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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성공 - 한국은 왜 불평등한 복지국가가 되었을까?
윤홍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공동체 사회에 대해서 기득권의 입장을 대변하며
실제와 다르게 불안감을 조장하는 매체가 적지 않지요....;;
팩트 보도를 소명으로 해야 할 사람들에게 균형감을 기대하기가 참 어려워진 세상에서
뉴스의 소비자로서 개개인이 의도적으로 한 가지 화두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을 접하고자 노력이 더 필요해졌어요.
화두가 되는 사회 현상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분별하는 능력을 갖추고 판단하는 일이 녹록지 않아서
관심 가는 주제가 생길 경우 이런 사회비평서를 찾아서 보려고 하거든요.
그런 와중에 만나게 된 것이 윤홍식 교수의 <이상한 성공> 입니다.
안정적인 삶에 대한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지만, 위정자들에 대한 기대감은 내려가고 있다 보니
이 나라의 사회복지가 궁금해 지더라구요.
<이상한 성공> 은 세계적인 사회복지국가, 핀란드의 이야기로부터 서문이 시작됩니다.
독자들 만큼이나 사회복지를 연구하는 저자 역시 그 비결이 궁금했던 것일테죠.
현재의 대한민국이 보기에 핀란드의 사회복지에 대한 현주소가 어쩌면 허상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저도 앞으로 대한민국의 사회복지 시스템이 저자가 제안한 것처럼 움직인다면
변화를 마주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생깁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사회복지 국가의 지난 역사와 정책들을 통계와 사실로 확인하면서
그 가능성을 믿고 한국에 적용해 보려는 노력은 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옮겨지게 되더라구요.
대통령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대한민국의 사회복지는
그 어느 나라도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 숙제가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조금은 무겁게 다가오기도 한데요.
그래도 시작은 해봐야겠죠.
혁신적인 사회복지 국가를 위해 모두가 평범한 사람들이 행복한 복지국가를 추구하겠다는 공통의 의지, 하나의 공감대.
이 책을 통해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4개의 신분으로 나누어진 한국의 복지체제" 라는 이 그림을 보면서
씁쓸한 우리의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나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지 않은 현실을 얘기하는 사회비평서의 경우
공감이 안 되다 보니 내용이 들어오지도 않고 접하는 것 자체가 불편해서 피하는 독자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집단과 달리 차별이나 불평등한 구조에 내몰리는 개인은 너무나 나약하기 때문에
나의 가족과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관심을 놓지 않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알고 비판할 수 있도록 <이상한 성공> 과 같은 이런 사회비평서는 많이 읽혀지면 좋겠어요.
팩트에 근거해서 현재를 정확히 분석하고 미래에 대해 냉철하게 예측하며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믿고 볼 만한 책인지는 물론 따져봐야 할 문제겠지요.
"명견만리" 강연자로도 이미 공적인 증명을 받으신 윤홍식 교수님의 책이기도 하고
<한국 복지국가의 기원과 궤적> 3부작 출간을 통해
한국 사회를 경제-정치-복지 라는 큰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혜안을 제시하기도 했으니
사회복지에 대한 저자의 연구 실적들을 볼 때 믿고 볼만한 책일 것입니다.^^
소득불평등, 온실가스 배출량, 사회지출에 관한 통계 자료들을 더 유심히 보게 되더라구요.
개인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해 심각함을 인식하고 있고
신자유주의 시장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하여 심각한 소득불평등의 나라가 된 것이 참으로 안타깝지만
무엇보다도 사회복지에 대한 지출에 대해서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보니
변화를 추구하기가 참 어려운 실정입니다.
물론 사회지출이 높다고 해서 사회복지 국가가 반드시 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점도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하는데요.
중요한 것은 이런 아쉬운 사실을 접했을 때 더 좋은 사회가 되도록 움직여야 하는데
정작 그런 권한을 갖고 있는 사회의 기득권을 가진 자들은
변화보다는 안정적인 삶을 원하다 보니 개혁적인 흐름으로 나아가기가 참 어렵다는 것입니다.
현실 인식부터 시작해서 집단지성의 힘으로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의 삶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복지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학벌, 지역, 빈부에 따라 대변하는 정당을 구별할 것이 아니라
각 계층과 집단을 다양하게 대표하는 정치제도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저자가 힘주어 말하는 것에 저도 동의합니다.
35년 간의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해방이 되었지만
그 이후로도 미군정의 지배 하에 있으면서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
자주적인 결정을 할 수 없었던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짚어주면서
사회복지와의 연관성을 구석구석 짚어주고 날카롭게 분석해주고 있어서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고 신뢰하면서 읽었습니다.
이승만 정권으로부터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수십 년의 권위주의 정권을 겪은 한국인들은
국가를 신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회복지에 대해서 공감대를 갖고
공동체를 위해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기가 참 어려워 보이기도 합니다.
