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화폐전쟁 - 달러 패권 100년의 사이클과 위안화의 도전
조경엽 지음 / 미래의창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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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급락하는 주가, 뛰어오르는 금리 때문에 트럼프가 한 발 물러난 모양새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계속 되고 있다. 앞으로도 두 나라의 갈드은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단순간 갈등이 아니고 정치적, 경제적 패권을 놓고 두 나라가 벌이는 갈등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단지 돈을 덜 쓰고 싶을 뿐 세계 패권을 놓칠 생각이 없고, 중국 역시 여기서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미중 화폐전쟁」은 미중 갈등 상황에서 중국에 포커스를 맞춘 책이다.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고, 달러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움직이고 있는 지 알수 있는 책이다. 중국이 국제 사회에서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고 사용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 수 있다. 책의 내용을 들여다본다.

위안화의 달러 패권 접수, 가능할까?

미국이 영국의 파운드화로부터 패권을 뺏어온지 70년이 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작된 브래튼우즈 체제, 이후 닉슨 대통령의 금태환 폐지, 패트로 달러 정책 등을 통해 달러 패권은 흔들림 없이 유지되어 왔다. 최근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확립되어온 달러 패권이 단기간에 무너지진 않는다. 책을 쓴 저자 역시 이에 동의하며 중국 위안화가 단기간에 달러의 자리를 차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확실히 이야기 한다.

단, 미국 달러가 영국 파운드화의 자리를 조금씩 대체해가며 패권을 차지했듯이, 중국 위안화가 달러 패권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와서 조금씩 세력을 넓히며 달러에 대항할 수 있는 통화가 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중국은 이를 위한 전략을 천천히, 조용히, 착실하게 수행 중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위안화 활성화 전략들 - 디지털 선점

중국은 전세계에서 CBDC가 가장 활성화된 나라이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에서 2억 명이 넘는 인구가 CBDC 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중국이 CBDC를 활성화 하려는 이유는 CBDC가 중앙집중식 구조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가 탈중앙화를 지향하지만, CBDC는 완전 반대이다.

CBDC가 도입되면 적재적소에 투입되는 자금을 통해 금융 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스마트폰을 통해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현금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국가가 자금 흐름을 확인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은 CBDC의 위험성으로 꼽힌다. 중국은 통제를 중시하기 때문에 CBDC 시스템에 특히 더 매력을 느끼고 집중적으로 연구, 투자 중이다.


중국은 엠브릿지(mBridge) 프로젝트라는 것을 통해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한 노력도 지속 중이다. 엠브릿지 프로젝트는 국제결제은행 BIS와 손잡고 세계 여러 나라의 CBDC간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실용화하는 것이다.

위안화 활성화 전략들

중국은 국제 사회에서 위안화 사용을 늘리기 위해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책에서는 아래 8개 전략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1. 통화스와프

중국은 세계 여러 나라들과 위안화 통화스와프를 맺어 위안화를 활성화 시키기위해 노력 중이다. 동시에 세계 30개국에 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열어서 달러를 통하지 않고 현지 통화와 위안화를 직접 환전하는 모델을 장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은 달러 의존을 줄이고 결제 서비스, 금융상품 개발, 투자 기회 확대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중국 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마련되어 있고 거래 규모는 싱가포르, 영국, 홍콩에 이은 4위이다.

2. 중국 국부펀드(CIC)

CIC는 중국투자공사로 해외 자산, 중국 내 자산, 금융기관 지분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중국 정부가 100% 출자한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채권을 발행하기도 하고 신흥국에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기도 한다.

3. 상품거래소 설치

시카고상품거래소, 런던금속거래소 등 서방 세계 거래소의 영향력을 줄이고자 중국은 상하이선물거래소(SHFE), 상하이국제에너지거래소(INE), 다롄상품거래소, 정저우상품거래소 같은 거래소를 개설해서 운영 중이다. 특히 구리는 세계에서 중국의 수요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런던금속거래소와 상하이선물거래소 가격이 구리의 글로벌 시세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막강한 원자재 수요를 통해 자국 거래소를 활성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패트로 달러 체제에 균열을 내어서 위안화로도 원자재를 거래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꾸준하게 노력 중이다.


