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1 - 프로포즈, 영희와 철수 사랑에 빠지다
김세영 지음, 허영만 그림 / 김영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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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도록 장바구니에 담겨 있던 책이다. 무엇보다 허영만 만화가를 좋아하는데, 장바구니를 채워두고 비우지 못한 데에는 아마도 그 영향이 컸을 것 같다. 커피에 대한 이야기,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만화가님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며칠 전, 중고 사이트에서 책을 여러권 나눔해 주셨다. 그 책들 사이에 이 책도 있었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음... 첫인상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뭐랄까... 그냥 실생활 이야기?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사랑의 크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어서 좋았다. 오히려 육아기의 부모님에 대한이야기랄까. 내게 아이들이 없었다면 공감이 좀 부족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했을 것 같은... 너무도 실생활이 묻어나는 이야기 였달까. 아직 시리즈 중 첫번째 책을 읽었을 뿐이다.


  시리즈의 첫 이야기는 만남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짧게 나오고, 그 이후에는 아이를 낳고부터의 삶이 펼쳐진다. 그 삶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은 꼭 내가 겪었을 것만 같은 이야기였다. 출판 연도가 2006년임을 감안하면 벌써 20년이 다되어 간다. 물가가 많이 달라진만큼 현실의 삶도, 책 속에 등장하는 부분들과 많이 다를 것이다.


  그래도 왜 이렇게 공감가는 부분들이 많은 걸까? 제목의 사랑이 아마도 그 사랑인 듯 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사람이 변해도 쉬이 변하지 않는 것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사랑이 아닐까, 싶다. 변화된 환경 속에서 사랑을 해 나가는 방식도 조금씩은 변화하겠지만, 근저에 깔린 사랑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그래, 사랑이 부족했다. 오늘도 내일도 사랑을 하며 살아가야지. 우선 할 일 먼저 끝내고..ㅠㅠ

난 연필로 쓴 사랑이 아니다.
나는 피로 쓰여진 사랑이다! - P28

허망한 것에서부터
진실한 것으로,
어두움으로부터 밝음에로,
죽음에서 영생으로 나를
인도해주옵소서...
- 우파니샤드 - P31

"나는 어디서 왔어요?
엄마는 어디서 나를 주웠어요?"
"너는 내 가슴속 소망으로
숨어 있었단다, 아가야."
-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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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트렌드 틈틈이 가족여행 - 아이와 갈 만한 국내 여행지 170선 한경트렌드 시리즈
정상미 외 지음, 이효태 사진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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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못 간지 한참이 되었다. 코로나 상황이었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도서관에서 다른 책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제목이 눈에 띄었는데, 아마도 '가족여행'이라는 단어 때문인 듯 하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여행을 안 다닌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짐을 왕창 싸서(아이들이 생긴 이후로는 당일치기가 아니고서는 짐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떠난 여행의 기억이 없다.


  결혼 후에는 매년 제주도로 1주일 정도 여행을 다녀오곤 했는데, 코로나 이후 부터는 가족여행으로 비행기를 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선 선뜻 마음이 동했던 것은 아마도 가족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래 이제부터라도 가보자. 나도 여행 가고 싶다.


  우선 기대와 달리 여느 여행 안내서들과 비슷했다. 다만 최신판 정도의 느낌이랄까. 제목과 달리 '가족여행'에 뭔가 특화된 내용을 기대했는데, 그런 특별함은 없었다. 오히려 큰 이야기만 있어서 디테일한 부분들은 따로 찾아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읽는 내내 아쉬웠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아마도 이런 여행 안내서 분야의 책들이 더 줄어들것 같긴 하다. 최신버전의 상세한 안내서 역할을 블로그들이 대신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여행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고 싶은 나라의 장소를 검색 몇 번을 통해 상세하게 소개 받을 수 있는 세상에서, 책을 이용한 여행 안내는 뭔가 좀 뒤쳐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제목에서 느꼈던 설렘은 아직 남아 있다. 3월이면 첫 아이가 학교에 간다. 그 전에라도 어디든 여행을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왜이리 요즘은 여유를 부릴 수 없게 되었을까. 나부터 여행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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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영혼 오로라 - 천체사진가 권오철이 기록한 오로라의 모든 것
권오철 글.사진, 이태형 감수 / 씨네21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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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출판사를 좋아한다. 관심있는 주제들에 대한 서적들이 많이 나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겨레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서평단이 있다. '하니포터'라는 이름으로 운영된다. 6개월씩 기수로 운영이 되는데, 벌써 6기가 활동중이다. 나는 운이 좋게 6기로 활동하게 되었고, 이 책은 6기 활동의 첫번째책이다.


