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국 인문 기행 나의 인문 기행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 반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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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아스포라'에 관한 책을 얼마전에 리뷰한 기억이 있다. 그 책의 저자도 서경식 선생님 이셨다. 신간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은 유작이 된 셈이다. 몇 권 보지는 못했지만, 선생님의 글들이 좋았다. 더는 책들이 출간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오랜 만남은 아니었음에도 아쉽고 허전했다.


  음악과 미술 순례에 대한 책이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읽어 보기 위해 몇 권 사두었는데, 여전히 책장에 꽂혀있기만 했다. 그러다 '디아스포라' 관련 서적으로 처음 선생님의 글을 읽었던 것 같다. 그 전에 재일한국인에 대한 글을 읽은 기억도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좋아하는 작가의 새로운 책이라 별다른 생각없이 바로 주문했다. 읽고 있던 책들과 개인적인 일들로 책을 읽지 못하다가 지난 주말부터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선생님의 글에서 '디아스포라' 적인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 같다. 어디서도 이방인 같은 느낌은, 기행에서도 들어나고 있다. 여전히 읽기 좋은, 나에게 잘 맞는 글쓰기 스타일을 갖고 계시지만, 이 책은 '인문'보다는 '기행'에 방점이 찍혀 있는 듯한 느낌이어서 아쉬웠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 작품을 기다리면 되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기에 더 아쉬움이 큰 것 같다.


  그래도 변해가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들을 본인만의 관점으로 해석한 부분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 아직 실제로 본 적 없는 그라운드 제로를 TV에서는 몇 번 보았다. 작년에 <알뜰신잡> 시리즈에서도 나왔는데, 선생님의 시각과는 상당히 다른 시각을 보여 주었다. 가보지 못한 나에게는 이미 본 사람들의 의견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선생님의 시각은 달랐다. 누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생각할 부분들이 있다는 것이 좋았다. 개인의 의견과 생각은 개인의 몫이다. 


  아쉬움이 전혀 없는 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두 권 정도 책장에 있다. 언제든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떤 이야기들을 본인만의 시각으로 전달해 주실지 기대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선한 사람’임을 스스로 증명하게끔 강요받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점점 더 천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성이나 이성에 닥친 재앙과 같은 시대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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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가방끈이 길어졌습니다만
전선영 지음 / 꿈의지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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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에는 많은 영상들이 올라온다. 알고리즘을 통해 소개되는 영상들을 보다보면, 이내 빠져들어 시간을 빼앗기기 마련이다. 스스로에게 유튜브 금지령을 내려야 할 판이다. 그럼에도 유튜브에서 소개되는 영상들에 빠져들게 되는 순간들은 반드시 또 오게 마련이다. 영어 공부 컨텐츠를 운영하는 유튜버들 중 구독하는 채널들이 몇 개가 있다. 그런 알고리즘 덕분인지, '돌돌콩'이라는 채널을 알게 되었다. 관심분야의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는 영상들을 주로 올리는데, 재밌게 읽은 책이나, 영어 학습법에 관한 영상들도 올라오곤 한다.


  영어 학습법 때문에 보다가, 다른 컨텐츠들이 더 좋아서 구독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 보았다. 이 책은 저자가 준비하던 플랜A 대신 플랜B의 길을 걸어 현재에 이르게 된 과정을 그린 책이다.


  사실 큰 기대없이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재밌다. 웃게 만드는 재미가 아닌, 글이 잘 읽히는 재미다. 세미나나 회의 같은 데서 보면, 발표가 귀에 쏙쏙 들어 오는 경우가 있다. 전문적인 용어들로 이루어진 화법이 뭔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귀에 잘 들어오진 않는다(대부분의 경우). 반면, 뭔가 구어체스러운 표현들로 이루어진 화법인데, 이해가 잘 된다. 그렇다고 싼티나는 설명도 아니다. 이 책이 그렇다. 친근하다고 해야 할까. 유튜브도 그랬던것 같다. 내가 구독한 이유가 컨텐츠가 좋기도 했지만, 그 안의 나레이션이 글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 그려지는 저자의 경험들을 통해 자존감을 높일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실천이 따라야 한다. 저자는 의심하면서도 실천을 했다. 결과가 눈에 바로 보이지 않아도 노력했다. 그 실천과 노력들이 저자를 지금의 위치에 있게 했다. 그 실천과 노력이 힘든 것이다. 알면서도 하기 힘든 그 일을 지속할 때 변화가 나타나고, 삶이 변하는 것이다. 좋은 책이고, 좋은 채널이다.

지금껏 이루어놓은 게 없고 자랑할 것도 없는 인생이라고 스스로를 너무 때리거나 혼내지는 말자. 노력하고 있다면, 애쓰고 있다면. 제자리를 맴도는 듯 해도 결국 아주 조금씩 나아가는 중이라고 믿어보는 것도 괜찮다. 실패로 끝나는 여정이란 없다. 아직 끝이 아닐 뿐. 그럴 땐 그저 계속 가보는 것이다. - P36

비판 속에서 침착할 수 없으면, 성장할 수도 없다는 것. - P50

"제가 방향을 올바로 잡긴 했나요?"
"솔직히 말하면 근처에도 못 갔어요. 나도 일 년이 걸려서야 완성했어요."
"그런데 뭣 때문에 우리한테 그런 문제를 내신 거에요?"
"자만심은 물리학자에게 가장 큰 방해 요인이지요. 뭔가를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발견의 기회를 없애버리게 되니까요?"
"제가 잘못 풀었으면 왜 저를 초대하셨어요?"
"시험을 끝낸 유일한 학생이니까. 헤더는 풀이를 제출한 유일한 학생이에요. 그게 시험이었지요. 헤더는 그걸 통과했어요."
- 앤드루 포터,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 P197

