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 - 하버드대 마틴 푸크너의 인류 문화 오디세이
마틴 푸크너 지음, 허진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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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를 좋아한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별 흥미가 없었는데 말이다. 아마도 연대를 외워야 하는 시험의 부담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세계사도 마찬가지였다. 옛날 이야기 듣듯이 재미있게 수업 듣고 책을 읽었을 것 같은데, 영 그러질 못했다. 그래서일까, 독서를 좋아하게 되면서 역사 관련 책들을 보게 되는 이유말이다.


  이 책은 특별히 소개받은 책도, 저자를 잘 아는 것도 아니다. 그저 유명(?)하다고 해야 할까. 모르겠다. 한동안 자주 이 책이 여러 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culture'와 '문화'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도 좋았다. 뭔가 이야기를 풀어 가는 형식이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과는 다를 것 같았다. 기대가 된다.


  책이 얇은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두꺼운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두껍게 느껴지는 이유는 내용이 글자들로만 빼곡하게 들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처음 책을 딱 받으면, 막 읽고 싶어지는 그런 느낌은 없다. 한가지 더 말을 보태면, 이건 출판사에게 전하는 말이 될 것 같은데, 책이 좀 꼼꼼하고 단단했으면 좋겠다. 요즘은 좀 덜하지만, 택배로 책을 받을 때마다 가장 먼저 바라는 일이 뽑기 운이다. 책마다 제본 상태가 고르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나뿐일까?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분 나쁜 순간이 책이 갈라지는 일이다. 이 책이 그랬다. 내가 책을 험하게 보는 스타일도 아니고, 심지어 어디 가지고 다니면서 보는 일도 흔치 않다. 회사에서, 집에서 보는 책도 그래서 다르다. 책을 받을 때 꼼꼼하게 살피고 교환하면 되지 않냐고 되물을 수 있다. 귀찮다. 그래서 왠만하면 그냥 보려고 하는데, 막상 책을 읽는 중에 이런 일이 발생하면, 누굴 탓할 수도 없다. 다 내 귀찮음이 만든 일일 것이다. 그래도, 이왕이면 만들 때 조금 더 잘 만들면 좋겠다. 그러면 나같은 귀찮은 사람들의 짜증도 줄고, 자원 낭비도 덜할 듯 싶다. 좋은 책이 더 좋아지게 만드는 데도 한 몫 할 것 같고 말이다.


  책 리뷰인데 서론이 길었다. 빡빡해 보이지만 내용은 좋다. 재밌다. 잘 읽힌다. 기본적으로 글을 잘 쓰시는 것 같고, 번역도 잘 되어 있다. 지루할 것 같지만, 다양한 역사적 내용들을 일반적이지 않은 관점에서 잘 서술하고 있다. 문화라는 카테고리가 워낙 넓다보니, 제목이 영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 카테고리적 영역은 '문화 > 역사'라는 생각이 들어서, '세계사로 쓴 문화'가 이 책을 더 잘 설명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대 이집트부터, 그리스 로마 신화, 일본 미술과 중국의 불교 등 역사, 미술, 종교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문화라는 매체로 전달되고 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재밌게 잘 쓰여져 전달되고 있음에도 아쉬웠던 점은 이 책이 지금까지 보아온 역사 관련 책들과 다르다는 데 있다. 물론 그 다름이 이 책의 재미 중 하나라는 점은 인정한다. 근데 뭔가 계속 아쉽게 다가온 부분은 바로 수록된 사진과 관려된 부분이다. 수록된 자료들이 조금 더 다양하게 제시되었다면 한결 좋았을 것 같다. 지금까지 재미있게 읽었던 역사 관련 서적들에서 본 자료들이 나에게는 큰 재미였기 때문이다. 이 책도 수록된 사진 자료들이 없지 않으나, 상당히 적은 편이다. 그 부분이 이 책이 빡빡하게 느껴진 이유도 될 것 같다. 흑백이지만 수록된 자료들은 이야기에 생동감을 주었는데, 다소 자료가 부족한 부분은 읽는 내내 아쉬웠다. 특히 13장 중간에 어이없이 다섯 장 분량의 사진들이 칼라로 수록되어 있는데, 맨 앞이나 뒤도 아니고 생뚱맞았다. 이 그림들이 해당하는 챕터에 들어 갔더라면 오히려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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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자율학습 나도코딩의 파이썬 입문 - 초보자 눈높이에 맞춘 친절한 프로그래밍 자습서 코딩 자율학습
나도코딩 지음 / 길벗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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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업무를 포함한다. 대단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업무 중 하나이다. 데이터는 날로 방대해지고 있으며, 분석 방법 또한 다양하게 발달하고 있다. 같은 데이터를 방법을 달리해서 분석하면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경우라면 정답을 향해 이렇게 저렇게 방법을 다르게 해 보겠지만, 뚜렷하게 정답이 정해진 결과가 없다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



  학교에서 공부할 때는 학교에서 구입한 통계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에 나오면 그 프로그램의 가격이 어마무시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렵게 사용법을 익힌 프로그램들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며, 내가 파이썬을 배우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방대한 데이터를 무료의 프로그램으로 분석해 보고 싶었다. 물론 회사에서 이용가능한 프로그램들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뭔가를 하고 싶을 때는 가난한 월급쟁이의 선택지가 넓지는 못하다.



