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국가와 주권에 대한 개념도 모호하기 이를데 없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굳건하게 믿고 있는 국가와 주권도 우리가 역사책에서 배운 것처럼 오래된 것이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 사람들(주로 지배계층)이 자신들의 필요로 인해 만든 인위적으로 형성된 개념이라는 것이다.
국가는 산업혁명 시기가 도래하면서 비로소 형성될 수 있었다. 산업화가 시작되고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이 시작되고, 교육을 통해 사람들은 하나의 국민, 국가라는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이때부터 우리는 비로소 국가라튼 틀 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고, 통치하고, 일하게 된 것이다. 언어가 표준화되고 철도망, 전신, 통신 수단의 발달로 연결성의 규모와 속도가 증가했고 이를 통해 상상 속의 국가 공동체가 실현되었다. 이는 유발 하라리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상호 주관적 현실'이라는 개념으로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 과거 민족적 공통점으로 형성된 국가 개념도 있지만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주권이란 것도 대체로 정의하기 어렵고 모순이 가득한 개념이라는 데에서 국가와 큰 차이가 없다. 주권은 국경을 구분하는 장벽 안에서는 구체적으로 명시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장소, 시간, 그리고 사람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영국은 브렉시트를 탈퇴하며 '통제권을 되찾자'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그러나 세계화 시대에 주권 국가가 휘두를 수 있는 주권이 얼마나 제한적인가를 영국이 브렉시트를 통해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국가 주권은 결코 절대적이지 않을 뿐더러 언제나 주변 강대국이나 교회 세력 같은 경쟁 세력과 공존해왔다. 현대도 다르지 않다. 다국적 기업의 국경을 초월한 이해 관계, 자본 시장과 국제 금융의 변동성, 강력한 동맹국과 적국의 변덕, 그리고 초국가적 범죄 네트워크의 활동 같은 세계화의 특징으로 국가 주권은 약화되고 재구성되고 있다.
한 국가만의 고유한 주권은 허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