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비행
리처드 도킨스 지음, 야나 렌초바 그림,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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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 베스트셀러 <이기적 유전자> 도 그렇고

과학과 진화에 관한 <마법의 비행> 도 이번에 을유문화사 신간으로 만났다.

리처드 도킨스의 신간이라니!!!

소식을 접하고 무조건 읽고 싶었다.

리처드 도킨스가 과학 저술들에 보여준 그의 필력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너무나 유명하기도 하고

나 역시도 <이기적 유전자> 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이번 신간은 표지 디자인에서부터 속지까지

다양한 동식물들의 그림까지 더해져서더 더 흥미롭게 읽혔다.

수백 만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생물의 비행에 대한 진화를 다루면서

멸종한 생물들을 만날 때는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 했다.


과학적 지식과 상상력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리처드 도킨스의 신간 <마법의 비행>

인간이 지난 수백 년에 걸쳐서 알아내고자 했던

"중력에 맞서는 온갖 방법" 들을 차근차근 서술해 나간다.

다윈주의 세계에서 자기 유전자의 사본을 최대한 많이 남기고자 했던

유전자의 성공적인 생존방식은 타협과 절충을 바탕을 두고

진화적 변화를 거듭해 왔다.

"비행은 어디에 좋을까?" 라는 물음으로 시작하지만

본질적으로 비행이라는 행위가 동물들에게 의미하는 것과

비행을 위해 필수적인 날개가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반전이 있는 질문으로 호기심 가득한 전개가 이어진다.

동물들은 더 많은 유전자 복제본을 퍼뜨릴 목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바람직한 선택을 늘 도모한다.

매우 에너지 집약적인 활동이 곧 '비행' 이기 때문에

경제적 계산 앞에서 늘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급기야 일부 동물들은 날개를 달고 있는 것보다

날개를 버리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면

적자생존에 더 효과적인 방법을 과감히 결행한다.



일례로 여왕개미는 짝짓기 뒤에 스스로 날개를 제거함으로써

이 사실을 증명하기도 한다.

또는 자연선택에 의해 생존에 유리한 방식이라면

날개가 쪼그라들어서 더이상 날 수 없게 되는 뉴질랜드의 국조 키위의 경우도

이러한 진화적 변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조상들이 지녔던 날개를 똑같이 물려 받았지만 환경이 변화하게 되면

그 생활방식에 맞춰서 성공적인 번식을 위해

비행능력에 필수적인 날개 '따위'에 미련을 두지 않는

동물들의 결단력이 놀랍게 다가온다.

소유하는 것만이 무조건 삶에 플러스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동물들은 현실적 타협(tradeoff)을 통해 과감히 내려놓을 줄 아는 존재들이다.

타협하면서 진화하는 동물들이 확실히 인간보다 현명했다.

비행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까지 인간이 만든 다양한 장치들을 소개하면서

그간 비행에 도전해 왔던 역사와 의문들을

리처드 도킨스의 지식과 해석으로 풀어가는 과정 또한 흥미로웠다.

다양한 동물들의 생존 방식을 예로 들어 하늘을 날면 좋은 점과 나쁜 점,

비행의 원리, 중력을 이기는 방법들을 설명해 주는데

'과학은 어렵다'는 등식이 리처드 도킨스의 필력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과학과 진화에 대한 호기심을 포기하지 않은 독자라면

리처드 도킨스의 <마법의 비행> 재밌게 읽을만한 책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건데, 우리는 날고 싶다면

몸이 가벼워야만 할 것 같은 생각에 어렵지 않게 이르게 된다.

실제로도 리처드 도킨스가 말하는 가장 쉽고 힘이 덜 드는 이륙방식

당연히 몸집이 클수록 비행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커지지 말고 작아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하지만 작아질 수 없고 날아야할 필요가 있을 때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날다람쥐처럼 설치류나 유대류에게 주로 진화한 포유동물의 비막으로

표면적을 넓혀서 활공하는 동물들을 떠오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즉, 가볍지 않은 경우 표면적을 늘림으로써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동물들은 생존을 위한 해결책을 찾아간다.

