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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로운 지정학 수업 - 대륙부터 국경까지 지도에 가려진 8가지 진실
폴 리처드슨 지음, 이미숙 옮김 / 미래의창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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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지리적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책입니다. 알고 있는 내용도 있었지만 새로운 내용들도 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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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로운 지정학 수업 - 대륙부터 국경까지 지도에 가려진 8가지 진실
폴 리처드슨 지음, 이미숙 옮김 / 미래의창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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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알게 모르게 자신을 둘러싼 틀 속에서 살아간다. 물리적인 환경도, 심리적인 요인도 모두 하나의 틀이다. 한국이란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재산과 시간적 여유가 풍부하지 않는한 대부분의 시간을 한국이라는 물리적 환경에서 보내야 하고 한국에서 배우게 되는 문화와 관습, 사상과 가치관도 나를 알게 모르게 조종하고 제약하는 틀이 된다. 완전히 새로운 지정학 수업이라는 책에서는 지리적으로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던 틀들을 의심하고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대륙부터 국경까지 지도에 가려진 8가지 진실이라는 부제가 알려주듯이 책에서는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보이지 않는 숨겨진 지도와 지정학적 진실을 다루고 있다.

대륙 - 자연스럽지 않은, 인위적인 구분

저자가 가장 먼저 깨뜨리는 틀은 대륙의 정의이다. 우리는 5대양 6대륙을 사회책에서 공부했고, 이대로 알고 세상을 인식한다. 그러나 저자는 여기에 돌을 던지며 우리가 가진 상식에 묻는다. 대륙은 어떻게 구별하는가? 언제부터 구별되어졌는가? 명확하게 나눌 수 있는가?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질문에 생각보다 대답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유럽과 아시아는 다른 대륙으로 여겨지지만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우랄산맥을 기준으로 나눈다고 정의되지만 우랄산맥은 히말라야처럼 경계를 명확히 나눠줄만한 험준한 산맥이 아니다. 아메리카는 과거 한 대륙으로 취급되다가 북미와 남미로 나눠졌다. 이처럼 대륙은 자연스럽게 나눠진 것이 아니고, 사람들이 의도를 가지고 나눴고 인식해왔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인도는 아시아 대륙에 속하지만 판구조론으로 보면 오히려 호주와 같이 묶여야 한다. 과거에 대륙은 판게아라고 불리는 하나의 거대한 땅이었다. 이처럼 변해가는 지구 속 모습에서 대륙 구별은 인위적인 구분 짓기에 불과하다.

저자는 이를 아래와 같이 표현한다.

대륙구도는 지리학자와 지도 제작자만큼이나 교사, 작가, 예술가, 정치인, 언론인의 작업을 통해 유지되는 정치적문화적 구조로서 오늘날까지 꿋꿋이 이어져왔다.

비록 대륙구도가 실제의 인적물리적 지형과 맞지 않을지라도, 끊임없이 재생산됨으로써 세계를 바라보는 자연스럽고 확고부동한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완전히 새로운 지정학 수업 - 59쪽

경계 - 대립이 아닌 협력

대륙 다음으로 저자가 의문을 가진 소재는 경계이다. 저자는 영국의 하드리아누스 방벽과 중국의 만리장성을 가지고 논지를 펼쳐 나간다. 저자의 핵심 주장은 하드리아누스 방벽이나 만리장성이 사람들의 생각처럼 이민족을 막는 군사적인 용도로 사용되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이민족과 만나고 교역하는 베이스 캠프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하드리아누스 방벽의 유산이 의미하는 것은 분리가 아니라 접촉과 이동, 만남이었다. 군사와 문화의 복합체인 방벽이 그 양편에 사회를 창조하고 이들의 세계를 연결하며 이동의 흐름을 조절했다. 제국의 전성기 시절 방벽 주변에서는 전쟁이 아닌 융성했던 공동체가 있었다. 장벽은 교류를 제한하기보다는 오히려 활성화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반면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장막으로 상징되는 지금의 국가간 경계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국경에서 위기와 긴장감을 높이는 요인은 국경과는 관계 없는 먼 곳에서 비롯된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장벽과 경계는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아무리 장벽을 세우고 경계를 강화해도 경계를 넘어 들어오는 불법이민자를 막지 못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국가와 주권 - 모호한 개념

저자는 국가와 주권에 대한 개념도 모호하기 이를데 없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굳건하게 믿고 있는 국가와 주권도 우리가 역사책에서 배운 것처럼 오래된 것이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 사람들(주로 지배계층)이 자신들의 필요로 인해 만든 인위적으로 형성된 개념이라는 것이다.

