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지식의 쓸모 - 세상을 바꾼 과학자들의 순수학문 예찬
에이브러햄 플렉스너.로버르트 데이크흐라프 지음, 김아림 옮김 / 책세상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세상 출판사의 책을 기본적으로 신뢰하고 있어서

<쓸모없는 지식의 쓸모> 책을 발견하고는 관심을 갖고 보니

세상을 바꾼 과학자들의 순수학문 예찬 이라는 부제에 바로 읽고 싶어졌어요.^^

책도 직접 받아보니 생각보다 아주 작고 104 페이지 분량이라

가볍게 읽을만한 과학 에세이일줄 알았죠 ㅋ

하지만 예상과 달리 기초학문, 순수학문에 관한 내용들이라 앞 부분을 두번쯤 읽으니까

그제서야 조금...... 진도가 나가지더라구요......%EB%B0%95%EC%9E%A5%EB%8C%80%EC%86%8C%20%EB%B6%84%ED%99%8D%EB%8F%99%EA%B8%80

하지만 과학 정보들을 전하기 것보다는 저자의 철학에 방점이 찍힌 에세이여서

과학에 관한 전문지식 없어도 읽을만 했습니다.^^

핵심은 과학 지식 전달이 아니고 이 두 저자의 철학도 인간의 지식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고 있거든요.

과학자들은 아무래도 실용적인 결과물을

도출해야 한다는 강박 아닌 강박이 있을텐데요.

<쓸모없는 지식의 쓸모> 의 두 저자가 몸 담은 프린스턴 고등연구소는 달랐어요.

그래서 세상을 바꾼 과학자들을 배출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930년에 에이브러햄 플렉스너가 설립한 민간 연구소인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소속된 학자들에게 그런 압박감을 주지 않고

인간의 호기심과 상상력이라는 능력에 가치를 두며

자율적인 연구를 추구해온 곳이거든요.

<쓸모없는 지식의 쓸모> 에 저자가 두 명인 이유는

에이브러햄 플렉스너의 에세이 제목이 <쓸모없는 지식의 쓸모> 인데

이 에세이가 두 번째 꼭지로 실려 있고

첫 번째 꼭지는 같은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의 현 소장이자 끈 이론의 권위자인

수리 물리학자 로버르트 데이크흐라프가 플렉스너를 향해 쓴 오마주 에세이 입니다.

두 저자의 과학 에세이 속에는 규정과 제약없는 학문이 갖는 위력

확고한 신념을 가졌던 그들의 철학이 담겨 있어요.

"방해나 제약없이 쓸모없는 지식 추구하기"

우연한 발견에 힘입은 인간의 호기심이야말로 진정으로

혁신적 아이디어와 진보적 기술을 가로막는 정신적 벽을 부술 만한

강력한 힘이라는 확고한 지론을 가지고

 플렉스너의 상상이 구현된 장소가 바로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입니다.

일반적으로 과학이 추구하는 실용적인 응용과는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진 채

깊은 생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고 구속받지 않는 호기심으로 시작해서

기초학문에 발전을 가져올 수 있게 한 이 곳에서 변화와 혁신이 일어난다는

신구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장들의 철학에 저도 설득되는 거 같아요.

평소에 저역시 인간의 상상력과 호기심은 결정적인 순간에

위대한 힘을 발휘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쓸모없는 지식의 쓸모> 에 아인슈타인이 등장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에이브러햄 플렉스너와 동시대 과학자였고

실제로 교류와 동시에 충돌이 있기도 했더라구요.

아인슈타인은 지금도 워낙 대중적으로 알려진 과학자이지만

당시에도 대중지식인으로서의 이미지가 상당했을 텐데요.

플렉스너는 공적인 역할을 하는 과학자의 이미지를 탐탁치 않아 했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의 의사를 플렉스너가 중간에서

가로채 거절 의사를 대신 표명한 적이 있었더군요.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남긴 말을 보면 플렉스너의 철학과 결이 비슷한 듯 보입니다.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

지식은 우리가 지금 알고 이해하는 모든 것에 한정되어 있지만,

상상력은 온 세상을 포용하며 그 모든 것은

우리가 앞으로 알고 이해하는 무언가가 될 것이다."


과학에서 상상력이 맡은 역할이 크다는 의미일텐데

에이브러햄 플렉스너의 지론이 바로 이것이거든요.

호기심과 상상력이 가진 힘을 내내 그의 에세이

<쓸모없는 지식의 쓸모> 에서도 역설하고 있지요.


 

 

기초 학문, 순수 학문의 연구가 ​성과를 내어 개발된 지식의 상당 부분이

공개적으로 접근 가능해지고 있고 자연스럽게 사회 전체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요.

플렉스너와 데이크흐라프의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연구가 지속되고 있고

정보기술, 생명공학 산업의 성공으로 기초연구에서 결실도 보고 있구요.

앞으로도 꾸준히 이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공공투자의 중요성,

역시나 돈이 드나드는 일이 참 중요하다는 걸 또 한번 알았구요.^^

공공재 지식들이 많은 인터넷 시대에 지적인 자유를 앞세워

앞으로 우리 사회와 미래 사회가 기초 연구를

 중요시하고 지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바램과 함께

<쓸모없는 지식의 쓸모> 과학 에세이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체코에서 온 유대인 이민자 에이브러햄 플렉스너는 1866년생, 1959년에 사망했지만

그의 과학 철학을 그대로 이어받은 로버르트 데이크흐라프에 의해

플렉스너의 에세이 제목 그대로 자신의 에세이를 함께 실은 것 자체에서

겸손하게, 그리고 플렉스너를 존경하는 마음도 간접적으로 전해지는듯 합니다.

인간의 호기심과 상상력이 가진 힘에 관한 플렉스너의 통찰

과학 영역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세계에 어떤 영역에나 적용해 볼 수 있는,

매우 적절하고 시의성 있는 메시지였어요.

인간이 모여사는 이 공동체는 제자리 걸음을 하기도 할테지만

어찌 되었든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에이브러햄 플렉스너와 로버르트 데이크흐라프가 역설하는

순수 학문의 자율적 과학 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철학은

이미 세계를 바꿀만한 혁신적인 연구 결과로서 그 가치를 입중해 보이고 있습니다.

그들의 철학은 이 사회를 변혁하고 전 세계적인 문제에

해법을 제공하는 단초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쓸모없는 지식의 쓸모> 를 만나 보니

기초 학문을 다루는 과학자들의 고민도 접할 수 있어서

그에 따른 지평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유익한 독서가 되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