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내가 만일 삶을 사랑한다면 삶 또한 사랑을 되돌려 준다."

​

​

한 달에 한 번 중2 둘째 아이의 학교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에 갔던 날,

​

학교 벤치에 적힌 이 문구를 발견하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

혹자는 그냥 지나쳤을 이 문장 하나가

 

나에게는 가던 길을 붙잡아 세워 두고는 음미하게 한다.

​

삶을 의인화하며 내가 베푼 사랑을 다시 내게 돌려준다 하니

​

이 문장을 보고 기분 좋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말이다.

​

정말 그럴지 사실 인간은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

지금 당장 확인할 수도 없지만 이 문장 하나로

 

따뜻한 햇살이 축복과도 같이 느껴지는 날이었다.

​

문학작품 속에 담긴 문장들은 이렇듯

​

언어라는 도구로 인간의 마음 속까지 깊이 파고든다.

​

파고들어 가만히 있지 않고 기분좋은 파동을 만들어

​

순간을 영원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

이번에 만난 문학 에세이 속 문장으로 이렇게 화답하고 싶다.

​

"네가 세상을 보고 미소 지으면 세상은 너를 보고 함박웃음 짓고,

​

네가 세상을 보고 찡그리면 세상은 너에게 화를 낼 것이다."

​

<정글북>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의 말이다.

​

위 문구와 왠지 결이 겹치는 듯한 느낌이다.

​

인간에게 주어진 선물이라 일컫는 '상상력'이 빗어낸 소설을 너무나 사랑하고

​

나아가 문학덕후를 자처하는 나에게 그러한 책이 왔다!

​

 

​

 

2020년 겨울에도 어김없이 나혼자 제주도여행을 했던 나.

​

매년 안식일처럼 혼자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2주 동안 제주도의 겨울을 느끼면서

​

여행을 하는데 그 중심에는 책방투어가 있다.

​

따로 블로그 내에 <탐서가의 책방투어> 카테고리를 만들어 놓고

​

전국의 책방 기록을 남기고 있는데 그렇게 쌓인 게 어느덧 61개나 되었다.

​

같은 책방을 두 번, 또는 세 번쯤 남긴 것은

 

정말 애정하는 곳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

이번에 문학덕후인 나의 인생책에 등극한 책을 여기에서 만났다고

​

얘기하려다 보니 서론이 길었다.

​

제주도 동부 세화리에 있는 인문사회과학서점 제주풀무질에서

​

장영희 교수의 문학 에세이 <문학의 숲을 거닐다> 를 만났더랬다.

​

그 때는 개정되기 전 버전이었고,

샘터에서 장영희 교수의 책들을 차례차례 개정하고 있는데

​

이번에는 이 책에게 그 차례가 온 것이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개정판은 진짜 못 참지!!!

​

(개정판이 훠~~~얼씬 낫다... ㅋㅋ)

​

요즘 읽어야 할 책들이 줄을 섰지만 이 책은 절대 뒤로 미룰 수가 없었다.

​

그리고 문학덕후가 오랫동안 묵혀둔 기대감으로

 

이 문학 에세이를 펼쳐본 결과,

​

장영희 교수의 글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

장영희 교수는 사람과 삶을 사랑하는 영문학도였다.

​

반갑게도 나 또한 영문학도였다.

​

그리고 나 또한 사람과 삶을 사랑하며 살고자 노력중이다.

​

그래서 이 책 속 문장들을 읽을 때마다 감동이었나보다.

 

 


"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가를 가르친다."

​

그렇다.

문학은 삶의 용기를, 사랑을, 인간다운 삶을 가르친다.

문학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치열한 삶을,

그들의 투쟁을,

그리고 그들의 승리를 나는 배우고 가르쳤다.

문학의 힘이 단지 허상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도

나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

 

​

 

 

윌리엄 포크너의 노벨상 수상 연설문 속 문장을 인용하며

​

장영희 교수가 생의 마지막에 암과 싸우던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이 글은

​

적잖은 울림을 전한다.

