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라도 삶을 고쳐 쓸 수 있다면 - 내 삶에 돌이키고 싶은 순간마다 필요했던 철학 솔루션
이관호 지음 / 웨일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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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 삶에 돌이키고 싶은 순간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들부터 시작해서 중대한 결정까지 수도 없는데

그럴 때마다 가능하면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으면 좋잖아요.

저자가 꼽은 30인의 동서양의 철학자가

 

우리의 실제 삶에서 하는 문제들에 대해 같이 고민해 주는듯도 합니다.

지금 이 시대까지 살아남은 철학자와 그의 사상들은

결국 인간의 본질과 조건, 관계, 일, 자아를 탐색하고 파고들어 이론으로 정립함으로써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는 사유들이기 때문일 테니까요.

​카프카가 남긴 말은 박웅현 작가의 <책은 도끼다> 에서 정말 인상깊게 읽었던 구절인데


여기에서도 만납니다.


"책은 우리 안의 얼어 있는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삶의 ​관성에 젖어 정체되어 있거나 사유하지 않는 삶으로부터

 

 

 

 

저를 구원해주는 것은 바로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문장은 저에게 잠언과도 같습니다.


기억해서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 ​좋은 문장들이 참 많은 책이었어요.


"니체처럼 철 없는 자신을 긍정하고 윤동주처럼 부끄러운 자신과 화해해야 한다."

"삶을 고친다는 건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일."


기존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어떤 개인이 바꾸게 된다는 건


세상이 바뀌는 것과도 같은 엄청난 일이죠.


하지만 삶을 변화시키는 작지만 위대한 일들은 누구에게나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사유하고 사색하지 않아서 그 포인트를 짚어내지 못할 뿐.


철학을 만나게 되면 그 포인트가 눈에 들어오고 귀로 들리는 놀라운 일이 일어날거라고 믿어요.


 알면 보인다고 하잖아요.


<이제라도 삶을 고쳐 쓸 수 있다면> 은 단순하게 철학 이론을 설명하는 책이 결코 아닙니다.


요즘 그렇게 나오는 철학책은 절대로 현대인의 주목을 받지 못해요.


워낙 사는 것이 어렵고 고단한 현대인들에게는 치유, 힐링, 그리고 삶의 변화를 가져올


그 무언가가 필요한데 이 책은 사람들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삶을 변화시키는 에너지를 건드려 줍니다.


30인의 철학자들을 통해서 과거부터 지금까지도 고민하는 보편적인 문제들을


삶에 적용해서 해답을 스스로 찾아가려는 노력을 하게끔 해줘요.


현실에서 많은 이들이 고민하는 문제들이 있고 설명 그것이 나의 고민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헤아려보는 경험도 매우 의미있게 다가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니콜로 마키아벨리, 한비자, 유발 하라리, 니체, 질 들뢰즈, 미셸 푸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칸트, 존 롤스, 칼 포퍼, 스피노자, 존 스튜어트 밀, 윌리엄 제임스,


공자, 바가바드 기타, 사르트르, 키르케고르, 데카르트, 베르그송, 플라톤, 카를 구스타프 융,


장자, 그리고 헤르만 헤세!!!


개인적으로 헤르만 헤세를 마지막에 넣어

 

앞선 모든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아우르는 내용과 구성을 보면서


저자가 10대 시절에 읽었던 '데미안'으로부터의 경험이


정말 결정적인 순간이었구나.....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헤르만 헤세를 가리켜 소설가 이전에 '구도자'라고 말하고 있어요.


내면의 영혼을 응시하는 구도자!


저에게는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가 그런 작품이었거든요.


그 유명한 '데미안' 보다 '수레바퀴 아래서' 를 먼저 만나게 된 것도 다 운명이라고 여겨질 만큼.^^


저에게도 헤르만 헤세는 최애 작가여서 이 책을 덮게 되는 시점에도 여운이 남아서

 후련함보다는 아쉬움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깊은 시야를 갖게 하고 현상의 배후에 숨어 있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인문학이라고


저자 이관호는 말합니다.


