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랬듯이 길을 찾아낼 것이다 - 폭력의 시대를 넘는 페미니즘의 응답
권김현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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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년 10월 말에 휴머니스트에서 출간되었던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여성학을 공부한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은 젊은 시절부터 페미니스트로서


목소리를 내며 글 쓰는 삶을 산지 어느새 20여년이 흘렀다고 합니다.


여성의 인권이나 페미니즘에 관한 다양한 책들에 공저자로 참여하거나


해제를 쓴 일은 많지만 단독 저서로는 이 책이 처음이었다고 해요.


그리고 이듬해인 올해 두 번째 책 <늘 그랬듯이 길을 찾아낼 것이다> 역시 휴머니스트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두 권의 단독 저서 모두 다짐이 전해지는 책제목, 참 멋진 제목이예요.




 


 



권김현영이 쓴 책이라고 하면 일단 들여다봅니다.


페미니즘에 대해 알고 싶은데 겉핥기로 대충 알거나 잘못된 관점으로 자기 주장만 늘어놓는 그런 책은


 오히려 위험한 정보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 사실 조심스러운데


권김현영 활동가의 글은 믿고 봅니다.


페미니즘은 자칫 민감하고 날선 말들이 오고 갈 소지가 있는 이슈이기 때문에


냉철한 사회 분석이 뒷받침되고 인간성을 놓지 않는 그녀의 진단을 신뢰하며 읽었습니다.


이후로도 계속 성범죄 사건이 일어난다면 과연 우리가 사는 이 사회 공동체 안에


인간성이 남아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저자의 걱정에 저 역시 진지한 자세를 취하게 되네요.


무언가를 탐하고 욕망하며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해치는 인간의 부정적인 본성도 부인할 수는 없겠으나


그 반대지점에 있는 고결한 인간성에 대한 믿음도 크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남성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의 흐름 속에서 종속되고 착취당한 여성들의 인권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었는지 과거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

사건의 시작부터 풀어주다보니 책을 놓을 수 없게 흥미롭고 집중하게 했습니다.

페미니즘 대중화 국면을 지나가고 있는 지금,

성차별과 성착취로 인해 고통받는 많은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이들이 하는

지금-여기의 행동들이 더딜지라도 변화들을 꾀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어요.

여성의 인권이나 여성이 목소리를 내는 일에 대해 막연하게 응원한다는 기조만 갖고 있었을 뿐인데

여성을 향한 성착취의 연대기를 만나고 보니 좀 더 알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알아야겠다는 당위성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응원하고 싶어졌습니다.

생물학적으로 같은 여성이기도 하지만 나아가 똑같이 고결한 인권을 부여받은 인간으로서!!!


여성은 여성으로서, 동시에 인간으로서 대표되어야 한다 는 구절이 인상깊게 남아 있어요.

 





빨간 마후라 비디오 사건, 유명 여성 연예인 비디오 노출, 소라넷, 김본좌, 웹하드 불법 촬영물 유통.....


1990년대부터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인터넷 성범죄는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너무나 미미했다는 문제 인식을 하고 있으면서도


가해자의 위치에 있는 일부 특권층에 의해 감추어지고 가해자 중심의 인식이 팽배했습니다.


약자로서의 여성들에겐 오롯이 여성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고


 일상을 빼앗기는 고통스러운 일이 다반사였죠.


가해자중심의 사회에서 점점 "피해자중심주의" 라는 말이 나오긴 했지만


 가해자에게 기울어진 추를 교정하기 위한 일시적인 지침일 뿐


여전히 성폭력 사건을 맡은 수사관이나 법률가들까지도


가해자의 주관적 판단을 수용하는 경향이 다분한게 현실입니다.


가해자로 편향된 것을 고발하기 위해 나온 말 그 이상의 의미를 찾기는 어려워요.





 

그럼에도 여성의 인권을 해치는 성폭력 사건을 마주하게 될 때마다


Speak-Out!!!


성범죄 사건이 갖는 사회적 의미가 점진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함을 생각하게 됩니다.


