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덕질 - 일상을 틈틈이 행복하게 하는 나만의 취향
이윤리 외 지음 / 북폴리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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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계에서는 수상작품집을 출간함으로써 해당 출판사의 브랜드 마케팅과 더불어

신진작가들을 발굴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활동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는 추세이다.

미래엔도 이 흐름에 발맞춰 '전국 덕질 자랑' 을 주제로 하여

작년부터 "미래엔 단편 에세이 공모전" 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단편 에세이들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제2회 수상작품집은 그래서 <오늘의 덕질> 되시겠다.

https://blog.naver.com/hyuna5071/222782581256

 

작년에 출간된 제1회 수상작품집은 바로 <이웃덕후 1호> 였다.

덕후의 삶은 참으로 스펙트럼이 넓다.^^

 

자랑하고 싶은 나만의 취향 중에서 2023년에 꼽힌 주제와 분야는

SF, 책, 여성 아이돌, 발레, 식충식물, 로맨스판타지, 인형까지

모두 일곱 덕후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일상과 취향에 진심인 이들이 용기 내어 자랑하는 것을

이제는 수용하고 나아가 응원도 해주는 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한쪽 구석에서는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폄하하는 경우도 없진 않다.

그럼에도 목소리를 내는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진실로 덕후를 권한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향하게 되어 있다.

지금의 나를 기분좋게 만드는 것에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이고

내가 상상하는 세상을 바라보며 그저 나아가는 것이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다.

"깨닫지 못할 뿐이지 우리는 누구나 무언가의 덕후다."

덕질은 생산성이 없으니 당연히 의미없는 활동이라고 치부하는 이들에게

이 일곱 덕후는 비로소 덕질을 통해

자기 자신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나를 더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주제가 다양해서 독자마다 이해와 공감의 폭과 깊이가 각각 다를 수도 있다.

그래서 독서모임 하기에 즐겁고 흥미로운 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덕후까지는 아니지만 독서모임의 쓸모를 높이 보는 한 사람으로서~~^^)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인생에서 수많은 전환점들을 만났고,

또 때로는 미처 알아보지 못해 조용히 통과했을수도 있다.

덕후를 권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타인의 공감이 없더라도 묵묵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행복한 순간을 맞이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역시 1회보다는 2회가 나은가보다.

이번에 나온 제2회 미래엔 단편 에세이 수상작품집 <오늘의 덕질>은

재밌어서 2독을 했으니까.^^


 

개인적으로는 여성 아이돌, 발레, 식충식물, 로맨스판타지, 인형을 향한 덕질은

나의 취향과 겹치는 지점은 없었지만

저들의 세계는 또 저런 기쁨이 있구나 하면서 즐겁게 읽었다.

글의 맛이 있는 에세이들이다.

이동하면서 가볍게 한 꼭지씩 읽기에도 좋은 구성이다.

어쩌다 보니 이번 수상작품집의 순위와 나의 취향이 딱 겹친다.

"'덕후' 라는 종족은 꼭 스스로 좋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가 경험한 즐거움을 다른 이들에게도 맛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

라고 식충식물 덕후가 말하기도 했는데 나에게 무언가의 덕후라고 붙일만한

후보들을 꼽자면 책, 여행, 등산, 조깅, 소설... 정도.

이렇다 보니 나 역시도 SF와 책 덕후의 이야기에 마음이 향할 수밖에 없다.

​책 덕후가 사랑하는 장소에 도서관이 빠질리가 없다.

그 곳에서 만났는데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라는 노랫말이 떠오를 이야기들로

피식 웃음도 나고 괜히 나 혼자 주변을 두리번 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욕망의 정수가 도서관에 다 모여 있다니...ㅋㅋㅋ

역시 도서관에는 세상의 모든 지혜가 있다.

 

 


 

 

SF 덕후는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옥타비아 버틀러를 자기 소개에 언급하며

이러한 이야기들에 빚지며 살아가고 있다고 하는데

정작 에세이 속에는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가 등장한다.

쥘 베른의 <달나라 탐험>으로 고전적인 SF소설도 만나긴 했지만

현재까지 내가 만나본 SF 중에서 원픽으로 꼽는 작품이 바로 테드 창의 이 소설집이다!

https://blog.naver.com/hyuna5071/222857154612


8개의 단편 중에서 표제작과도 같은 "네 인생의 이야기" 는

영화 <컨택트> 로도 만나볼 수 있는데 영화나 원작이나 제각각 다 좋아하는 작품이다.

이미 미래의 결과를 알고 그 언어를 구사하는 존재인 외계인 헵타포드가

어느 날 지구를 방문했고 지성을 가진 인간 집단들은 그들의 방문 목적을 알아내고자 한다.

언어학자 루이즈가 이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헵타포드의 언어를 배우면서

점차 자신도 헵타포드와 같이 사고하게 되고 고유한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데...

미래에 자신의 딸이 젊은 나이에 죽게 될 것임을 알면서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결정을 하는 언어학자 루이즈.

루이즈의 결정을 보여주면서 작가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알면서도 불행한 미래를 감당할 사람이 있을까"

"불행한 미래를 알면서도 자유의지로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까"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제외하고 운명만이 남는다면 인간이 살아갈 의미가 있을까"

작가 자신의 인생 경험과 SF 작품들을 연결지어 소개하면서

SF 덕후가 된 자신의 선택에 그럴만한 이유와 가치가 있음을 설파한다.

SF 덕후 뿐만이 아니다.

그 대상이 다를 뿐, <오늘의 덕질> 에세이 안에 담겨진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자신에게 세상을 보여준 그 대상을 향해 온전히 애정을 보낸다.

그로부터 받은 것이 감사하고 자신을 좀 더 성숙하게 해주기에

나 혼자 좋아하는 걸로 그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깨달음이 독자들에게도 기분좋게 전염되길 바라는 마음이 전해진다.

각자가 꾸려가고 있는 인생의 행간에 귀를 기울이는 친절함을 발휘하는 건 어떨지.

 

누군가에겐 하찮은 것이겠지만

바로 그것이 또 누군가에게는 삶의 의미가 된다.

일곱 덕후가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낸 이 에세이 책 공간에서

얼마나 재밌어 했고 마음의 치유를 받았을지 헤아리고도 남음이 있다.

작지만 소소한 행복, 나에게 소확행이란 내 일상의 기억들을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

지금 이 순간, 이 기록의 행위에 있다.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유와 겹치기도 하니

이제는 덕후 대열에 하나 더 추가해야겠다.

기록하는 행위에 몰입할 때의 순수한 기쁨이 있으니 '기록 덕후' 도 추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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