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아메리카나 1~2 - 전2권 - 개정판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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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라색 히비스커스> 에 이어서 만나게 된 아디치에 깊이 읽기 두번째로 만난 소설은


<아메리카나 1,2> 입니다.


민음사에서 이 책은 원래 모던클래식 시리즈에 속해서 출간되었던건데


이번에 새롭게 단행본으로 표지도 트렌디하게 바뀌어서 나왔어요.


제3세계, 나이지리아 출신의 아디치에는 미국에서 영어로 소설을 써서


 차세대 젊은 소설가, 영향력 있는 인물, 세계를 이끄는 사상가 등 다양한 타이틀을 얻고 있습니다.


2013년 민음사에서 출간된 <아메리카나 1,2> 가 아디치에가 쓴 소설로는 가장 최근 작품인듯 합니다.


원래 두 권이상 되는 책은 잘 안 보는 편인데


요건 가독성이 좋아서 재밌게 읽었어요.^^

​아디치에의 소설을 이미 두 가지를 읽고 나니


당연히 비교가 되면서 <보라색 히비스커스> 를 다시 떠올려보기도 했는데요.


소설 <아메리카나 1,2> 가 상대적으로 더 스토리도 풍부하고


플롯이 잘 짜여진 거 같아요.


스토리 면에 있어서 두 개의 축이 씨실과 날씰처럼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소설이었어요.


하나의 축은 나이지리아 소녀 이페멜루가 어린 시절에 오빈제를 만나 사랑과 이별을 경험했고,


10대를 지나 20대 성인이 되면서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겪게 되는 생활들이 보여집니다.


미국에서 만난 다양한 인종과 계층의 남자들을 통해


나이지리아 여성은 정신적으로 성장해 가는데요.


성장하는 과정이 장미빛으로만 물든 건 아니었어요.


심지어는 매춘부의 생활까지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다행스러운건 주인공 이페멜루의 자의식이 그 누구보다도 강인하고 주체적이라는 점입니다.


늪에서 허우적대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되면서 한 단계 성장하고 사회적으로도 진화하게 되죠.


그리고 또 하나의 축은 다양한 인종이 혼재되어 살아가는 미국 사회로 주인공이 이민을 가게 되면서


곳곳에서 미국 인종주의와 차별의 민낯이 드러납니다.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는 곳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더 내밀히 들여다보면 인종, 이민자, 여성, 종교, 계층 등 차별의 그림자가 진하게 묻어나는 미국.


특히 그 속에서 비미국인 흑인과 미국인 흑인을 대립적 구도로 놓고


같은 흑인안에서도 이민자에 대한 멸시가 은근하고도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미국사회를


시종일관 조망하고 있습니다.


 미국으로 이민간 나이지리아 여성의 시각으로 미국사회를 바라보면서 느낄 수 있는 차별과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겪게 되는 일들로 인해 정신적인 성장까지 보여주는


풍부한 스토리와 탄탄한 플롯이 있습니다.


소설이 어렵지 않으면서 사회소설로서의 깊이도 있어요.


실제로  <보라색 히비스커스> 보다 10년 후에 <아메리카나 1,2> 가 출간되었는데


제가 봐도 아디치에 작가 역시 주인공처럼 작가로서 성장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페멜루를 다른 사람도 이렇게 생각해요.

 무얼하든 하고 싶어서 하고 남들이 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따라하지는 않는 사람.

참으로 주체적인 여성이었습니다.

당당하게 자신이 할 얘기는 하는 사람.

그래서 그럴까요?

이페멜루는 소설 속에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사람으로 부와 명예까지 얻게 되기도 하는데요.

"인종 단상 혹은 미국인 흑인들에 대한 비미국인 흑인의 여러가지 생각" 이라는 블로그에

​사회 비판적인 글을 명쾌하게 올리면서 자신의 생각을 똑부러지게 사회에 전달합니다.


인종이 다른 사람과 사랑하는데 문제가 없었다는 사람의 말에 이렇게 항변하죠.


​당신이 인종이 문제가 안 됐다고 말하는 유일한 이유는 당신이 그랬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우리 모두 바라죠.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에요.


저는 인종이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에서 왔어요.


한번도 스스로 흑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미국에 와서 흑인이 됐죠.


흑인이 미국에 살면서 백인과 사랑에 빠지면 단둘이 있을 때는 인종이 문제 되지 않아요.

나와 연인, 둘뿐이니까. 하지만 밖에 나가는 순간, 인종은 문제가 돼요.

하지만 우리는 얘기하지 않죠.

우리의 백인 연인에게 우리를 화나게 하는 ​사소한 것들,

 그들이 더 이해해 줬으면 하는 문제에 대해 얘기하지 않아요.

​그들이 우리가 과잉 반응 하는 거라고, 우리가 지나치게 예민한 거라고 말할까 봐 걱정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세상이 얼마나 변했나 봐, 사십 년 전만 해도 우리가 사귀는 것조차


불법이었을 텐데 어쩌고저쩌고하길 바라지 않아요.



​담담하게 말하는 거 같아도 제게는 거역할 수 없는 차별의 시선으로

상처입은 여성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흑인들은 유대인들만큼 고통받지 않았잖소."


"에이, 이게 무슨 탄압올림픽이라도 됩니까?"​

공감하지 못하는, 소수자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무심코 던지는 한 마디는


차별을 겪는 이들에게는 말이 칼이 되어 돌아오지요.


실제로 미국 내에서 탄압올림픽 너무 뿌리깊이 박혀 있는 미국의 민낯이었더군요.

 

 

 


​인종이라는 장벽에 막혀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인종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문장, 당하는 사람에게는 굉장히 가슴 아픈 말인거 같아요.


 

<아메리카나 1,2> 소설 속에서 흑인이고, 여성이고, 이민자였던 이페멜루는 

 곧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였습니다.

 

그녀와 비슷한 여성들을 대변하고 있는 인플루언서이자 페미니스트 작가로서


아디치에의 다음 소설이 기대되요!!


<아메리카나> 는 2017년에는 매년 뉴욕 시에서 주관하는 "원 북, 원 뉴욕" 행사의 수상작으로 뽑혔다고 합니다.


모든 뉴욕 시민이 동시에 같은 책을 읽자는 운동으로서


일반인 투표로 수상작이 결정된다고 하는군요.


나이지리아 출신 아디치에가 미국 사회에서 여성과 흑인, 이민자의 목소리를 대변함으로써


미국에 조금씩 인종주의로 인한 차별에 문제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다는 방증이겠죠.


견고했던 미국 인종주의에 균열이 오기를.


나아가서 전 세계에 어떤 특정 민족과 집단을 배제하고 고립시키는 차별이 사라지기를.


아디치에의 소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음을 보면서 희망을 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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