당시 위정자나 기득권의 이익만을 위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사실은 은폐, 호도해온 역사들이
지금까지도 드러나고 있고 진실을 마주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코로나 시국을 겪으면서 국민재난지원금 하나 가지고도 갑론을박이 상당했을 정도로
사회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상이한 인식을 접할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국가의 곳간이 비워지는 것만 걱정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정작 그 곳간은 누구를 위해서 평소에 채워 뒀던 건지는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유래없는 시국을 겪는 지금이 어쩌면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적기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 곳간을 더 채워서 평범한 사람들이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복지가 발달한 나라로 갈 수 있도록 "증세" 라는 화두도 논의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대선 후보들에 대한 관심이 많은 이 시기에 더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해 후보들이 건강하게 이런 화두에 대해서 토론하면 좋겠는데
정작 선전, 선동만 일삼고 있으니 중요한 시간만 소모하고 있다는 생각에 참 안타깝기도 합니다.
한국인들이 국가의 건강보험이나 고용보험보다 민간보험에 돈을 더 많이 쓰고 있다는 통계로
상식적이지 않은 결정을 하고 있는 현실을 짚어주는 부분도 공감이 많이 되더라구요.
통계상 돈을 내고도 더 많이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 국가보험이지만 국가에 대한 신뢰가 없다 보니
나와 내 가족만 책임지면 된다는 각자도생의 마음으로
돈을 내는 만큼 보장 받겠다는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거든요.
1948년 한반도 남단에 단독정부가 수립된 후부터 1987년 민주화가 이루어지기까지
정치, 경제, 복지의 관점에서 짚어주는 시대의 흐름이 개인적으로
현대사를 더 깊이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회복지에 관한 책인줄로만 알았는데
당시 정치와 경제도 접할 수 있는 지적 확장성도 갖고 있는 사회비평서였어요.
40여년에 가까운 권위주의체제에서 산업화와 개발을 위해 노동자들의 양보와 희생까지 더해졌지만
정작 그 사이 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고 다른 복지국가에 비해
노동자의 힘은 한없이 약해졌고 기득권들의 부와 권력만 살찌우는 현실이 참 뼈아프게 다가왔습니다.
현재 10위를 달리는 경제대국이 되었다지만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위해 희생했던 이들의 노고는
온데간데 없고 여전히 그들은 국가를 향해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구요.
아시아 최고의 민주주의사회가 되었다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불평등과 격차는 점점 더 심각해지는 대한민국의 현실.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단기간의 성공을 이루었지만 그 성공이 지금은 덫이 되어서
한국사회를 옭아매고 있는 듯 합니다.
<공정하다는 착각> 에서도 심도있게 짚고 있는 성공주의에 대한 덫이
이 책에서도 겹쳐서 읽히기도 했습니다.
올바르게 분배하자는 논리를 반공주의로 덮어 씌워 말도 꺼내지 못하게 했던 과거의 오류들,
실패하면 끝나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서 자신의 적성과 재능은 안중에도 없고
공무원이 되기 위해 한 줄로만 서는 청년들의 비애,
소비와 투기만 부추기는 국가,
민주화는 과연 누구를 위해 성취하려 했는지에 대한 물음들도 의미있게 다가왔던 내용들이었습니다.
이제는 성장보다는 공정하게 분배되는 것을 논의해야 할 때.
부와 지위가 세습되는 불평등한 사회라는 것부터 냉철하게 받아들이는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사회의 변화를 바란다면 먼저 정치에 관심을 갖고 비판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민으로서의 의무는 다 하고 있지만 국가로부터 제대로 보호를 받고 있지 않다고 느낀다면,
약한 개개인에게 희망은 없습니다.
각 집단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고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당들이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도록
지금의 정치제도를 잘 알고 주권을 가진 국민들이 주도하는 더 좋은 사회로 설계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꿈꿔 봅니다.
이 책 속에서 가장 울림이 있던 구절을 공유하면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복지국가는 단순히 사회적 위험에 보편적으로 대응하는 국가가 아닙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복지국가는 재벌 대기업 중심의 성장 체제에 의존하는 복지국가가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 하는 경제에 기초한 복지국가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복지국가는 최첨단 자동화 설비에 의존해 생산성을 높이는 성장체제에 의존하는 복지국가가 아니라
노동자의 숙련이 자동화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복지국가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복지국가는 수출에만 성장을 의존하는 복지국가가 아니라
수출과 내수가 균형 잡힌 경제에 기초하는 복지국가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복지국가는 탄소를 배출하면서 지구 생태를 위협하는 경제에 의존하는 복지국가가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지키는 경제에 기초한 복지국가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복지국가는 차별에 눈감는 복지국가가 아니라
인종, 종교, 성적 지향, 학벌, 국적 등과 관계없이 모든 인간이 존엄한 개인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복지국가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복지국가는 끊임없이 더 좋은 사회를 위해 변화하는 복지국가입니다.
당장 이룰 수는 없겠지만 멈출 수도 없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