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여름휴가
안녕달 글.그림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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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자라면서 책을 다양하게 읽어 주고 있다. 보통은 아내가 구입해주는 전집들 중에서 읽어 주는 편이다. 여전히 나는 책을 구입하고 읽고 있지만, 내가 읽고 싶은 책들만 구입하고 읽고 있으며, 간혹 아이와 관련된 책들을 구입한다 해도 육아와 관련된 책이 전부다. 그래서 아이가 원해서 산 책을 빼 놓고는 아직 아이에게 읽어 주고 싶어 아이를 위해 산 책은 없는 것 같다. 요즘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여기에 <할머니의 여름휴가>에 대한 리뷰가 등장해서 궁금해 구입해 보았다. 내가 이 책에 대해 궁금한 것도 있었지만, 아이에게 읽어주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처음으로 들어 구입한 책이기도 하다.


  이다혜님이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책은 아이들만을 위한 동화책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어른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할까. 이미 어떤 내용인지 스토리를 알고 있었고, 책장을 넘기면서 다음 장에 대한 큰 기대가 이는 것도 아니었지만, 한 장 한 장 그림에서 느껴지는 시원함과 아련함이 있었다. 글이 없어서 글에 대한 소중함이 느껴지기도 하면서도,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지 않는 점이 먹먹함을 더하는 것 같다.


  몸이 불편해 함께 여행을 가지 못한 할머니에게 손자는 바다 소리를 들어보라며 바다에서 가져온 소라를 선물한다. 그 소라 속으로 할머니와 할머니의 강아지 메리가 여름휴가를 떠나는 환상적인 스토리가 주는 아름다움이 좋았다. 어느 순간 좋은 것을 대할 때면, 부모님보다는 아이들이 떠오르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는 어른들에게 주는 따끔한 조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보면서 느껴지는 아련함, 먹먹함 등의 감정들은 아마도 그 따끔함 속에서 비롯되는 감정들일 것이다.


  나에게 내 아이들이 그런 것처럼, 부모님께도 나는 그런 존재였을 것인데, 휴가를 함께 하는 며칠이 왜 그렇게 어려운 지금이 되었을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할머니의 여름휴가'보다는 '엄마의 여름휴가' 혹은 '어머님의 여름휴가'여야 하지 않았을까. 그런 제목이었다면 아마도 따끔한 조언을 넘는 아픈 회초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전해지는 감정 또한 많이 단편화 되었을 것 같고 말이다. 짧은 이야기였지만, 여운은 길게 이어질 것 같은 아름다움 동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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