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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뿔소를 보여주마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4월
평점 :
책마다 독자가 갖게 되는 스토리가 다 다르겠죠.
같은 독자라도 처한 상황에 따라서 같은 책이지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듯이 말이죠.^^
두꺼운 책이라도 그야말로 흡입력이 있는 책들은 정말 재밌어서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기분좋은 경험 또한 더러 있습니다.
그래서 책과의 만남을 얘기할 때 저는 운명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책 한권이 사람에 따라 무엇에 한창 관심이 있느냐에 따라서
그 관심사가 더 커지고 깊어지게 하기도 하고
전혀 관심없던 영역에 책 한권이 새로운 관심사로 가게 해주기도 하지요.
이번에 만난 이 책, <코뿔소를 보여주마> 또한 제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입니다.
한마디로 의미있는 책이 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말씀.... ㅎㅎㅎ
에필로그까지 465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두께감 있는 책이어서
모든 책이 제게 그러하듯이 이 책은 또 내게 어떤 감흥을 줄까,
어떤 변화를 줄까 기대하며 펼쳐보게 되는데요.
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제목에 들어가는 단어중에 왜 "코뿔소" 가 들어갈까 하는
즉흥적인 호기심으로 시작은 했지만
역시 끝무렵에 주는 울림은 분명히 있었던 책!!
저는 동시에 "복수 문학" 이라는 말에 집중했습니다.
어떤 스토리를 갖고 있길래 복수 문학이라고 했을까?
날선 이야기들이 오고 갈거 같은 막연한 느낌과 함께
"나라가 우리를 죽였다!" 강한 어조로 시선을 끌게 하는 이 책,
왠만한 자신감 아니고서는 할 수가 없는 배짱 두둑히 담긴 책띠까지~~!!!
읽을수록 자꾸만 궁금해 지실까요? ㅎㅎㅎ
중간에 일들이 많아서 끊어가며 읽긴 했지만 시간이 여유로운 순간 몰입하기 시작하니까
그냥 단숨에 읽게 되었고 그 감흥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막 알려주고 싶고 인상적이었던 페이지는 다 보여주고 싶고 그러네요.
지금 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던 분들과 독서모임을 통해
생각을 꺼내고 함께 버무려서 나누고 싶은 마음도 들구요.
인문학과 역사, 문화를 사랑하는 저로서는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단테의 신곡, 이집트의 심장 무게달기에 관심이 많이 갔습니다.
천국과 연옥, 지옥 이야기, 그리고 얼마전 있었던 이집트 보물전을 다녀왔을때도
인상깊었던 이집트의 죽음 이후의 세계를 지속할 수 있으려면 깃털과 심장의 무게를 달아서
영원한 삶을 이어갈 수 있을지 재판하는 이야기......
왜 이토록 이 책 속에서는 사후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까요?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도 참 다양하고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참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텐데요.
그 '어떻게' 라는 물음 속에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떳떳한지,
진실을 묻고 은폐하고 감추려는 시도를 보이며 부끄러운 인생은 아닌지
<코뿔소를 보여주마>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샛별식당에서 자주 모인 인물들을 두고 "샛별회 사건" 이라고 부르며
미궁의 살인사건들을 파헤쳐 가는 이 소설에서는
그 샛별회 사건속 살해되는 인물들이 피해자가 아니라 결국은 가해자였고
그 가해자들로 인해 진실이 가려진 채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사람들이 진실을 밝히고자 외칠 수 없기에
가만히 있어도 송곳이 주머니를 뚫고 나오듯, 국가가 하지 않아서 참고 참다
그 자식들이 세상에 소리쳐 외치고 싶었던 이야기!
방법은 잔인했지만 연민이 동시에 생겨나게 하는 슬픈 이야기!!
더 이상 진실을 외면하고 국가의 폭력으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써내려간 이야기!!!
진실을 침묵당한 사람들의 절규였고,
그것이 결국은 세상에 독이 되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작가는 아픈 마음으로 써내려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아픈 현대사속에서 소리 없이 희생당한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요.
일부러 숨기려고 하다보니 영면하지 못하는 슬픈 영혼들을 어제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절절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 속 아픈 영혼들과 똑같은 사건이 아닐지라도 현대사 속에서 아픈 사건들이 너무나 많고
파헤치자고 들자면 안정적인 삶을 바라는 국민들에게도 힘든 시간들이겠지만
절대로 그냥 묻고 가면 안 될 역사라면 다같이 알고 기억하고 또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한
국가적, 국민적인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촛불 혁명이라고 부를 만큼 정말 큰 일을 우리 모두 해냈고,
한 개인이 벌 받아야 하고 잘했다는 걸 얘기하기보다
국민 한명 한명의 권력이 모여서 큰 힘을 만들어내고 그 힘을 받아서 대통령이 일하는 나라에서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라는 거 이념을 막론하고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고 싫다 할 수 없을테니
사사로운 이익 때문에 나와 다르다고 억압하지 말고,
국가라는 큰 힘으로 개인 또는 단체를 탄압하지 말고,
둘로 나눠서 편가르지 하지 말고,
느리더라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다같이 또는 다양하게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그런 나라속에서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기를....!!!
어두운 곳에서 내가 속한 단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진실을 덮으려 한다면
개인의 명예는 물론이고 이 사회에서 떳떳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저버리는 일이 될 수 있어요.
나 혼자만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라 이 평화로운 공동체를 유지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진실 앞에 떳떳하게 살고 상처입은 사람들도 모두 보듬는,
어쩌면 너무나 이상적인 나라.... 앞으로 기대해도 될까요? ^^
진실을 덮고 왜곡하는 곳을 있다면 그곳을향해 우리 모두는
곳곳에서 코뿔소가 되어 죽기 전까지 우리의 "뿔" 이 향하게 할 것이고,
코뿔소의 "뿔"이 가리키는 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며 보여줄 것입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