  다 읽고 나서 한 문장으로 느낌을 정리해 보자면, '사진과 글은 다른 영역이다'라는 것이다. 유명한 천체사진가이기에 책에 실린 사진들을 평가할 생각은 없다. 아이들 사진 찍은 결과물로도 아내에게 혼나는 나다. 이 책의 사진들을 평가할 아니 감상할 실력조차 없다. 감탄이라고도 우와, 멋지다. 오로라를 실제로 보고 싶다, 정도의 한정된 표현만 가능한 나다. 그런데 사진과 달리 글은 좀 별개다. 짧지만 표현할 수 있는 감탄사라도 있었던 사진과 글은 다른 느낌이었다. 글이 형편없었다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사진과 글은 다른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런 느낌을 갖게 된데는 책의 내용이 큰 몫을 한 것 같다.


  먼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오로라에 대한 환상 때문이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오로라라는 단어를 인지하고, 그 이름이 주는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 줄 아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오로라라는 이름으로 연상되는 어떤 환상같은 것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가 더 힘들지 않았을까.


  기대를 안고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오로라 사진과 함께 짧고 간결한 설명들이 적혀 있었다. '설마. 책 전체가 이런 형식은 아니겠지?' 내가 기대한 것은 단순한 사진첩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다른 형식들이 이어졌다. 1부에서는 오로라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가 펼쳐졌다. 친절하고 쉽게 설명하는 '오로라'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가 좋았다.


  사진과 글이 다른 영역이듯, 1부와 2, 3부는 다른 영역이었다. 2부부터는 갑자기 여행서적의 느낌이 짙어졌다. 서문에서 옐로우나이프로 가는 친절한 설명에 대한 예고가 있긴 했는데, 이런 전형적인 느낌일 줄은 몰랐다. 3부는 전문적인 사진가 답게 오로라를 잘 찍을 수 있는 사진 찍는 요령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경험적인 부분들은 사진보다는 몸으로 기억하게 하는 걸 좋아하기에 재밌게 읽은 부분은 아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글이 두서가 없거나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내 기대와 달랐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읽기 보다는 본다는 느낌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사진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던 환상 속의 오로라가 좋았고, 직접 보고 싶다는 더 큰 기대를 갖게 해 좋았다.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오로라를 보러 가는 상상. 직접 보는 오로라에 나는 어떤 느낌을 갖게 될까. 나와 다르게 가족들은 그 오로라를 보며 어떤 느낌을 간직하게 될 것인지 기대가 부풀었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저자의 말대로 '실행' 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무언가 일어날 확률은 0%다. 오로라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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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첫눈입니까 문학동네 시인선 151
이규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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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을 잘 읽지 않아서 평소에 그냥 지나치는 편인데, 추천 도서라면서 이 시집과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이 추천되었다. 너무나 깔끔한 표지와 제목에 눈이 가 두 권 모두 구입했다. 제목은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이, 표지는 이 시집이 더 마음에 들었다. 이 시집의 제목도 왠지 끌렸는데, 그건 드라마 <도깨비> 때문이었다. 평소 TV를 잘 보지 않는데 작년에 정말 우연히 그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그것도 본방이 끝난지 몇 년이 지나서야 말이다. 드라마를 지나서 보면 좋은 점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한 3~4일에 걸쳐 다 본 것 같다. 그 드라마가 좋았던 점은 대사들이었다. 날이 좋아서, 모든 순간이... 뭐 이런 대사와 그 대사를 하는 배우들의 톤. 왠지 이 시집의 제목에서 그 대사의 느낌과 톤이 전해졌다.