생소한 문제를 마주하는 때야말로 새로운 발견의 기회라는 사실을 상기할 때. 또 멋지게 문제를 풀어내지 못했더라도 계속해서 답안지를 제출해내는 것이 진짜 시험이란 것을 명심할 때. 절망이 가시고 희망이 찾아온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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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독학 영어 혁명 - 새로운 세대의 신개념 영어 공부법
의학노트쌤 지음 / 넥서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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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GPT라는 것이 있다는 말들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듣기 시작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찾아보고 써보곤 했는데,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았다. 놀랍다고 했다. 일하기가 이전보다 훨씬 수월해졌다는 말들이 들려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써볼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떤 계기가 있어서 써 보게 된 것은 아니다. 그저 일이 너무 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챗GPT를 열고 oo 좀 알려줘, 라고 딱 한 줄 썼다. 그것도 한글로. 그랬더니 정말 신기하게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서 답변을 주었다. 주위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의 의미가 실감이 되었다. 오호, 이것봐라, 하면서 신기함을 체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 챗GPT4-o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그 시연영상은 신기함을 넘어 충격을 주었다. 이제는 조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내 시작이 너무 늦었을 뿐, 챗GPT를 여기저기서 다양하게 사용 및 활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조금 더 활용법을 늘리고 싶었다. 도서관에서 '챗GPT'를 검색해 봤다. 많은 책들이 검색되었다. 그 중에서 몇 권을 빌려 조금씩 읽어 보았다. 그러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우선 영어 공부를 챗GPT를 이용해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항상(?)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아니 해야 한다고 생각만 하고 있는 내게 필요한 책이었다.


  이 책은 영어 공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특히 챗GPT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는데, 인터넷 브라우저의 확장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어 좋았다. 다만, 너무 많은 확장 프로그램의 설치로 브라우저가 조금은 지저분하게 변한 느낌이 드는데, 이는 사용자가 사용해 보면서 각자에게 가장 편한 방법으로 세팅해 나가면 될 것 같다. 또한, 많은 소개가 장점이 될 수도 있는 반면 영어 공부와는 조금 다른 확장 프로그램들의 소개는 책이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외는 챗GPT 활용에 대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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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의 핵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
조셉 콘라드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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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좋아한다.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가 잘 읽히지 않는 것은 이야기, 즉 서사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머리 속에 무언가 그려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문학'이 곧 '소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민음사에서 나오는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는 대부분 소설이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꼭 이 시리즈를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소설을 좋아함에도, 이 시리즈, 생각보다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이제 7번이다.


  영어에 대한 울렁증이 심하다. 대학에서는 영어를 좀 공부해 보고 싶어서 영어영문학을 복수 전공했다. 목적과는 달리, 영어영문학은 영문학 비중이 강하다. 그래도 문학을 좋아해서였는지, 나름 영문과 수업은 재미있었다. 그 중에서 영미비평 수업으로 기억되는데, 영어로 된 이 책의 원서를 읽었다. 어느 한 부분을 읽었지만, 그 수업 중 또 하나의 소설이었던 <율리시즈>와 함께 참 힘들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수업에 읽었던 그 어떤 책이 안 힘들었을까.


  여튼 제임스 조이스도 그렇고 이 책의 저자인 조셉 콘래드도 그렇고, 내게는 너무 힘든 작가들이다. 좋고 싫고를 떠나서 힘들다. 영어와 한글의 문제도 아니다. 한글로 번역된 이 책도 어렵다. 문장과 문단이 길고, 줄거리를 요약하기 힘들며, 이야기가 머리에 그려지지 않는다.


  이 책은 아마도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으로 더 유명할지도 모른다. 식민지에 가해지는 폭력성과 미지에서 오는 공포, 그 공포가 사실은 폭력에 저항하는 아주 작은 존재였다는 사실은 영화의 의미있는 메시지와 함께 원작에 대한 높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 원작을 지금 읽었지만, 영화와는 다르게 책은 내가 읽기에 너무 어렵고 힘이 들었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은 내게 과제처럼 남아 있다. 그렇다고 7권까지의 책들이 모두 힘들었던 것은 아니다. <동물농장>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재미있었다. 이어지는 8권은 다시 내가 읽기에 힘들지 않는 문학이기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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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나를 끌고 당신에게로 간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600
시의 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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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시는 어렵다. 그럼에도 시는 자꾸만 나를 끌어 당긴다. 문학과지성사의 시인선이다. 그것도 600번째. 600권의 시집이 나왔는데, 나는 몇 권의 시집을 읽었을까. 누가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의무감도 가질 필요가 없건만, 이 시인선과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은 내가 꼭 읽어야만 하는 부채의식을 갖게 한다.


  출판사는 600이라는 숫자에 이벤트를 부여했다. 500번부터 100권의 시인선에서 '시의 말'을 모아 시집으로 엮었다.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했다. 시보다는 시의 말이 조금은 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래도 시는 시였다. 어려웠다. 조금은 다가가기 편했는지 몰라도, 여전히 내게는 어려운 시였고, 쉽지 않은 시의 말이었다.

사람이 바뀌지 않는 한, 다른 세상은 없다. 좀더 나은 사람을 향하여 갈 뿐이다. 세상은 딱 그만큼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 김중식, 「울지도 못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13 中 -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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