국가는 산업혁명 시기가 도래하면서 비로소 형성될 수 있었다. 산업화가 시작되고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이 시작되고, 교육을 통해 사람들은 하나의 국민, 국가라는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때부터 우리는 비로소 국가라튼 틀 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고, 통치하고, 일하게 된 것이다. 언어가 표준화되고 철도망, 전신, 통신 수단의 발달로 연결성의 규모와 속도가 증가했고 이를 통해 상상 속의 국가 공동체가 실현되었다. 이는 유발 하라리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상호 주관적 현실'이라는 개념으로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 과거 민족적 공통점으로 형성된 국가 개념도 있지만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주권이란 것도 대체로 정의하기 어렵고 모순이 가득한 개념이라는 데에서 국가와 큰 차이가 없다. 주권은 국경을 구분하는 장벽 안에서는 구체적으로 명시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장소, 시간, 그리고 사람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영국은 브렉시트를 탈퇴하며 '통제권을 되찾자'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그러나 세계화 시대에 주권 국가가 휘두를 수 있는 주권이 얼마나 제한적인가를 영국이 브렉시트를 통해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국가 주권은 결코 절대적이지 않을 뿐더러 언제나 주변 강대국이나 교회 세력 같은 경쟁 세력과 공존해왔다. 현대도 다르지 않다. 다국적 기업의 국경을 초월한 이해 관계, 자본 시장과 국제 금융의 변동성, 강력한 동맹국과 적국의 변덕, 그리고 초국가적 범죄 네트워크의 활동 같은 세계화의 특징으로 국가 주권은 약화되고 재구성되고 있다.

한 국가만의 고유한 주권은 허상일 뿐이다.


GDP - 한계와 문제점

GDP는 한 국가의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최고의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국가 단위로 경제 규모를 비교하거나,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확인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 국가들은 어떻게든 GDP 성장률을 끌어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현재 쓰이는 GDP의 개념이 등장한 것은 1930년 경이다. GDP란 개념이 등장한 이후 GDP는 경제에서 핵심 개념이 되었지만 동시에 GDP에 대한 비판도 나타났다. GDP가 국민들의 행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 GDP 계산에서 환경을 파괴하거나 범죄를 일으키는 것도 GDP를 올린다는 것이 주된 비판이었다.

저자는 GDP의 대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경제성장만 추구하는 방식에서 인간의 행복이나 가치, 인권을 추구하는 지표 등을 탐색해보자는 것이다.

러시아와 레반시즘 - 푸틴의 야욕

최근 국제 정세를 논할 때 빠져서는 안 될 나라가 바로 러시아이다. 저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레반시즘(revanchism)의 부활'이라고 설명한다. 레반시즘이란 복수를 뜻하는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과거의 입지와 권력,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는 것과 관련된 용어다.

저자는 러시아의 레반시즘과 팽창주의를 구분해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러시아는 표트르대제 이후 지속적인 팽창 정책을 통해 세계 최대의 영토를 가진 나라가 되었다. 사람들은 러시아가 부동항을 얻기 위해 꾸준한 팽창 정책, 남진 정책 등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사실 러시아는 이미 무르만스크라는 부동항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가 부동항을 원한다는 건 환상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아도 이미 러시아는 흑해에 쓸만한 항구를 가지고 있다. 부동항은 러시아 팽창 정책의 근본적인 목표가 아니고, 그저 그런 명분의 하나일 뿐이었다.

저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러시아라는 국가의 이익보다는 푸틴 자신을 보전하고자 하는 욕구, 자신이 가진 권력과 부를 지키고자 하는 욕구가 더 크다고 지적한다. 레반시즘의 권력과 지위 회복이 러시아의 권력과 지위 회복이 아니라 푸틴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지키는 데 쓰이고 있음을 꼬집는다. 푸틴의 허황된 주장과 야망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군인들과 민간인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중국과 일대일로 - 지속불가능한 사업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과거 실크로드를 재현해서 중국과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현대적인 교통망을 완성하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중국은 해당 지역 국가들과 협정을 맺고 대규모 금액의 차관을 제공하거나 인프라를 건설하는 사업을 맡았다.

저자는 중국의 일대일로가 중국의 고속 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성장 정책 중 하나라고 평가한다. 내수 시장에서 더이상 건설업으로 경기 부양이 힘들어졌기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려서 해외 건설로 경제 성장의 돌파구를 찾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일대일로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인력과 자재들 중 상당수를 본국에서 가져다 쓴 걸로 유명하다. 남의 땅에 자기 돈과 자기 사람으로 인프라를 건설하면서 중국 경제를 성장시키는 전략이었다.

일대일로의 상대국이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중국의 행동에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다. 여러 나라에서 중국의 개입을 비난하는 시위가 열렸다. 제대로 된 사업성 검토 없이 경제성이 낮은 사업에 자본을 투자하여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스리랑카의 경우 항구 운영으로 수익이 나지 않아 중국에 빚을 갚지 못해 항구의 운영권을 99년간 중국에 넘기기까지 했다.

저자는 중국의 일대일로가 지금과 같이 유지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과도한 개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친다.

아프리카 -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우리는 아프리카를 대륙이 아닌 국가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아시아 다음으로 큰 대륙이며 50개가 넘는 나라에 10억 명 이상의 인구가 살고 있는 엄청난 땅이다. 유럽인의 식민지 지배 전 각 지역별로 수준 높은 문화가 융성했으며 지역별로 기후 차이도, 인종 차이도, 언어 차이도 매우 심한 대륙이 아프리카다.

