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의 책 - 독립출판의 왕도
김봉철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살면서 책 한 권쯤 내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위한 독립출판 안내서"

고매한 학식과 품성을 가진 위대한 사람들만 책을 쓰는 시대는 분명히 지나간 것 같죠.


요즘은 책 한 권을 내는 일에 있어서 전보다 확실히 문턱이 낮아졌다는 것을

다양한 양식과 내용을 담은 책들을 통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일 겁니다.

책방투어를 즐기는 저로서는 전국에 있는 책방들을 구경하러 가보면

정해진 형식과 내용이 따로 없는 독립출판물을 위한 공간이 어딜 가나 따로 마련되어 있어요.

어떤 정해진 틀에 구애받지 않는 독립출판물의 다양성과 자유로움에 매료된 매니아층의 증가로

날로 독립출판물의 파워도 커지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김봉철 작가의 <작은 나의 책> 은 출판사 수오서재에 대한 믿음이 있어 일단 관심이 갖고


두번째는 책 한 권쯤 내보고 싶었던 사람들에 저도 해당되기 때문에 한번 읽어보고 싶었어요.

나의 삶, 묵묵한 기록..... 이라는 표현들도 제 시선을 끌었습니다.​

 

 

 


"독립출판의 왕도" 라는 표현은 왠만한 자신감 아니고서는


쉬이 쓸 수 있는 문구는 아니라는 생각했어요.


자신의 책을 낸 후에 서점마다 입점 제안서를 보내면서 그 속에 장난 섞인 표현으로


자신을 '독립출판계의 루키', '떠오르는 별', '괴물 신인' 등으로 소개했지만


실은 아버지의 폭력이 동반된 엄한 훈육으로 성장기 시절 자존감이 낮은 아이였고


여전히 고졸 학력에 사회성 부족으로 회사생활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우울증과 공황 장애를 겪으며 


힘겹지만 묵묵히 자신의 책을 만들어가는 평범하고 소심한 사람일 뿐이었어요. 


사람들을 포함해서 거래했던 서점과의 이별까지도 내내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여린 성격의 저자이지만


그런 자신의 완전하지 못함을 묵묵히 책을 쓰고 만드는 일에 몰두하는 것으로


서서히 성장해가는 저자 김봉철의 내면의 고백을 엿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두 가지 방향으로 책 내용이 구성되어 있는 <작은 나의 책> 은


실제로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일에 관심있는 분들이 참고할만한 정보와 팁들도 제법 들어 있습니다.


무엇을 쓸 것인가 / 판형과 폰트에 대하여 / 제작비에 대하여 / 본문을 편집하는 일


표지를 만드는 일 / 책을 완성하는 일 / 교정 교열에 대하여


책값과 출판사 등록에 대하여 / 입고 및 판매에 대하여 / 홍보에 대하여


또 하나는 비주류로 살아온 한 남자가 쑥스럽지만 조심스럽게


세상에 용기내어 말하는 자기 삶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나의 존재와 능력, 삶에 대해서 매일 부정해왔던 사람이었지만


누구나 각자의 달란트를 갖고 태어나듯이


저자 김봉철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자기 삶의 의미를 찾고자 분투해 가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요.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시작한 저자의 경험들이 왠지 남 얘기 같지 않아 공감도 많이 됐었고


인상깊은 글솜씨를 보고 책을 내보자는 사람들의 제안에


어리둥절하는 저자의 반응에는 피식 웃음도 납니다.


챕터마다 한 마디 던지고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를 볼 때마다


김봉철 저자의 문체가 보이기 시작해서 반갑기도 하구요.^^​

<작은 나의 책> 에서는 그동안 직접 책을 쓰고 만들었던 저자의 독립출판의 역사가 담겨 있는데요.


폭삭 망한 책부터 인기가 좋아 서점마다 재입고 요청을 받기까지


몇 권의 책들이 등장하지만 주로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상당한 지분을 차지합니다.

​하루 벌어 먹고 사는 막노동에서부터 고객센터 업무, 안경 렌즈에 관한 일도 배웠던 이력까지


30대 백수 쓰레기임을 자처하는 저자의 다양한 삶의 흔적들이 있었지만


결국 저자가 가장 잘하는 가장 자신있는 본업은 글쓰기였고 책 만드는 일이었어요.

 

 


오래전부터 책을 너무나 좋아했지만 사실 저는 독립출판물에 그닥 관심을 두지 않았었어요.


문학과 인문교양을 좋아하는 독자여서 사실 독립출판물 중에는

 

제가 좋아할만한 책이 잘 보이지 않더라구요.


반면에 솔직한 고백이 담긴 글, 자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평범하고 소소한 이웃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독립출판물을


오히려 더 좋아하는 분들도 요즘은 참 많은 것 같아요.


일부러 독립출판물 마켓이 있으면 찾아다닐 정도로.^^


책방투어를 많이 다니게 되면서 독립출판물 코너를 꼭 보게 되서


이제는 저도 점점 관심이 가다 보니 이런 독립출판물 마켓 정보도 기억해두고 싶어집니다.


언리미티드에디션, 마이컬렉션, 퍼블리셔스테이블, 프롬더메이커즈,


세종예술시장 소소, 아마도생산적활동, 책보부상, 독립출판물 보고.


검색해서 한번 구경가 보고 싶은데 이 중에서 전부터 한번 가봐야지 했던


서울책보고 부터 독립출판물 마켓투어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책을 워낙 좋아하고 읽었던 책들에 대한 기록, 책방투어기록, 아침조깅기록 등등.