인문학이 체화되도록 하려면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한 것인데 자기계발도 그렇다는 거예요.


아리스토텔레스 편에서는 어원이 같은 미덕습관처럼


미덕을 키우기 위해서는 반복된 실천이 중요하다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미덕은 본래 갖고 있던 게 아니어서 인간에게는 후천적인 실천이 필요한 것.


올바른 행동을 하면 올바른 사람이 되고,


절제 있는 행동을 하면 절제 있는 사람이 되며,


용감한 행동을 하면 용감한 사람이 된다.


의로운 일은 해본 사람은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또 자신도 모르게


의로운 행동을 하고 있다는 인터뷰 내용이 생각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야 그만한 행동을 한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있어서 놀라웠어요.


어떤 행동에서 그 마음이 생겨난다.


어떤 마음가짐이 되느냐 하는 것은 행동의 성격에 좌우된다.


즉 우리의 마음가짐은 행동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본성을 기본적으로 나약하고 ​악하게 보았던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삶의 철학도

지금 이 시대에 적용해 볼 여지가 있었고

인간성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법과 제도를 강조했던 한비자의 철학도

그저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질에 접근해볼 수 있어서 유익했습니다.

리더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만한 전략들을 제시했던 마키아벨리와 한비자가 있었고,

또 다른 입장과 상황에 적용해보면 좋을 철학자들의 이야기도 수두룩하죠.

여기 다 풀을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근거를 찾아 이야기하는 우리 시대 최고의 미래학자 유발 하라리는

디지털 문명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자유와 평등은 타격을 입게 되고

인류의 의사결정의 자유도 낮아질것이라 경고하기도 하죠.

신에서 인간으로, 인간에서 알고리즘으로 권위가 이동한다는 말은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유연한 사고의 소유자만이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면,

지금 이 쉽게 읽는 철학서 <이제라도 삶을 고쳐 쓸 수 있다면> 을 통해서

 

조금은 가까이 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호기심과 직관을 따라 우연을 경험하고 이성과 조화롭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철학에서도 전에 발견하지 못한 중요한 포인트를 알 수 있었어요. 

 

철학에 관심이 있고 더 들어가면 니체에 대해서 점점 알고 싶어지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사실 조만간 읽어보려고 <니체 입문> 을 곁에 두고 읽을 때를 엿보고 있죠.^^


저의 삶을 바꿔놓을 만큼 멋진 책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그리스인 조르바> 의 작가 카잔자키스와 니체를 연결지어 소개하는 챕터도 너무나 흥미로웠습니다.


신혼여행으로 10일간 지중해 여행을 갔던 저자의 실제 경험과 함께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묘에 적힌 글귀를 또 한번 만나요.


이 세 줄이 이 소설을 만나고 가장 결정적이었거든요!!!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이보다 멋진 말은 세상에 없을 거라고 감히 단언합니다!!!


​니체는 조르바처럼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생명력을 강조했어요.

'이성의 힘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유를 발산하는 생의 의지.' 

이성의 영역과 직관&예술적 감각의 영역을

 

나와 조르바로 대비시킨 <그리스인 조르바> 도 만날 수 있고

니체와 카잔자키스의 인간에 대한 따뜻하고도 애정어린 시선이 느껴져서

벅찬 마음으로 공감하며 읽어나갔습니다.

현실을 긍정하고 싶어서 '신은 죽었다' 고 말했던 니체는

직관과 영감에 의존했던 디오니소스, 순수한 어린아이, 조르바처럼

자유 속에서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삶으로의 전환, 발상의 전환을

여전히 니체식으로 강력하게 그 에너지를 전파하는 듯 합니다.^^


​마이크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를 보면

의무론을 말했던 칸트와 유용성을 강조한 공리주의를

'트롤리의 딜레마'라는 이름으로 대립적인 양상을 설명했었죠.

