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개인주의자 - 온전한 자기 자신을 발명하는 삶의 방식
정수복 지음 / 파람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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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존중받는 사회를 끊임없이 타진해온 정수복 작가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책을 읽어본 것도 아니다.

이건 추측인데 아마도 내가 그동안 읽어온 여러 작가들의 책 속에서 자주 언급된 인물이지 싶다.

사회학을 전공하고 1980년대에 프랑스로 유학해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0년대에 국내로 돌아와 시민운동과 시민교육에 참여했다가

다시 2000년대에 프랑스로,

또 다시 2010년대에 돌아와서 학자이자 작가로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는 배경을 가진 사람이었다.

"개인주의자"라는 실존적 정체성을 학구적으로 접근했던 방법이

대로는 설득력이 있었고 때로는 따분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흥미로운 부분이면 한 번 더 읽고, 지루하면 그냥 스킵하면서 미련을 두지 않고 읽으려고 하였다.

1부에서는 개인주의에 대한 이론과 역사가 나오고


3부에는 개인주의자로서 살아감에 있어서 실천과 실전을 다루고 있는데

주석이 적지 않음에도 전반적으로 꽤 흥미롭게 읽었다.

아마도 문유석 작가의 <개인주의자 선언> 이후에 만나는

"개인주의자"에 대한 나의 지적 갈증을 간만에 해갈해주었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도 더해졌을 것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정수복 작가의 교양 인문학은

쓸데없이 들어간 문장들이 없고 문체는 이만하면 간결했으며

또한 명료했고 가끔씩 책 속에서 작가의 존재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주의"와 "개인주의자"의 정의를 제대로 알고 싶다면

<개인주의자 선언> 보다 <이타적 개인주의자>를 추천한다.

사실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었을 당시 내게는 제법 센세이셔널한 자극이었고

지금까지 나다운 삶을 운영해가는 데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는 책이지만

개인주의자에 관한 이론과 현상을 알고 싶거나

개인주의에 관한 교양을 채우기 위한 목적으로 관련 주제도서를 찾는다면

정수복 작가의 이 책이 더 알맞다.

<이타적 개인주의자> 라는 말은 어찌 보면 형용모순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개인주의를 마치 이기주의로 착각하는 현실이 여전하다는 것을 짚어가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사실 나 또한 개인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어떻게 다른지도 제대로 알아보고 싶은 마음으로 펼쳐보게 되었다.

완독후 드는 생각은 개인주의자는 참으로 모든 걸 다 갖춘 존재가 아닌가 싶다.

내가 지향하는 여러 인간상을 두루 갖추며 살아가는 존재로 여겨진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고 비인간적인 전통이나 관습은 무조건 따르고 싶진 않다.

타당한 의견은 경청하고 수용할 자세가 되어 있지만

세상의 쾌락이나 재물만 추구하는 이들의 책임전가나 책임회피는 진짜 꼴불견이다.

나의 자유가 소중하듯 타자의 자유도 소중하다는 생각을 늘 하면서 살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인간 사이의 우호감과 연대감을 소중히 여기며

우리는 모두 각자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솔제니친의 말을 인용한 지점도 격하게 반긴다.

개인의 생각을 억압하는 다수의 횡포, 특히 국가권력이나 위계질서에 기반한 지배세력를

경계하며 소수의 의견도 존중하고자 노력한다.

궁극적으로 이타적 개인주의자는 자기 발전을 위해 자유를 주장하고자 한다면

남의 자유도 최대한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품격있는 자유를 지향해야 함에 동의한다.

그러나 간혹 내 삶의 방식과 결이 다른 이들을 간혹 TV를 통해 만나기도 한다.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키우면서 타자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

충동적이고 비합리적이며 감정적이고 기만적인 사람들.

저런 자들은 그저 개인의 이익만 추구하는 얄팍한 이기주의자에 불과하다.

정수복 작가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반시민적인 집단주의자라 규정하며

능동적이고 자율적으로 행위하는 개인이 바로 개인주의자라고 정의한다.

나아가 공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 그 때 개인주의자는 시민으로 그 의미가 확장된다.

여러 방면으로 개인주의를 다루고 있는 <이타적 개인주의자> 에서

가장 관심이 많이 갔던 꼭지는 탐미적 쾌락주의로서 개인주의였다.

이건 마치 나를 대상으로 해서 설명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요란하지 않고 은은한 쾌락을 추구하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일과 여가를 배합하고

남들이 다 가는 값비싼 핫한 장소보다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기 마음에 드는 쿨한 공간을 찾는 사람.

남들이 따르는 유행과 관습을 거부하는 일상의 작은 반란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대목에서는 소름까지 돋을 정도.

트렌드라며, 요즘 핫하다며 그 추세를 쫓는 사람들이랑 나는 다르다며

한창 붐비다가 식어버리는 때를 기다렸다가 한가해지면

한 번 관심좀 가져줄까 그제서야 혼자 고개드는 게 나의 스타일이다 ㅋㅋ

어쩜 이렇게 내 삶의 방식을 꼬치꼬치 짚어내나 싶을 정도로... 한참 재밌게 읽어 나갔던 부분이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자기를 발견하고

자연의 신비로운 변화를 관찰하면서

그윽한 즐거움을 누린다.

미학적 쾌락주의자는 매일매일의 삶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인식의 지평이 확대되고

서서히 차오르는 즐거움을 추구하며

내면적 삶이 깊어지는 것을 느끼며 마음의 충만함을 누린다.

<이타적 개인주의자> 중에서

자기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인데 더불어 사회에 기여하는 삶이라면

이보다 더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독서는 내게 스스로 존엄한 존재라는 각성을 안겨주었고

독서라는 드넓은 간접 경험들은 나 자신을 성찰하게 하는 문으로 인도해 주었다.

나아가 타자의 삶에 관심을 갖게 하고 타자를 발견할 수 있는 눈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렇게 지성을 갖춘 교양인으로서 나다운 삶의 길을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가고 싶다.


집에 있는 <개인주의자 선언>도 오랜만에 다시 들춰보기도 했고

도서관에서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도 빌려왔다.

정수복 작가가 개인주의 아방가르드 그룹 속에서 소개했던 문유석 작가와 김수현 작가의 작품들.

"개인주의자"에 대한 나의 결론은 타자존중과 나다운 삶의 방식을 가꿔가는 것이다.

자기다움 속에서 타자와 이 사회 또한 놓치지 않는 것.

한 개인의 인생이 존중받지 못하고 오히려 무참하게 무시받았을 때

주변에서 저항하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들이

바로 이타적 개인주의자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공익과 공공선을 추구하는 보편주의와도 맞닿아 있는 그들을 보면서 한 번 더 깨닫는다.

보이지 않지만 그들과 나 또한 연결되어 있는 이타적 개인주의자임을 잊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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