​

우리는 모두 나름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저항하며,

​

때로는 버텨가며 자신의 삶을 영위해 나간다.

​

평소에 온화한 장영희 교수도 생의 마지막을 앞둔 이 시점에서

​

자신의 삶 앞에 의지를 보여주고 있어 한편 눈물겹기도 하다.

​

오랫동안 문학의 힘을 믿으며 수혜를 입었던 자는

​

이렇게 남은 이들에게 고스란히 그 힘을 남김없이 물려주려는 듯이.

​

​

 

​

어떤 문학작품을 소개하는 글인지 작은 제목에서

​

가늠이 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

그런데 확실한 것은 다 가독성 너무 좋고

 

다 의미와 책 읽는 즐거움을 갖춘 글들이다.

​

유명 일간지에 3년 가까이 연재한 문학칼럼을

​

단행본으로 엮었다는 게 개인적으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

서문까지 이렇게 버릴 게 없는 61개의 글을

 

단숨에 읽을 수 있게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

문학 에세이 <문학의 숲을 거닐다> 는 하버드대 방문 교수 자격으로

​

보스턴에서 1년이라는 안식년을 보내는 해에 쓴 글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

공교롭게도 이 기간의 말미에 미국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

다행히 바로 수술을 해서 완치가 되었다고 하더니

​

다시 시간이 흘러 유방암이 목 뒤 경추로 전이되어

​

척추암 진단을 받게 되었던 장영희 교수.

​

생후 1년만에 소아마비를 앓게 되면서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장애인의 삶을 살아왔지만

​

운명에 저항하며 자신의 딸을 사랑으로 지켜냈던 부모님 덕분에

​

지금의 장영희 교수가 있었다고 에세이 속에 고백하기도 했다.

​

특히 장영희 교수의 아버지는 수 많은 작품들을 번역하고

 

글을 썼던 영문학자였고,

​

그 영향으로 장영희 교수 역시 영문학자가 되어

​

번역과 글쓰기, 중고교 교과서 집필에도 참여했던 경력을 갖고 있다.

​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잠실 지역의 중고교 학생들의 영어 교과서를

​

디테일하게 분석하며 내신 대비를 해줬던 내가

​

이 경력을 접하자 마자 '장영희' 라는 이름은

 

이 문학 에세이의 저자가 아니라

​

영어 교과서 집필진의 이름으로 탈바꿈된다.

​

정말 그랬다....장영희라는 주 집필진 이름이 있었던 것 같다.

​

 

​

 

​

사랑, 행복, 희망의 축복을 전하고 싶었던 장영희 교수의 메시지처럼

​

사랑에 관한 전 세계 위대한 작가들의 한 마디를 모아둔 페이지가 인상깊다.

​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추앙하는 작가의 문장이

​

역시 내 눈에 가장 깊이 박힌다.

​

"삶에 있어 최상의 행복은 우리가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다."

​

-빅토르 위고-

​

사는 게 고통스럽다 해도 결국 고통은 사라지는 것이라면

​

사랑이 남지 않는 죽음보다 사랑이 남아 있는 삶이 좋다는

​

문학 작품 속 문장을 인용한 것에서도

​

장영희 교수의 삶에 대한 애정이 온전히 느껴진다.

 

 

 

 

 

음률이 살아있는 영미시, 영미 문학 속 멋진 문장들을

​

아름다운 그림과 나란히 배치한 구성도 완전 취향 저격이다.

​

진짜 알맹이가 되는 장영희 문학 에세이 속에는

​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내면 세계를

​

문학 작품 속 주인공들의 말과 행동, 사건들을 통해서

 

거울 보듯 들여보게 한다.