꾸준히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성범죄에 대한 유독 낮은 형량과


범죄자에 대한 온정주의가 지금의 N번방 사건을 만들었다고 분석하는 걸 볼 때는


현재 성폭력의 시대를 살고 있는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볼 때 참 아픈 지점이기도 했어요.


오죽하면 "N번방은 판결을 먹고 자랐다" 는 말이 나왔을까요.




 


 



여성이 사회, 경제적인 성취를 어느 정도 이룬 지금도


왜 여성을 향한 폭력은 여전할까?


뿌리깊이 박혀 있는 남성중심 사회가 공동체를 해치며


타자를 지배하려는 문화가 한몫을 담당하는듯 해요.


동성애 혐오나 여성 혐오 모두 이성애자인 남성들의 위치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방식임을 알고 보니


대척점에 있는 극렬한 집단들의 저항이 따르는 것도 어찌 보면 이상해 보이지 않아요.


물론 극단적으로 유해한 형태는 모두에게 상처가 될 뿐입니다만.


이 지점에서 워마드, 메갈리아, 일베, 뷔페미니즘, 양성평등, 페미니즘, 젠더갈등에 대한


올바른 정의와 역사들도 접할 수 있어서 이들을 둘러싼 사회문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어요.


 분명한 것은 극단적으로 유해한 남성들이 현재 이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까닭에


여성들은 스스로의 주체가 되어 목소리를 내며 자신을 보호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피해자 여성들에게 지워진 '몸조심' 류의 담론들은


아직도 곳곳에서 구시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당연한듯 전파하고 있기도 해요.


짧은 치마 입고 다닌 네가 잘못이라고....


남자가 나쁜 행동을 하고 싶게 만든 너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이제는 여성에게 신체의 자유와 자율성, 성적자기결정권이 있음을 인지하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여성의 인권은 온데간데 없는

 ​구시대적 낡은 생각으로부터 모두 벗어나야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합니다.


그리고 관행이라는 이 두 글자는 참으로 나쁘게 적용될 때 파괴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을.ㅠㅠㅠ

​ 


공감과 연민은 '바로 당신' 이 겪고 있는 고통을


'대신' 견뎌내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하는 감각에서 지속되고,


그 고통을 견뎌내는 사람을 존경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촉발된다.


'나도 겪을 수 있는 일' 이지만 '나라면 그렇게 못했을 것' 이라는 감정이


바로 고통을 존중하는 방법이며 공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

혁명은 상상 속에서 먼저 실현된다.


그러므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가 이길 것이다.


그러므로 바로 지금, 우리는 '이기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성폭력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능동태의 페미니즘, 미투운동에 대하여


반성폭력운동의 여성 연대기


클럽 버닝썬 사건 / 고 장자연 리스트 사건 / 김학의 사건 / N번방 사건까지


강간을 강간이 아니게 만드는 장치인 강간문화에 대한 조명도 놀라웠습니다!!!


여성도 내심은 강간을 원한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 너무 놀랍고 무섭고 슬펐어요.


타자의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일부" 남성들의 비뚤어진 인식이.


지배적인 남성성을 보여주는 헤게모니적 남성성에 대한 학문적 접근도 흥미로웠고


한국의 접대 문화에 대한 문제 인식 정도,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대규모 성접대 사건의 주인공들이 있는 검찰의 조직적 은폐....


피해자 여성들은 생존 자체에 위협을 느끼며 보통의 일상을 잃어버렸습니다.


이제는 함께 구시대의 목격자가 되자고 호소하는 것처럼


새로운 상식이 된 지금-여기의 페미니즘을 제대로 알기 위해


많은 분들이 권김현영의 <늘 그랬듯이 길을 찾아낼 것이다> 읽었으면 좋겠어요!!!


여성학의 권위자 답게 다방면으로, 그리고 깊이있게 페미니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하며 공통상식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 보자고 권하고 있습니다.


연대의 힘으로 더이상 고통받는 피해자가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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