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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존 그린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존 그린의 신간 소설이 나왔는데 제목이 참 재밌다. ㅋㅋ
한 번에 각인되는 제목이 아니어서 아직도 제목 때문에 책을 찾게 되지만
청소년들의 그렇고 그런 사랑이야기 같이 산뜻하고 재밌게 볼만 하면서도
한편 사랑을 수학 공식과 접목해서 스토리를 풀어가는 과정이 개인적으로 난해하기도 .....^^;;
문과라서 그런가..... 
소설을 너무 좋아하지만 이성을 사귀게 되면서 차는 것과 차이는 것을 그래프 공식으로 설명하는 건
읽어도 읽어도 사실 저는 이해가 잘 안가더라구요 ㅋ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주인공 콜린은 아주 어릴 때부터 쭉~
"캐서린" 이라는 이름의 여자친구와 열아홉 번이나 사귀었지만 하나같이 다 차인다는
이 독특한 설정의 소설에 왜 그래프로 사랑의 공식을 설명하지?
다 읽고 나도 사실 저는 뭘 이야기하고 싶은 소설인지 잘 모르겠지만
소설의 시작은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도 차인 다음날 아침부터 시작됩니다.^^
콜린이 네 살이었을 때, 욕조에서 중대한 발견을 했다는 아르키메데스에 대한 책을 읽고 배우게 되는 것이 있어요.
중대한 발견 뒤에는 항상 "유레카의 순간" 이 있다는 것을!
자신에게도 유레카의 순간이 오길 바라던 콜린이지만 여자친구에게 차일 때면
낙담하고 자존감이 떨어져 자신은 영락없는 실패자로 여기는 남자 아이.
하지만 읽어갈수록 콜린은 그저 평범한 아이만은 아니었어요.
부모는 정상적인 아이로 여겼지만 자꾸 겪어 보니 콜린은 영재가 아닌가 싶은.....
그리고 캐서린 이라는 이름에도 집착아닌 집착을 보이기 시작하게 된 것이
언어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아서 지금은 사어가 되어버린 산스크리트어를 배우고 싶어했고
한번, 두번 어쩌다 보니 캐서린이라는 이름의 여자 아이와 사귀게 되면서
계속 캐서린하고 사귀어야 할 것 같은 생각으로 치닫게 되는....^^;;
세상에는 오직 차는 사람인 캐서린들과 차이는 사람인 콜린들만 있을 뿐이라고 믿기도 하고
어릴 때도 지적 수준은 너무 높은데 배변훈련이 안 되서 영재들만 다니는
특수 유치원도 가지 못했고 커서는 사회성도 물음표였지만 독서 자체를 좋아했던 콜린.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차이고 나서 이슬람교도 친구 하산과 둘이서
자동차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콜린 싱글턴.
목적지도, 떠나는 이유도 없이 친구와 자동차 여행을 시작하고
지나가다가 발견한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 이 사망한 곳.
테네시 주에 있는 것샷이 이제부터 이들의 목적지가 되어
콜린은 자신의 잃어버린 한 조각을 찾으러 갑니다.
콜린은 비이성적인 상황을 싫어하지만 왠지 대공을 보면
잃어버린 한 조각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에.
여기서 잠깐!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은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조카이면서
제1차 세계대전을 촉발한 사라예보 사건의 피해자이기도.
역사를 좋아해서 여기서 잠깐 소설을 읽다가 역사 공부로 빠지기도 했었죠 ㅋㅋ
"도처에서 사람들은 자연과 운명을 탓한다.
운명이란 그저 그들의 성격과 열정, 그들의 실수와 약점의 반향일 뿐인데."
콜린을 것샷으로 이끈 이유가 곧 콜린의 성격과 열정, 그의 실수와 약점인 것이고
앞으로 펼쳐질 이 소설의 이야기는 단지 운명이 아니라
그가 스스로 정해가는 인생이라는 걸 말해주는 문장 같았어요.
언뜻 봤을 때 콜린은 캐서린들과 운명인 것처럼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열아홉 번의 캐서린들과의 인연은 모두 콜린의 성격과 열정, 그의 실수와 약점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콜린은 친구 하산과 목적지로 잡고 갔던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이 사망한 곳을 안내해 주는
가이드로 캐서린이 아닌 린지 라는 여자아이를 만나 인연을 맺게 되고
부모처럼 친절하게 챙겨주는 린지의 엄마, 린지의 남자친구, 하산과 좋아하게 되는 여자아이까지
딱 그 또래 아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뻔한 아이들의 대화에 웃음도 짓게 되고
아이들마다 만들어가는 인생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들 나름 고민, 추억, 소중함, 사랑을 생각하게 해요.

