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제학 - 왜 경제적 인센티브는 선한 시민을 대체할 수 없는가
새뮤얼 보울스 지음, 최정규 외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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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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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난제를 해결하기는 참 어려워 보입니다.

 

거기에 자유주의가 결합하면서 노동자, 소농, 도시 빈민들은 시장 경제에서 점점 버티기 어려워지고 있죠.


이 시점에서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을 잠시 짚어봅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물질적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고 가정하는 것"


"인센티브가 그것이 부여하는 사람의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가정 아래 수립된 정책 수단은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처럼 사람들이 부정직하며 사악하다는 전제에서 시작되는데


 정책 수립에 관여하는 사람이 이렇게 확신하고 제안하게 될 경우


또 다른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조심스레 언급하기도 해요.


'보이지 않는 손', '이기적 인간' 이라는 주류 경제학의 명제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경제학의 지평을 넓혀온 선구적 학자 새뮤얼 보울스는 이 명제가 지금도


실제로 시장과 사회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을 갖습니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인간의 선택에 숨겨진 작동 원리를 규명하고 검증하며


 경제학에 "도덕경제학" 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어요.


저자 새뮤얼 보울스는 지난 30년간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를 바로 잡는데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해 왔고


저명한 경제학상을 수상한 만큼 설득력 있는 주장과 근거들을 <도덕경제학> 에 담았습니다.

 

​인류에게 윤리적이고 관대한 동기가 보편적으로 존재할 것이라는 근거들을 믿으며


저자의 오랜 여정은 시작된 것 같아요.


인간이 이기적이면서 동시에 관대하다는 전제 하에

그런 인간에게 잘 작동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수립​하는 과정 속에서

인간 행동에 관한 새로운 경험적 사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연구하는 것이

저자가 생각하기에 더 나은 시민들을 위한 더 나은 법을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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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이코노미쿠스 (경제적 인간), 마키아벨리, 법질서, 호모 소시알리스 (사회적 인간),

 몰아냄 효과, 끌어들임 효과, 인센티브, 인간의 윤리의식, 인간의 이기심, 타인을 고려하는 동기,

 공공의 이익, 호혜성 (서로 혜택을 누리게 되는 성질), 사회적 선호, 시민적 덕성, 아리스토텔레스적 입법자.


저자가 말하고픈 "도덕경제학" 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키워드을 모아 봤어요.


실례를 들어서 제약이나 인센티브가 과연 의도한 대로 인간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가 묻는다면


저자의 대답은 "NO"입니다.


이제는 행동에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 옛날처럼 경제적 인센티브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말해요.


경제적 인센티브 없이도 인간의 본성 안에 있는 선한 시민의식,


다시 말해서 윤리적인 동기나 그 밖의 비경제적인 이유로도


충분히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오히려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일이 인간의 이기심을 조장해서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몇 가지 실험으로 근거를 제시해서 설득력을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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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제학> 전반에 걸쳐서 제약조건이나 인센티브를 제공했을 때 


정책입안자의 기대와 다르게 역효과를 일으켰던 사례로


이스라엘의 하이파 어린이집에서 지각한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했던 실험 내용이 자주 언급되기도 해요.


일과 후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자녀를 데리러 오는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했는데


결과는 예상처럼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 지각하지 않을 거라는 예상은


 인간 선택의 작동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였던 것이죠.


오히려 지각한 부모의 수는 두 배로 늘어났고 벌금제도를 없앤 후에도 지각 부모 수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지각을 하지 않게 하려는 벌금 부과라는 제약 조건이 오히려 부모들에게는 벌금을 냄으로써


지각한 것에 대한 도덕적 비난을 피할 수 있는 내재적 면죄부를 주는 일로 작용했던 것이죠.


하이파 어린이집의 사례를 보면서 인간의 모든 행동에 가격을 매기는 순간,


우리가 돌보아야 할 도덕적이고 시민적인 자산이 잠식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실험 결과입니다.


​경제적 인센티브와 제약조건 만으로는 정책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데 시너지를 낳을 수 없어요.

여기에 윤리적, 타인을 고려하는 동기가 추가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도덕경제학> 을 읽으면서 느낀 건 저자 새뮤얼 보울스가 제시하는 실험 사례들을 통해


경제학의 관점에서 이타적인 인간 본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이 책의 부제와 같이 "경제적 인센티브는 ​선한 시민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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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통해 인간의 선택에 숨겨진 작동 원리가 보여서 이 부분도 흥미롭더라구요.


죄수의 딜레마 게임은 상대 경기자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상관없이 상대 경기자와 협력할 때보다


상대 경기자를 배반할 때 항상 더 높은 보수를 받게 된다는 룰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서 얘기한 것처럼 전통 경제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은 이기적이고 사익을 추구하려는 존재라고 본다면 당연히 상대 경기자를 배반해서


더 높은 보수를 받으려고 할 것 같잖아요.


