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세탁소 -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하이디 지음, 박주선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만이라는 나라와의 인연은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급작스레 가족여행을 다녀왔던 것과

청소년기 두 딸들이 대만 청춘 배우 왕대륙이 나오는 대만 영화를 좋아하는 정도이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대만 소설을 접했다.

북폴리오에서 나온 신간 <시간세탁소>'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라는 부제에 맞게

조용한 동네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특별한 세탁소에

소중한 의미를 지닌 물건들의 세탁을 맡기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세탁소 주인은 시대의 트렌드와는 어울리지 않는 구식의 공간에서

40대의 문학청년같은 느낌으로 손님들의 고민들을 들어주고 위로와 조언을 건넨다.

그래서 손님들에게서 얻은 별명도 '세탁소에서 마주친 소크라테스'.

그 구식의 공간 한 켠에는 찾는 이들로 하여금 눈을 비비게 하는 모습도 있다.

한쪽 벽면 책장에 책들이 많이 꽂혀 있어서 도서관 같은 세탁소이기도 하다.


신간을 접할 때마다 출판사에서 소개하고 싶은 지점들을 가늠하곤 하는데

<시간세탁소> 표지디자인도 그렇고 초반 읽어가는데 단박에

대한민국의 <불편한 편의점> 같은 분위기를 느꼈다.

뭔가 연결점이 있을까 궁금해서 대만 소설에 대한 기사들을 검색해 보니

이미 대만에서도 <시간세탁소>와 같은 힐링 소설들이 자주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가곤 했었던 것이다.

장소만 다를 뿐, 지친 인생들을 좀 더 부드럽고 가볍게 사람들과 소통함으로써

다시 힘내서 영위해가려는 인간의 소망은 국적을 불문하고 똑같은가보다.

액자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각각의 사연들을 접하고

그에 맞는 세탁소 주인의 처방들이 철학적이지만 일상적이기도 해서 가독성 좋은 소설이다.

아예 독서라는 걸 처음 하게 되는 독자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고

나아가 이야기의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심리상담가이자 소설가인 저자 하이디는 심리상담가로서 일할 때는 리자원이라는 이름을 쓴다.

하이디는 필명.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한 저자는 알프레드 아들러가 남긴 "이야기가 곧 인생이다" 라는 말처럼

9가지 물건에 담긴 9가지 이야기를 실었다.

심리상담사로서의 경험도 <시간세탁소>가 탄생하는 데 있어서 큰 몫을 했으리라.

사람은 언제나 기억에 의존한다.

비록 기억이 가장 믿을만한 동맹은 아닐지라도.

기억의 감정은 항상 우리에게

마음 속 깊은 곳의 열망을 보게 된다.

<시간세탁소> 저자후기 중에서



북커버에 고이 담아두고 이동하면서 전철 안에서 읽었던 <시간세탁소>.

나름 홍보효과도 되서 신간이 나오면 서포터즈로서 자주 애용하는 방법이다.^^

더러워진 추억을 씻어주고, 구겨진 감정을 다려주고,

찢어진 관계를 꿰매 드립니다.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그런 바램을 토로라도 할 수 있는 곳이 주변에 있다면

누구라도 망설이지 않고 향할 것이다.

시간세탁소가 아마도 모두가 상상하고 소망하는 곳과 매우 근접하지 않을까.

읽으면서 좋았던 구절들은 이런 것들이 있었다.

P.53

틀에 박힌 갇힌 생각에서 벗어나야

생각과 목과 마음이 새로운 편안함을 얻을 수 있다.

속도를 늦추는 법을 계속 연습해야 할지도.

P.76

슬픔을 대할 때 누군가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있어주는 것이 해답일 때가 있다.

P.116

인생의 막다른 길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세요?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P. 200

통제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감정을 조절하는 것 뿐이야.

P. 209

인생에서 우리가 만나는 일은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나뉘어.

<시간세탁소>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