우리가 아프리카를 인식하는 관점은 유럽의 식민지 지배 이후 형성된 것이다. 아프리카를 낙후되고, 지저분하고, 못살고, 야만적이고, 야생인 지역으로 인식하는데 편견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시선을 '백인 구세주 컴플렉스'라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그레이트 짐바브웨의 예시를 제시한다.

백인들은 아프리카에 와서 고대 도시 그레이트 짐바브웨라는 유적을 발견한다. 그러나 아프리카에 이렇게 훌륭한 문화유산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유적에 대한 해석을 왜곡하고 조작했다. 그리고 온갖 진귀한 문화유산을 본국으로 가져가고 본인 국가의 박물관 지하 수장고에 쳐박아 놓고 있다. 아무리 돌려달라고 해도 묵묵무답이다. 전시도 안 하고 연구도 안 하면서 돌려주지는 않는다.

유럽 열강들의 아프리카 식민 지배는 공식적으로는 끝났으나, 비공식적으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식민 지배의 후유증은 지금도 아프리카를 괴롭히고 있다. 과거 노예무역 당시 1,300만 명이나 되는 흑인 노예들이 아메리카로 팔려나갔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는 인구 증가가 다른 대륙에 비해 매우 더뎠다. 유럽 제국주의 열강들이 식민지 지배를 쉽게 하기 위해 식민지의 기존 지배층과 결탁했고 이들은 식민지의 피지배층을 착취했다. 유럽 열강이 떠난 후에도 이와 같은 지배 구조는 유지되었다. 여전히 빈부 격차는 크고, 부정부패는 심하고, 사회는 혼란스럽다. 유럽인들이 식민지를 지배할 때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어서 지배했어도 후유증을 피할 수 없었을텐데, 제대로 된 시스템 조차 만들어놓지 않았으니 혼란은 배가 됐다. 만들어 놓은 인프라도 자원 산지와 항구를 연결하는데 치중되어 있어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저자는 아프리카를 온정적인 개입과 자선이 절실히 필요한 빈곤에 시달리는 땅으로 볼 것이 아니라 생생하고 활기찬 총천연색으로 살아 숨 쉬는 복잡한 곳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프리카는 경이로운 세계 문명의 발상지이자 인류의 궁극적인 기원이다.

정리

저자의 의도대로 가지고 있던 지정학적 틀이 좀 깨진 걸 느끼는가? 깨지지 않았다면 그만큼 살면서 익혀온 지정학적 개념이 강하게 박혀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새로운 세계가 어떤 곳일지는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책을 일고 든 생각은 저자의 뜻은 좋으나, 문제는 현대 사회에서 저자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저자의 생각은 유토피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낙관적이고 이상적이다. 각 국가들은 지금도 AI 시대에서 패권을 잡기 위해,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고,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온실 가스 감축은 미국의 미참여 속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국가간 경계는 확고하며, 경계에서 협력보다는 전쟁과 다툼이 더 많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 행복과 안정, 평화보다는 국가의 GDP를 1%p 높이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평화와 행복, 탈권위와 친환경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자본과 권력의 논리가 앞선 세계에서 친환경과 탈권위, 인간의 행복과 평화라는 가치가 지켜질 수 있을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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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화폐전쟁 - 달러 패권 100년의 사이클과 위안화의 도전
조경엽 지음 / 미래의창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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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급락하는 주가, 뛰어오르는 금리 때문에 트럼프가 한 발 물러난 모양새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계속 되고 있다. 앞으로도 두 나라의 갈드은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단순간 갈등이 아니고 정치적, 경제적 패권을 놓고 두 나라가 벌이는 갈등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단지 돈을 덜 쓰고 싶을 뿐 세계 패권을 놓칠 생각이 없고, 중국 역시 여기서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미중 화폐전쟁」은 미중 갈등 상황에서 중국에 포커스를 맞춘 책이다.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고, 달러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움직이고 있는 지 알수 있는 책이다. 중국이 국제 사회에서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고 사용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 수 있다. 책의 내용을 들여다본다.

위안화의 달러 패권 접수, 가능할까?

미국이 영국의 파운드화로부터 패권을 뺏어온지 70년이 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작된 브래튼우즈 체제, 이후 닉슨 대통령의 금태환 폐지, 패트로 달러 정책 등을 통해 달러 패권은 흔들림 없이 유지되어 왔다. 최근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확립되어온 달러 패권이 단기간에 무너지진 않는다. 책을 쓴 저자 역시 이에 동의하며 중국 위안화가 단기간에 달러의 자리를 차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확실히 이야기 한다.

단, 미국 달러가 영국 파운드화의 자리를 조금씩 대체해가며 패권을 차지했듯이, 중국 위안화가 달러 패권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와서 조금씩 세력을 넓히며 달러에 대항할 수 있는 통화가 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중국은 이를 위한 전략을 천천히, 조용히, 착실하게 수행 중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위안화 활성화 전략들 - 디지털 선점

중국은 전세계에서 CBDC가 가장 활성화된 나라이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에서 2억 명이 넘는 인구가 CBDC 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중국이 CBDC를 활성화 하려는 이유는 CBDC가 중앙집중식 구조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가 탈중앙화를 지향하지만, CBDC는 완전 반대이다.