이렇듯 진화는 아예 새롭게 뭔가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기존에 있는 것을 활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진화는 기회주의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표면적을 넓혀서 날기가 어렵다면 빳빳한 깃털의 힘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주의할 점은 날개 깃털이 서로 어긋나지 않게

잘 맞물리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물가에 있는 새들을 보면 부리로 깃털 관리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되는데

바로 효과적인 비행능력을 위한 행위였던 것.

깃털 다듬기가 새의 생존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심심하고 따분해서 하는 행위가 아니라 다 생존을 위해 계산된 행동이었다는 것!!

<마법의 비행> 을 읽다 보면 전에는 몰랐던 재밌는 이야기들이 계속 쏟아져 나온다.

리처드 도킨스의 필력 또한 한 몫 하는 것일테고.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이 줄줄이 나온다 ㅋㅋ

장거리 비행을 하는 새들의 경우 어떻게 매번 자신의 서식지를 정확히 찾아갈까

궁금한 사람 나만 있는 건 아니겠지?^^

실제로 경험이 많은 새들에게는 친숙한 이정표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고

냄새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모든 동물에게는 생체 시계가 있고

모든 세포에게 시계가 들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상어가 자기장을 토대로 지도를 갖고 있듯이

새도 자기만의 비행 지도를 갖고 있으면서

이주하고 싶은 방향을 결정한다고 하니 살아있는 것들은

저마다 삶의 생존 전략과 능력을 갖고 있는가보다.

새들이 떼지어 날아갈 때 왜 V자로 갈까?

이 궁금증도 리처드 도킨스 덕분에 속시원하게 풀렸다.

맨 앞의 한 마리는 빼고

나머지 새들이 V자 대형을 만들어 비행을 하는 이유는

앞의 새가 일으키는 후류의 혜택을 보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무리지어 다니는 이유는 포식자에게 잡힐 확률이 적어

수적 안전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고

V자 대형을 이루는 것도 효과적인 비행을 위한 결정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동물들의 행동 양식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진화의 세계" 란 알면 알수록 참 신기하고 놀랍다.

리처드 도킨스의 과학적 통찰을 담은 을유문화사 신간 <마법의 비행> 에서는

중력을 길들이며 비행 능력을 진화시켜온 생물의 생존 전략들이 있다.

날개의 효용성과 존재의 의미, 동력 비행과 무동력 비행, 무중력,

공중 부양 생물, 식물의 날개, 인간이 설계한 비행 기계까지

비행의 진화를 풀어가는 내용들이 다채로웠다.

새의 움직임을 하강이론과 이륙이론에 의해 좀 더 주의깊게 들여다보게끔 하기도 했다.

인간이 발명한 비행 기계들을 보면서

그토록 날고 싶은 인간의 열망이 숭고해 보이기도 했다.

인간과 생물이 서로를 관찰하고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며

발전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늘 찾는 노력도 잊지 말아야겠다.

<마법의 비행> 을 읽고 나서 중력을 이기는 방법을

인간이 알아내고 실현시키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스 신화의 이카루스의 이야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자면

하늘로 올라갈수록 더 차가워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메시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문학적인 통찰로 흘러간다.

미리 주의를 줬음에도 태양에 가까이 가서 밀랍이 녹아 땅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자만하지 말라는 경고로 마음 속 깊이 울림을 남기기도 했다.

과학은 미지의 세계를 논리적으로 증명해서 보여주는 학문이지만

새와 비행에 대한 다윈주의적 관점에

상상력을 더해서 풀어주니 이해하기 쉽고 재밌었다.

리처드 도킨스의 믿고 보는 필력은 역시 <마법의 비행> 에서도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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