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전 - 세상 모든 단어에는 사람이 산다
정철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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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5년차 카피라이터 정철 작가는 "사람이 먼저다" 라는 카피로 아주 유명하죠.


정작가가 아니라 정카피로 여전히 불린다는 정철 작가님의 <사람사전> 에는


우리 일상 속 사물과 단어 1234개를 정철의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담았습니다.


지금까지 카피 말고 그의 생각과 관찰을 담아 책을 낸지가 어느새 10년.


그 시간들을 총정리하는 책 한 권을 내고 싶었고 2년을 씨름하여 수천 단어를 뒤져


<사람사전> 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해요.


정철 작가님에게는 그야말로 자식같은 책일듯 싶은데요.


하나하나 우리 곁에 있는 1234개의 단어들을 읽으면서


이렇게 생각하고 해석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주는 문장들이 가득입니다.


부제는 <세상 모든 단어에는 사람이 산다>


기쁨, 슬픔, 아픔, 분노, 사랑, 믿음, 위로, 겸손, 공감, 희망.


세상 모든 사물과 현상이 사람의 선생님이라는 기치 아래


저자 정철 카피라이터의 따뜻하면서도 때로는 예리한 비판의 시선을 담아


재해석한 <사람사전> 그야말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정철사전"을 만났어요.


그 얘기는 누구나 자신만의 사전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고


정철 작가 역시 <사람사전> 을 읽은 독자들에게 이 점을 바란다고 하셨죠.


제 일상에도 인지하지 못했지만 가까이 있었던 우리 인생에 가르침을 주는

세상 모든 단어들을 정철 에세이 <사람사전> 속에서 찾아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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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새


이름이 가볍다. 발음도 가볍다. 몸도 가볍다. 마음도 가볍겠지.


하늘을 날고 싶다면 새처럼 가벼워야 한다.


욕심은 생각보다 무게가 많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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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그림자

혼자의 유일한 친구.

혼자 걸었다. 그림자랑 둘이 걸었다. 같은 말이다.​


혼자 울었다. 그림자랑 둘이 울었다. 같은 말이다.

그림자라는 친구가 있으니 혼자도 그리 나쁘지 않다.

단 구름이 끼거나 비가 오는 날이 없어야 한다.

달 없는 밤도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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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 물


칼로 벨 수 없다. 창으로 뚫을 수 없다 총으로 눕힐 수 없다.


불로 태울 수도 없다. 누구도 물을 죽일 수 없다.


물을 죽이는 유일한 방법은 죽이려 하지 않는 것이다.


그 자리에 가만 두는 것이다.


고인다. 썩는다. 죽는다.


#463 물결


물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


고이지 않는다.


썩지 않는다.


죽지 않는다.


​단지 물과 물결에게만 해당되는 설명일까, 이 문장들이 과연?!

요즘 아침산책의 맛에 푹~ 빠져서 기억해두고 싶은 모습들을 찍어 하루하루 기록을 남기고 있는데


이 속에서만도 <사람사전> 에서 찾고 싶은 단어들이 다 들어 있어요.

 

모든 생각의 주어, 모든 행동의 목적어, 모든 인생의 서술어.​

동사, 형용사, 명사 우리가 접하는 정철 작가의 다양한 세상 단어들은

모두 "사람" 을 향합니다.

저는 아무래도 책, 독서  요런 거에 꽂혀요.^^

게다가 저 역시 이런 생각으로 독서를 하고 있기에 반가움도 더합니다.

 ​

#316 독서

나는 책을 읽고 책은 나를 읽고.

책과 내가 마주보고 서로를 읽는 것이 독서.

나도 그렇지만 책도 맨날 똑같은 나를 읽으면 재미없겠지.

싫증나겠지.

책에게 늘 새로운 나를 보여주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독서다. 

 
 

1234개의 세상 모든 단어를 정철 식으로 담은 내용들 궁금하시죠?^^

너무 많고 함께 이야기 하고픈 단어들도 역시나 많지만 그 중에 몇 개만.

