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었던 책이었어요!!!
페루 시인의 시를 제가 접해볼 일이 없었거든요.
한국 독자들이 페루 시인 세사르 바예호의 시를 만날 수 있게
출간해 주신것부터 감사해야 할 정도로
페루의 문학을 한국에서 접한다는 건 실제로 출판업계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었던 듯 합니다.
그냥 우리나라의 시인이 쓴 시 중에서도
시를 쓰던 당시 시인의 마음을 담은 함축적인 시어들을 헤아리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하물며 세사르 바예호가 쓰는 안데스
스페인어를 번역한다는 건
더더욱 관련된 분들에게는 사명감처럼 느껴질 정도로 녹록치 않은
일이었을테죠.
그 고민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2015년 전까지 아시아계 언어로 바예호 시선집이 나온 것은
한국어 번역이 유일하다는 사실을 접하면서
세사르 바예호의 시어 불모지인 한국에서 그의 시선집을 만난다는 건
또 생각해보면 참으로 행운이다 싶습니다.
20세기 중남미 문학, 나아가서는 세계문학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시인으로 평가되는 세사르 바예호.
그의 시가 이토록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문단의 주목을 받는
것은
자신의 삶의 궤적을 통해 심연을 들여다보면서
인간에 대한 연민을 시에 모두 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험난한 인생여정을 갖고 있는
세사르 바예호의 인생이 있었기에
시에서 느껴지는 암울함이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에 박히는가
봅니다.
정직하게 써내려간 그의 시를 읽어가면서 반대로
저 또한 시인에 대한 연민이 생기더라구요.
세사르 바예호의 시가 어렵다고는 하는데 보지 못했던 저는
그래도 바로 시를 만나보는 것으로 맘먹고
드디어 세사르 바예호의 시를 접했습니다.
페루와 중남미의 문화가 느껴지는 시어들과 시의 분위기가 느껴질
때면
한국 독자로서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구나 싶더라구요.
거기에 세사르 바예호의 마음을 헤아리기는 더더욱.....
하지만 한번 읽어보는 것과 두번, 세번 읽어보니
시의 느낌이 사뭇 달랐습니다!!!
물론 시가 전하고자 하는 시인의 느낌을 명확하게 알기엔 역시나
한계는 있었습니다.
그래도 시인이 이 시를 쓰면서 그려봤을 이미지를
저 역시 몇번씩 읽으면서 상상해보게 되더라구요.
시인에게 좀 더 관심을 갖고 상상해보며 더 다가가고픈 저의
노력이었죠.
페이지 넘기기가 힘들어지는 고비를 주는 책을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봅니다 
그래도 포기하거나 그냥 덮어버릴 순 없죠.
나중에 또 읽어봐야 할 책으로 1순위에 놓으렵니다.^^
1998년에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라는 시선집 이후로
번역되지 않은 시들을 추가로 번역해서 담은 이번
시선집에서는
죽음에 대한 시인의 마음,
신에 대한 원망과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신 뿐임을 인정하는
시인의 고뇌와 번민이 느껴집니다.
신의 존재를 믿고 싶지 않을만큼 세사르
바예호에게는
삶이 녹록치 않았고, 그래서 그 누구보다
의지하고 싶은 대상을 찾았을거 같아요.
그런 마음을 시에 모두 담아서 표출했을 것이라
짐작해 봅니다.
시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할 의무도
없고
시인의 삶과 어떤 마음으로 그 당시 이 시를 썼을까
상상해보며
시가 전하는 그 느낌 그대로 저는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하나 너무나 인상적인 시를
만났구요.
친구에게 보낸 시라는 "일용할
양식" 은
일반적으로 시를 읽다 보면 어두운
느낌의
피, 굶주림, 울고 있는, 십자가에 박힌 못, 못된 도둑, 차가운 시간, 서글픈 시간......
텍스트만 보면 어둡게만 볼지도 모르겠으나
제게는 그 누구보다 나약해 보이고, 그래서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은
바예호의 모습이 느껴집니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의 시들을 쓴 시인 자신에게
독자도 역시 그런 마음이 오롯이 느껴지고 있어요.
사랑을 갈구하고 행복을 원하는 시인의 간절함이
너무나 정직한 시어들로 다가오니까
더 마음을 아리게 하는 "오늘 나는 기분 좋게
행복하고 싶다"
이 시도 소개해 드리고 싶네요.
참, 신기합니다!!!
텍스트만 봐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한줄 한줄이지만
전체를 보고 나면 시인이 말을 걸고
시가 눈빛을 보내는 느낌이 들어요.
시를 즐겨 읽는 편이 아니지만 암울한 분위기의 시를 많이 쓴 시인의
시선집이라는데
왠지 저는 더더욱 읽고 싶었었던 첫 느낌이 생각납니다.
전혀 모르던 책과 처음 접하게 될 때마다
그 책과의 인연을 생각하게 되는데요.
마치 책이 살아있는 사람인것처럼 제게는 최고의 의미를 지닌 것으로
느껴지거든요.
세사르 바예호의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시선집이 그런거 같습니다!!
시선집 제목과 같은 시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 이
뒤에 올 말을
대충 저 혼자서 가늠해 봤는데
실제로 시를 만나고 뒷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어요.
단언하듯 던져진 두 글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주어진 삶은
살아야겠지.......
넋두리와 약간의 희망을 품은 그의 마음이 전해지는 시!!!
뭐라고 설명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직접 읽어봐야 세사르 바예호의 말투나 생각, 표정이 보일락 말락
할듯 해요. 
이 시선집을 만나기 전과 크게 다를바 없이
읽고 난 후에도 세사르 바예호 라는 시인을 잘 모르겠고
그의 시를 확실히 어떻다 말하기도 자신은 없지만
인간적으로 보듬어주고 싶은, 모성애를 자극하는
시인.....!!!
좀 더 자주, 틈틈히 만나봐야 겠어요.
세사르 바예호의 시가 갑자기 읽고 싶어서
연민과 희망의 이름으로 마주할 이 시선집을
찾게 될 어느 날이 언젠가는 또 올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