다양하게 저만의 짧은 글쓰기를 꾸준히 이어가다 보니


책 한권 내도 되겠다는 응원의 메시지들을 받곤 있지만


정작 저는 여전히 갈팡질팡입니다.


블로그에 10년 넘게 남겨온 기록들 중에서 과연 쓸만한 것이 얼마나 될까도 싶고,


지금 현재 나의 글쓰기 자질이 책 한권 내는 일에 온당한가 싶기도 하구요.


책을 내는 것에 대한 나 자신의 의구심 안에는 능력과 출판에 대한 불확실한 미래도 있겠지만


또 하나, 꼭 책을 내야 하나? 싶은 아주 근원적인 물음에 직면하는 순간을 아직도 계속 마주합니다.


책 한권 내면 참 멋진 일이겠다 싶다가도


블로그에 내 삶을 기록하고 내 생각을 표현하며 공감해주는 이들이 있어서


지금도 충분히 좋은데 책이라는 결과물을 꼭 성과로서 낼 필요가 있는가 하고 말이죠.


무엇이든 생산하는 것이 옳다라는 산업사회의 마인드가 워낙 팽배하다는 건 알겠지만


 그걸 굳이 나도 따라가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러면서 한편 지금 현재로서도 충분히 만족하는 나는 너무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인건가?


오히려 너무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끝없이 욕망하는 것 때문에


스스로 스트레스에 갇혀 살아가는 것이 지금의 현대인들 아닌가.....


주변에서 꿈이 뭐냐고 물으면 지금도 충분히 좋다고 말하는데


정작 질문한 사람들은 제 대답에 공감하지 못하는 거 같아요.^^;


어떻게 지금에 만족할 수가 있지 하는 표정.....


뭔가 끊임없이 갈구하고 나를 다그쳐야 잘 사는 거라고 생각하는,


만족을 모르고 사는 삶에 저는 반기를 드는 편이라 공감하지 못한다면 거기까지.... 라고


혼자 속으로 얘기하곤 합니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꿈꾸던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은 물론 버리지 않고 있어요.^^


그렇게 나를 다그치지 않고 돈이나 명예 따위에 얽매이지 않고 편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 텅 빈 페이지가 당신의 첫 페이지가 되기를" 이라는 문구를 보니


제 얘기를 스스럼없이 하게 되었네요. ㅎㅎㅎ

 

 

​gaga77page 서점에서 지난 금요일 김봉철 저자북토크가 있었어요.

코로나 상황 때문에 연기되는 바람에 저는 그 전에 잡혔던 일정으로 신청했다가

바뀐 일정은 이미 정해진 일과 겹치는 바람에 결국 김봉철 저자북토크는 참여하질 못했습니다 ㅠㅠㅠ

너무 아쉬운데 수오서재에서 한번 더 자리 마련해주심 안될까요?.....

이미 어떤 책보다도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접하긴 했지만

직접 말로 듣는 것과는 또 다를 거 같아 한번 만나보고 싶기는 합니다. ㅎㅎ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확신을 갖지 못하고 방황하던 젊은이가

직접 책을 쓰고 만들기 위해 바닥부터 알아보고 준비해온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각자의 삶마다 중요한 기회의 순간들이 찾아오지만


한 사람에게 결정적인 사건은 결국 작고 사소하며

 

의도하지 않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을 해요.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 보다 보면


김봉철 저자와 같이 왕도까지는 아니어도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또한 지금도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혹여 우연히 기회의 순간들이 찾아온다면 잘 포착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서 쌓아가는 노력, 계속 하고자 합니다.



P. 81


내가 만약 앞으로 계속 글을 쓰게 된다면 이 사람 같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읽는 이들이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아늑함과 편안함을 주는 글을.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금 시시포스 같은 것을 떠올려보는데, 언덕 위로 돌을 굴려 밀어 올려 보아도


돌은 언제나 정상 언저리에서 떨어지고만 만다.


그러나 행복은 어쩌면 그 언덕 위가 아닌


 돌을 밀어 올리는 끊임없는 노력과 시도의 과정에 있는 것은 아닌가.

 


 

​P. 115


사람이 하는 일들에 모두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에는 지쳤습니다.


행동에는 목적이 없을 수 있고 그 목적엔 당위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으로 책을 만드는 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들도 간혹 마주해야 했습니다.




P. 151


하지만 한 가지 생각해주었으면 하는 일은, 물론 내가 쓰는 글들은 정말이지


그 누구라도 쓸 수 있는 가볍고 하찮은 글들이며

 

잠시 집중하는 것만으러도 이보다 잘 쓸 수 있겠지만,


다른 분들이 만든 글들까지 그렇게 보는 것은 좀 너무하지 않은가 싶다.


타인의 노력을 비웃는 이들이 정작 살며 그리 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본 적은 없다.


단지 그 세계에 직접 발을 한 발자국이라도 디뎌보지 않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마치 신발을 벗고 발을 담가보기 전까지는 그 물의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또 그 속에 어떠한 삶들이 숨어 있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어느 상황에서 누구라도 어색하게 만들 수 있는 타고난 재주가 있다고


셀프디스를 서슴치 않는 김봉철 저자의 멘트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가장 빨리 한 권의 책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는 조언 은 저 역시 새겨둬야겠어요.



 지금 당장 컴퓨터를 켜서 워드 프로그램을 열거나 펜을 쥐고 노트를 펼친 뒤,


이야기의 첫 문장을 적어나가기 시작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글의 가장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가 찍혔을 때,


비로소 한 권의 책이 완성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