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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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시를 좋아했었는데, 어느 순간 시가 어려워져 잘 읽지 못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뭐냐는 질문에는 한치의 망설임없이 '소설'이라고 말하곤 했었는데, 어느 순간 소설을 잘 읽지 못하고 있다. 아직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이 소설을 읽으며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소설을 좋아한다. 


  김영하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다는 알림을 받았다. 게다가 장편소설이다. 당장 구매했다. 바쁜 일을 끝내고 읽어야지 하며, 시간이 좀 남을때, 잠깐만 읽어볼까, 했는데... 잠깐은 마지막 책장을 덮을때까지 이어졌다. 오랜만에 이야기속에 빠져들어 읽었다. <살인자의 기억법>도 그랬던것 같고, <퀴즈쇼> 때도 그랬었던 것 같다. 


  처음 시작은 무슨 이야기일까, 했다. 그러다 어? 하는 시점이 나온다. SF? 지금까지 내가 SF 장르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었던가? 히어로물이나 스타워즈 등 좋아하고 재밌게 본 영화(이런 영화들이 SF인지는 모르겠지만)들이 있었지만, 소설을 읽어본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처음 부분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가 생각났다. 치료를 기다리며 냉동된 아이가 있는 집에 입양된 아이 로봇은 사랑을 받으며 지내게 된다. 그러다가 치료된 아이(인간)가 집으로 돌아오자 아이 로봇은 버려진다. 그 아이 로봇의 여정이 그려진 영화였는데, 끝이 어땠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재밌게 본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은 영화와 달리 재밌게 읽었다. 영화와 비슷한 플롯을 갖고 있다. 영화가 잘 기억나지 않아 세세하게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의식'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정말 소설과 같은 시대와 공간에서 인간과 기계를 구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정말 스스로 의식만을 클라우드에 남기는 것이 영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감정을 갖고 스스로 사유할 수 있는 로봇을 기계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다양하게 많아졌다.


  과거에는 미래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은 현실이 되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도 어느 순간 현실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마음에 남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작가의 편집자이자 아내분은 소설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소설을 읽는 부분 부분들에서 울컥 울컥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철이의 마지막 부분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그것이 작가님의 말처럼 행간에 숨겨놓은 그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으로써 갖는 최소한의 인간성 같은 그 무엇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를 덧붙인다면, 영화 <A.I.>가 계속 머리에 남는다는 것인데, 가끔 소설을 읽을때 장면 장면이 머릿속에서 이미지로 그려질 때가 있다. 이 소설도 그랬는데, 자꾸 그 이미지가 <A.I.>와 겹쳐졌다는 것이다.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미지가 내가 상상한 것이 아닌 어딘가로부터 온 한정된 이미지로 굳어진다는 게 아쉬웠다. 철이가 자꾸 영화 속의 귀여운 아이와 겹쳐지는, 그런 한계같은 거 말이다. 상상은 끝없이 펼쳐져야 맛이 나는데, 한정된 이미지는 결국 제한이 걸린다는 의미니까. SF에서 느꼈었야 할 가장 큰 부분에서 제한이 걸린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이다. 

이 우주에 의식을 가진 존재는 정말 정말 드물어요. 비록 기계지만 민이는 의식을 가진 존재로 태어나 감각과 지각을 하면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었어요. 고통도 느꼈지만 희망도 품었죠. 이 우주의 어딘가에서 의식이 있는 존재로 태어난다는 것은 너무나 드물고 귀한 일이고, 그 의식을 가진 존재로 살아가는 것도 극히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의식이 있는 동안 존재는 살아 있을 때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어요. - P151

고통에는 의미가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세상의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는 건 의미가 있어요. 태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의식이 있는 존재들이 이 우주에 태어날 수밖에 없고, 그들은 살아 있는 동안 고통을 피할 수 없어요. 의식과 충분한 지능을 가진 존재라면 이 세상에 넘쳐나는 불필요한 고통들을 줄일 의무가 있어요. 우주의 원리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더 높은 지성을 갖추려고 애쓰는 것도 그걸 위해서예요. - P152

