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 글쓰기로 한계를 극복한 여성 25명의 삶과 철학
장영은 지음 / 민음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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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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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생전에 남겼던 시를 읽고 나서

특히 여성에게 "자기 삶을 글로 쓰는 일의 가치" 를 긍정하게 되었다며 이 책을 쓴 배경을 밝힙니다.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는 삶을 글로 표현하고 때로는 글을 통해 싸우기도 하고

글쓰기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살아남을 수 있었던 25명의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태어난 시기도, 삶의 터전도, 쓴 글의 성격도 제각각인 여성들은

모두 글을 써서 돈을 벌었고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글쓰기에 매달린 사람들이었어요.

평생에 걸쳐 편견과 차별, 폭력에 맞서야 하는 고통스러운 삶이었지만

그들은 말과 글의 힘을 믿었고 책 읽기를 너무나 사랑했던 좋은 독자, 그리고 멋진 작가들이었습니다.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제목에서부터 제게는 바로 관심도서가 되었지만

또 하나 표지에 있는 그림이 궁금했어요.

다행히도 책 속에서 답을 주네요.^^


19세기 영국 사회에서 ​도덕과 절제, 정숙과 순종이라는 청교도적 세계관에 억눌려 살았던

에밀리 브론테의 남자 형제가 그려준 <앤, 에밀리, 그리고 샬럿 브론테> (1834) 입니다.

에밀리 브론테는 <폭풍의 언덕> 을 쓰고도 출판이 되기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죠, 여자라는 이유로.

최근에 영화로도 나왔던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 속에서도

조가 직접 소설을 쓰고도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고 가명으로 책을 내려고 시도했었죠.

에밀리 역시 가명으로 책을 냈지만 도덕성이 없다는 이유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나중에 에밀리 본인의 소설임이 알려지고 나서도 인정은 커녕 거센 비난을 받게 됩니다.

몸은 허약해지고 결국 30세라는 젊은 나이에 에밀리 브론테는 죽음에 이르게 되죠.

책 표지를 소개하려고 보니 에밀리 브론테에 관한 꼭지 내용을 소개하게 되네요.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는 이렇게 25인의 여성들의 삶을

쓰다 / 싸우다 / 살아남다 3부로 나눠서 구분짓고

글쓰기와 삶이 곧 하나였음을 그녀들의 인생을 비추어 보여줍니다.

이름만 봐도 관심가는 작가들이 꽤 많죠.^^

 

 

책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작품을 읽었거나 관심이 많은 작가로

도리스 레싱, 버지니아 울프, 프리다 칼로, 마거릿 애트우드, 수전 손택, 에밀리 브론테,

토니 모리슨, 가네코 후미코, 박경리, 헤르타 뮐러, 제인 구달 을 들 수 있겠네요.

​도리스 레싱 <다섯 째 아이>, 마거릿 애트우드 <시녀 이야기>, 헤르타 뮐러 <숨그네> 읽었는데 다 좋았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 새 책을 만나게 될 때 늘 기대되는 지점은

새로운 사람들이 제 세계관 속으로 들어오게 된다는 것.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에서는 실비아 플라스입니다.

 

 

실비아 플라스라는 이름은 제주도여행 중에 책방투어 하면서 가 본 서점들마다

<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을 봤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때도 이 사람이 누구지? 새 여성 시인이 눈에 들어오더니

이렇게 운명처럼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를 만나 제대로 실비아 플라스라는 시인을 알았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 시인이 되겠다는 야망있는 실비아 플라스는 대학시절에 남편을 만나

4개월만에 결혼하고 자신만의 시집을 발표해 호평도 받지만

여성으로서 임신, 출산, 양육이라는 삶의 굴레에 갇히는 시간동안

부부 갈등도 심해지고 급기야는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죠.

원래 생활고를 겪기도 했던 실비아 플라스지만 그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남편의 외도도 아니고 생활고도 아닌, 바로 "글을 쓰지 않고 사는 삶"이었습니다.

'​읽고, 쓰고, 일하는' 삶에서 벗어나 있는 자신의 모습을 견디지 못했다고 해요.

글 쓰는 작업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돈을 벌려면 뭘 해야 할지도 고민했던 실비아 플라스.

