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먼저 알게 된 라틴아메리카 작가중에 세사르 바예호를 시작으로
보르헤스는 듣기만 해서 책은 이미 <픽션들> 을 소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읽지 못했구요.^^;;
그리고 만난 사람이 파블로 네루다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였구요.
이렇게 만나고 보니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전반적으로 다뤄준 이 책이 너무 궁금했죠.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말할 때 여러 장르가 있겠지만
이 대륙에서는 시를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라틴아메리카를 상징하는 문학은 바로 "시" 입니다.
다른 장르가 물론 없진 않지만 국내에 알려진 바로도 그렇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라틴아메리카나 스페인어권 작가들이 대부분 보면
시인들이 참 많더라구요.
이 책에서 소개된 4명도 그렇고 서문에서 살짝 언급되었던
정말 유명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도 있고
개인적으로 평소에 늘 알고 싶은 시인이 바로 포르투갈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 이기도 해요.
알고 싶어서 아르테 클래식 클라우드 페소아 책도 역시 소장중이지요.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이렇게 제목이 붙여진 것은
부제 "소외된 영혼을 위한 해방의 노래, 라틴아메리카 문학" 에서
유럽 열강으로부터 침략당한 대륙의 운명 속에서 해방을 맞이하는 날이 왔지만
그 전까지 굉장히 암울했던 시기를 어둠으로 표현한게 아닌가 싶어요.
그 어둠을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은 시를 통해 극복하고 해방되었다고 느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랬을 거라는 추측이 어렵지 않지요.^^
그리고 "시가 내게로 왔다" 는 말은 바로 라틴아메리카,
칠레가 낳은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한 말이예요.
적절하고도 자연스러운 조합입니다.
루벤 다리오, 파블로 네루다, 세사르 바예호, 니카노르 파라.
개인적으로 루벤 다리오와 니카노르 파라는 이번에 저도 처음 만나는 시인이었습니다.



처음 라틴아메리카 문학과 그 시인들의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훑어볼 수 있는 1부에 이어서
한 부씩 시인 한 명의 이야기가 할애되는 구성이예요.
에필로그까지 350페이지 아주 야무진 책이더라구요.^^
라틴아메리카 대륙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이 어떠했을지
이 네명의 시인들이 남긴 시와 그들이 한 말과 행동을 통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설명이 전체 흐름을 유추하기에 비교적 쉽게 썼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정말 강의를 직접 들어야 알 수 있는 내용들을 책으로 접한 느낌이예요.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브라질을 제외하고는 라틴아메리카는 스페인어권에 속하지요.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상 스페인이 고대 문명이 살아있던 잉카제국,
마야 문명권에 속하는 지역들을 침략하면서
이후 이곳은 원래부터 살고 있던 주민들의 피와
스페인 정복자들을 포함한 대규모 유럽인 이주자들이 섞여서 형성된 나라들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선주민들과 백인들의 혼혈성이 두드러지게 되었고
그래서 저자는 라틴아메리카의 정체성을 '이중의 유혹' 이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아메리카 토착민과 유럽인 혼혈인종을 메스티소라고 부르는 것도
이번에 어렴풋했던 것을 확실히 알게 되구요.
서구지향적인 것과 지역주의적인 것의 두 가지 유혹이 항상 공존하는 라틴아메리카입니다.
라틴아메리카만이 갖고 있는 지역적인 특수성과
라틴아메리카가 보여주는 보편성 모두 책에 소개된 4명의 시인들을 통해서
서로 겹치지 않고 맞물려서 꽉찬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였습니다.^^
"아메리카의 장엄한 문명은 정복에 의해 중단되었지만,
유럽인들의 도래와 함께 새로운 민중이 창조되었다.
새로운 활력이 낡은 신체를 거부했기에 그것은 스페인의 것이 아니었으며,
파괴적인 문명의 간섭을 겪었기에 더 이상 선주민의 것도 아니었다.
