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조건 - 융 심리학으로 보는 친밀한 관계의 심층심리
제임스 홀리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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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통해 궁극적으로 알고자 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

융 학파 정신분석가인 제임스 홀리스는 <사랑의 조건> 에서

애정관계,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심리를 심층적이고 다각적으로 보여준다.

개인은 관계 안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살아가기 어렵듯이

모든 삶은 관계이기도 하다.

개인을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

'관계'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관계에 과도하게 의존함으로써 겪게 되는

현대인들의 심리적 고통이 적지 않다.

1998년에 출간된 <사랑의 조건> 이 국내에서는 2022년 더퀘스트를 통해 처음 소개되었지만

저자 제임스 홀리스의 책이 처음 소개된 것은 아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의 저자이기도 하다.



삶은 그 자체로 고통이라는 문장을 끌어 안고 살면서도

친밀하다 믿었던 '관계'로 인해 힘겨운 시간을 지나갈 때면

나왔던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은 심정마저 든다.

우리는 살아갈 뿐이고 때때로 안식처 찾는 일이 간절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융 심리학이 권하는 팁을 떠올려 본다.

"나를 둘러싼 현실을 의식적으로 깨닫고

내가 스스로 책임지는 삶을 살 것"





플라톤의 <향연> 에서 아리스토파네스가

한 가지 흥미로운 말을 한다.

인간은 본디 완전한 형태였으나 신의 노여움을 사서

반으로 갈라졌으며,

그 뒤로 잃어버린 자신의 반쪽을 미친 듯이

찾아다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희망이 정확히 여기에 담겨 있지 않은가?





세상에 정답과 해답들은 널려 있고 알겠는데

정확히 인식하고 행동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여러번 하면서 읽었다.^^;

'우리가 말하는 희망' 이란 갈라져서 잃어버린 나의 반쪽이

수많은 타자들 중에서 있어서

친밀한 관계를 맺은 타자들 중에서 무의식적으로 투사를 하며

타자를 향한 갈망을 드러내는 것일까?

나의 존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 반쪽을 찾아 헤매는 과정이

때로는 내게 고통을 안겨주는 경험으로 다가올 때가 너무 많다.

마음이 갈망하는 대상에 자신을 투사하여

동일시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긴 하지만

내가 찾는 그 타자가 사실은 내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는 어렵다.

저자는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은 계속 우리 안에 있다고 말한다.

타자가 나와 다른 존재임을 발견하는 일은

타인으로 인식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 때서야 비로소 자기Self가 생각의 중심에 설 수 있다.

나 자신으로 서 있음을 자각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사심없는 사랑을 할 수 있다.



<사랑의 조건> 을 통해 융 심리학에 점점 스며들게 되면서

타자와의 흐릿한 경계로 인한 고통을

스스로 조절하고 인식할 수 있음에 이전에 없던 자신감도 생기는 듯 하다.

타자와의 관계 유지가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ㅠㅠ

그는 곧 내가 아니기 때문에.

타자와의 거리가 가깝다 싶다가도 한 없이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해해 보고자 노력은 해보려고 한다.

한계를 알고 접근하면 두려움도 그만큼 줄어들거라 믿는다.

내가 하는 행동이 곧 나라는 책임감,

자신에게 책임을 지는 일이 결국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저자의 이야기가 인상깊게 남는다.




타인과 이어지지 않은 사람은 전일성을 가질 수 없다.

전일성은 영혼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으며,

영혼은 '당신' 이라는 대상이 지닌 다른 한쪽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일성은 '나' 와 '당신'의 결합이며,

이 둘은 초월적 결합을 이루는 각 부분이다.




융이 남겼던 말을 보면서

타자가 갖는 신성한 의미를 깨달을 때

어쩌면 갈라져 잃어버린 그 반쪽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과 육체, 남성과 여성, 인간과 신처럼

반대되는 것이 서로 얼마나 다르든 간에

하나의 현실로 경험할 때 전일성을 경험하는 일이라고.

반대되는 것을 존중하면서 연결되었음을 경험하는 초인간적인 순간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살면서 한 번은 경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나로서도 난해하지만

타인과 친밀한 교감을 주고 받는 경험들이 쌓여 간다면,

어쩌면 무의식의 원형에 지배받고만 살게 되지는 않겠다는 것이

큰 위안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심리학이라는 주제 자체가 워낙 녹록지 않지만

그 풀이가 쉽게 들어오지 않아 몇 번을 돌아가서 읽고 또 읽었다.

인간의 감정과 본성의 표면 아래에 숨어 있는

심층 심리를 융 심리학으로 풀어준 <사랑의 조건>.

융 심리학에 대한 나의 지적 디폴트 값이 깊지 않다 보니 이해하기가 어렵긴 했지만

내가 수용할 수 있는 지점들 또한 만날 수 있어서 이로운 독서였던 건 분명하다.

독자마다 겪게 되는 심리적 문제들이 제각각이어서

와닿게 되는 책 속의 문장들도 다양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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