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 - 웨이보 인싸 @하오선생의 마음치유 트윗 32
안정병원 하오선생 지음, 김소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챙겨보는 드라마는 없지만 몇가지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은 있는데요.


피곤한 날이면 잠들기 전에 누워서 보는 프로그램중에 하나가


바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거든요.


가장 릴렉~~스한 상태에서 아무 생각없이 즐겁게 웃고 볼만한 예능이면서 동시에


외국인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통해 다름을 경험하게 되어서


여러가지로 제 취향과 맞는 프로그램이죠.


비슷한 제목의 공감 에세이가 작가정신에서 최근에 나왔더라구요.

알고 보니 이런 제목의 책들이 은근 많았던..... %EB%B0%95%EC%9E%A5%EB%8C%80%EC%86%8C%20%EB%B6%84%ED%99%8D%EB%8F%99%EA%B8%80

​<어서 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 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 이 에세이,

처음부터 이 제목이 아니었다는게 재밌었고

게다가 처음 제목이 이 책을 대변하기에는 너무 추상적이고 설명이 필요하다는 거였어요.

원제가 <당신도 버섯인가요?>.....

 

초반에 이 제목을 생각한 이유를 보면서 이 책에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대략 읽을 수 있었는데 끝까지 읽고 보니 바로 그거더라구요.


저자가 좋아하는 이 이야기 속에서 사람을 향한 온정과 배려를 느낄 수 있었고


그것이 저자를 사로잡았던 것입니다.

 

 

 

 

 

이쯤되면 ​<당신도 버섯인가요?> 라는 이야기가 뭔지 궁금해지지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저자가 정신과 의사이기는 하지만 본인의 이야기는 아니고 전해 들은 이야기인데요.

정신병원을 찾은 한 환자가 병원 치료를 내내 응하지 않고 매일 우산을 쓰고

모퉁이에 가만히 쪼그려 앉아 있기만 하더래요.

이유를 물어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아서 모두가 지켜보기만 하고 있는데

한 의사가 우산을 들고 환자를 따라 모퉁이에 쪼그려 앉더랍니다.

아무 말 없이 두 사람이 그렇게 쪼그려 앉아 있기를 한 달, 드디어 환자가 입을 열었어요.

환자 : 저기..... 당신도 버섯인가요?

의사 : 네, 저도 버섯이에요. 전 이만 가야겠습니다.

환자 : 당신도 버섯이라면서 어떻게 걸을 수가 있죠?

의사 : 버섯도 걸을 수 있어요. 전 약을 먹어야겠습니다.

환자 : 당신은 버섯이라면서 왜 약을 먹을 수 있는 거죠?

​의사 : 버섯도 약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 전 이만 자야겠습니다.

환자 : 당신은 버섯이라면서 왜 잠을 자려는 거죠?

의사 : 버섯도 잠을 잘 수 있으니까요.

그러자 환자도 의사를 따라 잠을 청했고 이후로 '버섯' 은 마침내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했대요.


'아는 것' 이 치료의 기초이자 시작​이라는 말을 서문에서 읽고 나서

이 책을 완독한 후 다시 보니


정신 질환에 대해 세상 사람들이 충분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에 대한 저자의 안타까움이


더 진하게 다가옵니다.


일부 미디어는 정신 질환에 대해서 과장되게 표현하거나 확대 해석하고


심하게는 왜곡 보도하는 경향이 있어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던 피해는 고스란히 정신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몫이고


그들을 점점 사회에서 고립시키는 일입니다.


​그리고 대중들은 정신 질환 환자들에 대해 언론의 프레임으로 인해 


 공포와 두려움을 갖게 되고 선 긋기가 이루어지게 되죠.

저자는 이들이 감기에 걸리거나 열이 나는 것처럼

우리 몸이 아픈 것일 뿐이어서 정신 질환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고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국 이 책도 나왔다고 생각하시면 되죠.

정신 질환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마주하는데 용기를 낼 수 있게 하는

과정중에 책의 출간이 있었던 것이어서

그 점에 대해서 의사로서의 소명의식과 저자의 책임감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책 한권을 출간하는 일은 산고의 고통과도 같다고 표현하기도 하니까요.


구분짓기, 배제하기가 아니라 함께 하기, 연대하기가 필요합니다.


정신 질환 환자들도 모두 우리의 가족이고 이웃이니까요.


 

 

 

 

 

​우리와 다르지 않은, 그저 몸이 아픈 정신 질환 환자들의 다양한 질환들을

저자의 엉뚱하고도 엽기적인 성격과 일상들을 버무려서

<어서 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 에서 무겁지 않게 다루고 있습니다.

