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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 내 안의 찬란한 빛, 내면아이를 만나다
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8월
평점 :

마음 속에 평생 자라지 않는 어린 아이.
상처로 인해 성장이 멈춰버린 자아.
위로받고 싶은 또 하나의 나.
내가 되찾아야 할 또 다른 나.
모두 inner child, 내면아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내면 아이를 만나는 일은 사람마다 그 반향이 다를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아픈 상처를 다시 꺼내 보는 일이어서 두렵기도 한 일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치유와 극복의 에너지를 발견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내면아이를 만나는 일은 나의 그림자를 만나는 일과도 같아서
나를 지키기 위해 구축해 놓은 방어기제들을 걷어 내는 단계부터 난관이 될 수도 있다.
"누구나 제 안의 수많은 강박과 싸워 나간다."
내 안의 좋은 힘을 끌어 모으기 힘들게 쌓아 두었던 방어기제들이
강박이 되고 마침내 자기 자신을 스스로 구속하면
내 안의 내면아이는 점점 더 깊은 상처를 안게 되고
세상 밖으로 자유롭게 알을 깨고 나올 수 없다.
내면아이는 어른이 되면 성인자아가 된다.
어릴 때 보살핌 받지 못한 내면아이는 성인자아가 되어서도
평생 따라다니며 오롯한 나로 똑바로 서지 못한다.
내면아이의 존재를 인식하고 수용하며 성인자아와 다정한 수다를 나눌 때
내 안의 또 다른 나, 나만의 어린왕자를 찾을 수 있다.
정여울 에세이 <나의 어린 왕자> 에서는
내면아이 조이와 성인자아 루나의 솔직하고도 섬세한 대화를 통해
어둠을 뚫고 찬란한 빛이 되어 새로 태어나는
당신의 내면아이의 존재를 인식하게 한다.
어린왕자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가장 중요한 건 보이지 않는 거라고.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조이와 루나처럼
독자들도 자신의 내면아이와 이렇게 친구가 될 수 있다고 긍정하게 한다.
생텍쥐페리의 프랑스 소설, 어른을 위한 동화 <어린 왕자> 에서
보아뱀과 코끼리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어른들은 보이는 그대로 믿지만
자기 안에 어린왕자가 있는 사람들은 모자 속 코끼리를 볼 수 있다.
대상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걷어내고
그 대상 너머를 볼 줄 안다.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고, 타인의 마음을 마음으로 볼 줄 아는 것이다.
모자 속 코끼리를 볼 수 있는 건 그래서 결코 개개인의 능력차에 머무르지 않는다.
어른이 되는 건 누구나 처음 겪는 일이고,
바쁜 세상에서 생존하다시피 살아내다 보니
자신의 내면아이를 돌볼 틈이 없었던 모든 성인자아가 해결해야 할 몫인 것이다.
어린 시절의 결핍과 잠재력, 순수한 시선을 간직하며
성인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참으로 녹록지 않은 게 어른들의 세상인듯 싶다.
성인자아가 되면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어른 세상에서
무조건 앞으로만 나아가려는 관성을 거스르기가 참으로 어렵다.
낯설게 보고 되돌아 보고 다시 보는 습관을 통해
"자기 만의 방" 하나쯤 마음 한 켠에 남겨두자!!!
크레타 출판사의 신간 <나의 어린 왕자> 는
두 개의 서문과도 같은 머리말과 프롤로그,
10개의 챕터, 그리고 마지막은 작가와 편집자의 인터뷰로 책문을 닫는다.
10개의 챕터에서는 각각 조이와 루나의 대화가 이어지고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속 발췌문을 인용하며
정여울 작가가 독자에게 직접 질문을 던진다.
독자가 읽어내고 끝내는 소비의 패턴의 아니라
치유의 글쓰기까지 이끌어내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아주 쉽고 친근한 별명을 붙여주는 것부터
내면아이와 친구되기 프로젝트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속 장미를 통해
허영과 소유욕이 어린 왕자를 지치게 하는 걸 독자는 목도한 바 있다.
어떤 대상을 향해 집착하고 소유하려는 심리는
그 대상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멋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일텐데
어쩐 일인지 자꾸만 못된 마음이 싹트면서 본인도 걷잡을 수 없게 되어 버리곤 한다.
어른이 될수록 우리는 순수함 그대로 보지 못하고,
간편하고자 모든 것을 숫자로 재단해 버리기도 하고
너무 빨리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욕심에 사로잡히곤 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어린왕자의 지혜".
빠르게 변화하는 이 세상을 살면서 정말 필요한 것은
회의적이고도 반성적인 태도에 근거하는
"판단중지" 의 시간을 잠시라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독자들의 소중한 내면아이를 되찾아주고 싶은
정여울 작가와 편집자의 인터뷰에서는
왜 우리가 내면아이와 대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부터 시작된다.
오랫동안 나 스스로 내 내면아이를 숨기고 억압해 왔던 관성을 직면하게 될 때
성인자아가 되어 품고 있는 슬픔도
서서히 보여줄 수 있는 편안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속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를 짚고 넘어가야겠다.
"길들인다는 것" 에 대한 사유.
길들인다는 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고,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며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고,
곧 사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말이다.
즉, 내면아이와 성인자아는 서로를 길들임으로써
긍정의 관계를 맺고 나아가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길들인다는 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란다."
"관계를 맺는다?"
"그래." 여우가 말했다.
"넌 아직 나에게는 다른 수많은 어린이와 똑같은 사람에 불과해. 그러니 나에겐 네가 필요 없지.
물론 너에게도 내가 필요 없겠지.
네 입장에서는 내가 수많은 다른 여우들과
똑같은 여우에 불과할 테니까 말이야.
그러나 만일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돼.
나에게는 네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고,
너에게는 내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
여우는 이렇게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아, 이제 좀 알 것 같아."
어린 왕자가 말했다.
이제는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평가하기보다는
나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봐요.
헷갈릴 때는 저의 내면아이에게 물어봐요.
나 오늘 괜찮니?
내가 이런 말을 하려고 하는데, 그것은 좋은 선택일까.
내면아이와 자주 대화를 나누면
내 안의 지혜로움과 순수함을
회복하는 느낌이 들어서 더욱 좋지요.
복잡하다 싶으면, 이것만 기억해 두세요.
내면아이와 친구가 되는 것은
최고의 베프를 내 안에 간직하는 일이라는 것!
인간의 외향성과 내향성 기질을 리트머스 시험지에 비유한 글을 통해
나의 내면아이가 머물러 있는 방에 살며시 노크를 시도해본다.
중립적이다가도 외부의 자극에 의해
외향적, 또는 내향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
나라는 존재는 하나의 단어로 규정할 수 없고,
고정된 모습으로 영원히 사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내가 만든 틀에 나를 가둘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내가 구속하지 않는 한, 내 안의 내면아이도 나를 가끔은 찾아와줄 것이고
내 방식대로 세상의 편견에 저항하면서 살아간다면
진짜 나 자신으로 바로 설 수 있으리라 긍정해본다.
여행, 책, 그리고 예술이 내면아이와 성인자아를 치유해 주는
내 삶의 소중한 방식들임을 새삼 느끼는 계기도 되었다.
정여울 작가의 심리 에세이 <나의 어린 왕자> 가
평소에 갖던 나의 깨달음을 더 굳건하게 만들어 주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