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보는 아이네이스 - 로마 건국의 신화
베르길리우스 지음, 강경수 엮음 / 미래타임즈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울도서관 강좌 "서양 고전의 탄생" 을 계기로 그동안 너무나 알고 싶었던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 <오뒷세이아>를 접하게 되었고


이후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호기심들이 로마 건국 신화 <아이네이스> 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세 작품을 가리켜 세계 3대 서사시라고 부르며


그중 <아이네이스>는 라틴어로 쓰여진 최고의 서사시라 일컬어집니다.


 그리스 로마 고전들은 원전 그대로 행수까지 적어서 번역한 책들로 천병희 교수님 버전이 워낙 유명한대요.


원전으로 보는 것을 학자분들은 대부분 추천하고 있고


독자들 대부분 추천하는 대로 읽고 싶은 마음입니다.


 문제는 바로 가독성 이죠.....


내용을 대략 알고 봐도 사실 너무나 생소한 지명과 인물 이름들이 쉬이 읽혀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명화로 보는 아이네이스> 같은 책이 나오는 거 같아요.


<아이네이스> 는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권유로 당대에도 로마 최고의 시인이라 불렸던


베르길리우스가 쓴 로마 건국 신화입니다.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바뀌면서 고대 로마 초대 황제로 옥타비아누스가


'존엄한 자' 라는 의미의 아우구스투스 칭호를 얻게 되죠. 


역사적으로 돌이켜보면 나라의 안정을 꾀하고 정통성을 확립하고자


국가마다 건국 신화를 쓰게 됩니다.


로마는 바로 베르길리우스에 의해  "아이네이아스의 노래" <아이네이스> 를 남기게 되요.


당시 로마에는 베르길리우스 말고도 <변신 이야기> 를 쓴 오비디우스 아시죠?


못지 않게 유명했던 두 시인의 작품 스타일은 한마디로 결이 달랐습니다.


오비디우스는 사랑이나 개인에 관심을 둔 이야기들을 많이 썼다고 하고


베르길리우스는 국가 전체를 생각하고 쓴 작품들이 많았다고 해요.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오비디우스의 작품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이동희 교수님의 그리스 로마 신화 강의 마지막날 들었던 내용을 이렇게 써먹게 됩니다.^^


 

 

​로마 건국 신화, 알고 싶기는 한데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모르는 경우

이렇게 엮은 책들, 한마디로 스토리텔링으로 접하는 책들을 가장 먼저 찾게 되는거 같아요.

어쨌거나 원전보다는 관심있는 독자들이 어렵지 않고 재밌게 읽을 수 있게 엮은이에 의해 구성된 

<명화로 보는 아이네이스> 와 같은 책은 분명한 독자 대상이 있지요.^^

그리스 로마 신화는 신들이 워낙 많고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어서

알면 알수록 재밌어지는 이야기이긴 한데 처음에는 사실 많이 막연하죠.

바로 제가 그랬습니다. ㅎㅎㅎ

그런데 자꾸 듣다 보니, 그리고 호메로스의 두 서사시와 이번에 만난 아이네이아스의 이야기까지 만나보니

신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렇게 저렇게 연결고리를 만들어가게 되더라구요.

읽다 보니 저 스스로 신과 신의 관계, 신과 인간의 관계들을 파악하게 되는거죠.


<명호ㅏ로 보는 아이네이스> 에서는 <아이네이스> 가 라틴어로 쓰인 로마 건국 신화이긴 하지만

그리스어 이름이 더 많이 익숙한 국내 독자들을 반영한 것인지

혼용해서 쓰이고 있고 알려주기도 합니다.

아프로디테 / 베누스, 헤라 / 유노, 아레스 / 마르스, 제우스 / 유피테르, 아테나 / 미네르바.

가장 헷갈렸던 게 저는 아폴론과 아폴로.

자음 하나 있고 없고 이렇게 비슷하면 헷갈리죠 ㅋㅋ

​어디서는 아폴론이라고 하고 어디서는 아폴로 라고 하고....