중국의 유명한 SNS인 웨이보에 심리학과 정신의학에 관한 날카로운 지적과 표현들을 담으며

과학기술 분야의 인싸로 불리는 저자 하오원차이.

일명 하오선생이라 불리는 정신과 전문의이고

불안장애 유형 중 하나 강박증이 전문 분야이기도 합니다.

하오 할아버지가 전하는 마음치유 트윗 32가지 에피소드가 공감 에세이안에 들어 있는데요.

이 책 한 권 안에는 안정병원에서 근무하면서 10년간 경험한 것과

5년간 정리한 것을 3년에 걸쳐 글로 탄생시켰다고 해요.

 

 

 

 

 

정신 병원의 일상들과 정신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내면,

그리고 정신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돕는 정보들이 에피소드안에 어우러져 있습니다.

유익한 정보는 알아두었다가 주변에 정신 질환으로 힘들어 하는 지인들에게 전해주고 싶더라구요.

 진지함과 유쾌함이라는 투톤의 조합이 있는 에세이예요.^^

 

 

 

 

 

<어서 와, 이런 정신과 의사는 처음이지?> 의 첫 에피소드 "기억 도둑"


심각한 정신 질환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주인공 여성인 동쩐은 행복한 삶을 사는 중에 갑자기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으면서


충격으로 망상에 빠지게 되었고 환청과 환각 증세를 보이다가


결국 자살 시도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해요.


그녀는 혼란형 조현병이었습니다.


그녀는 처음 보는 사람을 자신의 남편으로 착각하게 되는데 저자는 이때


그 '남편'에게 도움을 청하고 그는 계속 남편 연기로 그녀의 병을 치료할 수 있게 해 주지요.


이 세상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남편과의 '상봉' 을 한 그녀는


결국 퇴원하게 되면서 그 남편을 향해 "나 갈게, 여보." 라는 말을 남기고 헤어집니다.


때로는 불평을 하기도 했지만 그 남편 연기를 한 남자는


그녀를 보내고 돌아서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려요.


저자는 이 첫번째 에피소드를 통해서 의사는 병을 치료하지만


치료라는 것은 꼭 약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고, 마음을 써야 하는 거라고 말해요.


남편 연기를 한 그 남자 역시 사랑이라기 보다는


설명하기 어려운 그 어떤 책임감 때문에 눈물을 흘렸던 것이겠지요.


헤어지는 그 순간 그녀에게 연민을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가 이 책 속에 저자가 정신 질환 환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 담겨 있어요.


그들의 질환을 똑바로 알고 치료의 과정으로 들어설 수 있도록


이 사회에 따뜻한 시선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논리 두서없음, 피해망상, 정서 불안정, 주의집중장애에


심하면 자신과 타인의 목숨을 위협하기도 하는 정신 질환 환자들은

히스테리성 빙의와 히스테리성 발작, 불면증들로 두려움과 경계 대상에 놓여 있어요.


이들에게 효과적일 수 있는 음식요법, 음악요법, 안마 요법들이 있고


기타 방법중에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따뜻한 물로 샤워하기와


자기 전에 양치질에 또 도움이 된다는 내용들은


일반인들이 정신 질환을 겪는 환자들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들이 될 것입니다.


하오선생이 정신 질환의 정확한 인식을 위해 이 책에 써 놓은 내용들을


에세이처럼 가볍게 읽어가면서도 한 편으로는


고통을 겪는 그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사회였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이상적인 바램이라고 당장 포기하기 보다는


내 주변에 조금씩 전파하다 보면 점점 가지치기 하는 날이 오겠죠.


내 가족, 내 친구, 내 동료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하나의 마음으로~~!!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병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깨지면서 뇌의 화학 구조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어서


단순히 좋은 말 한마디로 그들의 기분을 좋게 함으로써


내 기분을 좋게 하려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지 않게


조금만 더 진심으로 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좋게 생각하라', '기분 풀어라' 라는 말은 삼가해야 할 말이라고 하니까요.


삶, 치료, 생명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으면 죽음을 일종의 해방으로 여기고


정상인들이 생각하는 자살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는 사람들입니다.


자기만의 기준에 의해 우리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으로,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선을 긋고 보는 것은 교만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 크고 작은 정신 질환을 안고 살아가고 있고 완벽한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환자의 고통을 무시하는 행위가 가장 치명적이고 잔인한 행동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참고해서


배제가 아니라 연대하는 사회를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겨울이 다가오는 이 계절에 따스함이 느껴지는 공감 에세이였습니다.

아픔이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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