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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덕후 1호 - 나를 몰입하게 한 것들에 대하여
문화라 외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6월
평점 :

아침부터 노트북과 책 들고 여행 온 기분으로 온 동네 투썸플레이스.
짝꿍이 준 기프티콘으로 칠리 소시지 바게트 샌드위치로 조식을 먹듯.^^
일상에서 여행 온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나의 방법은
이렇게 오전 10시가 되기도 전에 카페에서 첫 끼니를 해결하는 것.
한낮의 카페는 어딜 가나 시끌벅적하지만
오전의 카페는 참으로 조용해서 제법~~ 있을만 하다.
오전에나 누릴 수 있는 평온한 분위기.
늘 스타벅스에 가지만 오랜만에 투썸 왔더니 텀블러 할인이 300원이구나.
기프티콘 금액이 남아서 마카롱 2개 추가.^^
이제 본격적으로 미래엔 단편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품집인
<이웃덕후 1호> 책리뷰 쓰기 시작!!
스스로 어떤 분야의 덕후라 생각하는
대한민국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는 공모전이 미래엔에서 개최되었다.
원고지로는 70매부터 100매 사이, 챕터 1회 분량의 미발표 논픽션 에세이 중에서
제1회 수상작품집을 모아 북폴리오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이 바로 <이웃덕후 1호>.
"나를 몰입하게 한 것들에 대하여"
부제가 맘에 든다, 표지 디자인은 다소 어수선하긴 하지만. ㅋㅋ
혹시 2호책은 저 초록색 반짝거리는 부분이 다른 색으로 변하는 것인가?
갑자기 2호 표지 디자인이 궁금해진다.
마침 지금 제2회 덕후 단편 에세이 공모전이 진행중이고 10월 31일 마감이다.
덕후 주제에 어울리는 참신한 소재와, 개성있는 문체, 진정성 모두 내게 있다
생각하는 분들은 링크를 따라가 보시길.
https://www.mirae-n.com/ct/mn-ct-2-01.frm?linkServiceCd=CT0001BC&mcmIdx=72
덕후 에세이 <이웃덕후 1호> 에는 공모전 수상작품집으로
최우수상 1편, 우수상 4편 총 5편의 단편 에세이가 수록되었다.
집단이기주의와 집단사고가 난무하지만 한편 집단지성과
개개인의 감성, 취향,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를 반영하는 참신한 에세이집이 나온듯 싶다.
너무 소소해서 이런 것도 책이 될까? 싶지만
의외로 독특한 취향들이 많고, 또 의외로 그런 독특한 취향이 겹치는 사람들이 많다.
취향이 대중적인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취향에는 위아래도 없고 진심에 대한 무게도 다르지 않다.
덕후 에세이에는 차별이 없어서 좋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알리는 책 시리즈는
개인적으로 <아무튼.....> 시리즈도 좋아하는데
그것과 비교해 보자면 단편 에세이 <이웃덕후 1호> 는 길지 않으면서 다양한 덕후 생활을 통해
몰입하게 하는 것들을 접할 수 있어서 가볍게 읽기 좋은 에세이였다.
이야기의 의미와 깊이가 가볍거나 얕다는 것이 아니라
매우 일상적이고 소소한 취향들이지만 진심이 느껴져서
공감하고 몰입하기가 좋아서 걸리는 것이 없이 저절로 읽혀진다는 말이다.
가독성에 있어서는 최근에 이 정도로 인상적인 책이 있었나 싶다.
'리나' 라는 필명을 쓰는 최우수상 수상 문화라 작가의 <모임의 여왕> 은
모임 덕후가 오랫동안 모임을 유지하는 법에 대해서 풀어놓은 에세이다.
꼭 재미있는 이야기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니라는 해답을 찾은 저자의 생각에 나도 한 표!
뭔가 하고 싶은 일이란 누구에게나 있고,
그 일을 혼자 하느냐, 누군가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취향과 성격에 따른 선택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저자는 혼자 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일은 함께 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같이 하는 걸 '유독'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는
차근차근 모임의 세계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자칭 '프로모임러' 가 되었다.
모임을 운영한지 어느덧 9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그동안 기억에 남는 모임들과 현재까지 운영중인 모임들을 소개한다.
자신이 쌍둥맘이어서 고충을 함께 나누고자 만들게 되었다는 08쌍둥맘 모임,
매주 한 번씩 만나서 반찬을 해서 서로 나눠가졌던 반반(반찬에 반하다) 모임,
매월 한 개의 적금을 가입하며 재테크를 위한 기초를 다졌던 적금 풍차 모임.