게다가 영어 이름까지 맞춰서 알아야 한다는....ㅋㅋ

영어로 된 신들 이름 중에는 비너스, 큐피드 정도 많이 얘기하게 되는 이름들인거 같구요.


<아이네이스> 의 주인공으로 아이네이아스를 선택한 베르길리우스는

로마 건국 신화를 쓰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듯 합니다.

아이네이아스는 여신 아프로디테의 아들이예요.

여신의 아들이라고 알게 되는 순간부터 왠지 대단하고 특별한 사람같은....^^

목차를 보시면 <명화로 보는 아이네이스> 는 원전과 같은 순서로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읽으면서 느낀 건 <일리스아>, <오뒷세이아> 속 내용들이 <아이네이스> 에도 들어 있다는 거죠.

그도 그럴 것이 베르길리우스가 <아이네이스> 를 쓰기 위해 참고한 것이 바로

호메로스의 두 서사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호메로스의 두 서사시를 읽은 분이라면 <아이네이스> 를 읽으면서

<일리아스> 와 <오뒷세이아> 에서 봤던 내용이 비슷하게 겹친다는 생각 자주 하게 될거예요.


그리고 또 하나, <명화로 보는 아이네이스> 를 읽으면서 느낀 건


아이네이아스가 이탈리아에 자리를 잡고 그의 후손들이 실질적으로


로마의 시조가 되었다는 이야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로마가 건국되면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몇몇 신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또 곳곳에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는 느낌도 들거예요.


이를테면, 아이네이아스의 어머니 아프로디테가 가장 비중있게 서술되어 있고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 아이네이아스가 로마를 건국하는 과정에서 사사건건 방해하는 헤라,


아프로디테의 남편 헤파이스토스, 그리고 제우스는 당연히 곳곳에 등장하구요.^^


<명화로 보는 아이네이스> 인데 시작은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 여신의 결혼부터 시작됩니다.


아킬레우스는 <일리아스> 의 주인공이죠.


그의 어머니 테티스 여신의 결혼부터 시작해서 일리아스의 중요한 내용들 물론 나오고 있고


트로이 전쟁까지 이어지면서 트로이의 헥토르 다음으로 용맹한 영웅 아이네이아스로 이어집니다. 


'파리스의 심판' 에 대해서 물론 에피소드도 풀어 놓았지만


 이렇게 르느와르의 그림을 통해 아이네이스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죠.


<아이네이스> 로마 건국 신화에 관한 아름다운 명화와 다양한 대리석상들이 책 속에 엄청 많아요. 


그리스 로마 신화 하나하나를 다 얘기하자면 끝이 없지만


'파리스의 심판' 은 아이네이아스로 넘어가는데 시작이 되는 부분이니까 안 할수가 없네요.^^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 인간 펠레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킬레우스.






테티스와 펠레우스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않은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앙심을 품고


신들 사이에 불화를 촉발시키면서 나온게 황금사과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 황금사과를 가질 수 있다고 하고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서로 다투게 되죠.


제우스가 어떤 여신을 고르더라도 분란이 생길게 뻔해서 인간 세상에 있던 목동 파리스에게 곤란한 결정을 떠넘기고


순진한 파리스는 세 여신의 조건을 듣더니 아프로디테를 선택하게 됩니다.


헤라는 세상의 모든 권력을, 아테나는 지혜와 용맹함을,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고 했거든요.


당시 부인도 아이도 있던 파리스지만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는 아프로디테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파리스.^^;;


이후로 아프로디테는 파리스가 속한 트로이의 운명에 많은 도움을 주게 되고


아이네이아스까지 낳게 되면서 아이네이아스가 로마를 건국하는 과정까지 계속 도와주게 되요.


반대로 헤라와 아테나는 트로이가 멸망하도록,


아이네이아스가 로마를 건국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개입하구요.


그리스 로마 신화가 이렇게 펼쳐져 있는 이야기는 굉장히 방대하긴 한데


알면 알수록 점점 재밌어 집니다.