인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관념을 만들고 거기 집착합니다. 그래서 인간들은 늘 불행한 것입니다. 그들은 자아라는 것을 가지고 있고, 그 자아는 늘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할 뿐 유일한 실재인 현재는 그냥 흘려보내기 때문입니다. - P160

끝이 오면 너도 나도 그게 끝이라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을 거야. 선이는 옳았다. 훗날 때가 왔을 때, 선이도 나도 일말의 의심 없이 알 수 있었다. 끝이 우리 앞에 와 있고,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 P204

나에게 이 소설의 인물들은 언제나 그런 이미지였다. 혼자이고, 외롭지만 어떻게든 이 고통의 삶을 의미있게 살아갈 이유를 찾는 존재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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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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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다. 클래식에 관심이 있기도 하지만,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하루키'라는 이유 때문이다. 소설 외에 에세이에서 내가 하루키를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었던가. 딱히 생각나는 제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루키의 신작이 나오면 거의 매번 구매를 하게 된다. 왜인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좋아하는 외국 작가가 누구냐고 물어 본다면, 딱히 '하루키'라는 이름을 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신기한 일이다. <노르웨이의 숲>과 <1Q84>를 너무 재미나고 감명 깊게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을 좋아한다. 회사에서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에는 이어폰을 끼고 있다. 음악은 그냥 나오는 대로 듣는다.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이다. 그래서 제목이나 가사 등은 잘 모른다. 그저 많이 들었던 곡이 나올 때는 그 음악만 몸이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음악을 딱 듣고 가수나 그 음악, 혹은 음반과 관련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신기하고 존경스러울 때가 있다. 특히나 클래식 음악에서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어떻게 좋아하고, 얼마나 들었기에 클래식 음악들을 기억하는 것일까. 특히나 같은 음악을 누가 지휘했는지, 피아노나 바리올린, 악기의 특성들을 짚어가며 비교하는 식견까지 갖췄을 때의 그 신기함이란. 범접할 수 없는 신비로움이다. 경탄할 뿐이다.


  하루키가 재즈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애호가라는 것은 어딘가에서 읽어 이미 알고 있었다. 소설이나 에세이 등에서 자주 봐온 음악에 대한 서술들은 아마추어 이상의 전문적인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재즈나 클래식에만 그치는 것도 아니다. Rock이나 다양한 음악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이 접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은 식상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하루키의 재즈에 대한 에세이를 본 적이 있다. 재즈에 막 관심을 갖던 터라(지금 생각해 보면, 관심을 막 갖던 시기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하루키의 이름에 기대여 읽기 시작했는데, 실망을 해었더랬다. 이 책도 그래서 조금은 망설여지기도 했었다.


  그래도 이 책은 나쁘지 않았다. 표현에서 느껴지겠지만, 그렇다고 크게 좋지도 않았다. 우선 위에서 말한 것처럼, 대단하다. 수집만이 아니고, 같은 곡을 비교할 수 있는 그 경지가 대단했다. 같은 곡을 연주한 다른 LP들을 모아서 소개하고 있다. 100개의 음악(마지막 네 챕터는 연주자 혹은 지휘자에 대한 내용이다. 그래도 같은 곡을 나누어서 설명한 부분들도 있으니 얼추 100곡은 넘을 것 같다)을 LP별로 나누어서 짧게 감상을 전하는 형식이다. 개인적인 좋고 싫음을 표현한 것도 좋았다. 


