 가하기 쉽다. 그러나 기억해야 한다. 무엇이 빌런인지를. 작별하지 않아야 할 것은 기억이다. 그 기억들로 작별하지 않는 것들을 반복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무엇을 생각하면 견딜 수 있나.
가슴에 활활 일어나는 불이 없다면.
기어이 돌아가 껴안을 네가 없다면. - P134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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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아이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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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의 여름휴가>를 너무 재미있고 감명 깊게 읽었던 탓일까. 그만큼 기대치가 높아졌던 탓일 수도 있겠다. 기대를 하며 받아든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지만, 넘길수록 '뭐지.. 뭐가 이렇게 불편한거지?' 하는 생각이 가시질 않았다. 무언가 내 감정을 강요하는 듯한 느낌. 어때 감동이 오지 않니? 감동을 느낄 거야, 찡한 뭔가가 느껴지지 않니? 라는 느낌이랄까. 아니, 안 그래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불편한 느낌은 그런 강요에서 오는 것 같았다.


  그림은 내가 좋아하는 그림체 였다. 그림체가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면 이야기일텐데, 앞서 말한 감정의 과잉같은 것이랄까. <The Snowman> 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책과 비슷할 것이다. 글이 별로 없이 그림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처럼, 대사가 등장하지 않는 애니메이션이다. 똑같이 그림만으로 이야기와 감정을 전달한다. 눈사람과 소년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고, 이야기도 비슷하다. 그런데 전달되는 감정은 다르다. 감정을 전달해서 감동을 주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니다. 무지 무지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그 전달에서 무언가 인위적이고 넘치는 것이 느껴진다면, 그 감정은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고 부모가 되면서 감정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 때문에 <The Snowman>이라는 애니메이션도, <할머니의 여름휴가>도 보게 되었고,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앞선 두 작품과 다르게 이 책은 아이들에게 읽어주진 않을 것 같다. 내가 무언가를 느끼지 못한 책을 다른 사람들이나 가족들에게 권하지는 못할 것 같다. 안녕달님의 다음 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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