  그렇지만 시집은 여전히 어려웠다. 그래도 표지와 함께 이 시집이 더 좋았던 건 시들이었다.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보다 내가 읽어서 좋은 시들이 더 많았다(정말 개인적이고 단순한 비교이다). 이 시 역시 시인의 말로 시작하는데, 시인의 말이 좋았다. 그리고 <당신은 첫눈입니까>와 <이곳과 저곳 사이>가 좋았다. 연말이라 바빴기에 짧은 시집이지만 해를 넘겨가며 읽게 되었다. 신기한 것은 책갈피를 잘못 꽂아 두어 읽었던 시를 다시 읽은 데서 나타났다. 처음 읽었던 그 때 보다 두 번 읽었을 때의 느낌이 달랐다. 무언가 느껴지고 좋았다. 그런 시들이 이 시집의 곳곳에 있었다. 그 중의 한 시가 <이곳과 저곳 사이>였다. 눈에 그려지면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 내가 예전에 시에 대해 가졌던 감정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아니면 시집을 짧은 시간에 자주 읽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렵다고만 하면서 멀어지게 한 것이 시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시집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시에 대한 감정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시간들이어서 좋았다. 모든 것이 좋았다.   

시인의 말

나는 잠깐씩 죽는다

눈뜨지 못하리라는 것
눈뜨지 않으리라는 것
어떤 선의도 이르지 못하리라는 것
불확실만이 나를 지배하리라

죽음 안에도 꽃이 피고 당신은 피해갔다

2020년 12월
이규리 - P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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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를 화나게 하는 완벽한 방법 나무자람새 그림책 14
가브리엘라 발린 지음, 안나 아파리시오 카탈라 그림, 김여진 옮김 / 나무말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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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한 육아라는 것이 있을까. 나의 아이들이지만 가끔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있다. 다른 집 아이들도 다 그런 것인지, 우리집 아이들만 특별하게 이런 것인지, 싶을 때가 있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지만, 하루에도 열두번도 넘게 ~할 때가 있게 느껴질 때면, 내가 정말 부모가 맞는 건가 싶기도 하다. 육체적 노동에 가까운 육아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조금 그 육체적 힘듦에서 벗어났다 싶으니까 정신적인 힘듦이 찾아 온다. 벌써 사춘기의 시작인 건가 싶다. 나도 저랬나, 곱씹어 보지만, 아니다, 저랬을리 없다. 완벽한 육아는 없지만, 아빠를 화나게 하는 아이들만의 완벽한 방법은 있는 것 같다.


  그렇다. 이 책은 제목에 이끌려 그냥 구매했다. 아이들 책이기 전에, 아이들의 그 완벽한 방법을 안다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 혹은 대처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간절한(?) 마음이 깃들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너희들이 이렇다. 아빠도 원래 화가 많은 사람은 아니란 말이다, 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들과 보기에는 좋은 책은 아닌 것 같다. 아이들에게 보여주려던 아빠의 의도를 전혀 아이들이 못 느낄 것 같았다. 이 책을 학습하고 모방하여 더욱 진화한 화 돋움을 개발하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그래서, 오히려 책 끝에 나와 있는 후속작을 기대해 본다. 그 책이 나온다면 이 책처럼 바로 그냥 구입을 하게 될까? 그것은 또 다른 문제다. 제목에 이끌려 본 모든 육아서에 나온 아이들은 그들의 아이들이었다. 우리 아이와는 달랐고, 나의 대처도 달라야 했다. 개별적인 존재들에게 공통적인 프레임을 씌울 수는 없는 일이다. 그 프레임으로 상처받는 것은 개별적인 아이들의 부모들일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화가 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잘못이 있을 수도 있고, 실수는 더 잦을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처음임에 당연한 당황스러움일 것이다. 바르고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베이스로 깔려 있다면, 육아가 힘들더라도 버텨나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지치고 힘들며 울컥하는 그 순간만 잘 지나면 이 또한 지나가는 아주 작은 일들일 뿐인 것이다.


  완벽한 방법으로 화가 나게 하더라도, 완벽하게 지나가고 대처하는 모습을 갖추고 싶다. 간절히 그러고 싶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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