두 개의 적대적인 힘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혼혈 민중이 탄생하였으며,
자유의 회복과 함게 새로운 영혼을 발전시켰다."
콜롬비아 출신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백년의 고독> 역시
민음사 버전으로 소장중이예요..... 다 언젠가는 꼭 읽어야 할 소설이니까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작가여서
라틴아메리카로 국한되어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이예요.
마르케스 이전까지 소설에 대한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을 때
이야기의 극적 재미를 제대로 보여준 마르케스의 소설은 단번에
소설의 부활을 불러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작가입니다.
대표적으로 소개되는 4명 만큼 할애하진 않아도 보르헤스나 마르케스는 간간히 언급되기도 해요.
워낙 라틴아메리카 문학에서 중요한 소설가들이어서요.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를 직접 펼쳐보기 전에 제가 기대한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개별적인 시인의 생애와 그의 작품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전반적으로 라틴아메리카 라는 대륙과 그곳의 문학의 특징을 알고 싶었는데
역시 서어서문학과 교수님 답게 전체를 그려주셔서 제 입맛에 딱 맞는 책이었어요.
게다가 각각의 시인들과 생애나 작품 스타일이 비슷한 한국의 시인들을 비교하는
Q/A 묻고 답하기 코너도 재밌어요.
"시는 앎이고 구원이며 힘이고 포기다.
시의 기능은 세상으ㄹ 변화시키는 것이며
시적 행위는 본래 혁명적인 것이지만 정신의 수련으로서 내면적 해방의 방법이기도 하다."
시는 이 세계를 드러내면서 다른 세계를 창조한다.
.......
시의 양식은 권태와 고뇌와 절망이다.
.......
시는 무의식의 승화이자 보상이고 응집이다."
멕시코 시인 옥타비오 파스도 가끔씩 등장하는데요.
문장 하나하나가 간결하면서도 강력한 전달력을 지니며 응축미마저 엿보입니다.
스페인어권 근대시의 선구자이자 이후에 등장하는 세사르 바예호나
파블로 네루다에게 적잖은 영향을 끼친 사람이 바로 루벤 다리오 였어요.
루벤 다리오를 시작으로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지형도가 많이 달라졌다고 할 정도이지요.
광부와 같은 민중들이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을 때
파블로 네루다는 시를 통해 격려하고 희망이 되어주었던 사람이었어요.
실제로 사고로 광부들이 700미터 아래 땅 속에 갇혀있게 될 때
그들에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해준 것이 바로 파블로 네루다의 시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특히 네루다 역시 광부들에게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 해요.
칠레 민중들에게 파블로 네루다의 시는 그야말로 빛이었습니다.
살아있을 때 워낙 인기도 많아서 부와 명예를 모두 얻은 사람이기도 해요.
이런 시를 읽고 마음에 파동이 일지 않을 사람 없습니다.
언어권마다 사랑받는 작가들이 분명히 있죠.
독일에는 괴테가 있고 영국에는 셰익스피어, 이탈리아에는 단테,
러시아에는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스페인에서는 세르반테스가 독보적이구요. ㅎㅎㅎ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보르헤스, 마르케스와 더불어
첫 손가락에 꼽히는 시인이 바로 파블로 네루다.
그만큼 국민들에게 영향력이 큰 시인이었고 칠레 현대사의 산증인이기도 할 정도로
정치적인 행보도 있어서 비판도 동시에 받기도 했던 시인.
스탈린주의자 였다는 것은 저도 좀 놀라웠습니다.
이 책속에 소개되었던 니카노르 파라 시인이 이런 파블로 네루다를 굉장히 비판했다고 하죠.
파블로 네루다에게 문학은 순수문학만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라틴아메리카에서 작가가 되는 일은 독재정권하에 있으면서
총과 펜, 둘 다 선택해야 했던 운명이기도 했다는 것을
파블로 네루다의 인생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죠.