책을 읽다 보면 나랑 겹치는 지점을 만나게 될 때 그 반가움이 좋아서
책을 놓지 않게 되나보다.^^
적금 풍차 모임에서 소개한 카카오뱅크 26주 적금은 나도 진행중인 것이었는데
문화라 작가의 덕후 에세이 덕분에 좀 더 긍정적인 자극을 받았다.
생각나면 적금을 들었던 나의 비정기적인 패턴에
매달 새로운 적금을 가입하는 방식으로 습관을 들여보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으니.
말 나온 김에 당장 매주 화요일에 천원씩 추가되는 적금 가입.
6월 21일에 적금 가입했으니 7월 21일에도 이어갈 수 있도록
당장 스케줄러에 메모해 둬야겠다.
현재 운영중인 모임들 중에는 대부분 책을 중심으로 하는 것들이 많았다.
다 관심이 가는데 어쩜 좋을까?^^;
책을 읽고 매일 다섯 줄의 발췌와 다섯 줄의 감상을 쓰는 오오필사 모임,
백일 동안 열 줄 이상의 글을 매일 쓰는 백일 글쓰기 모임,
책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모임,
한 달에 네 권의 책을 읽고 매주 후기를 올리는 지독(지치지 않고 독서하기) 모임,
매달 다양한 책을 읽고 후기를 쓰는 동시에 달리는 독서열차 모임,
청소년 문학을 함께 읽는 청소년 문학 읽기 모임까지.
이 모든 모임들이 동시에 시작되었다면 아마도 이 프로모임러는 인간이 아니다. ㅋㅋㅋ
모임을 만들고 운영해온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고 쌓여서
모임이 모임을 낳는 일이 되었다고.
하지만 모임을 운영하는 와중에도 감정 소모 문제가 가장 힘든 일이었다고 말하듯이
살아가면서 관계가 가장 어려운데
모임은 인간 관계를 빼면 시체인 활동이어서
모임 운영자로서 내려놓는 일, 감정을 콘트롤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저자 본인도 모임운영자의 첫 번째 덕목으로 리더의 균형감각을 꼽고 있으니 말이다.
너무 뜨겁거나 혹은 차갑지 않아야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나 또한 리더로서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더 공감하며 읽은 지점이었다.
과거 개인적인 친분으로 시작했던 독서모임 리더로서
나의 실패의 원인이 바로 이것이었다.
책으로 삶의 힐링이 되는 독서모임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나의 노력과 열정이면 될 줄 알았다.
그저 함께 해주는 멤버들이 고마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모임에 대한 온도차가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했고
나의 내면 에너지를 버거움이 차곡차곡 갉아먹는 듯 했고
허무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독박 운영 모드를 역할 분담으로 갔어야 했는데
리더로서의 역할 마감과 동시에 속마음을 전하고 독서모임은 마무리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미숙한 모습이다 싶어 부끄럽기도 하지만
발을 뺀 덕분에 너무나 후련했다.
이제는 조금 트라우마라는 무게에서 벗어난 정도이지만
여전히 독서모임은 즐겨서 참여하지만 리더 역할은 사양한다.^^;
저자의 운영 노하우 속에서 나의 실패의 원인을 돌아보게 하는 문장들은 이것이었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회원들의 열정과 애정이 변함없을 거라는 생각도 잘못된 것이다.
나는 당연한 일이라며 모임에 대한 진정성을 소극적으로 요구했고
나 혼자 그 수치를 가늠하고 실망했으며 서운해 하기만 했다.
당연히 독서모임에 대한 진정성에 대해서 타인을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취향도, 진심도 다 다른 것이니까.
완독과 정독이라는 모임 참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기대했지만
그마저도 최근에 읽은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덕분에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독서모임이란 취미생활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느슨한 연대였음을 자각하게 된 글이었다.
5개의 단편 에세이 수상작품집 중에서
어느것 하나든 독자의 취향과 겹치는 것을 만나길 바란다, 나처럼.
타인의 이야기가 곧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덕후 에세이 <이웃덕후 1호> 에서 가장 좋아하는 글이었다.