​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갖는 약점들, 연민들,

​

슬픔과 좌절을 깨닫고 주인공을 바라보며

 

나와 내 주변의 타인들을 떠올리게 하는

​

문학 작품들의 힘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문학의 숲을 거닐다> 였다.

​

주인공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삶의 다양한 경험도 해보고

​

그들의 시행착오도 함께 겪으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상상해 보기도 했고

​

궁극적으로 나는 누구인지,

 

어떤 목표를 갖고 살아가고 있는지 성찰하게 했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를 읽으면서

​

문학을 통해 내 삶에 눈을 뜨게 해주는 힘이 있음을 깨달았다.

​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글씨> 에서는

 

딤즈데일, 헤스터, 칠링워스를 보면서

​

미로와 같은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았고

​

F.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에서는

 

개츠비 앞에 왜 'Great' 를 붙였는지

​

장영희 식 해석 덕분에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궁금증이 해소된 시간이었다.

​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에서는 원시와 문명 세계 사이에서

​

인간다운 삶이 어떤 것인지 조명할 수 있었고

​

과도하게 발달한 과학이 과연 인간 개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계기도 되었다.

​

개인적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러시아 문학, 그 중에서도

​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은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

경험하고 느끼기 어려운 그들의 사상을

 

장영희 교수의 따뜻한 해석 덕분에

​

조금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

인간과 인간의 삶에 신이란 어떤 존재인지,

 

인간의 마음 속에서 선과 악은 어떤 관계이며

​

사랑은 어떤 힘을 미치고 있는지 작중인물들을 통해서

​

도스토옙스키의 메시지를 어렴풋이 접했던 시간이었다.

​

황당무계하지만 아름다운 이상주의자 ​<돈키호테>​는

​

잡을 수 없는 저 별을 잡기 위해 누가 뭐래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

꾸던 꿈이 깨져서 좌절하게 되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인해 괴로워하는 게

​

인간의 숙명이라면 그것마저도 받아들이겠다는

​

돈키호테의 삶에 대한 자세는 접할 때마다 너무나 눈물겹다.

​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작품인데

​

장영희 교수의 해석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

더 좋아지게 만들어 버렸지 뭐야....^^

​

이 밖에도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윌리엄 포크너의 <음향과 분노>,

​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 허먼 멜빌의 <모비딕>,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펄 벅의 <대지>,

​

안네 프랑크의 <안네의 일기>,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조지프 콘래드의 <암흑의 대지>,

​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에드거 앨런 포의 <어셔가의 몰락>,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

​

이렇게 위대한 작품들을 이 책 한 권으로 다 만날 수 있다.

​

아름답게 살다 간 한 인간의 인문학적 시선이 담긴

​

온화한 문체는 이런 것이구나 경험하게 될 것이다.

​

현실세계의 아름다움, 누추함, 비루함을

​

비평이라는 장르로 고전적인 문학세계와 비교 분석한 훌륭한 글의 모음집이다.

​​

 


​

​

시종일관 종교와도 같이 추앙하듯 써내려 가는 나의 이 책리뷰는

​

사실 장영희 교수의 서문에서부터 비롯되었다.

​

이미 시작부터 무릎 꿇고 두 손 모은 격이지.....^^;;

​

그래도 괜찮다.

​

그녀의 글로 인해 나는 충분히 구원받은 느낌이니까.

​


문학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인간이 아름다운 이유는

슬퍼도, 또는 상처받아도 서로를 위로하며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는가를 추구할 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학은 그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

<문학의 숲을 거닐다> 서문 중에서




살면서 끊임없이 부조리한 세상을 목도하고 있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또한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어

​

이 세상은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

​

문학이 이런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 주었다.

​

서문에서 이미 이러한 나의 인생관과 딱 겹치니

​

<문학의 숲을 거닐다> 문학 에세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

순간적으로 감동해서 눈물이 맺히는 내 모습에 나도 놀랐다.

​

문학덕후의 인생책으로 등극하기에 손색없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