창작이 정치 행위가 되는 땅에서 시인으로서 살아갔던 4명의 시인들의 이야기에서
고통을 경험하고 시를 통해 그것을 극복하고 승화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파블로 네루다 보다 띠동갑 형님인 세사르 바예호.
프랑스 여인 조젯과 사랑했고 마지막을 함께 했던 여인과 찍은 이 사진속 바예호의 모습은
페루 지폐에 등장하기도 할 정도로
세사르 바예호 자신은 고독을 온몸으로 느끼며 시를 탄생시켰지만
그 내용은 페루인들에게 희망이 되었습니다.
관능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사랑 시를 썼던 파블로 네루다,
관념화된 이상적 여인의 모습을 형상화했던 루벤 다리오,
그리고 세사르 바예호 역시 사랑했던 여인들과 그들이 남긴 시의 연관성은 결코 얕지 않았습니다.
세사르 바예호에는 사랑까지도 고독과 고통의 모습으로 다가왔더군요.
라틴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신성시되는 이 유명한 시인들도
역시 여성들과 사랑에 빠졌고 이별을 겪었으며
그 속에서 고통과 절망을 느끼기도 했던 평범한 남자들이었어요.
하지만 특별히 세사르 바예호의 시 세계는
고통과 절망 속에 잠식되지 않고 극복하는 과정으로 나아갔다는 점을 높이 산다는 것입니다.
고통은 희망과 연대의 가능성으로,
개인적인 자아는 사회적인 자아로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사회적인 자아로 이행하는 것은 정복자들에 의해 핍박받음으로써
약해진 페루 전통을 구축하자는 문화 운동을 전개했었고
스페인 내전을 지켜보면서 그에 관한 시를 남기기도 했던 세사르 바예호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가 탐독했던 시인들중에
파블로 네루다와 함께 세사르 바예호도 포함되어 있거든요.
시는 상징과 비유, 응축 이라는 시적 특징들 속에 진리가 가려져 있고
자세하게 느끼고 알기를 좋아하는 제게는
녹록치 않은 장르여서 자주 보게 되진 않는데요.
기형도 시인이 세사르 바예호와 비교해서 보는 것이 흥미롭다는 소개를 보니
기형도 시인의 시가 또 궁금해 지기도 하더라구요.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에 소개된 네 명의 시인들중 가장 어린 니카노르 파라.
처음 듣는 시인인데 반시를 주창한 시인이라는 것이 임팩트있게 다가옵니다.
시, 시인, 그리고 시적 자아의 탈신성화를 주장했던 니카노르 파라의 여정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시에 대한 모든 통념을 부정하고 환멸과 허무의 무기로
조롱과 빈정거림을 선택했더라구요.
파블로 네루다를 향해 '노벨상은 당신 것' 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죠.
니카노르 파라와 시적 지향점이 비슷했던 국내 시인의 작품입니다.
제목은 박남철 시인의 <주기도문, 빌어먹을>.
파라 시인처럼 부정과 풍자, 조롱의 성격을 담고 있으면서
오히려 박남철 시인의 시가 더 직설적이고도 거칠게 세상을 저격하고 있는 거 같죠.
욕설과 야유를 담은 풍자와 조롱의 끝판왕 같은.....
근데 읽고 있으면 희한하게 시원하고 통쾌한 이유는 뭘까요....
전통적인 시의 엄숙함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주긴 하네요.

라틴아메리카 대륙 자체가 지니고 있는 혼혈성이
그들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찾게 하는 여정 속에 있는 거 같아요.
네 명의 시인들과 그들이 남긴 시를 보면서 각 나라의 민중들을 향해
희망과 삶의 의지를 갖고 함께 호흡했던 국민 시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이 시인들을 토양삼아 라틴아메리카 문학은 앞으로도 점점 독창적인 그것으로
발전해가고 있는 중이라고 여겨집니다.
앞으로 또 어떤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신성을 접하게 될지 기대와 관심을 품게 되었어요.^^
<어둠을 뚫고 시가 내게로 왔다> 만나보고 싶은 목표와 기대치, 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