남편에 대한 해석은 그 대상의 존재 가치를 하찮게 여긴 듯 낮추어 표현하셔서 읽는 제가 좀 불편했어요.;;

작가님 해석이니까 제가 모든 걸 YES 라고 하는 게 어쩌면 이상한 거긴 하죠 ㅋ

​생각이 다를 땐 No 라고 말할 줄 아는 것이 혹시 연습이 필요하다면 <사람사전> 으로 하셔도 좋습니다.

 한 사람에게 하나의 단어에 대해서도 여러 개의 생각이 존재하는 법인데 하물며 다른 이의 해석이

나에게 모두 맞아떨어질 수는 없는 거니까요. 생각해 보면 그렇잖아요.

그 중에 하나를 뽑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계신 듯 하지만

남편에 대한 사람사전은 적어도 저는 동의할 수 없음입니다 ㅋ

이렇게 동의하기 어려운 단어 해석이 가끔 있긴 해도

 격하게 동의하고 공감하는 단어들이 더 많았어요 저는.

왜냐하면 <사람사전> 은 제가 좋아하는 깊이가 있는 에세이거든요.​

물고기를 읽을 때는 그리스의 대문호 니코스 카잔자키스가 생각났어요.

그의 묘비에 적은 글과 결이 비슷해 보여서.

"없음이 많을수록 인생은 가벼워진다. 자유로워진다."

​현실현재를 연속으로 보여주면서 약간의 글자 차이가 대구를 이루며 리듬감까지 주는 두 줄.

지금 내 모습. 조금 창피한가. 지나간다.

지금 이 순간. 많이 외로운가. 지나간다.

안심, 안전, 안정. 이 세 단어 모두 엄마가 있다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

​입에 대한 정철식 사전적 정의를 읽는데 막줄에서 빵 터집니다 너무 공감이 가서 ㅋㅋ


는 분명 두 사람..... 이것도 진짜 맞아요!! ㅋ

 
 
 

악보에서 안익태 작곡가 이름 지우자고 조를 것이라는 애국가.

읽지 않았음을 들킬까 평소에 마음 졸이게 하는 고전.

​방향 같은 사람들과 한동안 어우러지다 한 명씩 차례로 내리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보여주는 버스.

어떤 생각은 말로 생을 마치고 어떤 생각은 생을 이어가게 하는 것이 바로 .

그 사람의 가치는 화려한 수식어가 아니라 그 사람이다.

그리고.....

책을 띄우는 방법으로는 금서가 있다는데

이 책이 출간직 후 금서로 지정되기를 빈다고. ㅋㅋㅋ

때로는 아주 솔직하고 진솔하고,

때로는 이렇게 에둘러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시는 정철 에세이 <사람사전>

 

 

 

#378 리본


ribbon. 그런데 이 단어가 자꾸 reborn 으로 읽힌다.


바다로 간 우리 아이들.


다시 태어날 수는 없겠지.



#646 세월


2014년 봄 세상에서 가장 아픈 말이 된 단어.


세월이 가면 잊힌다지만 그 날 그 바다를 잊을 수 있을까.


작가님도 이 글을 쓰면서 아팠다 하고 읽는 독자도 그래요.


아픈 마음을 작가와 독자가 함께 할 수 있는 책이라는 공간이 있어서


외롭지 않은가 봅니다.


이로 인해 힘 내는 분들이 꼭 계시길 바래요.

 

#710 아날로그


세상 속도에 내 속도를 맞추지 않는 사람.


세상이 저만치 앞서 간다.


그런데 저만치 앞서 가던 세상이 힐끔거리며 뒤를 돌아본다.

머뭇거리며 자신의 속도를 살핀다.

세상 속도에 내 속도를 맞추지 않음으로써 세상 속도를 조절하는 사람이 아날로그.​



​이렇게 하고자 노력하는 중이고 이러하길 바라는 1인 입니다.^^


#835 위로


괜찮아, 는 위로가 아니다.


괜찮지 않은 그에게 건네는 괜찮아, 라는 말은 공허다.


