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 지음, 이수영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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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과 좋아하는 소설가들의 작품에만 관심을 뒀을 뿐,

 

북하우스에서 나온 소설은 처음일 듯 싶습니다.

 

게다가 생소한 이름, 메가 마줌다르.

 

인도 서벵골주 콜카타에서 태어난 인도계 미국인으로 작년에 이 소설이 출간되고

 

흡입력 있는 소설이 나타났다며 문학계에서 주목했었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저도 이 소설 처음 펼치고는 100페이지를 훌쩍 읽어낼 정도로

 

흥미진진한 "페이지 터너 소설" 이더라구요.

 

오늘 아침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북하우스TV 채널에 있는 

 

<콜카타의 세 사람> 북트레일러를 봤습니다.

 

하나의 사건을 기점으로 '콜카타' 지역에서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던 세 사람의 운명이 

 

이렇게 선택했고 이런 결과로 흘러가게 되었구나 한 눈에 들어왔어요.

 

"위험한 생각을 품고 있는 건 언제나 조용했던 사람들 아닌가요?"

 

자신이 바라본 세상만이 존재한다고 믿으며 

 

자신의 생각이 100% 사실이고 진실일 거라고 착각하고

 

폭력이 될 수도 있는 말과 자의식 만으로 여론을 조장하여 사회적 약자들을 자기 식으로 규정하는 한,

 

부조리한 사회는 계속될 것이라는 씁쓸한 생각을 심어주기도 했던 소설이었습니다.

 

권력자들뿐만 아니라 소시민들 조차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정의를 외면해 버리는 결과를 보면서

 

한편 절망적이었고 제게는 디스토피아 소설처럼 읽혀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나중에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자녀가 살아갈 세상으로 향할 것이고,

 

어쩌면 자신의 자녀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거라는 경고로

 

독자들에게 읽혀졌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도 갖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모순 덩어리일텐데 하물며 인간이 만든 이 사회 공동체는 또 얼마나 비합리적일까요.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권력자들이 조종하는 대로 휩쓸려가는 어리석은 대중들과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집단과 애국심만 강조할 뿐, 

 

개인의 존엄성은 없는 인도 사회와 문화의 현실을 더 밀접하게 만날 수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원제는 A Burning.

 

콜카타 빈민가 바로 옆에 있는 콜라바간 기차역에서 112명이 사망한 기차 테러 사건을 중심으로

 

20대 초반의 가난하고 젊은 여성 지반, 지반의 학창시절 체육 선생, 지반이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줬던 트랜스 여성 러블리,

 

세 사람의 인생이 교차하며 언젠가부터 제어 불가능한 운명 속에 놓이게 됩니다.

 

영어권 지역에서 출간할 당시 기차 방화 사건을 제목으로 달은 듯 싶은데,

 

북하우스에서 번역한 <콜카타의 세 사람> 이라는 제목이 더 상징적으로 다가오고 적절하게 잘 지은 것 같아요.

 

인도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도 거의 처음 아니면 몇 년 만인 듯 싶고,

 

인도의 사회 현실과 국민성이 소설 곳곳에 디테일하게 반영되어 있어서 

 

낯선 것에서 오는 흥미와 호기심만으로도 읽어나가기에 지루하지 않을 소설이었어요.

 


우리 조국에 대해 아무 존중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어머니 소에 대해서도 아무 존경심 없이 고기와 가죽을,

 

온갖 종류의 역겨운 것들을 얻으려 공격한다.

 

우리 사회에 그런 사람들을 위한 자리는 결코 없다.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건 자기 자신, 우리, 이 사회, 나아가 개개인의 행복한 삶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전체를 위해 대중을 하나로 묶을 애국심 뿐이었습니다.

 

권력자들뿐만 아니라 국민 정서가 애국심이 부족함을 한탄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이 나라는 부정 부패한 정부와 경찰들에게 저항을 할 때 

 

오히려 테러리스트 라는 낙인을 찍으며 권력자들의 선동에 의해 우매한 대중들은 움직일 뿐입니다. 

 

물론 책임은 권력자들 뿐만 아니라 어리석은 대중들에게도 지어져야 할 일.

 

주인공 지반이 결국은 이 부조리한 사회에서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그 시작은

 

어쩌면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이 문장 하나로부터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국가에 대한 충성심 부재' 라는 프레임에 끼워 넣고 보자면 인도에서는 이것이 큰 죄가 되는 것.

 

"경찰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돕지 않는다면, 죽는 모습을 그냥 지켜만 본다면,

 

정부 역시 테러리스트 라는 뜻 아닌가요?"

 

여기에 지반의 수많은 페이스북 친구들중 한 명과 기차테러사건에 대해 짧은 대화를 주고 받은 것을 가지고

 

테러사건과 관련있는 자라고 규정하고 테러리스트라고 낙인 찍으며

 

법원과 검찰, 경찰, 대중들 모두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정황적인 증거만으로 희생양을 삼습니다. 

 

사건을 조작, 설계해 나갔던 실체는 새롭게 정권을 잡게 된 국민복지당이지만

 

결국은 지반의 체육 선생도, 지반이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줬던 히즈라 여성 러블리까지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두 지반에게 등을 돌리며 부조리한 사회의 흐름에 

 

어떠한 비판의식도, 저항도 없이 동조한 것이나 다름없었어요. 

 

정당의 일원이 되어 국가에 충성하기 위해 진실과 다르게 지반에 대해 증언하는 체육 선생도,

 

지반의 변호를 맡았던 국선 변호인도, 진실을 알리겠다고 인터뷰했던 기자도,

 

심지어 지반의 진심을 알고 고마움을 느꼈던 러블리도 

 

나중에는 자신의 꿈을 위해 이기적으로 돌아서는 걸 보면서

 

 정의도 없고, 인간성도 없는 이 사회에 과연 희망은 있을까 싶었습니다.

 

인도의 이야기이지만 내가 사는 세상의 현실인 듯 씁쓸하게 다가온 소설이었고, 

 

그래서 더더욱 깨어있는 시민으로서의 소명의식을 더 견지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됩니다.

 

트랜스 여성인 히즈라 일가나 인도에서 무슬림으로서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

 

가난뿐만 아니라 사회적 멸시와 차별을 온 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소외된 이들의 버거운 현실을 보고

 

최소한 인도의 독자들은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예요.

 

힘과 돈의 논리가 인간을 조종하고 사회를 지배하는 한 부조리함을 걷어내기란 역부족인 걸까요.....

 

P. 309

 

체육선생.....

 

그는 무엇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며 진실을 위조해 왔던가?

 

무엇을 위해 자비를 비는 남자, 소고기 먹는 자의 유령을 잠자기 직전 떠안게 되었는가?

 

혼자 있을 때면 머릿속에서 흐느껴 우는 유령,

 

운동장에서 여학생들이 나오길 기다릴 때면 자신에게 애절하는 유령을.

 

 

 

 

 

 

<콜카타의 세 사람> 속 사람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체육선생과 러블리, 국선 변호사, 기자의 선택에 

 

정의롭지 못하고 비도덕적이라고 손가락질을 할 수 있지만,

 

정작 우리가 저들의 신발을 신고 있다면

 

과연 우리는 그 순간 나 자신을 위한 선택보다, 대의적이고 정의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선택한 인생의 결과를 알지도 못한 채, 운명에 휩쓸려 가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우리는 그래서.....

 

어리석고 나약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이 있어 희망을 놓지 않을 것이다!

 

<콜카타의 세 사람> 은 이 사회를 그저 보여줄 따름입니다.

 

각성하는 것은 읽어내는 독자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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