4. AIIB

중국은 중국판 세계은행은 AIIB를 설립해서 미국 중심의 국제 금융질서에 맞서고자 한다. AIIB는 세계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다자개발은행이다. 자기 자본 비율과 유동성 비율이 높아 신용등급은 AAA로 평가 받고 있다. 서방 세계 국가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도 회원이다.

위안화 국제화 전략에서 AIIB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각종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세계은행 대비 빠른 결정과 지원이 강점이다. 일대일로 전략과 함께 제3세계 국가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면서 중국과 위안화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5. 일대일로 프로젝트

일대일로는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현대판 실크로드 프로젝트다. 2049년까지 고대 동서양을 연결한 교통로인 실크로드를 현대에 재현하겠다는 원대한 포부가 담긴 사업이다.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인프라 개발을 지원해왔다. 10여 년간 1조 달러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엄청난 규모의 프로젝트다. 위안화로 지원하기 때문에 위안화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인프라 투자이기 때문에 중국 기업과 인력이 투입되어 중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았던 국가에서는 과도한 채무로 인해 중국에 자산을 강탈당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6. CIPS

CIPS는 중국이 SWIFT망의 의존을 줄이기 위해 만든 국경 간 결제망이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의 제재 중 하나로 러시아는 SWIFT 망에서 퇴출되었다. 이로 인해 해외에 보유 중인 러시아의 자산이 모두 동결되었다. 돈이 있어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를 본 중국은 자신들도 언제 제재의 대상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달러화 자산 비중을 줄이고 SWIFT망이 막히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CIPS 망을 확대하고 있다.

7. 신용평가사 다궁

중국은 무디스, 피치 등이 점유하고 있는 국제 신용평가 시스템의 의존에서도 벗어나기 위해 다궁국제자산평가라는 신용평가사를 만들어서 서방 세계에 대응 중이다. 비록 잘 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은 포기하지 않고 독립적인 신용평가 기관을 갖기 위해 노력 중이다.

RCEP vs IPEF

미국과 중국은 태평양 패권을 놓고도 부딪히고 있다. 태평양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미국이고, 중국은 어떻게든 미국의 포위망을 뚫고 태평양으로 나오려고 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국은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을 통해, 미국은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를 통해 태평양에서 경제적인 블록을 형성 중이다.

RCEP를 통해 중국은 한국과 일본, 아세안 시장에 자국의 영향력을 증대시킬 수 있었다. 미국은 IPEF를 통해 중국을 제외한 공급망 재편, 반도체 칩4 동맹 등을 구성하여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브릭스 - 중국의 영토 확장 수단

브릭스는 서방 중심의 G7에 대응하기 위해 2006년 출범한 공동체이다. 최초 가입국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이었는데 2010년에 남아프리가 공화국이 추가되면서 BRICS가 되었다. 2024년에는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가 새롭게 가입했고 2025년에는 인도네시아가 동남아시아 최초의 브릭스 회원국이 된 상황이다.

브릭스는 NDB(New Development Bank)를 설립해서 세계은행에 대응하는 개발 금융기관으로 키우고 있다. 중국의 AIIB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개발과 자금 지원을 한다면, NDB는 모든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투자기관을 목표로 한다.

브릭스는 NDB외에 CRA(Contingent Reserve Arrangement)을 운용하고 있다. CRA는 IMF처럼 회원국 내에서 긴급 자금이 필요해졌을 때 자금을 빌려주는 곳이다.

브릭스 국가들은 새로운 곡물거래소 설립, 브릭스 브릿지(브릭스 국가들만의 결제망 구축 프로젝트), 브릭스 클리어(회원간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 사용), 공동 재보험사 설립 등에 힘을 모으면서 미국과 서방세계에 맞서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는 중이다.

