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 대형 서점 부럽지 않은 경주의 동네 책방 ‘어서어서’ 이야기
양상규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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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옆동네에 스타벅스가 새로 생겼다고 해서 친구도 오랜만에 만날겸 갔다가


친구 보내고 꺼낸 책이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이었어요.


책을 너무나 좋아하게 되었고, 그래서 세상에 어떤 책들이 있는지 알고 싶은 마음에


자체적으로 시작했던 "탐서가의 책방투어" 가 코로나로 인해 잠시 정체기에 있는 요즘,


언택트 시대에 직접 가보진 못하더라도 이렇게 책으로나마


새로운 책방투어를 다녀온 기분입니다.^^


물론.....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동네마다 있는 책방마다의 그 분위기와 책냄새를 포함한


전반적인 그 공간만의 소리와 향기가 다 다르기에


책으로 그 감각적인 것들을 온전히 경험할 수는 없었지만


책방 사장 양상규 저자의 책방 운영자로서의 마인드와


책을 담은 어서어서 서점의 숨결, 그리고 경주를 사랑하는 애향심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18년 1월부터 지금까지 매년 겨울이면 안식일처럼 다녀오는 <나혼자 제주도 여행>.


이 여행의 주된 컨셉은 제주도의 책방투어 였어요.


제주 서부에 있는 "유람위드북스" 로 시작해서

 

이제는 그 책방투어가 제주도와 육지 할 것 없이 이어져


어느새 34번째 책방투어까지 왔지요.

사실 이미 다녀온 책방도 몇 군데 있지만 기계적으로 숙제처럼 남기고 싶지는 않아

여유로운 때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책방투어, 그리고 책방이라는 공간은 제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일이어서


어서어서 서점의 양상규 사장님 생각처럼


책과 책방에 대한 예의, 그리고 책을 읽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소중한 발걸음을 내디뎠던 저의 추억들이기도 합니다.

책방 사장님마다 독서 취향이나 공간을 꾸며온 정성과 감각들이 ​각자 다르기에


동네마다 있는 작은 책방들을 투어하는 일은 저에게는 설레이는 여행이기도 했어요.


책방투어를 통해 누릴 수 있었던 가장 큰 기쁨은


세상에 많고 많은 책들 중에서 저의 세계관을 확장해줄 새로운 발견의 순간이었습니다.

책방 사장님들 저마다 책에 대한 애정과 내공이 있는 만큼,

만족스러운 책을 알게 되고 또 제 손 안에 넣는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저자의 말대로 대형 서점에서 산더미 같은 책 속에 묻혀

미처 드러나지 못했던 책을 제 고유한 시선으로 찾아내 손님들에게 내보이는 작은 책방의 모습.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저는 책방투어를 통해

숨어 있는 보석을 발견하는 기분으로 책 한권을 반갑게 맞이하는 장면을 늘 꿈꿉니다.

나만의 책방을 언젠가는 꾸려보고 싶은 한 사람으로써

나의 서점에 대한 정체성을 형성해가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었어요.

책과 책방을 생각함에 있어서 결이 겹치는 부분을 많이 발견할 수 있어서 더 편안하게 읽었습니다.


필사하면서 읽는 것이 습관이 되어나서 완독하고 보니 12페이지나 되더라구요.^^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안에는

 

경주 황리단길 동네 작은 책방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나이 들어 책방을 운영하면 좋겠다' 는 막연한 생각과


전역하고 나서 25살쯤 책에 빠지게 된 순간들까지 저자의 인생 여정도 담겨 있습니다.


하루를 꾸준히 살아간 책방 사장의 일상,


어서어서 동네 책방이 어떻게 경주에서 자리잡았으며


서점 최초로 책 완판 신화를 만들었는지,


동네 책방의 현재 상황이나 어서어서 서점 운영에 있어서

 

사소하고도 내밀한 이야기들이 모두 있어요.


인상깊게 읽은 부분은 황리단길의 부흥기와 함께 성장한 어서어서 서점의 책방 사장이자


경주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경주 사람으로서  


경주사람들에 대한 빚이 남아 있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책방 운영에 있어서 나의 능력이 좋아서 이런 성과를 올렸다고 생각할 수 있을텐데도


제가 읽은 어서어서 책방 사장님은 솔직하면서 동시에 겸허함을 갖춘 사람이었어요.


우리는 욕망하는 인간인지라 책방 운영을 시작했을 때의 초심이 먹고 사는 문제에 부딪히게 되면


때로는 변질되어 흔들릴 때도 있겠지만


매사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는 힘도 있죠.


책에는 그런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책방이 많아지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에는 책방이 많아지면 수익을 나누어 가진다는 생각이 아니라


독서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는 일이 되리라는 믿음에서도 개인적인 욕심을 넘어서


인간 세상에 책이 전하는 가치에 대한 믿음도 느껴졌어요.


