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들 순간들 배수아 컬렉션
배수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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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나다 순서로, 공지영, 박완서, 신경숙, 은희경 선생님들의 소설을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이라고 안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신간이 나올 때마다 찾아 읽는 편이긴 한데, 한참 좋아하던 시기를 벗어났다고 해야 할까. 위 네 분 외에 배수아, 천운영, 하성란님의 소설들도 자주 읽은 기억이 있다. 소설의 소재나 문체 등이 좋았었다.


  배수아님의 소설과 에세이를 몇 개 사 두고는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있었다. 그 중에 이 책이 가장 가까이 있었다. 제목도 마음에 들었고 표지도 멋졌다. 그렇게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책을 덮으며, 책갈피로 사용하는 띠지를 보게 되었다. '한국문학의 가장 낯선 존재'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그랬다. 예전의 기억이 조금씩 살아나는 듯 했다. 배수아님의 소설들은 재밌는 소설과 잘 읽히지 않는 소설들로 극명하게 나뉘었던 것 같다. 그 전체적인 느낌이 '낯섦'이었다.


  배수아님의 에세이 중에서 아마도 처음 읽는 책이었을 것 같다. 낯설었다. 무슨 이야기인지, 어떤 감정인지 알 수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너무 여유롭지 못한 시간들 속에서 이어진 독서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을 감안해도 낯설었다. 쉼을 갖고 다시 읽으면 빠져 들다가도 이내 튕겨져 나와 다른 곳을 걷는 듯한 기분이랄까.


  작별을 고하는 시기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추억으로만 삶을 이어갈 수는 없다. 말은 이렇게 해도 모질게 단번에 칼같이 확 끊어내지는 못한다. 그저 잠시 멀어져 있을 뿐이다. 어느 날, 사두었던 배수아님의 책을 다시 펼쳐 읽기 시작하면, 단번에 그 안에 빨려 들어갈지도 모른다. 내게는 그런 작가였으니까.

집안에서 춥다고 느끼면, 일단 겉옷을 걸치고 산책을 나가야 한다고 베를린 서가의 주인이 말했다. 그의 아버지로부터의 가르침이라고 했다. 춥다고 느끼면 산책을 하거나, 정원에 나가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최대한 공기와 몸을 마찰시켜야 한다고. 그러면 추위가 사라진다.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더욱 추워질 뿐이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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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 문학동네 시인선 205
변윤제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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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렬독서를 하지 못하는 삶이었는데, 사람은 변하나 보다. 많이는 아니지만 여러 책들을 한꺼번에 읽고 지낸다. 책 하나에 푹 빠질만큼 재밌는 책들을 만나지 못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의 경우다. 한 번 읽기 시작한 책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끝까지 봐야 한다는 몹쓸 생각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에 나오는 발췌독의 단계에까지 이르지 못했기 때문일까. 여튼 읽기 힘든 책들 사이 사이에 다른 책들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의 병렬독서는 시작되었다.


  여러번 서평에서 남겼듯이 시는 아직도, 여전히 읽기 힘들다. 그렇다고 포기가 되지 않는 것은 이렇게 제목이 끌리는 시집을 만났을 때이다. 여러가지 일들에 치여 힘든 시기를 보내던 작년 12월. 불현듯 만난 이 시집의 제목은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주체적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 직장인의 삶에서, 새롭게 변화된 업무 환경의 2023년이었다. 그 연말의 12월에는 개인적인 일과 함께 여러 일들이 마무리 되어야 해서 정말 힘든 시간이었고, 그 시간들 속에서 자존감은 낮아져만 갔다. 그런 상황에서 내년에도 여전히 사랑스러울 예정이라니.


  그렇게 만난 시집은 나를 희망적으로 나아가게 하지는 못했다. 우선은 알아 들을 수 있는, 공감할 수 있는 시가 없었다. <체류자들>이라는 시만 오롯이 기억에 남으면서 뭔가를 생각하게 했을 뿐, 그 외는 그저 나의 독서 습관에 따라 읽혀질 뿐이었다.


  시집을 읽고 나서의 서평이 항상 비슷했었던것 같다.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우선은 그 물음에 답을 할 수 있을 책을 찾아 봐야 겠다. 2023년은 어찌저찌 마무리 되었고, 새로운 2024년이다. 배터리가 완충되면 다 쓸 때까지는 사용 가능하듯이, 내 몸과 마음도 1월 1일에 완충되면 12월 31일까지 양은 소모되어 마지막날에 거의 방전이 될지라도, 그렇게 힘차게 시작하는 1월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올 해에도 사랑스러울 것 같지 않은, 작년과 비슷한 한 해를 보내겠지만, 조금은 변화되고, 조금은 나아지고, 조금은 더 사랑스러워지길 기대해 본다. 아니 노력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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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링 업
셸 실버스타인 지음, 김목인 옮김 / 지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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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서점에서 이벤트 형식으로 한정판 에디션을 출판할 때가 있다. 인터넷 서점에서 주관하는 것은 아니고, 출판사에서 하는 행사겠지만, 작년에는 몇 번 참여했다. 이 책도 그 책들 중 하나였다. 저자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어렸을 때 읽었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작가가 쓴 시를 모은 책이라는 광고만 눈에 들어왔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은 없지만, 그래도 어렸을적 읽은 책들 중 기억나는 몇되지 않는 책 중의 하나라는 이유가 이 책의 구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듯 하다.


