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사회 - 증오는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가
카롤린 엠케 지음, 정지인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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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는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가"

​<혐오사회> 제목 위에 붙는 부제와도 같은 한 줄입니다.

어디로부터, 누군가로부터, 무엇때문에

평화롭게 살아도 부족할 이 사회에 극혐, 혐오, 증오 라는 말들이

버젓이 활개를 치며 아무렇지 않게 타자를 배제하고 상처주는 일이 생기는 걸까요.....​


읽기 전부터 이런 책이 나온다는 사회정치적 현실이 개탄스럽지만

바라보고 한탄하기만 할 수는 없겠죠.

나쁜 것이라면 바꿔야 할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고

바꾸려면 제대로 알아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독일의 저널리스트 카롤린 엠케는 본인이 여성이면서 성소수자로서

사회속에서 배제되는 한 켠에 서 있는 당사자이고

그래서 더더욱 강한 어조로, 하지만 담담한듯 차분하게

이 사회에 사람들이 인지하는 못하는 틈을 타서 뿌리박혀 있는

혐오와 증오의 구조를 파헤치고 있어요!!! 


요즘 이 책이 많이 읽힌다는 주변의 이야기가 참 씁쓸하지만

 

그럴수록 알고 있어야만 할 거 같은 동시대인으로서의 사명감이 생깁니다.



 

 

 

 

추천의 말부터 집중하지 않을 수 없는 <혐오사회> 이 책은


독일의 작가가 쓴 책이어서 아무래도 독일 위주,


또는 서양 위주의 사회문화를 얘기하는 부분이 많은데요.


그 모습들에서 대한민국의 모습도 보이기 때문에 연관성이 없다고 볼 수가 없는 책이어서


대한민국에서도 많이 주목하나 싶습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에서는 사랑, 희망, 걱정, 증오, 혐오와 멸시에

 

대한 작가의 통찰이 돋보입니다.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 괴테의 "파우스트" 와 같은 작품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키워드들이어서 흥미롭고 재밌게 읽은 부분입니다.


"동질성-본연성-순수성" 내용이 조금 어렵기도 하고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얘기들이 아니다 보니 몰입이 잘 되진 않은 부분이었어요.


그래도 곳곳에서 핀셋으로 찝어낼 만큼 기억해둬야 할 이야기들은 많더라구요.


두번째 장에서 흐트러진 몰입도를 마지막 "순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찬미" 에서


차분하게 다시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한 사회 내의 복수성은 개인이나 집단에게서 자유를 앗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엇보다 먼저 그 자유를 보장한다.


여기서 말하는 복수성은 다양성이라 바꿔 말해도 좋을 거 같습니다.


또한 순수성과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말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 같아요.


우리가 알고 있는 '순수'는 어린이들의 순수함을 말하는 그런 좋은 이미지로 생각하면 착각입니다.


대표적으로 혐오와 증오를 대놓고 표현하며 인권이라고는 안중에도 없는


IS (Islamic State).


전 세계의 이슬람국가를 꿈꾸는 IS 가 순수성 얘기하면서 명분을 내세우고 있거든요.


혐오와 증오를 대표하는 IS 의 실체와 그들의 목표를


이 책에서 아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서


저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의미를 충분히 얻었다고 볼 정도입니다.

​책의 곳곳에서 얘기하는 내용들 중에 공유하고 싶은 것들이 한 두개가 아닌데요.


요즘들어 극혐, 증오, 혐오에 대한 분위기가 갑자기 생겨난 건 아니죠.


예전부터 암암리에 존재하고 있던 것들이 서서히 수면 위로 머리를 내미는 격.


어쩌면 대한민국보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더 만연해 있다고 볼 수도 있고


유럽에 테러를 감행하는 IS 들의 만행이나 난민들의 생활상을 보면 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유대인들, 여자들, 불신자들, 흑인들, 레즈비언들, 난민들, 무슬림들 혹은


미국 정치가들, 서구인들, 경찰들, 언론들, 지식인들.


카롤린 엠케는 특히 이중에서 난민, 인종, 성소수자의 혐오에 좀 더 집중합니다.

​우리나라에 빗대어 말하자면 겹치는 지점도 보이죠.^^;;


언론 기본이고 정치검찰로 인해 국민의 불신은 지금 최고조!!!


이런 불신을 무조건 나쁘다고만 보기 보다는


이제서야 비로소 사람들의 정신이 깨어있구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정확하게,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알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죠!!!