CBDC가 도입되면 적재적소에 투입되는 자금을 통해 금융 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스마트폰을 통해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현금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국가가 자금 흐름을 확인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은 CBDC의 위험성으로 꼽힌다. 중국은 통제를 중시하기 때문에 CBDC 시스템에 특히 더 매력을 느끼고 집중적으로 연구, 투자 중이다.


중국은 엠브릿지(mBridge) 프로젝트라는 것을 통해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한 노력도 지속 중이다. 엠브릿지 프로젝트는 국제결제은행 BIS와 손잡고 세계 여러 나라의 CBDC간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실용화하는 것이다.

위안화 활성화 전략들

중국은 국제 사회에서 위안화 사용을 늘리기 위해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책에서는 아래 8개 전략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1. 통화스와프

중국은 세계 여러 나라들과 위안화 통화스와프를 맺어 위안화를 활성화 시키기위해 노력 중이다. 동시에 세계 30개국에 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열어서 달러를 통하지 않고 현지 통화와 위안화를 직접 환전하는 모델을 장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은 달러 의존을 줄이고 결제 서비스, 금융상품 개발, 투자 기회 확대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중국 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마련되어 있고 거래 규모는 싱가포르, 영국, 홍콩에 이은 4위이다.

2. 중국 국부펀드(CIC)

CIC는 중국투자공사로 해외 자산, 중국 내 자산, 금융기관 지분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중국 정부가 100% 출자한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채권을 발행하기도 하고 신흥국에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기도 한다.

3. 상품거래소 설치

시카고상품거래소, 런던금속거래소 등 서방 세계 거래소의 영향력을 줄이고자 중국은 상하이선물거래소(SHFE), 상하이국제에너지거래소(INE), 다롄상품거래소, 정저우상품거래소 같은 거래소를 개설해서 운영 중이다. 특히 구리는 세계에서 중국의 수요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런던금속거래소와 상하이선물거래소 가격이 구리의 글로벌 시세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막강한 원자재 수요를 통해 자국 거래소를 활성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패트로 달러 체제에 균열을 내어서 위안화로도 원자재를 거래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꾸준하게 노력 중이다.


4. AIIB

중국은 중국판 세계은행은 AIIB를 설립해서 미국 중심의 국제 금융질서에 맞서고자 한다. AIIB는 세계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다자개발은행이다. 자기 자본 비율과 유동성 비율이 높아 신용등급은 AAA로 평가 받고 있다. 서방 세계 국가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도 회원이다.

위안화 국제화 전략에서 AIIB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각종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세계은행 대비 빠른 결정과 지원이 강점이다. 일대일로 전략과 함께 제3세계 국가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면서 중국과 위안화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5. 일대일로 프로젝트

일대일로는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현대판 실크로드 프로젝트다. 2049년까지 고대 동서양을 연결한 교통로인 실크로드를 현대에 재현하겠다는 원대한 포부가 담긴 사업이다.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인프라 개발을 지원해왔다. 10여 년간 1조 달러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엄청난 규모의 프로젝트다. 위안화로 지원하기 때문에 위안화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인프라 투자이기 때문에 중국 기업과 인력이 투입되어 중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았던 국가에서는 과도한 채무로 인해 중국에 자산을 강탈당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6. CIPS

CIPS는 중국이 SWIFT망의 의존을 줄이기 위해 만든 국경 간 결제망이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의 제재 중 하나로 러시아는 SWIFT 망에서 퇴출되었다. 이로 인해 해외에 보유 중인 러시아의 자산이 모두 동결되었다. 돈이 있어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를 본 중국은 자신들도 언제 제재의 대상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달러화 자산 비중을 줄이고 SWIFT망이 막히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CIPS 망을 확대하고 있다.

7. 신용평가사 다궁

중국은 무디스, 피치 등이 점유하고 있는 국제 신용평가 시스템의 의존에서도 벗어나기 위해 다궁국제자산평가라는 신용평가사를 만들어서 서방 세계에 대응 중이다. 비록 잘 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은 포기하지 않고 독립적인 신용평가 기관을 갖기 위해 노력 중이다.

RCEP vs IPEF

미국과 중국은 태평양 패권을 놓고도 부딪히고 있다. 태평양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미국이고, 중국은 어떻게든 미국의 포위망을 뚫고 태평양으로 나오려고 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국은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을 통해, 미국은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를 통해 태평양에서 경제적인 블록을 형성 중이다.

RCEP를 통해 중국은 한국과 일본, 아세안 시장에 자국의 영향력을 증대시킬 수 있었다. 미국은 IPEF를 통해 중국을 제외한 공급망 재편, 반도체 칩4 동맹 등을 구성하여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브릭스 - 중국의 영토 확장 수단

브릭스는 서방 중심의 G7에 대응하기 위해 2006년 출범한 공동체이다. 최초 가입국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이었는데 2010년에 남아프리가 공화국이 추가되면서 BRICS가 되었다. 2024년에는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가 새롭게 가입했고 2025년에는 인도네시아가 동남아시아 최초의 브릭스 회원국이 된 상황이다.