제가 책방투어를 하면서 책방 사장님들에게

 

마음 속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이 안에 있어서 또 한번 놀랐습니다.


어서어서 책방 사장님이 뭉클했다고 하는 그 이야기, "오래 있어 주세요!"


저도 그런 마음으로 동네 책방투어를 할 때마다 왠만하면 꼭 책 한권은 사옵니다.


그 책방을 추억하는 저만의 방식이자 동네 책방 사장님들을 응원하는 마음이죠.

어서어서 서점의 인테리어부터 구석구석 저자의 손길이 닿아 있는 작은 책방의 역사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시작하는 것은 없지요.


저자를 매료시켰던 사진과 시가 인생까지도 영향을 미쳤고


웨딩숍 사진기사, 새마을금고 직원,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은하수식당에 이어


드디어 경주의 오래된 시간을 담은 소담하고 아늑한 책방 사장이 된 역사를 보면서


저자의 말처럼 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는대로 흘러가지는 않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죠.


하지만 결국 사람은 자신이 쌓아온 하루하루와 기회가 잘 들어맞을 때


생각했던 바를 이루게 되는가봐요.


중고책으로 시작해서 별스타그램 홍보 활동도 하면서 어느새


작지만 짱짱한 동네 책방이 되어가는 모습이 부럽기까지 하더라구요.^^


보이지 않는 노력과 어려움이 물론 있었을테고 그것을 묵묵히 극복해낸 결과이겠지요.

 

 

 

 

어서어서 서점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성하는 여러가지 요소들 중에도


시각적으로 자극하는 서점 입구의 주황색 버스 정류장 의자.


아날로그 감성과 잘 맞는 저자의 캐릭터와 잘 어울립니다.^^


공간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만큼 인증샷을 부르는 장식들을 좀 아는 책방 사장님이예요.


요즘 공간을 소비하는 트렌드가 많은데 그저 책만 좋아할 뿐,

공간 디자인에는 소질이 없는 나는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문득 들지만......


내가 꾸민 책방 분위기와 큐레이션에 같은 결을 느끼는 사람들도 분명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아직 책방에 대한 로망을 놓지는 않겠어요.^^ 

 

 

 

 

책을 받게 되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주는 ​읽는 약 책 봉투,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어서어서만의 책갈피,

비닐봉지 대신 많은 책을 담아주고픈 마음으로 제작한 어서어서만의 에코백.


Anywhere, Nowhere, Bookstore


이런 동네 책방만의 아이덴티티가 있다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가고 싶어져요!!!

​어서어서 책방 사장님이 생각하는 서점의 본질이 책을 파는 것이니만큼

그만의 큐레이션이 어떤 책을 만나게 해줄까 라는 기대감은 기본이구요.

거기에 그 동네 책방을 가야지만 경험할 수 있는 굿즈 역시 너무나 매력적인 것이거든요.

혹여 호기심에 책방을 들러 보는 분들중 책이 아닌 굿즈가 방문의 본질이 된다면,

때로는 공허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하고 싶습니다.

인증샷 남기고 ♥ 좋아요 하나 받고 싶은 인정 욕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테니까요.

올해 겨울에도 나혼자 제주도여행은 어김없이 이어질테지만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을 읽고 난 지금은

어서어서 서점도 언젠가는 꼭 한번 가봐야 하는 책방이 되었습니다. 

독자로서 책에 저자 사인도 받아오는 미션이 하나 더 추가되었으니까요 ㅋㅋ​


​요즘 경주 여행 가고 싶다는 남편과 잘 얘기해서

제주도 가기 전에 경주로 향하는 여정, 함 만들어봐야겠어요.

 

 

 

그저 경주 황리단길에 있는 어느 동네 책방 사장님의 개인적인 책에서


우리 모두가 의미있게 생각해볼 내용을 하나 발견한 것으로


이 책에 저 나름 가치를 부여해 봅니다.


"책을 지키는 것은 나의 임무" 라는 문장을 보면서


무언가를 지킨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어요.


나의 말과 행동은 어떤 마음에서 비롯되었으며, 어떤 삶으로 향하고 있는가?


동네 책방 운영자의 내밀한 속마음까지 손님의 입장에서 다 알 수는 없겠지만


각자 지키고자 하는 개개인의 소신은 다 존재하는 것이고


그것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게 될 때


서로에게 무해하지 않은 존재를 넘어서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나와 너, 우리는 그렇다면 살기 좋은 세상이다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진심이 통한다는 것은 참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어디에나 있었던 책이었지만 어디에서도 찾지 못했던 책을 발견하는 행복을 고대하며


저는 또 다시 어느 동네 책방에 들를테지요.


어서어서 서점에 들르는 날이 지금으로부터 너무 오래 지나지 않기를.


어서어서 서점에 가면 책방 사장님과 앉아서 저자와의 만남도 갖고 싶은데


쑥스러워서 말도 못 꺼내고 나올지도 모르겠지만 용기를 내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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