단, 브릭스 내부에서도 기온 차이가 느껴지는데 중국과 러시아는 회원국 확대를, 인도와 브라질은 회원국 유지를 주장하면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브릭스로 묶여 있다고 해도 다른 회원국들이 중국의 독주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이 브릭스 내에서 지나치게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거나, 브릭스를 노골적인 반서방 연합으로 만들려고 한다면 내부 갈등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브릭스를 경제 협력 중심의 느슨한 연합체로 운영하면서 다양한 신흥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간다면 브릭스의 역할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대응

중국의 위안화 띄우기, 국제 영향력 확대에 맞서 미국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재취임하면서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우선 미국은 사우디의 브릭스 가입을 막았다. 트럼프는 최초 순방 지역을 중동으로 정하면서 사우디의 브릭스 가입을 중단시키고 페트로 달러를 지키려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파나마운하를 이슈화 시키면서 중국을 견제했고, 그린란드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가 북극항로를 차지하는 것을 순순히 두고보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중국의 CDBC 활성화에 맞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CBDC의 개발, 발행, 유통,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 훼손,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미국의 주권 위협 등을 금지 이유로 제시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디지털 위안화를 실용화한 중국의 CBDC 확산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CBDC를 금지시킨 것은 명백하게 중국이 주도해온 디지털 위안화 실험과 글로벌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대신 미국은 암호화폐 관련 정책을 핵심 과제로 삼고 지원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암호화폐 가격이 오른 것이 이를 반영한다. CBDC는 금지하지만 대신 비트코인 비축, 스테이블코인 육성 등은 활성화하고 있다. 중국이 암호화폐를 억제하고 있는 것과 정확히 반대된다. 트럼프는 스테이블코인을 중시하고 있는데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수요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달러 기반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달러의 영향력을 자연스럽게 확대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거래량이 증가할수록 달러 수요가 늘고, 이는 곧 미국의 달러 패권 강화로 이어진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군산복합체(CMIC) 관련 기업에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고, 외국회사책임법(HFCAA)을 시행하면서 중국 기업을 상장폐지 시키려고 압박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 반도체, 양자기술 등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 이전과 자본 유입을 전방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중국의 무기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수록, 중국도 대응 수위를 높인다. 중국도 미국에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 중국도 나름 G2의 대국이기 때문에 미국을 상대로 쓸 수 있는 카드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채권 매도와 희토류 무기화이다.

1. 미국 채권 매도

시장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전략은 중국이 보유 중인 미국 채권을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채를 시장에 팔면 미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간다. 가뜩이나 채권 이자 부담으로 힘들어하는 미국인데 채권 금리까지 더 올라가면 미국의 재정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그러나 중국이 이 카드를 마음껏 쓸 수는 없다. 이미 미국 국채 보유량을 많이 줄였고, 미국채 대량 매도 시 미국채의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중국 역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자신도 피해를 보면서 미국에 피해를 입히는 전략이라 사용하기 쉽지 않다. 또한 이 과정에서 국제 금융시장에 불안이 높아지고 이는 중국 내 외국 자본의 유출이나 경제 위기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2. 희토류 무기화

중국은 전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서방 세게는 캐나다나 호주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시키고 있지만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은 이를 무기로 잊을만하면 희토류 공급망을 쥐고 흔들고 있다.

정리

책 「미중 화폐전쟁」은 중국이 위안화 활성화를 위해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중국이 대미국 전략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알 수 있었던 책이었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동맹을 맺은 블루 진영에 속해있는 반면, 중국은 공산당 일당 중심의 폐쇄적인 사회고 일반적인 민주주의 국가와는 다른 시스템, 언어의 장벽 때문에 때문에 중국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책 「미중 화폐전쟁」은 중국에 대한 심도 있는 정보를 얻기 유용한 책이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이 책을 통해 중국이 쓰고 있는 금융과 위안화 활성화 전략을 확인한다면, 미국이 미국의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고 두 나라가 어느 지점에서 부딪히는 지 더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 관심이 많거나, 미중 갈등에서 특히 중국측의 대응과 움직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 이 글은 출판사의 도서 협찬을 받고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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