최우수상인 것은 우연히 겹친 것 일뿐 ㅎㅎㅎ
https://blog.naver.com/animus98
문화라 작가의 전작 중에서
<다시, 문학이 필요한 시간> 을 상호대차 신청해둠.^^
덕후 에세이 <튤립 키우기> 는 나의 경험과 겹쳐서
두 번째로 재밌게 읽은 덕후 에세이에 등극.^^
튤립의 구근 상태로 선물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때는 지금보다도 더 식물초보여서 그냥 물을 주고 햇빛을 보게 하면
된다는 팁만 듣고 별 생각 없이 내 맘대로 시기를 따져 관리했는데
역시나 그렇게 할 튤립이 아니었다는 걸 이 글을 보고 알았다.^^;
관심이 있었더라면 알아보고 잘 챙겨줬을텐데 무지와 무관심의 소치다.
튤립은 씨앗부터 키우기 시작하려면
꽃이 필 때까지 3년에서 5년까지 걸려서
알뿌리 상태의 구근을 가을쯤 구입해서
겨울부터 봄에 꽃을 보는 걸 목표로 키우게 된다고.
튤립은 추위에 강해서 겨울에 0도 이하의 저온을 4주 이상 겪어야만
봄에 예쁜 꽃을 피운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기존의 꽃들이 피는 봄이라는 계절이 시작이 아니라
튤립은 겨울에 생명이 시작되는 꽃이었다니!
게다가 과습에도 약했던 튤립은 선물받았던 당시 나는
말라 죽으면 안 된다는 아주 식물 초보적인 생각으로
참 열심히 초반에는 물도 잘 줬던 기억.^^;
튤립을 키우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와 상세한 팁들이 정말 일목요연하고 친절하다.
이것만 보고 튤립 키우기 도전해봐도 충분히 성공할 정도로.
다만 실사가 없어서 좀 아쉽긴 한데
<이웃덕후 1호> 는 몰입하게 한 것들을 다룬 덕후 에세이지, 식물 정보책은 아니니까.
올 가을쯤, 구체적으로는 9월말부터 11월 사이에
꼭 튤립 구근을 구입해서 한 번 키워보고 싶다.
같은 구근의 형태로 한 때 즐겨 키웠던 히아신스를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었네....;;
오랜만에 히아신스를 찾아 꽃집에 가볼까나? ㅎㅎㅎ
구근의 상태에서는 꽃잎의 색깔을 알 수 없다는 것도 매력이다!
꽃집 사장님이 알려주지 않으면 히아신스의 꽃잎 색깔도 뭔지 알 길이 없었으니까.
<내 인생의 브리티시-락커즈-앤드-트랙즈> 덕후 에세이는
영국 락쟁이들에게 인생을 반쯤 걸었다고
기쁜 마음으로 고백한 덕후의 이야기로 내 안의 3등 글이다.
이 글을 쓴 목적에서부터 저자는 영국의 락을 좋아하는 사람을 찾는
'삐라' 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도 할 정도로 같은 취향을 가진
또 다른 영국 락 덕후 찾기에 진심이다.
10곡을 골라 발표시간 순서대로 배치해서 애정을 담아 소개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는 8곡을 소개하고 있고 남은 2곡은 제목만.
책을 읽으면서 나는 10곡 모두 찾아보았고, 들어보았고,
좋아요를 눌러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기도 했다.
퀸의 Under Pressure 는 나도 알고 있던 곡이었잖아.....^^;;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 는 오랜 시간 내 리스트에 있는 노래인데
노엘 갤러거와 리암 갤러거 형제의 인생 이야기까지
참 드라마틱해서 재밌게 읽었다.
비주류, 반항아와 이단아, 아웃사이더의 장르로 이해되는 락은
저자의 시선에서는 소외된 이들이 소외된 이들을 향해 부르는 장르로 읽히고 있음을 알았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와
연주에 푹 빠져 있는 저자의 락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기쁨이 무엇인지
그 무엇보다도 음악은 아주 극적으로 보여주는 영역이었다!!!
이 외에도 <기계식 키보드 입문서>와 <오늘도 다이어리 테라피> 까지
개개인의 다양하고 즐거운 덕후 생활을 진심어린 글로 경험했다.
각자가 지닌 유니크한 지식, 경험, 노하우, 그리고 취향은
그 자체로도 빛나는 것이었다.
저것도 취향이 돼? 라고 생각되는 것마저도 진정성을 담으면
얼마든지 가슴뛰게 하는 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덕후에세이 <이웃덕후 1호> 였다.
<이웃덕후 2호> 에는 어떤 덕후 생활이 담길지 넘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