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신과 의사의 서재 - 흔들리지 않고 마음의 중심을 잡는 책 읽기의 힘
하지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지도 높은 정신과 의사이자 책을 쓰는 저자이기도 한 하지현 교수의
첫 독서 에세이가 인플루엔셜에서 나왔어요.
하지현 독서가만큼 다독을 하진 못하지만 거실 테이블 위에 놓여진 이 책을 발견하고는
본인도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라며 남편도 반가워했던 책이지요.
독서가 일상인 많은 사람들에게는 책 읽기의 힘을 이야기하는 이 신간, 관심이 안 갈수가 없어요.^^
하지현 교수가 읽은 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라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맨 뒤 부록에 하지현이 읽은 책들 이라는 이름으로 챙겨 두기도 했습니다.
<정신과 의사의 서재> 안에 저자와 인연이 닿은 책에 대한 사연들도 짧게 소개하고 있구요.
하지현 교수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인지도는 <고민이 고민입니다> 라는 책이 있다는 것뿐이었어요.
읽어보지도 않았고 큰 관심도 없었는데 성실한 독서가였다는 걸 알고는
저도 모르게 동지애가 생깁니다 ㅋㅋㅋ
한국 사회에서 정신분석에 있어서는 전문가 중에 한 사람이고
2004년부터 신문에 칼럼을 연재해서 그것을 책으로 내면서
독자이자 저자의 길을 걷고 있는 심리와 인문서 저자이기도 하지요.
정신과 의사라는 본업 만큼이나 책 읽기를 좋아해서 <정신과 의사의 서재> 에서는
"하지현식 독서법"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하지현식 독서법에서 나를 발견하는 일이 너무 많았어서 그런가 술술 읽혀지는 책이었어요!
책을 통해 세상에 널려 있는 지식과 이치를 깨닫게 되고
세상과 사람에 대해 깊이 인식해가는 과정을 날이 갈수록 경험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공감하게 되는 지점이 꽤 많았거든요.
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독서로 인한 즐거움을 성실히 누릴 줄 아는 사람, 그건 나.....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과 다를바 없이 관심도서가 생기면 인터넷 서점의 장바구니에 담고
어느 정도 차면 저자가 정한 큰 원칙에 의해 선별작업을 거쳐 최종적으로 읽을 책을 만납니다.
저자의 큰 원칙은 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균형잡힌 독서를 하는 것이었어요.
인문사회나 과학책 등 지식 전달책 위주의 좌뇌 우선책.
에세이, 소설, 비소설, 르포, 인터뷰집등 공감하거나 감성을 건드리는 우뇌 우선책.
만화, 일러스트집 등 쾌락을 우선으로 하며 재미만을 주는 쾌락중추 우선책.
카테고리 이름부터 역시 정신과 의사의 냄새가 폴폴 ㅋㅋㅋ
지식편향적 경향으로 치우치는 것을 막고자 의도적으로라도 균형을 잡으려는 저자의 노력이겠죠.
매달 관심도서들을 일괄구매하여 1년에 100여권 가량 책을 읽으면서 터득한
저자만의 생산적인 독서의 기술들이 독서를 즐기는 이에게는 유익한 면도 있고
동시에 나와 같은 점, 또는 다른 점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에세이라고 보심 될 거예요.^^
책 속의 지식과 정보들을 자신의 경험과 버무려서 온전히 '내 것' 으로 만드는 과정.
그리고 지식의 파편들이 연결고리가 있음을 우연히 깨닫게 될 때의 그 희열.
그것이 독서가 주는 선물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현 교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서 반가웠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이런 부분이 너무 많았다는.... ㅎㅎㅎ
독서에 대해서는 뭔가 결이 비슷한 분인가봐요.
물론 독서 취향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죠 ㅋㅋ
지난 10년간 하지현 교수가 읽었던 기록을 볼 때
비소설, 에세이, 실용서 계열이 가장 많았고
소설, 시와 같은 문학이 가장 적었다고 해서 혼자 풉 ㅋㅋㅋ
아니 문학이 어떻게 안 좋을 수가 있지?
소설은 사랑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하지현식 독서법에는 디테일한 호기심들을 모두 담고 있어요.
사람마다 책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는 경로도 다르고
여행갈 때는 어떤 책 위주로 챙겨 가는지,
혼자 읽기와 함께 읽기에 대한 생각과
저자의 전문 분야인 정신 분석을 다루는 출판사에 대한 의견도 엿볼 수 있었구요.
여행을 가면 만나게 되는 인상깊었던 동네책방 소개도 반가웠어요.
제주도 종달리에 있는 소심한책방은 저도 겨울마다 가는 곳이고
속초에 있는 동아서점도 다녀온 후기를 남겨두기도 했었죠.
춘천에 있는 책방마실과 서툰책방은 저자가 소개해 줬으니 춘천에 갈 일 생기면
꼭 한번 들러보려고 합니다. ㅎㅎㅎ
독립서점이나 동네책방들을 찾게 되는 이유 역시 저랑 생각이 비슷해서 또 한번 놀랐구요.
제가 모르는, 제 시야 밖의 낯선 책들을 맘껏 접할 수 있다는 설레임을 주거든요.
우연히 만나게 되는 책 한 권이 제 일상의 루틴을 기분좋게 무너뜨리는 경험들이 제법 괜찮지요.^^
사람마다 다른 완독의 기준점에 대한 부분에서도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피에르 바야르의 책 소개가 재밌었습니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책 제목도 흥미롭죠. ㅋ
독서를 신성시한다거나 정독을 의무적으로 해야한다는 생각에 반기를 드는 피에르 바야르는
완벽히 제대로 읽는 것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독서라고 보고 있다고.
발췌독이라도 30% 정도면 읽었다고 치자는 피에르 바야르의 주장은 저 역시 동의하긴 어렵겠네요.^^;
읽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완독은 모든 책이 나의 예상과 맞아 떨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기대치와 다른 책을 만나는 경우 중도 포기는 없고 챕터를 선별해서 읽는 것으로 일단 끝까지 갑니다.
책마다 지향하는 지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큰 물줄기를 파악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책도 있고
페이지마다 야금야금 곱씹어가며, 필사해가며 읽게 되는 귀한 책들도 있구요.
스킵을 하든, 페이지마다 꾹꾹 눌러 읽든 에필로그까지 가는 것을 저만의 완독 기준점으로 삼고 있죠!
하지현 저자 역시 치열하게 읽고 싶은 독자이길 바란다고 하니
저랑 크게 다르진 않은 거 같아요.
결국 하지현 저자도 저도 목적 있는 독서보다는 근본주의적 독서가이길 바라는 것은 같아 보입니다.
물론.....완독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실패는 아니라는 것!
모든 일에는 완성이란 없으며 어쩔 수 없는 마감이 있을 뿐이라는
저자의 문장이 조금의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이 글을 집중하며 읽는 어떤 분과 똑같이 독서를 즐기는 동지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