  이미 파이썬이나 R 등 무료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유명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다. 다만, 무언가에 익숙해져 있으면, 익숙함을 버리고 새로운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기가 힘들 뿐이다. 그러던 차에 길벗에서 나온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벤트인지는 모르겠지만, '코딩자율학습단'을 운영하면서 함께 공부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익숙함을 벗어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반강제적인 의무를 부여하면 된다. 그렇게 나는 이 책을 구입하고 '코딩자율학습단 9기'에 들어 갔다.




  시작했다. 한 달 정도의 일정이었고, 나는 모든 걸 따라했다. 사실 파이썬을 완전 처음 써 보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하면서 실습하고 마무리한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시작할 때는 이 정도의 분량이면서, 이 정도의 난이도면 하루에 얼마 정도의 시간이면 되겠다 싶었는데, 중반 부분을 넘어서면서는 쉬운 문제처럼 보이는 실습 문제들도 꽤 시간이 걸렸다. '백문이 불여일타'라고, 보기만 하는 것보다는 따라서 코딩을 해 나가는 게 중요해 보였다. 그리고 실습문제는 가급적 혼자 프로그램 짜 보고 해설과 비교했는데, 좀 길어지는 코딩은 역시나 해석과 비교하면 초급의 티가 팍팍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마지막 11장의 마지막 셀프체크까지 왔다. 그날 그날의 일정에 꼭 맞게 진행된 것은 물론 아니다. 때로는 조금 더 나가 있을 때도, 그렇지만 꽤 많이는 일정보다 늦쳐지기도 했지만, 1주일의 분량은 꼭 따라가려고 했다. 그렇게 마지막에 도착하니 뭔가 뿌듯하기도 하고, 조금은 파이썬이라 프로그램에 친숙해진 느낌도 든다. 그렇지만 입문서이다. 입문서 완독으로 천재까지 되기에는 너무 큰 바람일 뿐이다. 마지막은 인사를 모듈로 만드는 실습이다. 코딩 후 실행하면, "또 마나"라는 문구가 나와야 한다. 그래, 우리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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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자율학습 리눅스 입문 with 우분투 - 입문자를 위한 가장 쉬운 리눅스 입문서 코딩 자율학습
런잇 지음 / 길벗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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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코딩 시리즈로 지금 파이썬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하나 하나 따라 해 보면서 재밌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리눅스를 배워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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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빛
장자크 상페 지음, 양영란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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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운 여름이다. 해마다 여름이면 어떻게 이렇게 더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오늘이 아마도 가장 시원한 여름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무섭다. 아이들이 앞으로 지낼 여름을 생각하면 더 무서워진다.


  원래도 상페의 그림을 좋아한다. 많은 책들과 그림들을 봐 온 것 같은데, 여전히 그림이 간결하고, 따뜻하다. 이 책의 원제는 'vacances'이다. 바캉스와 관련된 그림들을 모은 것이라고 한다. 원래도 파스텔톤의 따뜻한 그림체라서 따뜻함이 기본이지만, 시원함도 느껴진다. 보고 있으면 시원해지고 바다가 생각난다.


  6월말에 강원도 바다에 다녀왔다.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서해 바다만 가다 동해 바다를 봤는데, 느낌이 너무 달랐다. 서해 바다는 하늘빛의 연한 바다라면, 동해 바다는 파란색이 강한 짙은 바다였다. 색의 강렬함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물은 더 차가웠고, 청량했다. 아이들이 바다같이 자라길, 하늘같은 마음을 품길 바란다. 상페의 책은 항상 마음에 여유를 주면서 아이들을 생각하게 한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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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의 최소한의 경제 토픽 - 달라진 세계를 이해하는 21세기 경제사 수업
홍춘욱 지음 / 리더스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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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뜻모를 자신감이 뿜뿜하던 석사시절이 있었다. 석사시절을 지나오면서 계량경제학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였다. 논문을 써야 하는 입장에서 경제 모형을 설계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였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 경제 관련된 분야에서 일을 하고, 박사 과정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석사시절에 내가 아는 것은 아주 미미할 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요하게 생각되던 부분들의 중요도도 크게 떨어졌다. 경제 현상을 분석하는 데는 분석 능력보다는 해석(설명) 능력이 더 중요함도 깨닫고 있는 중이다.


  그런면에서 경제사는 학부나 이후의 경제학 과정에서 크게 중요하게 다뤄지는 분야는 아니다. 처음 읽었던 홍춘욱님의 책이 재밌었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역사적이 사례를 통해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강하기 때문이었다. 역사는 어렵고 지겨울 수도 있지만, 옛날 이야기 듣듯 재미있을 수도 있다. 설민석님이나 최태성님의 책들이 유명한 이유이기도 할 것 같다.


  이 책은 최근의 경제 동향에서 중요한 주제들을 역사적 관점을 토대로 설명한 경제 설명서이다. 경제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추세를 읽는 힘이다. 하루 하루 큰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경제의 요소들은 일정한 흐름이나 사이클을 갖기 때문이다. 그 흐름을 주도하는 이슈들에 대한 설명을 경제사 혹은 역사적 관점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글이 지루하지 않고 재밌는 이유는 저자의 능력이기도 하고 설명도 간결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다른 이야기들로 글이 길어질 수가 있는데, 글이 길어지면 지루해지기 쉽상이다. 예전에 언론에 나와서 인터뷰하는 저자를 보았는데, 질문에 답하는 부분들 역시 사족없이 질문에 맞는 대답들로 이루어져 있었던 기억이 있다.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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