  유튜브로 해당하는 음반들을 찾아 들으며 읽고 싶었는데, 해당 LP들이 대부분 1950~60년대 음반들이라 찾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1970~80년대 음반들을 위주로 검색이 되는 음반 하나씩을 정해 들으며 해당 챕터를 읽어 나갔다. 귀에 익숙한 클래식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그동안 들었던 클래식이 한정되어 있던 탓이리라. 한편으론 개인적인 컬렉션을 방문한 느낌이어서 작가에 대해 뭔가를 알아가는 느낌도 가질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만족은 하는데, 크게 좋지 않았던 부분들은 그럼 무엇이었을까. 시작하는 부분에서 그 답이 있었다. '이른바 '명반'이라는 것에도 거의 관심이 없다. 세상의 평가나 기준이 때로는 (적잖이) 내게 해당하지 않음을 경험으로 알기 떄문이다. 그보다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흥미로운 레코드를 적당한 가격-최대한 저렴한-에 사와서 마음에 안 들면 처분하고, 마음에 들면 남겨두는 방식을 지켜왔다.' 그렇다 나는 이 책을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선택을 했던 것 같다. 밑지진 않고 본전에만 머문 느낌. 재즈에 관한 책처럼, 여전히 아직은 내가 클알못(클래식을 알지 못하는)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소개되는 클래식 음악들을 잘 들으며 책도 잘 읽었는데, 못내 아쉽다. 무엇인지 모를 본전 생각이 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른바 ‘명반’이라는 것에도 거의 관심이 없다. 세상의 평가나 기준이 때로는 (적잖이) 내게 해당하지 않음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흥미로운 레코드를 적당한 가격―최대한 저렴한―에 사와서 마음에 안 들면 처분하고, 마음에 들면 남겨두는 방식을 지켜왔다. 남이 내리는 평가보다 나 자신의 귀를 신뢰한다. 혹은 취향을 우선으로 한다. 좋다 나쁘다, 훌륭하다 아니다에 대한 나의 판단이 때로는 틀릴 수도 있고 부당할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다. 아마 없을 것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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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 속지 않고 숫자 읽는 법 - 뉴스의 오류를 간파하고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가이드
톰 치버스.데이비드 치버스 지음,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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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숫자를 하루에 한 번이라도 안 보고 사는 날이 있을까. 이 책은 숫자와 관련된 책인 동시에, 그 숫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히 부제가 정확하게 책을 안내하고 있다. '뉴스의 오류를 간파하고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가이드'. 그렇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숫자가 아닌 뉴스에 소개되는 자료들이나 통계와 관련된 숫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이야기이다. 


  많은 뉴스들에서 숫자를 접하게 된다. 어떤 사실을 전달할때 숫자들을 사용하면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는 듯하게 느껴지며, 아울러 신뢰도도 높아지게 된다. 다만, 그 숫자들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봐야 할 것이다. 최근에 <사이언스 픽션>을 읽고 있는 중에 이 책의 서평단에 참여하게 되어, 이 책을 먼저 읽었다. 둘이 주장하는 내용은 사실 거의 비슷하다. 이 책에서도 <사이언스 픽션>에서 주장하는 재현성의 문제가 등장하기도 하고 말이다. 우리가 뉴스나 논문 등에서 접하게 되는 통계의 해석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가에 대해서 두 책은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은 <사이언스 픽션>과 비교해서 조금 더 쉽게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통계적으로 오해를 불러 올 수 있는 P-value에 대한 평가나 표본 크기, 인과관계와 상관관계의 오해 등 많은 부분들에서 같은 지적을 하고 있음에도, 이 책이 조금 더 대중적으로 쉽게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내용의 쉽고 어렵고의 문제는 아닌것 같고, <사이언스 픽션>이 논문들에 집중해 있는 것과 달리 이 책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뉴스들에 등장하는 예들을 사용하고 있다는 친숙함의 차이일 것이다. 


