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빵빵한 날들
민승지 지음 / 레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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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 에세이 한 권을 만났습니다.

자신이 제일 잘 한다고 생각하고 제일 좋아하는 그림.

그리고 그 자체로 맛있어서 너무나 좋아하는 .

<제법 빵빵한 날들> 은 민승지 작가가 좋아하는 그림과 빵을 가지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놓은 그림 에세이입니다.

그림에 이야기를 덧입혀서 남들과 다른

나의 특별함을 표현하고 싶어했던 저자의 소박한 마음도 그렇고

판본을 또 보다 보면 마치 독립출판의 느낌도 나요.

무엇보다 저처럼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림들이 귀여워서 소장각이기도 합니다. ㅋ

사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제법 빵빵한 날들>> 속에는 좋아하는 빵에 비유한

삶의 순간들이 곳곳에서 반짝거려요.

​그냥 어느 조용한 마을이 연상되는 겉표지처럼

느린 시간, 오래된 것들,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사랑한다는 민승지 작가의 빛나는 일상들을 따라가다 보면

아무런 감흥도 없이 무심코 반복되던 나의 일상들이 왠지 새롭게 보이고,

 남다르게 보이는 마법이 펼쳐지는 느낌도 받습니다.

너무나 소소하고 무료한 일상들에 나의 생각과 느낌을 버무리면

특별한 나의 일상이 된다는 것을

그림 에세이 <제법 빵빵한 날들> 이 느끼게 해줘요.

작고 하찮은 것은 처음부터 작고 하찮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물, 상황, 사람, 감정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부터는

더이상 작거나 하찮은 것이 아니게 됩니다.

평범한 일상과 삶의 순간들에 대해서도 관심과 애정을 쏟을 때 관점이 달라지고

전과는 다른 특별함과 소중함을 발견하게 되죠.


 

 

 

민승지 일러스트레이터가 잘하는 그림으로 차례를 채웁니다.

차례가 이렇게 그림으로 채워진 책은 저로선 처음 봐요.^^

그것도 먹음직 스럽고도 귀여운 온갖 빵 캐릭터들로~~~

 

 

​어차피 먹을 때 부스러기 떨어지는 거 마음껏 흘리면서 먹는다는 크루아상,

잘못 만들어서 코 부분만 타버린 코끼리 쿠키를 보면서

콤플렉스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도 하고,

다른 빵을 질투하기도 하고, 자아도취에 취한 빵은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참 난감해집니다 ㅋㅋㅋ

그 옛날 포켓 몬스터 빵 안에 들어있는

띠부띠부실 스티커 이야기는 추억 돋기도 하구요.^^

엄마 도너츠에 생긴 구멍을 보고 아프지 않았냐고 물어보는 아이 도너츠와의 대화는

마치 인간 세상의 어느 엄마와 아이의 대화와도 같았어요.

그림이 끝나고 작가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엄마의 이야기로.

작가 자신의 이야기, 가족의 이야기, 친구의 이야기,

 그리고 잘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도

그저 좋아만 하던 빵을 가지고 지금 살아가고 있는 순간들을 떠올립니다.

그 순간들 속에서 얻었던 깨달음들이 결코 가볍지만도 않았던 그림 에세이예요.

에세이가 제일 술술 읽힌다고 누가 그러던가요.....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내 삶을 자동으로 돌이켜 보게 되는 에세이는

그 어떤 책보다도 느린 독서를 해야 하는 책인걸요.

 

​때로는 무방비 상태에서  빵 터지는 그림과 이야기들을 마주하게 될 때면

적잖이 당황스럽기도 해요 ....^^;

혼자 스벅에서 책 보는데 <공포의 베이킹 1> 을 보다가 너무 웃겨서

 책으로 얼굴 가리고 웃다가 이내 더워지기 시작...


"있잖아..... 네 빵에서 발 냄새가 나. 근데 자꾸 먹게 돼."


​진심이 온 몸으로 느껴지는 이 상황을 머리 속에 떠올리다 보니

 더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ㅋㅋ



각자의 삶 속에서 의미있는 빵 하나쯤 다 있지 않을까요?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도 누구나 있을 거예요, 통로를 찾지 못했을 뿐.

빵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때로는 입장 바꿔 생각해 보는 일은

나에게 소중한 것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감사하는 마음을 품게 합니다.

남에게 작가라고 소개하기가 어색하기도 하고

어딘가 부족하고 못생긴 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닮은 듯

싶어 움츠러 들때도 있다는 저자는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를 강력하게 표현하고 있진 않아요.

그저 내가 좋아하는 그림 그리는 작업과 나의 빛나는 일상을 연결지어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지금의 나에게 만족하는 삶은 정말 어려운 일이예요.

남보다 나 자신에게 더 야박한 현대인들도 많아 보입니다.

누구나 때로는 슬프고, 공허하고, 고통스럽고,

기쁘기도 하고, 바보같은 순간들도 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나의 일상을 빛나게 가꾸는 일,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 뿐.

저는 요즘 아침조깅을 제 삶의 일부로 가꾸어가는 중입니다.

아침조깅에 글, 그리고 책에 글을 덧입혀서 삶의 순간들을 윤기나게 하고 있다고.

작가는 그림으로 표현했지만 저는 글로 제 삶을 표현하고 기록을 남기고 있네요.^^

나의 존재함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픈 욕망만큼은 끝까지 놓치지 않을 거예요.

(김희애 음성지원 ㅋㅋㅋ   저만 그런가요..... )

민승지 일러스트레이터가 빵과 그림을 좋아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 놓았듯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어 똑같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는 걸 증명해 보이세요.^^

 의미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그림 에세이 <제법 빵빵한 날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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