브릭스는 NDB(New Development Bank)를 설립해서 세계은행에 대응하는 개발 금융기관으로 키우고 있다. 중국의 AIIB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개발과 자금 지원을 한다면, NDB는 모든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투자기관을 목표로 한다.

브릭스는 NDB외에 CRA(Contingent Reserve Arrangement)을 운용하고 있다. CRA는 IMF처럼 회원국 내에서 긴급 자금이 필요해졌을 때 자금을 빌려주는 곳이다.

브릭스 국가들은 새로운 곡물거래소 설립, 브릭스 브릿지(브릭스 국가들만의 결제망 구축 프로젝트), 브릭스 클리어(회원간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 사용), 공동 재보험사 설립 등에 힘을 모으면서 미국과 서방세계에 맞서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는 중이다.

단, 브릭스 내부에서도 기온 차이가 느껴지는데 중국과 러시아는 회원국 확대를, 인도와 브라질은 회원국 유지를 주장하면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브릭스로 묶여 있다고 해도 다른 회원국들이 중국의 독주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이 브릭스 내에서 지나치게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거나, 브릭스를 노골적인 반서방 연합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내부 갈등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브릭스를 경제 협력 중심의 느슨한 연합체로 운영하면서 다양한 신흥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간다면 브릭스의 역할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대응

중국의 위안화 띄우기, 국제 영향력 확대에 맞서 미국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재취임하면서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우선 미국은 사우디의 브릭스 가입을 막았다. 트럼프는 최초 순방 지역을 중동으로 정하면서 사우디의 브릭스 가입을 중단시키고 페트로 달러를 지키려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파나마운하를 이슈화 시키면서 중국을 견제했고, 그린란드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가 북극항로를 차지하는 것을 순순히 두고보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중국의 CDBC 활성화에 맞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CBDC의 개발, 발행, 유통,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 훼손,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미국의 주권 위협 등을 금지 이유로 제시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디지털 위안화를 실용화한 중국의 CBDC 확산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CBDC를 금지시킨 것은 명백하게 중국이 주도해온 디지털 위안화 실험과 글로벌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대신 미국은 암호화폐 관련 정책을 핵심 과제로 삼고 지원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암호화폐 가격이 오른 것이 이를 반영한다. CBDC는 금지하지만 대신 비트코인 비축, 스테이블코인 육성 등은 활성화하고 있다. 중국이 암호화폐를 억제하고 있는 것과 정확히 반대된다. 트럼프는 스테이블코인을 중시하고 있는데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수요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달러 기반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달러의 영향력을 자연스럽게 확대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거래량이 증가할수록 달러 수요가 늘고, 이는 곧 미국의 달러 패권 강화로 이어진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군산복합체(CMIC) 관련 기업에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고, 외국회사책임법(HFCAA)을 시행하면서 중국 기업을 상장폐지 시키려고 압박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 반도체, 양자기술 등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 이전과 자본 유입을 전방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중국의 무기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수록, 중국도 대응 수위를 높인다. 중국도 미국에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 중국도 나름 G2의 대국이기 때문에 미국을 상대로 쓸 수 있는 카드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채권 매도와 희토류 무기화이다.

1. 미국 채권 매도

시장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전략은 중국이 보유 중인 미국 채권을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채를 시장에 팔면 미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간다. 가뜩이나 채권 이자 부담으로 힘들어하는 미국인데 채권 금리까지 더 올라가면 미국의 재정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그러나 중국이 이 카드를 마음껏 쓸 수는 없다. 이미 미국 국채 보유량을 많이 줄였고, 미국채 대량 매도 시 미국채의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중국 역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자신도 피해를 보면서 미국에 피해를 입히는 전략이라 사용하기 쉽지 않다. 또한 이 과정에서 국제 금융시장에 불안이 높아지고 이는 중국 내 외국 자본의 유출이나 경제 위기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2. 희토류 무기화

중국은 전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서방 세게는 캐나다나 호주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시키고 있지만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은 이를 무기로 잊을만하면 희토류 공급망을 쥐고 흔들고 있다.

정리

책 「미중 화폐전쟁」은 중국이 위안화 활성화를 위해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중국이 대미국 전략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알 수 있었던 책이었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동맹을 맺은 블루 진영에 속해있는 반면, 중국은 공산당 일당 중심의 폐쇄적인 사회고 일반적인 민주주의 국가와는 다른 시스템, 언어의 장벽 때문에 때문에 중국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책 「미중 화폐전쟁」은 중국에 대한 심도 있는 정보를 얻기 유용한 책이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이 책을 통해 중국이 쓰고 있는 금융과 위안화 활성화 전략을 확인한다면, 미국이 미국의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고 두 나라가 어느 지점에서 부딪히는 지 더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 관심이 많거나, 미중 갈등에서 특히 중국측의 대응과 움직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 이 글은 출판사의 도서 협찬을 받고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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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친절한 환율수업 - 부의 권력과 투자의 흐름을 이해하는
노영우.조경엽 지음 / 미래의창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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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소 식긴 했지만, 올 초는 과연 대 일본 여행의 시대였다. 일본 여행 붐을 촉발한 가장 큰 요인은 바로 환율이었다. 원화에 비해 엔화값이 싸지다 보니, 저렴한 비용으로도 일본 여행을 다녀올 수 있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 여행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일본 여행을 다녀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울상을 져야 했다. 원화에 비해 달러값이 비싸져서 여행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환율은 우리의 해외여행에 많은 영향을 준다. 그러나 사실 해외여행은 환율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중 아주 작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책 「세상 친절한 환율수업」 환율이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과 국민들의 생활에 어떤 지대한 영향을 주는지 쉽게 풀어서 알려준다.