하지만 실제로는 경기자의 절반 정도가 배반이 아니라 협력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협력자를 배반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더 높은 물질적 보수보다는


두 사람 모두 협력해 얻어진 결과를 더 선호하며 (호혜성),


상대방도 자신과 똑같은 이유로 협력을 선택할 것이라 생각한다는 것이


새뮤얼 보울스가 실험에서 도출해 낸 결과인거죠.^^


이기심을 벗어나는 사람들의 선택 방식은

무조건적 이타주의자, 조건부 이타주의자, 정의를 추구하며 불평등을 싫어하는 자 등등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데 여기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는


타인과 협력하려는 선한 시민의식의 발로라기 보다는


다른 경기자가 배반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의 협력이 상대방에게 이용당하는 사실이


너무나 싫어서 이런 선택을 하는 작동 원리가 흥미로웠어요.


물론 20-30%는 자신만을 고려하는 선호를 가지기도 한다는데 여러분은 어느 쪽에 해당되십니까?^^

 

이 상황을 "믿음에 따른 조건부 호혜성" 이라고 책에서는 정리하고 있어요.

이런 실험들을 통해서 예상과 다른 결과를 몇 가지 더 보여주고 있는데


그 안에 숨겨진 인간 행동의 작동 원리들이 참 재밌습니다!

어렵고 딱딱한 경제학 도서라기 보다 행동심리학의 관점이 보이기도 해서 재밌게 읽은 부분도 적지 않았죠.


하지만 결국은 이 실험들을 통해서 저자는 인간의 사회적 선호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고

인센티브가 예상과 다르게 사회적 선호를 몰아내는 이유들을 알아보면서


인센티브가 자신들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느껴질 때


사람들은 그러한 인센티브의 정치적 본질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어요.


즉 인센티브 제공이 사회적 선호를 여러모로 훼손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자는 것입니다.

여기서 "사회적 선호" 이타주의, 호혜성, 타인을 돕는데서 얻는 내적 즐거움,

불평등 기피, 윤리적 헌선, 자신의 부나 물질적 보수를 극대화하는 수준 이상으로

타인을 돕는 여러 동기 들을 일컫습니다.


 

 

 

​이스라엘의 하이파 어린이집에 아테네인들이 자문을 했다면 이렇게 공고했을 거라는 글이

저로서는 굉장히 공감이 가더라구요.^^

실제로 제약조건이 역효과가 났던 것은 벌금이 사람들의 사회적 선호를 몰아냈기 때문이었죠. (몰아냄 효과)


하지만 이렇게 아테네인들이 자문하는 것처럼 벌금 부과에 도덕적 메시지가 더해되면

부모들의 윤리적 관심, 사회적 선호를 끌어들임으로써 (끌어들임 효과)

 

시민적 덕성을 고양하고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벌금과 도덕적 메시지는 어느 것 하나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해 주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함을 증명하고 있어요.

 

 

 

 

​도덕적 교훈의 유무에 따라 정책의 결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또 다른 사례를 들어서 비교하기도 하는데요.


지각에 부과한 벌금 제도는 밀어냄의 효과로 인해 역효과가 났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비닐봉투에 세금을 매기고 난 후 비닐봉투 사용이 96프로나 감소하는 사례를 들면서


사람들의 사회적 선호를 끌어들임으로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저자가 이런 다양한 사례들을 비교 분석하여 제시한 까닭은

사회적 선호에 토대를 둔 도덕 감정

좋은 정부의 필수적인 기초가 될 수 있다는 결론으로 모아진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전제가 어색하지 않은 자본주의 시대, 자유 시장경제 체제 속에서


 우리 모두는 살고 있지만


새뮤얼 보울스가 <도덕경제학> 을 통해 경제적 불평등의 현상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내용의 핵심은 아마도 이것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인센티브는 이기적 인간을 만들기도 했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호혜적 선택을 한다.


이타적 인간 본성을 무시한 정책과 제도는 실패한다."

 



이타적 인간 본성과 인센티브는 이런 흥미로운 관계를 맺고 있었음을


<도덕경제학> 을 통해 새롭게 알 수 있었습니다.


한 번 읽을 때는 경제학이라는 개념으로 보다 보니 바로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두 번 읽었더니 처음에 몰랐던 내용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그제서야


"도덕경제학" 이라는 새뮤얼 보울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재밌게 읽히더라구요.


물론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과 관계들도 있었지만


흥미로운 실험 내용들이나 실험과 현실의 차이, 실험을 근거로 하는 저자의 주장이 제게는 나름 신선했습니다.


경제학 하면 비인간적인 학문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무엇보다도 인간의 심리, 인간의 선택과 행동들에 민감한 학문이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보상, 처벌, 규칙으로 통제할 수 없는 인간 행동의 비밀 속에는


경제적 인센티브로 대체할 수 없는 타인을 고려하는 사회적 선호, 이타적 인간 본성  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려봅니다!


이 책을 넓고 깊게 읽어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제야 비로소 조금이나마 <도덕경제학> 이라는 용어의 비밀을 알 것 같아요.^^


경제학이 흥미로운 학문이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갖게 해 준 책이어서 제게는 의미있는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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