 

 

 

독일인으로서 그 나라 국민들은 나치즘, 그리고 아우슈비츠에 대해 알레르기처럼


무조건 반성해야 하고 잘못된 역사는 바로잡아야 하면


늘 기억해야 한다는 반응을 하고 있지만


일부 독일인들중에  이제는 그만해도 되지 않냐는 안일한 생각들이 고개를 드는 분위기에


작가는 불편한 심경을 드러냅니다.


저 역시 작가와 다르지 않습니다.


나아가 대한민국과 더 밀접하게 이런 역사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의 행태를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슈들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죠.


최근에는 군함도 영화를 통해서 중국, 북한까지도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과 자세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규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들에게 양심은 없는지 정말 묻고 싶을만큼


사실로 드러난 일들을 왜이리 눈 가리고 아웅하려 하는지.....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당당한 조상이 되려는 노력보다는


현재 자신을 개인으로만 여기고 일단 피하려고만 하는

 

일본의 우익 지도자들과 그의 추종자들, 답답합니다.



 

 

"한나 아렌트" 라는 작가는 여기저기서 너무나 많이 들었던터라 정말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녀가 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이라는 책을 그래서


며칠전에 주문해서 드디어 받았다지요!!!


독일 태생의 유태인 철학사상가이고 나치를 피해 미국에 이주해 살았던 경험들이


"악의 평범성" 이라는 말을 만들어내면서


나치즘의 전체주의를 통렬히 비판하는 삶을 살아왔던 인물.


그녀는 순수성이 아닌 다원성을 통해 문화, 종교의 다양성으로

 

오히려 의미있는 세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같은 독일인이자 여성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기도 하지만


독일을 대표하는 지성인으로서


카롤린 엠케가 한나 아렌트를 얘기 안하고 지나갈 수가 없었을 듯 싶네요.^^



 


혐오와 증오가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나가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집중하게 되는 부분이 IS 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겉돌기 식으로 알고 있던 그들의 실체를 카롤린 엠케 덕분에 조금은 알 거 같아서


막힌 체증이 풀린 거 같은 후련함을 느끼게 해주기도 했죠.^^



 


모든 이교도와 무슬림 중에서도 IS 의 뜻에 따르지 않는


모든 이들을 적으로 판단하는 IS.


우리의 사상만이 순수하고 다른 이들은 모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분법적 배제의 매커니즘, 인간을 박해하는 섬뜩한 공격성이라고 표현한


카롤린 엠케의 혐오에 대한 정의를 IS가 대표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죠.


"다름은 불평등으로, 같음은 동질성으로 변질된다" 고 작가가 말한 것처럼


순수한 자기들만의 이데올로기가


다양한 종교적 신념과 실천방식이 있는 이 사회와는 


서로 공존할 수 있음을 그들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문화나 종교가 뒤섞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한나 아렌트가 추구하는 다원성을 극렬히 반대하는 IS.


자신들이 믿는 순수한 신앙이 아닌 세속적이고 다원적이고 개방적인 유럽에


이렇듯 극렬한 반대의사를 표하는 것도


그들 사회에서의 통합과 조화를 저지하고 자신들과 같은 신앙이 아닌 무슬림들을


배제시키고 박해하는 태도는


그 어떤 사회에서도 이해받을 수 없는, 그야말로 "순수하지 못한 것"이 아닌지.....


 


 


혐오의 최고봉 IS 처럼 이데올로기가 다르다고


같은 인간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일은


더이상 일어나면 안되겠죠.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관용하자는 정도의 인식으로는


그러나 혐오의 폭발을 막아내지 못한다고 작가는 엄중히 말하고 있습니다.


혐오와 증오에 맞서 싸운다는 것은


차이를 본질인 양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관점에 맞서는 것이기도 하구요.




증오나 증오의 사회현상은 개인적, 우발적, 막연한 감정이 결코 아닙니다!!!


그렇게 발생한 혐오는 금새 사그라들거든요.


하지만 이데올로기에 따라 집단적으로 형성되면 그 파급력이 상당한 것!!!


광신주의적인 풍토를 경계하면서 사회현상을 정확히 관찰하고


엄밀하게 구별하며 증오를 이루는 성분을 해체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역사적, 지역적, 문화적 맥락 어디에서 작동하고 있는지 고찰해야 하고


IS 에게서 무수히 공격을 받더라도


그들이 경계하는 세속적이고 다원적인 세상이기를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하는


카롤린 엠케의 ​<혐오사회>.


왠지 책 제목을 보면 휴머니즘, 평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나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가 사는 이 사회에 좀 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구나


절감하게 만드는 책!!!


내가 사는 이 사회, 동시대인들, 국경과 민족을 초월한 지구상 인류에게


혐오와 증오의 시선을 거둘 수 있는데 제대로 알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면,


이 책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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