전반적인 책 내용

책에서는 환율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표현되는지, 우리나라의 물가, 경기, 금리 등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우리나라에서 환율 제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도 알 수 있으며, 외환보유고의 변화를 통해 IMF 때와 달라진 우리나라의 외화 사정도 확인해 볼 수 있다.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한 미국의 노력과 이에 대응하는 중국과 인도의 노력도 책에서 다뤄진다. 달러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화폐인 유로화와 엔화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도 마지막 장에서 다룬다.

한 마디로 환율의 A부터 Z까지 대부분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달러의 여행 - 달러의 힘

책의 맨 마지막 장에 있는 내용이지만,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읽으면 달러가 가진 힘에 대해 먼저 이해하고 책을 볼 수 있어서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달러가 태어나서 전 세계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간단하게 설명되어 있다.

미국 달러는 미국 연준에서 발행되며 미국 내에서 유통되거나 해외로 이동하며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준다.

미국은 매년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적자를 1~2년도 아니고 수십 년간 내고 있는 나라다. 일반적인 나라들이었다면 진작에 파산했겠지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만이 이런 경제 구조 속에서도 파산은커녕 번영을 누리고 있다. 연준이 찍어낸 많은 달러는 미국의 금융회사와 기업에 유입되었고, 이 돈이 다른 나라로 흘러 들어갔다. 다른 나라에서 급격하게 늘어난 달러를 흡수해 줬기 때문에 미국은 코로나 위기 이전까지 인플레이션 없이 경제 위기를 순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라면 무역적자, 재정적자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긴축 재정을 시행해 복지를 줄이고 국민의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동시에 환율을 높여서 수출을 장려해 외화를 모으는 피똥을 싸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달러만 찍으면 모든 게 해결이다.

미국의 최고 수출품은 반도체 원천 기술도 아니고, 코카콜라도 아니고, 할리우드도 아니고 바로 달러라는 이야기가 있다. 미국은 달러를 찍어내고 찍어낸 달러를 팔아 물건도 사고, 빚도 갚는다. 말 그대로 Show me the money 치트키다. 달러를 벌어와야 하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그냥 달러를 만들면 끝이다. 달러의 힘은 여기서 온다. 미국이 달러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외교적으로 압박을 하기도 하고, 중국과 패권을 두고 다투기도 하는 이유는 바로 "달러 패권 유지"에 있다.

달러 패권만 지키면 미국 경제는 순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 경제가 유지되는 대신, 세계 경제에서 약한 고리에 있는 국가들이 경제 위기 때마다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IMF 때 동남아시아와 우리나라 그랬고, 2008 미국 발 경제 위기로 인해 위기를 겪은 남부 유럽 등이 그랬다.

자국의 경제 상황도 환율에 영향을 미치지만, 우리나라같이 경제 구조가 대외 의존적이고 체급이 작은 나라는 미국의 금리와 세계 경제 상황에 따라서도 환율이 변한다. 사실 전자보다 후자의 영향이 더 지대하다.


환율은 두 나라에서 사용하는 화폐의 단위가 다르기 때문에 생긴다. 환율은 우리나라 화폐(원화)와 다른 나라(달러, 엔, 위안화, 유로 등) 화폐의 교환 비율이라고 볼 수 있다. 1달러에 1,000원으로 바꿀 수도, 1달러에 800원으로 바꿀 수도, 1달러에 1,200원으로 바꿀 수도 있는데 어떻게 바꿀지는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과 세계 경제 상황(주로 미국)에 따라 달라진다.

언론에서 환율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표현되는데 서로 표현이 반대라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아래 두 가지 표현은 같은 상황을 의미하는데 하나는 낮다로, 다른 하나는 높다로 표현되어 오해가 생긴다.

  • 환율이 낮아졌다 = 원화 가치가 높아졌다

  • 환율이 높아졌다 = 원화 가치가 낮아졌다

원 달러 환율을 기준으로 1달러에 1,000원 하던 상황에서, 1달러에 800원이 되면 환율이 낮아졌다고 한다. 이때 원화 가치는 1달러를 200원 더 싸게 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상승한 것이다.