  우선 그림이 좋았다. 아이들이 보기에는 가끔 이상한 그림들이 등장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체였다. 그럼에도 이 책은 그림책이 아니므로, 내게는 글이 더 중요했다. 우선 선택을 할 때 조금은 더 신중해야 했다. '시'였다. 우리나라 시도 잘 읽지 못하는 요즘이다. 외국 시가 잘 읽힐리가 없었다. 한글로 번역된 시도 어려운데, 원문을 본다고 별로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옮긴이의 글 솜씨는 꽤 많은 곳에서 느껴졌다. 외국 시임에도 몇몇 곳에서 재미를 느꼈거나, 좋았다고 느껴지는 시가 있었던 것은 오롯이 옮긴분의 역할이 99% 작용했을 것이다.


  2023년이 개인적으로는 매무 바쁜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 독서를 못한 핑계를 그렇게 대보려 하지만, 반대로 그 바쁜 것들을 모두 뒤로 미룰 때면 책이 생각났다. 한가할 때는 독서를 멀리하다가, 바쁠때면 독서가 하고 싶어지는 나의 성격이란. 2024년은 조금 변해 보려 한다. 올 연말에는 오늘 이 글의 마무리가 실천되어 있기를 바란다.

했을 텐데-했을 수도-했었어야

했을 텐데-했을 수도-했었어야들이 모두
햇볕을 쬐며 누워 있었어
어쩌면 그들이 했을 텐데-했을 수도-했었어야 하는
일들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러다 그 했을 텐데-했을 수도-했었어야들이 다들
흩어져 숨어버린거 잇지.
웬 새파란 ‘했다’ 한 명을 본 거지. - P65

시인의 나무

시인의 나무 아래로 와
잠시 함께 쉬면서, 나와
언어의 거미줄이 엮이는 걸 지켜보아요.
이야기의 그늘진 잎사귀들 틈으로요.

시인의 나무는 그 가지들이
저 산부터 바다까지 이어져 있으니
어서 와서 앉아요… 그리고 꿈을 품고… 올라가봐요—
그저 떨어지는 라임들에게만 안 맞게 조심하세요.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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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수학은 처음이야 - 읽다 보면 저절로 개념이 잡히는 놀라운 이야기 이런 수학은 처음이야 1
최영기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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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잘 하지도 못하면서 수학이나 과학에 관심이 많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의 꿈이 과학자였고, 꽤 오래 그 꿈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좋아한다고 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 관심이 있다고 해서 다 잘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경제학에도 수학이 많이 쓰인다. 역시 잘 하지도 못하면서 수리경제학과 계량경제학 과목이 좋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최근, 아니 3년 내(기억이 가 닿는 시간적 거리가 그 쯤이다)에 수학과 관련된 책들을 5권은 넘게 샀던 것 같다. 김민형 교수님 책들로 시작한 기억이 난다. 그 중에 읽은 책은 수학과 관련된 책은 아니었지만, 좋았던 기억으로 정말 수학과 관련된 교수님의 책들을 2권 정도 더 샀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처럼, 뭔가 기존의 수학과 다른 방식으로 설명할 것만 같은 책들이 내가 구입한 수학 관련 책들의 대부분일 것이다.


  나이를 먹은 것인지, 이해력이 원래부터 안 좋았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이해를 잘 못하는 부분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다만 수학만 그런 것이 아니고, 책을 읽을 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런 책들에 손이 자꾸 가는지도 모르겠다. 뭔가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꼼수라고나 할까. 그런데 이 책은 제목에서 가졌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책이었던 것 같다. (물론 내 이해력이 낮은 탓일지도 모르겠다.)


  '읽다 보면 저절로 개념이 잡히는 놀라운 이야기'라는 부제에 공감이 가지 않는다. 그렇게 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처음에는 점으로 시작해, 선, 면으로 이어지며 도형에 관한 수학적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나름의 흐름을 갖고 있음에도 읽는 내내 흐름이나 체계가 머리에 그려지지 않았다. 논리는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흐름이 끊어지면 논리는 무너지고 수학적 개념이 머리에 잡히지 않는 것 같다. 나름의 흐름과 체계가 있음에도 읽는 내내 연결이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이야기 형식의 진행 방식도 나름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은 든다. 하지만, 책 표지의 그림을 비롯해서 제목에서 느껴지는 독자 대상을 생각하면, 수학 이야기의 다른 전개가 독자 대상에서 조금 벗어난 느낌이다. 수학 이야기를 사회나 관계, 인생 등과 연결지을 수 있겠지만, 그 이야기가 등장할 성격의 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


  리뷰를 쓰러 와서 보니 시리즈로 출판이 되어 있는 것 같다. 우선은 당분간 내가 갖고 있는 다른 수학 관련 책들을 먼저 더 읽어볼 생각이다.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 계속 수학 관련 책들을 구입하고, 읽는 이유는 수학을 잘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관련 서적들만 본다고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조금은 내가 더 이해하는 부분들이 확장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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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핀카 하와이 모카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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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드디어 나오네요. 제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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