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늦가을 무민 골짜기 ㅣ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8
토베 얀손 지음, 최정근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민 골짜기의 11월" 이라는 원제를 갖고 있지만
작가정신에서는 <늦가을 무민 골짜로> 로 출간된 어른들을 위한 동화 한 편을 읽었어요.
북유럽 전반에서도 유명하지만 핀란드의 국민작가로 불리는 1914년생 토베 얀손이
1945년 <무민 가족과 대홍수> 를 출간하며 무민 시리즈를 발표하기 시작했죠.
저는 무민을 캐릭터 굿즈를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만화도 있고 이번에 나온 책처럼 만화가 아닌 소설로서 나온 책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늦가을 무민 골짜기> 는 사실 1970년에 발표한 책이고
토베 얀손이 무민 연작소설로는 마지막 8번째 소설로 나온 책이예요.
이 소설을 다 읽고 났을 때는 잔잔한 동화 한 편 잘 봤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아이들이 보는 동화와는 결이 약간은 다르달까요.....
성인이 되어 고민하게 되는 내 주변의 사람들, 그리고 함께 있음에도 느껴지는 외로움,
계절이 주는 스산함 등등 일단멈춤을 하게 만드는,
어른들의 동화로 다가오는 소설이었습니다.
토베 얀손의 무민 연작소설들 중 무민 가족이 나오지 않는 유일한 소설인데도
외로움을 느끼며 무민 가족의 빈 집을 찾은
스너프킨, 밈블, 홈퍼 토프트, 필리용크, 헤물렌, 그리고 그럼블 할아버지 때문인지
무민 가족의 잔상이 소설 내내 계속 남기도 했어요.^^


거친 질감이 연상되는 그림들이 사이사이 들어가 있고
등장인물들의 외로움이 느껴지는 대사들과 분위기 묘사가 시종일관 이어지는 이 소설.
무민 가족이 모두 떠나고 없는 적막하고 쓸쓸한 늦가을 무민 골짜기를
낯선 이들의 대화가 점점 채워가고
마지막까지 무민 가족을 그리워하며 이곳을 따뜻함의 공간으로 바꿔 버리죠.
주변 상황을 아주 자세하게 묘사하는 지점이 제게는 특별히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읽어온 요즘 소설과 비교해 볼 때,
이렇게 친절한 소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온갖 상상과 추측을 통해 소설가가 짜놓은 뼈대와 스토리의 살들을 찾아내려고 촉을 곤두세우다가
<늦가을 무민 골짜기> 처럼 있는 그대로 음성지원 받아 환경이 그려질 정도로
순수하게 읽혀지는 소설 오랜만이었어요.
복잡한 소설을 읽다가 비교적 단순하고 명료하게 이미지가 그려지는 소설을 읽어서 좋더라구요.
그렇다고 해서 깊이가 얕은 소설로 느껴지진 않아요.
캐릭터 각각 개성이 있지만 서로 충돌한다 해도 그 정도가
독자가 읽기에 불편함을 느낄 정도도 아닌 소프트한 수준? ㅎㅎ
각자의 존재가 다 다른데 충돌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되죠.
토베 얀손이 표현하고자 하는 정도가 이럴 뿐인 것이니까요.
각자 다름에도 모두들 무민 가족의 집에 모여서 무민 가족을 추억하는 지점들로
글의 구성이 모여지는 <늦가을 무민 골짜기>.
인상깊은 문장들도 몇 군데 보여서 필사를 해 봅니다.

"언제나 그래 왔듯이 머무르는 이와 떠나는 이가 있게 마련이었다.
어떻게 할지는 누구나 스스로 선택할 수 있지만,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었고 포기할 방법은 없었다."
무민 가족의 빈 집에 모두 모이게 된 소설 속 주인공들.
계획된 만남이 아니었지만 무민 가족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그리워 하고
그들을 추억하는 이들이 이런 의식도 살포시 미소짓게 해요.^^