반대로 원 달러 환율이 1달러에 1,000원 하던 상황에서, 1달러에 1,200원이 되면 환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이때 원화 가치는 1달러를 사기 위해 200원을 더 내야 하기 때문에 하락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높은 환율은 우리나라 원화의 가치가 약해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세상 친절한 환율수업 책에서는 초보자를 위해 이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환율은 국민의 생활과 국가의 경제 발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인위적으로 개입한다. 단, 대놓고 개입은 못하고 은연중으로, 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정부에서 외환보유고를 털어서 환율 방어에 나섰다는 기사들이 보이면 환율 안정을 위해 당국이 나섰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지금 변동환율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변동환율제도를 운영했던 것은 아니다. 변동환율제도는 시장에서 외환의 수급에 따라 환율이 결정되도록 하는 제도인데, 환율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의 개입이 허용되는 제도이다. 이보다 정부 개입이 덜한 제도가 자율변동환율제도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자율변동환율제도까지는 가지 못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고정환율제도를 유지했다. 이후 1964년부터 단일변동환율제도로 변경했고, 1980년부터는 세계 주요국 교역량 등을 감안해 환율을 결정하는 복수통화바스켓제도를 운영했다. 1990년부터는 외환취급은행 거래량을 가중평균해 환율이 결정되는 시장평균환율제도가 시행되었고 1997년부터 일일 변동폭 제한을 해지하고 변동환율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고정환율제도에서 중간 단계를 거쳐 변동환율제도로 변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교역 규모가 작거나 체급이 작은 나라의 경우 작은 환율 변화에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경제 성장기 초반에는 환율을 묶어놓았다가 경제가 성장하면서 조금씩 풀어주는 형태로 변했다고 볼 수 있다.

환율은 국내 물가, 경기, 금리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한 요소가 변화하면 다른 요소가 이에 따라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1. 물가와 환율

국내 물가가 상승하면, 기업들은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국내 판매를 늘리기 때문에 수출은 감소하고 국민들은 저렴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수입은 증가한다. 이에 외화 유출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원화 가치 하락, 즉 환율 상승을 야기한다.

이에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수입품의 가격이 상승한다. 원화 가치가 낮아졌기 때문에 수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며 내수 물량이 감소해 물가가 상승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물가와 환율은 서로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상승 작용을 하게 된다.


2. 경기와 환율

국내 경기 흐름이 좋아지면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늘어난다. 상대적으로 수출이 수입보다 강하면 외화 공급이 늘어나고 늘어난 달러로 인해 원화 가치가 상승, 즉 환율이 하락하게 된다. 그러나 환율 하락은 수출 경쟁력을 낮추게 되어 경기 상승 흐름이 적절 수준에서 꺾이게 된다.

반대로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수출 경쟁력이 상승해서 수출이 증가하고, 수입 원가가 상승해서 수입이 줄어든다. 수출 경기가 좋아지기 때문에 국내 경기는 상승 흐름을 타게 된다.

이처럼 환율에 의해 경기가 좋아졌다가, 다시 냉각되기도 하는 사이클을 보이게 된다.


3. 금리와 환율

금리 역시 환율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요소이다. 만약 국내 금리가 상승하면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기대한 투자자들의 국내 투자가 증가한다. 이로 인해 외화 공급이 증가하고 늘어는 외화는 원화 가치를 약하게 해서 환율을 하락 시키게 된다.

반대로 환율 상승, 즉 원화 가치 하락은 외국인의 국내 투자 수익률을 낮추게 되는 요인이 된다. 1,000원을 1달러로 바꿀 수 있는 상황에서 1,200원을 1달러로 바꿔야 되는 상황이 온다면, 10,000원을 환전 시 10달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8.33달러 밖에 받지 못하는 상황이 와서 환손해가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국내 채권 수요가 감소해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채권 가격 하락은 곧 금리 상승을 일으킨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변화에 비해 우리나라 금리 변화는 환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미국 경제 규모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유도나 태권도에서도 체급이 깡패이지만, 경제나 환율에서도 체급이 깡패이다.

외환보유고의 이면

우리나라는 안정적인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4,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를 보유하고 있다. 외환보유고의 94%는 해외 최권, 주식, 예금 등의 금융 자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외환보유고의 70%는 달러 표시 자산이다. 이외에 금 48억 달러, 특별인출권(SDR) 146억 달러, IMF 포지션 44억 달러 등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SDR과 IMF 포지션은 IMF에 맡겨둔 돈인데 필요시 찾아 쓸 수 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

IMF를 맞았을 당시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300억 달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같은 기간 GDP는 3배 늘었지만, 외환보유고는 10배 이상 늘었다. 외환보유고를 의식적으로 확대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외환보유고가 많으면 안정적인 환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막대한 외화를 가지고 환율을 유지하는 것에는 비용이 든다. 환율 유지와 물가 안정을 위해 발행하는 통화안정증권(통안채)나 외국환평형기금(일종의 채권)에 대한 이자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막연히 외화보유고가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위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건 몰랐던 내용이었다.

달러 패권의 역사 - 브레턴우즈 체제와 닉슨 쇼크

달러가 처음부터 킹왕짱이었던 것은 아니다. 세계 1,2차 대전 전까지만 해도 금융의 중심은 영국이었다. 그러나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거치며 미국의 입김이 강해졌다. 미국은 1944년 7월, 브레턴우즈에서 열린 회의에서 금 1온스당 35달러를 기준으로 하는 금달러본위제 체제를 출범시켰다. 세계 여러 나라 통화는 금이나 달러를 기준으로 환율이 고정되는 시스템이었다.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달러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 시작이었다.


