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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 ㅣ 지금+여기 3
오찬호 지음 / 개마고원 / 2013년 12월
평점 :
스펙에 울고 힐링에 속고
단군이래 최대스펙을 갖췄다는 청년세대.
너 학사? 나 박사!
이젠 꼴랑 대학졸업장 하나로 자만했다간
인생 뻘쭘해질 수도 있다는 학력인플레 시대.
경제학자 장하준이 ‘사악한 삼총사’라 부른 멤버중 하나 IMF.
이 사악한 놈이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을 강제이식한 뒤,
지금까지 심각한 만성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사회.
‘노동유연화’란 우아한 말장난으로
멀쩡한 정규직들이 졸지에 짤려나가며 받아든 퇴직금.
자영업자가 되던지 반토막난 월급받고 비정규직이 되던지.
다음세대들은 얼마 되지도 않는 정규직 자릴 놓고
박터지게 싸워야하는 무한경쟁시대.
부족한 스펙 하나라도 더 채우기 위한 청년들로
대학과 공공도서관은 취업학원 자습실 된지 오래고
고질적인 취업난과 고용불안에
도서관 열람실을 점령(?)한 공딩들.
요즘 공무원시험 준비생을 공딩이라 한다고.
자기계발에 매달리지 않으면 루저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만땅으로 주시는 피로사회.
또 한쪽에선 자기계발서의 허와 실을 까발리고.
그럴싸한 자기계발서의 꾐에 넘어가 풀죽어 있는 사람을 향해
이번엔 힐링서가 달콤한 유혹의 손짓을 보낸다.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근거없는 자신감만 잔뜩 불어넣곤,
괜찮아. 아프니까 청춘이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병주고 약주는 거도 아니고.
누군가 그러더군.
‘아프니까 청춘이다’따윈 개나 줘버리라고.
차라리 개그프로 대사가 더 영양가 있다나.
‘아프니까 환자다’는.
많이 아픈 환자한테 몰핀주사 한방으로
잠시 통증을 잊게 할 순 있을지 몰라도, 거기까지.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가는
살벌한 경쟁자체가 바람직한 삶이 된 괴물같은 사회.
어차피 모두를 위한 배려란 없다는, 피말리는 자리싸움.
경쟁자를 밟고 올라서야 최종승자가 될 수 있기에
피도 눈물도 없이 스파르타식 전사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
노오,,,,,,,,,,,,,,,,,,,,,,,,,,,,,,,,력.
노력이란 말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인고의 과정을 거쳐야하는 건지.
끝을 알 수 없는 캄캄한 터널을 지날 때 엄습해오는
불안과 초조를 드러내는 것조차 엄살이고 사치.
고교졸업 후 아직 앳된 스무살에 사회로 첫발을 내딘 KTX 여승무원들.
정규직전환을 보장받고 입사했지만, 사측이 약속을 어기자 파업에 들어갔고.
이십대 청춘이 마흔을 바라보는 아이엄마가 된 지금도
그녀들은 정규직전환을 위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이 문제를 토론주제로 다룬 강의에서
‘날로 정규직 먹으려하면 안 되잖아요’란 말에
저자 오찬호는 멘붕이 오고.
스펙으로 차별받는 자신들도 피해자면서
자기만 못한 사람들에게 또 다른 가해자가 돼
‘차별은 정당하다’고 강변하는 이십대.
괴물과 싸우다 괴물을 닮아간다더니
자신도 모르게 괴물이 돼버린 거같은 청춘들.
그래서 우리보고 어쩌라고
엉킬대로 엉켜버린 실타래처럼 난감한 문제에
뭐, 저자라고 속시원한 해답을 내놓을 순 없는 노릇.
절대평가 아닌 상대평가에선,
모두가 치열하게 산다고 다 승자가 될 수도 없고.
평균이 높아질 수야 있겠지만
최종승자의 비율은 이미 정해져있으니까.
그럼 어쩌자고.
어디로 왜 달리는지도 모른 채,
무리전체가 맹렬히 달리다가 절벽에서 함께 떨어져죽는
아프리카 양떼 ‘스프링복’.
저자는 우리 이십대가 이 양떼를 닮지 않았냐고,
잠시 숨을 고르고,
얼마나 더, 이 소모적인 무한경쟁을 계속해야 하는지
왜 그래야만 하는지 따져봐야하지 않냐고 묻는다.
우린 스프링복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