5명이 아니라 백명을 살릴 수 있다고 해도 무고한 한 사람을 희생시킬 수 없다는 칸트와


좀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한 사람의 희생은 의미있는 것이라고 실용적 결과를 추구했던 공리주의자들.


공리주의자 입장에서 칸트는 융통성이 없는 인물이었어요.


선의의 거짓말은 괜찮다는 공리주의자들과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칸트.


보통 유치원에서 아이들한테 가르치는 것들이라고

 

칸트의 정언명령을 설명하는 데 이해가 쏙쏙 되는거죠. ㅋㅋㅋ


선택적 허용이나 조건, 또는 가정을 싫어했던 칸트의 철학을 현실에서 지키기란??


녹록치 않아 보이지만 사유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질문입니다. 


칸트의 정언명령, 도덕률, 선의지..... 칸트에 관한 이 어려운 철학 용어들을 쉽게 설명해 줘서


이번 기회에 드디어 제대로 알고 넘어갑니다.


<이제라도 삶을 고쳐 쓸 수 있다면> 알게 되서 너무 다행이예요.^^


​힘과 권력의 흐름은 쌍방향으로 상호작용하는 그물망이라고 말하는 미셸 푸코는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대중이라는 주인이 이런 그물망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감시당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감시와 통제>를 통해 밝히기도 했죠.

원형 감옥 중앙에 있는 감시탑에서는 독방을 볼 수 있지만

독방에서는 감시탑 안의 간수를 볼 수 없는 파놉티콘.

독재자가 없다고 이 파놉티콘의 감시와 통제를 피할 수 없음을 경고한 미셸 푸코의 철학도

이번에 좀 더 자세히 배웠습니다.

파놉티콘에 대한 경계로 주민등록번호를 없애야 한다는 사람들의 주장에 충분히 수긍이 갑니다.

1984년에 사망한 푸코의 시대에는 없던 인터넷과 모바일이

지금은 디지털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삶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굉장한 영향력을 미치는 요즘,

​오히려 대중이 거대권력을 감시하는 역파놉티콘 현상이 일어남을 얘기할 때도 흥미롭더라구요.


​녹취와 촬영이 가능한 모바일 기기의 발달이 불러온 지금 이 시대의 모습을 본다면

미셸 푸코는 과연 어떤 진단을 내릴까요??


지적질이 되지 않도록​ 비판에 대한 감각을 키우고

예의를 갖춰 비판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칼 포퍼는

열린 사회와 닫힌 사회에 대한 생각으로 확장하게 했고,

장 폴 사르트르의 실존에 대한 고민과

시시포스가 처한 부조리한 현실이 비단 신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남과의 관계를 고려하기 전에 개인으로부터 실존은 출발한다는 키르케고르의 철학까지.


한계와 모순, 욕망 덩어리 인간이 막연한 미래를 살아가면서 그래도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철학이라는 삶의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게 해주는 쉽게 읽는 철학서가 참 반가웠습니다.^^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할 때도 있고 절망과 후회 같은 감정에 힘든 순간도 오겠지만

결국은 그 순간순간을 이겨낼 정신적인 힘을 탑재할 수 있는 방법에 철학이 있다는 것.

 지나치거나 모자람 없이 균형 감각을 늘 염두해 두고

 <이제라도 삶을 고쳐 쓸 수 있다면> 에서 알려준 철학 솔루션들을

앞으로 내 삶에 적용해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이제는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예요.

다 언급하지 못한 내용들은 빼곡히 필사노트에 적혀져 있지요.

나중에 다시 꼼꼼히 읽어봐야지.... ㅋ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의 모습 속에,

바로 우리들 자신 속에 들어앉아 있는 그 무엇인가를 보고 미워하는 것이지.

우리들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건, 그건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

-데미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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