하지만 브레턴우즈 체제는 오래가지 못했다. 미국은 냉전과 베트남 전쟁으로 발생한 지출을 감당하지 못했고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달러를 찍어내기 시작한다. 이를 보다 못한 선진국들이 미국에서 금을 인출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내줄 금이 없어지자 미국 닉슨 대통령은 금태환 정지를 선언한다.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금태환 정지는 닉슨 쇼크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줬다. 이후 세계는 고정환율제의 시대에서 변동환율제의 시대로 들어가게 된다. 금에서 해방된 달러는 말 그대로 날개를 달았다. 미국이 원하는 만큼, 원하는 대로 찍어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달러 패권을 공고화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페트로달러 체제'를 합의한다. 석유 거래를 달러로만 하게 하는 대신, 사우디아라비아의 안전을 보장하는 협의를 한 것이다. 미국은 이런 식으로 달러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막후에서 노력 중이다.

달러 패권에 대한 중국과 인도의 도전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었다. 책에서는 달러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미국과, 이에 저항해 달러 패권을 무너뜨리려는 중국 및 브릭스 국가들의 노력이 소개되고 있다. 달러 패권을 약화시키려는 대표적인 국가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G2에 오른 이후 국제 외환 시장에서 위안화의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중국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디지털 위안화 전략이다. 디지털 화폐로 빠르게 전환해 달러보다 앞서가서 관련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다. 한 편으로는 국제 결제망인 SWIFT의 대안으로 CIPS를 구축하고 있다. 페트로 위안화 전략도 진행 중이다. 석유 대금 거래를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지급하는 것에 대해 주요 국가들과 합의를 마친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이란,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과 원유 거래 시 위안화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이 열심히 노력 중이기는 하나, 달러 패권을 위협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중국의 금융 분야 발전은 아직 크게 부족하며,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이 없어서 신뢰를 주기 어렵다. 중국에 대한 반중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악재다.

인도 역시 주변 국가들과 자국 화폐인 루피화 거래를 늘려가고 있다. 그러나 인도는 카스트 제도와 빈부격차 등의 문제가 극심해서 아직 국제 금융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은 상황이다.


정리

세상 친절한 환율수업 책을 통해 머릿속으로 환율에 대해 알고 있었던 내용을 제대로 정리해 볼 수 있었다. 중간중간, 적재적소에 제시되는 그래프와 그림, 표 자료들이 다소 어려울 수 있는 환율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었다. 경제 공부를 시작하거나 환율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을 잡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당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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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훈육법 - 평화로운 교실, 행복한 성장을 이끄는
리차드 L. 커윈 외 지음, 방현진 옮김 / 지식프레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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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자존감 훈육법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려준다. 정보가 메뉴얼식으로 제시되어 있어 후에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기 쉽게 구성되어있다. 책의 내용으로는 자존감 훈육법의 정의, 왜 기존 훈육법이 효과가 없고 자존감 훈육법이 효과가 있는지, 어떻게 문제 행동을 예방하고 어떻게 훈육할 것인지, 공식적 훈육법/비공식적 훈육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자세한 안내가 있다.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자는 자존감 훈육법의 핵심 신념으로 학생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존감을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기존 훈육법이 효과가 없었던 이유는 학생의 기존의 훈육법(대표적으로 보상과 벌)이 학생의 자율성을 약화시켜 자존감이 오히려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보상은 오히려 학생의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으며 벌은 효과가 빨리 나타나긴 하지만 효과가 오래 가지 않음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그래서 저자는 학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문제를 가진 학생 본인의 생각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학생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학생이 문제 행동을 하는 원인을 확인한 후 이 원인을 없애기 위해 학생이 스스로 노력할 수 있게 자율성을 주어야 하며 교사는 이런 과정을 도와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과의 관계가 최우선이라고 저자는 주장하고있다.

  그리고 학생을 올바른 방향으로 훈육하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훈육 방법(가치, 규칙, 행동의 결과)과 비공식적인 훈육 방법(문제 상황에 따른 대처법), 수업 방법에 대한 개선(수업과 생활의 연계, 유머 활용), 교사의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고도 말한다.


  내가 봤을 때 책에서 인상적인 내용은 '재구조화'였다. 이는 다른 말로 프레임(frame)이라고도 불린다. 재구조화란 내가 세상을, 이 책에서는 학생을 보는 구조인 프레임을 바꾸는 것이다. 학생이 똑같은 행동을 하였어도 저 행동을 문제 행동이라고 보느냐, 아니면 일말의 장점이라도 가진 행동으로 보느냐에 따라 나의 대응과 반응은 달라진다는게 재구조화의 핵심이다. 대학원에서 상담을 강의하신 교수님께서 이와 관련하여 하신 말씀이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교수님께선 자녀를 키우면서 화를 단 한번도 내지 않으셨다고 했다. 그 비결로 자녀의 모든 행동을 재구조화해서 바라보았음을 드셨다. 재구조화는 교실에서 뿐만이 아니라 육아에도, 더 나아가 내가 세상을 보는데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재구조화의 개념을 다시 살피고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함을 느낀다. 여기에 더해 학생의 자존감을 강화시킬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알게 된 건 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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