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없는 세상 - 개정판
앨런 와이즈먼 지음, 이한중 옮김, 최재천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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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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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너무나 끌렸습니다!!!


<인간 없는 세상>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 시국이 어쩌면


인간이 자멸을 앞당기고 있는건 하는 저자의 관점에 저도 동의하기 때문에


최재천 박사님의 감수에 더 신뢰를 하며 관심있게 읽어나갔습니다.


지구상에 생명체는 수도 없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인류는 유아독존이라는 인식으로 살아가고 있죠.


자연이나 동물과의 공존이 더 절실해지고 있는 이 때에 


마치 전 인류를 내려다보고 있는 어떤 존재가 경각심을 주는듯 코로나 바이러스를 보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여러 차례 다른 모습으로 자연은 끊임없이 인간에게 시그널을 보내고 있었지만


인간은 그 현실을 직시하지 않았고, 때로는 외면하기까지 했지요.


2007년에 쓰여진 책인데도 불구하고 13년이 지나 개정판이 나온 지금까지도


이 책의 내용만큼은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플라스틱이 환경에 미치는 문제는 여전하고,


 바이러스의 공격에 무력하고도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은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인간의 끊임없이 탐하고자 하는 욕구는 자연을 무참하게 훼손하고 있고


그것이 지나쳐서 이제는 부메랑이 되어 인간 사회를 위협하고 있어요.


<인간 없는 세상> 을 읽고 나면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번 뿐인 삶에 도대체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


인간은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이 공간을


살아가는 동안 맘껏 소비해 버리고 먼지가 되는 것을 원하는 것일까.....

지구가 없어지는 걱정을 하는 인류를 향해 코웃음을 치는 최재천 박사의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 세상은 우리가 없더라도 보란듯이 생명을 이어갈 것이다.....


세상이 멸망할 일은 없다.....인류가 서서히 사라질 뿐.

 
미국의 유명 저널리스트이자 애리조나대학 국제 저널리즘 교수인 앨런 와이즈먼은


<인간 없는 세상> 의 뿌리가 되는 에세이 "인간 없는 지구" 에서부터


현재 지구의 상황과 환경문제에 천착하며 과학 논픽션을 써온 저자입니다.


 체르노빌, 아프리카, 키프로스섬, 한국 비무장 지대 등등 직접 보고 겪은 지구의 상황에 대하여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의 지식을 버무려 인간이 사라진 미래를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여 상상력과 창의력, 통찰력을 발휘합니다.


플라스틱 남용은 전 지구상에서 걸쳐 심각한 환경문제로 인식되는 부분이기도 하죠.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려는 움직임도 소소하지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2007년도에 문제의식을 갖고 쓴 이 내용이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는게 놀랍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플라스틱들은 해류를 따라 엄청난 거리를 이동하고


바람과 조수에 의해 크기 별로 분류되면서 여기저기에 가라앉아 있어요.


해양생물들은 그 미세해진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고 잘먹었다 생각했겠지만


곧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ㅠㅠ


큰 플라스틱 조각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작은 입자로 분해됨에 따라


작은 생물들이 삼키는 일은 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고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오롯이 자기의 시간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동물들일 뿐이죠.


플라스틱 입자가 내장으로 들어가면 소화와 배설을 막아서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거든요.


모든 해양생물이 플라스틱을 먹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막지 못하는,


아니 막으려는 노력이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게 됩니다.


플라스틱의 성분 중 폴리에틸렌이 생물분해 되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알아보기 위해


세균이 살아 있는 배양기에 샘플을 넣어두는 실험을 보고 충격이었어요!!!


1년이 지나도록 1퍼센트도 분해되지 않았다는 것.


인간 있는 세상에 플라스틱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


미생물들이 그것을 처리할 효소를 아직 개발하지 못했고


아직 플라스틱을 소화하는 미생물도 없다는 것이 팩트입니다.


50년 세월은 진화가 필요한 생화학 능력을 발전시키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인 것이죠.

 

지난 여름에는 갑자기 닥친 전염병에 물난리까지 자연의 역습을 받은 지구를 바라보면서


전쟁이 남긴 상징적인 공간, 한국의 비무장지대가 이 위험천만한 세상에서


야생동물들의 피난처가 되어주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이기도 합니다.


1953년 9월 6일부터 사실상 인간 없는 세상이 된 폭 4km의 무인지대, 한국의 비무장지대는


현재 멸종위기의 야생동물들에게는 세상 안전하고 훌륭한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고


이는 인간이 없어지고 나면 혜택을 볼 생명체들이 있음을 보여주기도 해서 한편 씁쓸하기도 하죠.


동물과 인간은 종속적이거나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이 지구, 이 자연을 공유하고 있는 파트너임을 한번 더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의 쓰레기, 무기, 유리가 없는 세상이 온다면 개체 수가 다시 균형을 찾게 될 거라는


새들의 이야기도 인상깊게 남아요.


유리창을 장애물로 인식하지 못하던 새들에게


인간 없는 세상은 아마도 또 다른 생을 안겨주겠지요.

 
여전히 인류에게는 과제로 남아있는 훼손된 자연을 직시하면서


"인간 없는 세상" 을 상상해 보고 경각심을 가져봐야 해결해볼 의지를 다지려나요....ㅠㅠ

객관화가 어렵고 오만한 인류에게 자성의 기회를 제공해 주는 측면에서 보자면

인문고전이라는 타이틀도 어울리겠지만

분명 <인간 없는 세상> 은 고생물학자, 해양생태학자, 박물관 큐레이터, 지질학자, 다이아몬드 광산업자,

한국의 비무장지대 환경운동가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에게서 얻은 지식들에다가

저자의 통찰력을 버무려서 탄탄한 읽을 거리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자연과학과 생명과학을 포함한 과학 논픽션으로 충분히 읽을만한 책이었어요.

과학 분야의 지식에 약한 저로서는 잘 안 읽히는 내용들이 수두룩했어요.

그 정도로 전 세계 구석구석 광범위한 환경 문제들을 끄집어내어  ​

인간 없는 세상에 대한 경각심을 저로서는 시종일관 갖게 되더라구요.

 
야생동물들이 인간보다 야간 시력이 탁월한 건 사실이지만


야행을 즐기는 건 아니었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는


인간이 생명체들 중에 가장 위에서 군림하고 있다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그것 또한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해줍니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늘 예의주시하는 야생동물들은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뭘 할 수 있는지 다 알고 있다는 것이 소름이었어요.


저자는 인간 없는 세상이 언제 닥칠지에 대해 짚어주거나 예언하지 않아요.


그저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는 온갖 환경 파괴의 현장을 통해서


스스로 자멸하고 있는 어리석은 인간들이 남긴 모습들을 드러내 보일 뿐입니다.


인간이 사라지면 공기와 물이 다시 맑아질 것이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서서히 지구는 훨씬 살기 좋은 곳으로 되돌아갈 거예요.


인간 없는 세상의 모습을 상상하고 통찰하여 보여주고 있는 책이지만

 

한편으로는 인간 있는 세상을 지속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기도 합니다.


자연과 대결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인간의 우월성을 끝없이 뽐내는한 자연의 복수도 이어질 것임을 잊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자연은 천연 자원을 보관할 줄 알지만 과연 탐욕적인 인간은 그럴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인류가 한걸로 봐서는 낙관할 수도 없는 현실이죠.


인간중심주의적 세계관으로부터 일단 벗어나야 해요, 우리는.


인간의 욕망이 이끄는대로 별다른 생각없이 앞으로도 문제의식 없이 살아간다면

미안하지만 지구는 끄떡 없습니다, 우리 인류만 사라질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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