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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계급론 - 개정판, 국내 유일 완역판
소스타인 베블런 지음, 김성균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12년 2월
평점 :
백수란 말이 있다. 요즘엔 백조도 있지만.
백수(白手). 글자 그대로는 하얀 손.
사전적 의미는,
1.한푼도 없는 처지에 특별히 하는 일없이 빈둥거리는 사람.
2.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은 손. - 빈털터리라는 말?
이란다.
하지만 난, 내 방식대로 해석한다.
흙 하나 묻히지 않아도 되는 깨끗한 손.
일할 필요없는 사람.
‘백수’라 쓰고 ‘상류층’이라 읽는다.
흔히 생각하는, PC방에 죽때리고 있는 짝퉁백수완
품격이 다른 원조백수.
유한(有閑)이란, 돈이 풍족하고 시간이 많은 상황.
옛날부터 돈 잘 쓰고 잘 노는 사람을 한량(閑良)이라 했다.
이 책 영어제목은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
레저클래스에 대한 이론이다.
레저클래스란, 생산적 노동을 면제받고 여가를 누릴 수 있는 계층.
돈많고 시간 한가한, 진정 상류층이다.
이 책은 상류층 라이프스타일과 심리를 다룬 이야기.
경제학계 아웃사이더처럼 살다간,
천재이자 괴짜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
그런 그가 오랫동안 관찰한 상류층에 대해 덤덤히 들려준다.
“상류층 얘네들, 왜 이러는 걸까요?”
왜 사람들은 돈 벌고 싶어 할까?
사람도리하며 좀 더 행복하게 살기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니까.
하지만 베블런에 따르면, 이런 이유는
돈이 부족해 기본적인 삶의 욕구도 해결하기 빠듯한,
서민들한테나 해당되는 말이다.
사람들이 돈을 벌려는 진짜 이유는
돈으로 다른 사람을 이기고 싶은 경쟁심 때문이라나.
너보다 내가 돈 많다는 자랑질하고 싶은.
나의 행복은 내가 돈을 얼마나 가졌냐가 아니라,
남보다 더 많냐 적냐에 달렸다고.
그렇지 않고서야 보통사람들은 평생 써도 못다 쓸 거 같은,
수십조나 되는 엄청난 돈을 갖고 있는 상류층이
돈 더 벌려고 온갖 잔머리를 굴리겠나. 아직도 돈이 고프다는 듯.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 채워지지 않는다.
베블런은 이 유한계급의 속성이
금전적 경쟁, 과시적 소비, 과시적 여가로 나타난다고.
내가 더 돈 많다는 걸 모든 사람 앞에서 입증하려면,
남들은 감히 엄두도 못 낼만큼 펑펑 써주고 놀아줘야한다.
주류 경제학의 상식처럼 돼버린 수요와 가격의 관계.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감소한다’는 법칙을
베블런은 뒤집어버린다.
아니, 그건 보통사람들한테나 먹히는 얘기고.
상류층 얘들한텐 비싸면 비쌀수록 더 잘 팔려. 그래야 남들이 못 사니까.
이런 게 그 ‘명품’이란 거.
이렇게 베블런의 이론이 적용되는 상품을 ‘베블런재’라 한다.
원조백수의 품격을 확실히 보여주려고 막 질렀더니,
딴 짝퉁들이 따라 해봐, 존심 상하게.
그럼 뭐, 더 질러야지.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어디서 감히.
짝짓기로는 성에 안 차, ‘구별짓기’까지.
인간이란 참, 뭐 이렇게 하고픈 게 많은 건지.
보통사람들에게 상류층이란,
한발 다가가면 두발 도망가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마음 아프지만, 이럴 땐 그만 단념하고 잊는 게 좋지 않을라나.
싫다는 데 자꾸 따라다니는 사람을 우린 스토커라 불러준다는.
예전에, 중학생들 사이에서
‘노스페이스 계급도’가 있다는 기사를 봤다.
20~ 100만원대까지, 뭘 입었냐에 따라
계급이 정해진다고. 기가 차다.
이런 식이면 ‘계급도’역시 계속 업그레이드 될 듯.
그러면서 엄마와 아들을 보여준다.
아빠없이 혼자 아이 키우며 식당에서 일하는 엄마.
아들 기죽을 걱정에 큰 맘 먹고 매장에 들렀지만,
가격표 보니 무지 난감.
아들 실망할까 20만원대라도 사주고 싶은 데,
아들 눈길은 자꾸만 비싼 옷으로 달아나고.
거의 한 달 월급에 맞짱 뜰 가격. 엄마는 착잡하다.
내 아이에게 좋은 거 먹이고 입히고 싶은 부모 맘엔,
계급이 없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