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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탕 ㅣ 그림책이 참 좋아 2
손지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1년 3월
평점 :
저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한달에 한번꼴로, 다문화센터에서도 한달에 한번 정도, 책읽어주기 자원활동을 합니다.
항상 오늘은 어떤 재미난 그림책을 들고 갈까 고민을 하게 되지요.
그러다 동생에게 얻은 그림책 <지옥탕>에 눈길이 갔어요.
사실 "그림책 제목이 지옥탕이 뭐냐? 이래서 애들이 볼까?"싶었던 것이 처음 느낌이었어요.
그러나 책을 펼쳐들고 보니, 책표지부터, 면지의 앞과 뒤 그림까지 모두 말을 걸고 있지 뭡니까?
앤써니 브라운의 <터널>처럼 표지에서 부터 맨 마지막까지 그림으로 말을 하고 있는 멋진 책이었어요.
게다가 앞선 세대인 부모와 현재의 아이들까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목욕'이라는 소재가 잘 어우러져 있었어요.
책읽어주기는 약간의 노하우가 필요한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구연동화와는 사뭇 달라요.
과장된 목소리와 액션은 하지 않되, 책을 충분히 미리 읽어보고, 아이들에게 그림책의 표지를 활짝 펴서 소개를 해야 하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보여주며 읽어야 하는지 한번쯤 깊이 책을 음미해야 합니다.
그러고는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혹은 아이들의 연령대에 따라 약간의 사전 이야기도 할 수 있겠지요.
아니면, 다 읽고난 후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중간에 이야기가 될 수도 있어요.
<지옥탕>은 글밥이 아주 적은 책이었는데, 책읽는 러닝타임이 무려 15분이 걸렸어요.
그 이유는 아이들이 공감을 너무나 잘 해주어서, 중간중간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했기 때문이었지요.
게다가 책에는 관심조차 없다는 듯, 사무적인 일을 보고 계시던 연세 지긋한 담임선생님까지 뒤에서 까르르 웃으시더니
급기야는 카메라를 찾아와 뒤로 가셔서 사진을 찍어주시고, 함께 하하하 웃으시더라는 것입니다.
선생님도 예전 생각이 나신겁니다.
자신의 어린시절로 잠시 여행을 갈 수 있었을 거라고 추측해 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책읽어주기 할 때는 반드시 담임선생님도 함께 계시면 좋은 것 같아요.
아이들이 아침에 들은 책이야기를 하루 종일 선생님과 함께 나눌 수 있으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지요.
그 날 이후로 학교 도서관은 그야말로 꼬마 손님들 때문에 난리가 났습니다.
<지옥탕>을 내놓으라는 원성때문에 사서 선생님은 곤혹을 치르셨다네요.
함께 읽었던 <시골집이 살아났어요>를 대신 빌려가며 시무룩한 표정으로 사서 선생님께
"선생님!!! 제가 다음에 올 때까지 꼭 지옥탕 갖다 놓으세요!!"하고 명령(?)을 하더라는 것이다.
귀여운 꼬마 손님들~~~
<지옥탕>의 하이라이트는 엄마의 등-나보다 오만배나 더 큰-이 활짝 펼쳐지는 부분이다.
아이들이 마치 복수라고 하는 듯, 신나서 어쩔 줄 모른다.
그리고 통쾌하다는 듯, 표정을 짓고나면, 시원한 목욕이 마무리되고, 달콤한 바바나맛우유가 기다리고 있고,
마침내는 우유곽 두개가 나란히 붙어 있는 모습과 앞면지에서 불타는 주황색이었다가 뒷면지가 초록으로 변신한 것까지
다 알겠다는듯 다시 앞을 펴달라고 했다가, 뒷면을 보고, 히히히 웃어댄다.
갈등은 이미 다 해소가 된 것이다.
앞으로 자기들도 목욕탕에 가면 엄마 등을 박박 문지르고 오겠다고 벼르는 아이들.
그리고, 왜 뜨거운 탕에 들어가서 "시원하다"고 하는지 연구해보겠다는 과학자 근성의 남자녀석들....
여탕에서 만난 남자친구와 여자 아이들이 서로 눈빛을 맞추며 서로 우린 만난 적 없다는 듯 능청을 떠는 모습 등등...
꽤 다양한 표정의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답니다.
<지옥탕>에서 나오는 순간 <목욕탕>이 된 사연을 여러분도 한번 읽어보세요.
아이들과 함께 보시면 훨씬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