  많은 책들과 논문들을 읽고 있다 .그동안 나는 그 문헌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었을까. 오류의 문제와는 상관없이 그저 나에게 맞춰 해석하고 받아 들이지는 않았을까. 그것은 통계적인 오류들보다 내 자신의 오류가 이미 크게 내 안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무언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제대로 보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숫자를 대할 때 이전과는 달라질 것 같다. 그 시작이 제대로 보는 것에서, 나의 오류가 발현되지 않는 지점에서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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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금융 수업 - 경제기자가 알려주는 금융 팁 45
염지현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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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가 초조한 느낌이 있다. 지금까지 내 삶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던 '여유'가 사라진 느낌이다. 다급하다. 내가 아닌 것 같다. 재테크에 대해서 그렇다. 지금까지 내내 관심이 없다가 늦게 시작했다는 불안감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뭔가 뒤쳐지는 느낌이다. 이것 저것 관심만 늘어간다. 그래서 이 책 저 책 보기만 하는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첫'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어 집어 든 책이다. 저자가 기자여서 그런지 금융 관련 소식들을 전해주는 기사처럼 술술 잘 읽힌다. 사례로 시작해서 관련 정보들을 안내해 주는 형식이다. 돈과 관련한 가족간의 거래부터 보험, 증여, 부동산, 채무, 금융사고에 이르기까지 요즘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에 대한 대처 방법과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제시되는 사례들이 꼭 자신에게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만 관련해도 그 복잡성이 이루 말할 수 없고, 민원 관련으로 검색해서 나에게 꼭 맞는 사례를 찾기도 쉽지 않다. 관련해서 상담을 받기도 어렵고, 그 상담대로 꼭 대처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많은 부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들이 상당하다. 그래서 더 힘든 일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초조함과 불안함은 거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주식투자만 해도 결국은 제로섬 게임이다. 누군가 벌었다면 누군가는 잃은 것이다. 나의 마이너스 수익률은 누군가의 플러스 수익률에 기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위에서 쉽고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은 주로 성공담이다. 그보다 더 많은 실패담이 보이지 않기에 쫓기듯 불안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러가지 시도들을 해보고 있다. 어디에서 부의 파이프라인이 시작될지 모르겠다. 여전히 어렵고,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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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냐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면 - 힘들고 지친 당신을 위한 15가지 깨달음 청소년을 위한 자기 계발 시리즈
알랭 드 보통.인생학교 지음, 신인수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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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누히 말해 왔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거의 정해져 있는 편이다. 새로운 책들을 많이 읽어보려고 하지만, 누군가에게 관심있고 좋아하는 작가로 편입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알랭 드 보통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이후로 팬이 되어 버렸다. 아마도 그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가 너무나도 나와 딱 맞는 시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영미문학 비평과 관련된 수업을 듣게 되던 때에 철학과 사랑 이야기를 버무려 놓았던 이 책은 너무 인상 깊었다. 그렇게 알랭 드 보통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고, 신간이 나오면 거의 바로 사서 보게 되는 작가 중의 한 명이 되었다. 그렇다고 읽었던 모든 작품들이 다 좋았던 것은 아니다. 사랑에 관한 3부작도 아마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만 좋아했었던 것 같다.


  다른 책 이야기가 길어졌다. 이 책도 역시 신간 알림을 받은 후 바로 구입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그렇게 좋은 인상은 아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처음 나왔을 때의 인생학교 시리즈 6권을 축약해 놓은 느낌이랄까. 성인에서 아이들 버전으로 맞춘 듯한 인상이다. 물론 내용적인 측면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이미 재밌게 봤었던 드라마를 압축해서 다시 보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읽는 내내 우리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서 초등학교 고학년(요즘은 아이들이 빨리 자라니 저학년도 괜찮을 것 같다)쯤 권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알랭 드 보통의 책 중에서는 에세이보다 소설을 더 좋아했었던 것 같다. 물론 미술과 관련된 에세이나 <뉴스의 시대>, <불안>, <행복의 건축>, <공항에서 일주일을> 등은 좋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등의 소설이 기억에 더 많이 남는 것은 아마도 현실같은 이야기에, 그 안에서 다분히 내가 느꼈을 법한 감정들을 철학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좋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느낌이 아마도 알랭 드 보통이라는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일테고 말이다.


  아무튼 이 책은 <인생학교> 시리즈를 이미 읽은 독자들에게는 그닥 새로움을 주지는 못할 것 같다. 또한 이 책의 연작처럼 보이는 <뭐가 되고 싶냐는 어른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법>도 당분간은 선택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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