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서재 - 자기만의 책상이란 얼마나 적절한 사물인가 아무튼 시리즈 2
김윤관 지음 / 제철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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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시리즈를 좋아한다. 나오는 족족 모두 다 읽는 것은 아니지만, 김혼비님의 <아무튼, 술>을 시작으로 관심있는 컨텐츠의 "아무튼" 시리즈를 구매해 두고 있다. 이 책도 그렇게 만난 책이다. '서재'라는 공간에 대한 로망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아닌가? 그래도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공간으로 '서재'를 꿈꾸지 않을까? 책을 좋아하든 아니든, 꼭 독서를 위한 공간이 아니더라도, '서재'라는 공간에 대한 로망말이다.


  나는 4남매 중 막내로 형제가 많은 편이다. 부족하지도 않았지만 많이 넉넉하지도 않았던 학창시절을 떠올려 보면, 내 방이라고 갖게 된 나만의 공간은 고등학교 때로 기억한다. 그나마도 방을 같이 쓰던 형이 군대를 가면서 오로지 혼자 쓰게 되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어려서부터 나만의 공간과 나만의 책상에 대한 환상같은 것이 있었더랬다.


  그리고 목공. 남자 중학교를 나온 나는, 중학교에 진학하니 '기술'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그렇다고 직접 많은 기술들을 실습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직접 자신만의 책꽂이를 만들어 본 기억이 있다. 톱질, 못과 망치질, 리스칠 등을 해서 한 학기 동안 만든 책꽂이로 평가를 받는 것이었는데, 평가 점수를 떠나서, 처음 도구 등을 사용해서 뭔가를 만드는 일이 꽤 재밌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목수가 이야기하는 서재에 대한 이야기다. 흥미를 끌지 않을 수 없었다. 서재를 구성하는 요소들인, 책장, 책상, 의자, 책 등에 관한 이야기다. 가구에 대한 생각들은, 목수니까 내가 갖고 있었던 생각들보다 조금 더 다양하고 세부적이었다. 배우는 것들도 있었지만, 읽는 내내 묘한 반감같은 것들이 생기는 것 같았다. 읽다가 문득 든 생각이었는데, 뭔가 글에서 허세같은 것들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묘하게 글이 날카롭게 느껴졌던 이유가 글에서 나타나는 뭔가 있어보이려고 하는 듯한 느낌에서 였던 것 같다.


  서재를 구성하는 요소들 중 의자 부분에서는 다른 부분들보다 허세기보다는 깊은 공감같은 것이 느껴졌는데, 그건 아마도 다른 요소들과는 달리 의자 부분에서의 저자의 생각들이 나와 비슷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허세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에 대한 당당함으로 느껴졌다. 나 역시 럭셔리와 사치에 대한 부분에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누군가에게 사치라고 느껴지는 소비가 누군가에게는 럭셔리한 소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생각하는 상품의 소중함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에 대한 부분의 생각은 다르다. 가격으로만 따질 일은 아니다. 과거에 비해 책이 구하기 쉬운 것은 맞지만, 커피와 책의 소비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힘들다. 책을 통해 얻는 생각들을 커피 몇 잔의 값과 같이 평가할 수 있을까. 저자의 말대로, 커피와 책은 '무게감'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다만 모든 책들이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저자가 말하고픈 내용이 책에 대한 지나친 무게감에 대한 경계인듯 한데, 표현이 좀 내 방식과 맞지 않았던 것일 수 있다. 생각의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책은 그저 하나의 매체일 뿐이다. 요즘은 SNS나 동영상 등으로 전달되는 생각들이 글로 전달하는 것보다 파급력 측면에서 효과가 크다는 데 공감한다. 하지만 가격이라는 측면으로 그 생각의 전달 방식들의 무게감을 단정하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닐 것이다. 각자 선택의 문제이다. 어떤 매체를 통해 본인의 생각들이 더 단단해질 수 있다면, 책이든 SNS든 나의 생각에 영향을 준 그 수단의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저자의 직업이 목수라서 그랬는지, 목공에 대한 이야기가 적어서 아쉬웠는데, 이 책은 '목공'이 아닌 '서재'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나의 바람이 잘못된 것이다. '아무튼' 시리즈는 단편 소설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저자들의 관심 컨텐츠에 대한 이야기들이라서 좋다. 계속 많은 컨텐츠들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들이 이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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