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 '아무 몸'으로 살아갈 권리
김소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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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잣대에 의해 이미 내면화 되어버린 '아름다운 몸'의 기준은

건강하지 못하게 한 곳으로만 향하고 있는데

그것이 개인의 개별성과 자율성을 침해하고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면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관점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지 않을까?

한겨레출판 에세이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를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이었다.

차별과 혐오가 극심한 이 시대에

한 사람에 대한 연민과 사랑의 마음은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만큼의 시야를 드러낸다.

자기 자신과도 친구가 되는 일이 너무나 어려워진 현 사회에 대해서

저항심과 분심에서 시작되었다 밝히고 있는 김소민 작가는

13년간 한겨레 기자로 일했고 국제구호 NGO '세이브더칠드런' 에서

1년 7개월간 일했으며 지금은 글쓰기 노동자로 반려견 몽덕이와 살고 있다.

또 한 명의 좋은 에세이스트를 만난 느낌!

하니포터 3기의 인연으로 만나게 된 운명 같은 책!

누구에게 추천해도 자신있는 책!

 

 

 

지극히 개인적인 독서 취향일테지만

한겨레출판이 내는 목소리에는 매번 한목소리를 내고 싶어진다.

그래서 하니포터 3기를 지원했고 기쁘게도 3기 타이틀을 얻게 되면서 만난 첫 책이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였다.

4가지 선택지가 있었는데 이 책을 고른 '나님' 아주 칭찬해.

탁월한 선택이었다! ㅎㅎㅎ

게다가 이번 책은 좋아하는 보라색과 레몬색의 조합이 꽤 감각적이기까지~

'아무 몸' 으로 살아갈 권리 라는 부제를 지닌 이 한겨레출판 에세이는

너무 자주 필사를 부르는 바람에 완독이 늦어지기도 했었다.

병렬 독서를 하다 보니 그렇기는 하지만

하니포터로서 신간 리뷰를 빨리 남겨야 하는 미션 수행을 생각하면

빵점인 것 또한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도 자기변명을 해보자면 책리뷰를 남기는 행위는 내게 매 순간 진심이고

특히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에세이는

온전히 책리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렸던 듯도 싶다.

그만큼 이 책이 참 좋았다!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운 문장들은 이렇게 곳곳에 흔적을 남겨 두면서

나는 그렇게 이 책을 소비했고 또 진지하게 수용했다.

취약함을 드러내도 되는 존재를 사랑하게 되고,

사랑스러운 것들은 취약한 데가 있다.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내가 마음깊이 사랑을 느꼈던 순간은

내 약함을 타인이 그대로 수용했다고 느꼈을 때였다.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김소민 작가의 에세이는

관리당하는 몸 / 추방당하는 몸 / 돌보는 몸 /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인기척

이라는 챕터로 구성되어 다양한 몸을 화두를 삼았다.

지금까지 발생했던 사회적 이슈들을 통해서 드러난

혐오와 차별의 문제들을 연민어린 시선을 견지하며

진중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접근했던 방식이 좋았다.

실제로 책 읽으면서 혼자 피식거렸던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는데

대표적으로는 여기 ㅋㅋㅋ

과자 부스러기가 배 위로 떨어질 가능성은

김민경이 운동하는 모습에 자극받았던 당시

누워서 과자를 먹었을 작가의 자세가 상상되었기 때문에~~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를 읽다 보면

현실적인 사회 구조적 모순들을 책 속에서 만나며 분노와 슬픔이 수시로 교차하곤 한다.

무겁고도 답답한 심경이었다가 김소민 작가의 삶에 스며든 이런 일상 유머를 접하게 되면

다시 긴장이 풀리면서 이완되는 느낌에 책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쯤 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 이 책 한권을 오래 끼고 읽게 된 것은

아마도 한 장 한 장 아껴두려는 마음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이라영 작가의 추천사 중에 이런 문장이 있다.

"남의 약함을 차별하면 안된다면서

내 약함은 아무에게도 안 들키려고

오늘도 분투한다."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딱 지금 자본주의와 경쟁, 능력 지상주의로 치닿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기득권들은 자신의 헤게모니를 강화하기 위해

이분법이라는 잣대로 간편하게 위계 질서를 만든다.

남성과 여성, 문명과 야만, 장애와 비장애, 젊음과 늙음으로 혐오의 대상을 차별한다.

월경 혐오 (생리충), 여자애는 소심하다는 폄하섞인 편견들, 나잇값, 아줌마라는 자격지심,

내 안의 분노를 타자에게 투사하기, 장애인과 소수자에 대한 일상 속 고찰,

권력이 있는 방향으로 알아서 엎드리는 현실,

사회적 합의에 대한 정치인들의 소명, 돌봄이라는 실존적 행위,

무연고 장례를 지원하는 사람과의 인터뷰, 고립보다 연대를 선택하는 인류애.

이렇게 기억에 남는 내용들 중에서도 특히 최근에 여러 논쟁을 불러왔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출근길 선전전 부분이 가장 인상깊게 남는다.

종부세 깎아주는 데는 발 빠르면서

이동권 보장하는 것에는 너무 더딘 대한민국 사회의 민낯.

요구하지 않아도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위해

처절하게 투쟁해야 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인식을 피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여당이 된 당대표의 입에서 나온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다' 는 말에서

장애인도 시민이라는 인식이 보이지 않음에 참담했다.

명백하게 차별하고 있으면서 본인은 소수자를 비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그 행태를

그대로 받아옮기는 언론이 차별을 부추기는 꼴이다.

이 사회는 권력에 따라 전달되는 목소리의 강도가 다르다.

어떤 사람의 목소리는 죽어야 들린다.

부조리한 현실을 직면하는 일이 고통스럽고 기빨리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직면해야 한다.

우아하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 하나 없고,

우리는 누구나 '아무 몸'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으니까!

취약하거나 불완전하다는 것은 인간의 전제조건일 것인데

부와 아름다움이라는, 우리를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이데올로기에 휩쓸려

너무나 쉽게 타인을 공격하고 그들에게 상처를 주며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한다.

서로에게 무해한 사람이 되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이지만

그래도 희망사항을 내려놓고 싶지는 않다.

서로에게 어깨를 내어주는 관계로 발전할 여지에 대해 다함께

잠시 멈춰서 타자를 연민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다시 생각해 보기로.

'개별성' 을 봐주지 못하는 사랑은 사랑일 수가 없다.

개개인의 몸에 스며들어 있는 그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것에서부터

서로를 끌어안는 연민과 사랑이 시작된다.

개인의 삶에 대한 존엄성이 힘을 잃어가는 시대에

'있는 그대로' 의 몸이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

곱씹어 보고 싶은 에세이를 간만에 만났다!!!

올해 손꼽는 책 목록에 올릴만한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도서관에 갈 이유 하나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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