아주 단순한 원리예요.... 모르면 어렵고 알면 쉽고 재밌는 것. ㅎㅎㅎ


트로이 전쟁이 궁금하시면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트로이> 도 도움이 되요.


저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ㅋㅋ


물론 전체 내용에서 부분 부분을 따와서 감독의 해석이 섞여있거나 살짝 변경한 건 있지만


충분히 흥미롭고 더 알고 싶게 만들더라구요.


영화 <트로이> 에는 주인공 아킬레우스, 트로이 왕자 헥토르, 이타카 왕 오뒷세우스, 파트로클로스,


그리스 총사령관 아가멤논,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 메넬라오스 아내 헬레네, 


트로이 왕자 파리스,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 헥토르 아내 안드로마케,


트로이 여사제 브리세이스 정도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아....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 여신도 나오더라구요.  


목적을 갖고 보긴 했지만 오랜만에 다시 보니 흐릿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고 영화 재밌더라구요.





세이렌을 만나는 오뒷세우스의 이야기나 퀴클롭스중 가장 큰 외눈박이 폴리페모스 섬에서


탈출하는 내용들은 오뒷세이아에 있는 모험 이야기거든요.


오뒷세우스와 함께 있던 일행들 중에 아이네이아스가 있다는 건 이 책에서 첨 알았구요.^^


이렇게 호메로스의 두 서사시를 베르길리우스가 참 많이 가져와 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이네이아스의 아버지 안키세스와 아프로디테가 만나서 아이네이아스를 낳게 된 이야기도 재밌어요.


제우스가 개입하지 않은 곳이 없다는....^^


나중에 안키세스는 트로이가 멸망하게 되고 아이네이아스가 트로이 유민들과 함께


트로이를 벗어날 때 아버지 안키세스도 업고 탈출하게 됩니다.


나중에 안키세스가 죽게 되고 아이네이아스가 오뒷세우스처럼


하데스가 있는 지하 세계에 갔을 때 또 아버지 안키세스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도 나오죠.






<아이네이스> 에서 아이네이아스가 멸망하는 트로이를 벗어나서


트로이 유민들과 살 곳을 찾다가 도착한 곳이 바로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


그곳을 다스리는 디도 여왕을 만나게 되고 디도 여왕과 아이네이아스는 사랑하는 사이가 됩니다.


하지만 아이네이아스는 카르타고에 머무를 수 없어요.


새로운 나라를 건국해야 한다는 예언에 따라 다시 길을 나서야 할 운명이라서.


인간은 이렇게 스스로 운명을 만들어 간게 아니라 신들의 조종에 의한 것이었음을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다 보면 느끼게 됩니다.


옛날 서양의 세계관이 엿보이는 대목이죠.


디도 여왕은 아이네이아스를 끝까지 붙잡지만 끝내 아이네이아스는 카르타고를 떠나게 되고


슬픔으로 디도 여왕은 자결합니다.


나중에 지하 세계에 갔을 때 아이네이아스는 디도 여왕을 만나지만 차갑게 돌아서는 디도 여왕....;;


<아이네이스> 에서 디도 여왕과 아이네이아스의 사랑 이야기가 제법 비중있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이때 이 두 나라의 만남은 떠나는 아이네이아스를 향해 말했던 디도 여왕의 저주가 실제로 이후에 현실이 됩니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이 로마를 침입해 충분히 위협이 되기도 하고


로마가 카르타고를 멸망시키기도 하니까요.


디도 여왕의 저주같은 예언이 후손들의 악연으로도 이어지게 된 것이죠.


신화여서 그런지 이렇게 예언을 통해 나중에 현실이 되는 모습을 또 보게 됩니다.


바로 아이네이아스의 아버지 안키세스가 지하 세계에서 아이네이아스를 만나서 한 예언.

디도 여왕을 만났고 카르타고를 떠나 아이네이아스는 트로이의 유민들을 이끌고

라티움 땅에 도착해서 그곳에 살고 있던 이들과 경쟁 상대와 싸움을 한 후 라비니움이라는 나라를 건설합니다.