이 그래프들과 함수까지 나오는 이 소설을 제가 참 이해하고 사랑하기가 어렵습니다만 ㅋㅋ
스토리에만 집중하면서 읽어가보니 캐서린들에게 차일 때마다 콜린에게 쌓이는 것은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홀로 남겨지는 것, 무가치한 인간으로 전락하는 걸 두려워했던 그를 보면서
차이는 일이 루틴이 될 수는 있어도 역시 통증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는 진리도 한번 더 생각해 봅니다.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을 만나러 가는 길에 가이드로 알게 된 린지와 콜린은
점점 정신적으로도 교감하게 됩니다.
결정적으로 린지의 비밀 은신처인 동굴안에 함께 들어가서 대화를 나누면서요.
전형적인 하이틴 로맨스 소설의 느낌이 여기서는 좀 진하게 풍기기도 하지만
단순히 로맨스로 끝나지 않고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 고민할 법한 것들을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면서 모두 솔직하게 털어놓고 속마음을 공유하는 자리가 만들어지면서
막바지로 갈수록 성장 소설의 느낌도 풍겨요.^^
그러다가 저도 읽으면서 반전때문에 웃음이 났던 게 ㅋㅋㅋ
늘 자신은 차이는 쪽이라고 생각했던 콜린인데 사실은
세번째 캐서린은 콜린이 오히려 찼다는 거....ㅋㅋㅋ
그토록 믿었던 "자신의 기억" 에 배신 당하는 이런 경험 은
살면서 누구나 한번 이상은 겪는 일이라 또 격하게 공감하며 재밌게 읽어 나갑니다.^^
이러고 보니 콜린이 스스로에 대해 생각했던 두 가지,
영재라는 것과 캐서린들에게 차인 놈이라는 명제는 둘 다 사실이 아니라는 것. ㅋㅋㅋ
소설을 읽다 보면 콜린과 하산이 티격태격, 농담을 주고 받는 등 재밌는 이야기가 흘러가다가
어느 순간 진실을 마주하는 시간도 와요.
자신에 대해 진실이라 믿었던 모든 것들은 의심해 봐야 하고
자신이 잃어버린 조각은 어쩌면 콜린이 생각했던 하나가 아니라 수천개 였을수도 있다는 것을!!!
이 소설 반전이 또 있었어요.^^
린지가 가이드해줬던 그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의 무덤이 사실은
린지의 증조 할아버지가 묻혀 계신 곳이라는 것.
할아버지의 유언으로 그 무덤은 린지의 엄마도 무덤에 대공의 무덤이라는 표식으로 간판도 갖다 놓고
린지 역시 다 알고도 대공의 무덤이라고 콜린과 하산에게 가이드를 해줬던 것.
린지의 증조 할아버지는 그런 일을 기억되기 위해서 유언으로 남겼던 것일까,
아니면 잊혀지기 위해서 했던 것일까.....
갑자기 저도 헷갈려 져요....
열아홉 번 모두 캐서린에게 차인 놈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것은 콜린의 착각이었듯이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이 언제나 진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알게 된 순간이 있었죠.
이번 대공의 무덤에 관한 일을 통해서도 비슷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어요.
"내가 아는 진실과 모두가 믿고 있는 이야기는 완전히 다를 수 있다" 는 것을.
에필로그를 린지 리 웰스의 챕터라고도 쓴 이유.....!
린지는 콜린 생애 첫 "린지" 가 되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함이 아닐까요.^^
콜린과 린지는 서로에게 서로가 소중한 존재가 되었어요.

"우리가 과거 일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기억이 과거 일로 굳어진다는 거야.
또한 결별이란 내게 일방적으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내가 함께 가담해 만든 결과라는 것도."
운명같은 일이 내게 불리한 상황으로 흘러가더라도 남탓만 하지 말고
내게 일어나는 일들마다 돌이켜 보는 정성 한 번씩만 기울여 본다면
콜린이 경험한 오류는 가능한 피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유쾌하지만 그렇다고 메시지가 얕지만은 않았던 존 그린의 장편소설을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이후로 오랜만에 만나봤습니다!
사랑을 그래프 공식으로 사이사이 설명하려고 해서 집중과 이해력이 다소(ㅋㅋ) 떨어질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존 그린이 말하고픈 얕지 않은 메시지를 조금이라도 발견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수학 공식이 살짝 함정처럼 느껴지기도 ㅋㅋ
소설이 끝나갈 때쯤에는 콜린에게, 그리고 완독후에는 저에게
그래도 이 소설, "유레카의 순간"을 경험하게 해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