한 가지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했겠지만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 시인이고 싶었던 실비아 플라스는 

글쓰기가 곧 그녀에게는 건강이었기 때문에

건강도 악화되기도 했고 ​남편과 별거하고 4개월 후

가스오븐에 자신의 머리를 박아 결국 자살을 택합니다.

​아직 그녀의 시를 접해보지 못했고 그녀의 감성과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본연의 그녀를 느끼진 못했어도

그 누구보다도 글쓰기가 곧 삶이었던 여성은 실비아 플라스를 두고 하는 말인것 같아요.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에서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어요.

우울증으로 자살했다는 세상에 떠도는 버지니아 울프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가 아니더라구요.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 아버지는 헨리 제임스, 토머스 하디와 친구사이.

버지니아 울프에게 아버지가 전하려던 독서지침을 기억하고 싶더라구요.


"마음에 드는 책은 반드시 두 번 읽어라."


저도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겠어요. ㅎㅎㅎ

여기까지는 버지니아 울프 아버지 참 좋아보였는데

 학교는 남자들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해서

버지니아 울프와 언니는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고 가정교육으로,

남자 형제들은 사립 기숙학교에 케임브리지 대학교에도 진학했구요.

똑똑한 버지니아 울프는 이런 차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거예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충격을 받고 정신착란을 겪기도 했지만 서평을 쓰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삶을 천천히 도모해 갑니다.

남편과 출판사를 차려 운영하기도 하고 위대한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며

제임스 조이스, 프로이트, T.S.엘리어트과 교류하게 되죠.

책을 내고 드디어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되지만

1940년 독일이 네덜란드와 벨기에에 이어서 영국 런던에도 폭격을 가합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도시 런던이 황폐해 지고 전쟁의 참혹함을 절감하게 되면서

버지니아 울프도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게 됩니다.

글을 못 쓰는 날들이 계속되면서 남편에게 편지를 남기고 세상과 작별을 하지요.

전쟁이 매일 열 시간동안 읽고 써왔던 작가로서의 버지니아 울프의 삶을 빼앗아 갔고

더 이상 버지니아 울프는 살아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죠.

버지니아 울프, 실비아 플라스의 경우 글쓰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택했던 여성들은 글쓰기를 했고 싸웠지만 결국 살아남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 그들에게 글쓰기는 삶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는 건 분명히 알겠습니다.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에서 다뤘던 25인의 여성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글쓰기를 통해 삶을 개척하고 창조해 갔던 사람들이었어요.

시대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죽기 전까지 그들은 글쓰기로 인해 비로소 자기의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글 쓰는 여자는 ......


빛난다 /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 온전히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을 증명한다 / 오래된 비밀을 밝힌다 / 자기 자신과 싸운다 / 오늘에 집중한다 / 서두르지 않는다

크게 도약한다 / 끊임없이 질문한다 / 결국 승리한다 / 앞으로 나아간다 / 세상을 포용한다

용기를 잃지 않는다 / 우정을 잊지 않는다 / 멈추지 않는다 / 자신의 뜻을 이룬다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 자신의 운명을 믿는다 /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역사를 탐험한다 / 미래를 지킨다 / 아름다운 이야기를 남긴다 / 희망을 들려준다


25개의 각기 다른 글 쓰는 여성들의 삶을 보면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려 하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지금 이 글을 왜 남기고 있을까.....


이 책을 읽었던 순간에 느꼈던 찰나의 감정과 생각들을 기록해두고 싶은 마음.

나의 세상에 들어와 긍정의 힘을 심어주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며

그 순간의 감정과 생각들 모두 "나"인 것이기에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인가 봅니다!^^

좋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너무나 좋았던 책.

 교훈도 얻었고 공감도 하게 되고 감동도 하게 되고....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변화하고 성장할 준비를 합니다.

<나혜석, 글 쓰는 여자의 탄생> 읽고 싶어서 진작에 사두고도 아직 못 읽었는데

​저자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가

​장영은 저자의 신간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를 먼저 보게 되네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이야기하는 여성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분투해온 여성들의 삶을

흥미롭고도 의미있게 읽었습니다.

제 삶에 또 하나의 작은 변화를 주는 글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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