허공에 잠시 머물다 흔적 없이 사라진다.


가슴을 줘야 한다. 두 팔을 줘야 한다.


가슴과 두 팔이 지닌 체온을 그에게 다 줘야 한다.


그건, 괜찮지 않음을 나도 알아, 라는 말없는 말이다.



누군가 아파하고 있으면 나의 위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던 때가 있었어요.


그때는 괜찮다고 하면 정말 괜찮아 질줄 알았죠.... 내가 위로해 줬으니까....^^;


하지만 공허함으로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저 역시 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럴 땐 입을 닫고 그저 토닥토닥....두 팔과 가슴으로.


<사람사전> 은 정답을 가르쳐주는 에세이는 아니지만


내가 미처 몰랐던 것을 깨닫게 해주고


내가 선택하고 싶은 인생의 가르침들이 있습니다.


내가 주인이 되어 내 인생의 가치를 설정해가고 행동하는 용기를 내게 하는 책!!!

 

 

 

#1187 행복

내가 만들고 내가 느끼는 것.


남이 만들어주는 영광과 혼동하기 쉽다.


내가 글 한 줄 쓰며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면 그것은 행복.​

그 글이 좋아요 1천개를 받았다면 그것은 영광.


​내 행복을 남에게서 찾지 말 것.


​행복과 행복이라고 착각하기 쉬운 다른 것 여러 개 중에서 영광을 비교한 이 글도 엄지 척!!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살아간다는 말 외에 달리 삶의 목표를 설명할 단어가 또 있을까.

마지막 1234번 단어 바로 앞에 있는

#1233 희망


마지막 단어는 아직 <사람사전> 을 만나지 못한 분들에게 남겨둡니다.


그래, 희망과 사람은 같은 말이다.


<희망사전> 이 되었을 수도 있는 정철 에세이 <사람사전> 깊은 문장들이 전하는 매력 있죠?^^

 

 

 


우리 인생에 가르침을 주는 세상 모든 단어들 중에서


제가 소개한 단어들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


서평으로 결코 전체를 가늠할 수 없어요, 이 에세이는.^^


단어 하나하나 정철 작가의 진솔한 공감과 예리한 통찰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1013 책


........


책 한 권 읽는 건 그냥 책 한 권 읽는 것이다.


독립운동 아니다.


그 책과의 인연이 그만큼인 것이니 그쯤에서 물러나도 된다.


지금 읽는 이 책도.



독립운동 아니라는 말에 책 한 권 읽어내는 일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함으로써 오는 무게감이 좀 가벼워지는 것 같아 위로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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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발명품이라는 말에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음!!!


책이 있어 매일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으니 인생이 지루하지 않고 이렇게 좋을 수 없는 걸요.^^


책에 대한 강박이 크거나 작거나 갖고 있다 느끼는 분들이라면


읽어볼만한 단어인 것 같아 소개해 드리고 싶었어요.


혹시나 저처럼 위로가 된다 하시면 더 좋구요. ㅎㅎ


세상 모든 단어들에서 "사람" 을 보고자 했던 정철 에세이 <사람사전>.


저도 그 따뜻하고 공감어린 시선, 때로는 분노하고 비판하는 시선들을 따라가며


힐링도 되고 반성도 하며 깨우침도 얻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일상을 낯설게 하며 새로운 발견으로 감사함을 느끼는 하루.



#1163 하루


그대에겐 하루. 하루살이에겐 일생.


다음 생엔 그대가 하루살이로 태어날지도 모른다.


다음 생 예습한다 치고 오늘 하루 밀도 있게 살아보는 건 어떨까.




 

<사람사전> 읽고 나면 밀도 있게 살아보고 싶은 의지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미 밀도 있는 하루 하루를 추구하고 있어요.


아침산책도 그런 의지의 표현이지요.^^


집콕 모드에 집에서 할 거 없음 독서해요 우리 ㅋㅋㅋ


<사람사전> 이 지루하지 않게, 그리고 좀 더 영글게 해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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