트로이에서부터 데리고 왔던 아이네이아스의 아들 아스카니오스가 라비니움은 이복 형제 실비우스에게 맡기고


로마 제국의 모태가 되는 오늘 날 로마의 남동쪽 알바 롱가로 넘어가서 나라를 다스리다가 300년이 지나


알바 롱가의 마지막 왕의 딸 레아 실비아가 아레스(마르스) 신과의 사이에서


로마의 건설자인 로물루스와 레무스를 낳습니다.


둘 다 암늑대 젖을 먹고 자라지만 로마 제국의 초대 왕이자 건설자는 로물루스가 되고


우리가 알고 있는 로마가 바로 로물루스에서 온 것이죠.


로마에 가면 곳곳에 이 조각상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하지요.^^





아주 디테일한 이야기들이 더 많이 있지만 아이네이아스가 멸망하는 트로이를 떠나서


새로운 나라를 건국할 거라는 신들의 예언에 따라


이탈리아로 오게 된 과정, 그리고 로마 제국의 시조가 되어


로물루스에 의해 로마가 건국되기까지의 과정들이 단숨에 읽혀집니다.


나름 쉽고 재밌게 쓰여진 거 같아요.


명화를 통해 로마 건국 신화를 읽는 재미도 분명히 있습니다.^^





로마 건국 신화를 통해 그 작은 도시국가가 거대한 제국이 되기까지


다른 민족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장점을 배웠던 로마 제국 번영의 원동력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로마를 건국하고 인구를 늘리기 위해 여자가 없어서


옆 동네 사비니 족의 여자들을 납치하기도 했던 로마의 역사를 이렇게 그림으로 남겼고


자크 루이 다비드의 이 그림 "사비니 여인들의 중재" 는 참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지요.^^






안키세스가 아이네이아스에게 한 이 말이 바로 로마 제국 번영의 힘이었습니다.


"자랑스러운 로마인으로서 명심하거라!


권위로써 여러 민족을 다스리고,


평화를 지키려고 애쓰도록 해라.


패한 자들에게 관용을 베풀고 교만한 자들은 군사를 일으켜 멸망시키도록 해라!"


로마의 이런 정책을 현대에 적용해서 성공한 나라가 미국이라고.....!



 


지금 현재 제가 갖게 된 로마 건국 신화 <아이네이스> 에 대한 지식은


그리스 로마 신화 이동희 교수님 강의와 알고 싶어서 찾아본 유튜브 영상들,

그리고 이 책 <명화로 보는 아이네이스> 까지 이것저것 지식들이 섞이고

저 나름 정리하고 전후 관계를 파악해서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한번 봐서 바로 기억할 수도 없기에 또 몇 번을 더 반복해서 봐야겠지만

어쨌든 지금 큰 줄기는 잡힌 거 같아서 넘 좋으네요.^^

알면 알수록 재밌는 신화....!!!

신화는 그야말로 사실이 아니라 믿느냐 안 믿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신화는 현실로 받아들여서 읽다 보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수도 있어요 ㅋㅋㅋ

하지만 현재 서양에서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이렇게 로마 건국 신화도 지어낸 이야기일지는 몰라도

거의 사실처럼 국민들이 믿고 있는 이야기가 되었죠.

우리의 단군 신화처럼요.

한 나라의 시작을 이야기 하는 건국 신화는 그 나라의 모든 역사와 문화를 지배하고

이탈리아 국민들의 세계관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베르길리우스는 그래서 로마 건국 신화 <아이네이스>를 쓰고 지금까지도

이탈리아 국민들에게서 시성으로 불리고 있고 그의 작품은 교과서로도 사용되고 있고

단테는 <신곡> 에서 지옥과 연옥을 동행하는 스승으로 모시기도 했으니

베르길리우스의 인지도 또한 이번 기회에 새롭게 알게 됩니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명화로 보는 아이네이스>.

미래타임즈에서 나온


 <명화로 보는 일리아스>, <명화로 보는 오디세이아>,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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